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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체 신입사원들의 톡!톡!톡!!

게임업체 신입사원 4인방이 밝히는 입사노하우와 에피소드

국순신(煙霞日輝) 2005-05-23 15:06:37

 

 

에릭(강호 역), 한가인(이미옥), 오지호(이봉삼 역), 이소연(서현아)이 등장한 드라마 신입사원.

 

드라마 '불새' 이후 한층 성숙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는 에릭. 그리고 결혼소식으로 남성 팬들에게 안타까움을 안겨줬던 히로인 한가인의 등장으로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가 바로 신입사원이다. 내가 수목을 기다리는 것은 21세기가 나를 간절히 원했던 게 아니라, 신입사원이 그날 방영되기 때문이었다. 아쉽게도 이 드라마는 오는 26일 막을 내린다.

 

 

이렇게 안타까울 수가…. 오랜만에 재미있는 드라마를 봤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벌써 그 감흥을 추억으로 남겨둬야 한다니... 속상했다.

 

신입사원이 다음주에 그냥 끝나도록 내버려둘 순 없다. 그동안 디스이즈게임 아지트에서 다른 사람들이 묵묵히 일하고 있었을 때 혼자 뻔뻔스럽게 신입사원을 놓치지 않고 꼬박꼬박 챙겨봤다. 나는 기억한다. 아지트내에서 그들이 내가 쏟아부었던 눈치들을...

 

그들은 내가 뭔가 결과물을 내놓길 바라고 있다. 그래서 고민에 빠졌다.

 

이거다. 은근슬쩍 신입사원 인기에 묻어가 보기로 했다. 게임업체 신입사원들의 직장 적응기를 들어보면 어떨까? 직장인에게는 새내기의 초심을, 그리고 예비 게임종사자에게는 입사성공담을 알려준다면??

 

이런 생각에 게임업체 신입사원들을 한자리에 모아 왁자지껄한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자 그럼 한번 가볼까~

 

 

 

게임을 좋아하는 신입사원 4인방이 모였다. 신입사원의 주인공은 남자 둘, 그리고 여자 둘. 그렇다. 이 자리에도 똑같은 성비를 보이도록 꾸몄다.

 

 

서울 선릉역에 있는 S 야외카페. 따뜻한 봄햇살이 내리쬐고 바람도 산들산들 불어오는 게 '땡땡이' 치기 참 좋은 날씨다. 이 곳에선 게임업체 신입사원들의 모임이 있었다. 서로 다른 직장에 근무한 터라 이들이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시작하는 분위기는 어색했다. 서로의 이름을 주고 받던 이들은 어느 틈에선가 서로 친해지는 듯 보였다. 이들에겐 젊음과 게임이란 공통분모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게 아닐까?

 

 

◆ 톡톡 튀는 개성만큼이나 입사준비도 달라

 

"저는 얼떨결에 엔틱스 소프트에 입사하게 됐어요. 오늘 이 자리도 마찬가지에요."

 

엔틱스소프트 디자인팀에 있는 김안나씨(21)는 최근 성년식을 맞이했다. 이 자리에 모인 멤버 중 나이는 가장 어리지만 2003년 5월에 입사, 경력으론 가장 고참이다. 그가 이 자리에 끌려나온 것은 엔틱스소프트 직원 중 나이가 가장 어리기 때문.

 

그가 입사한 사연은 어떤 걸까?

 

"고등학교 때 게임그래픽을 공부했어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그간 내가 작업해 놓은 것을 차례차례 정리해뒀죠. 어느날 갑자기 엔틱스소프트에서 같이 일하자고 연락이 왔더라구요.

 

제 홈페이지의 분위기가 요구르팅 콘셉이랑 맞아 떨어졌기 때문인 것 같아요. 첫날, 입사했을 때는 무서운 마음이 가득찼었죠."

 

지금도 회사에서 '막내'라는 감투를 벗지 못한 김안나 씨. 사회생활을 갑자기 경험하게 된 그에겐 적어도 3∼5년 이상 차이가 나는 선배들과 같이 있는다는 게 부담됐다. 하지만 늘 그렇듯 이들과도 어울 수 있는 것도 역시 게임이다. 김안나씨는 선배들과 점심시간 때 게임을 즐기다가 친해졌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입사준비를 한 이도 있었다. 바로 엠게임의 디자이너 김자영씨. 그는 엠게임의 간판게임의 '쌩뚱맞고'에서 '리마리오'를 '버러'(버터)스럽게 그린 이다.

 

"원래 하던 일이 제품디자인이었어요. 제 전공이긴 했지만 기계적인 업무가 반복됐다는 점에서 그다지 적성에 맞질 않아 고민하고 있었죠. 저는 아기자기한 것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특히 캐릭터에요.

 

이럴 바에는 차라리 캐릭터 디자인에 집중하자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캐릭터를 잘 살릴 수 있는 게임업체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제 포트폴리오를 담을 홈페이지도 차근차근 준비했습니다. 결국 홈페이지가 먹혔어요. 그래서 무사히 입사할 수 있게 됐어요."

 

한편, '게임업체에선 실컷 게임한다'는 게임업체에 대한 환상에 넘어간 이도 있었다. 넥슨 홍보실의 최원혁씨가 주인공이다.

 

"원래 저는 제조업체 홍보실에서 근무했습니다. 다소 경직된 조직문화가 익숙하지 않았구요. 이렇게 살다간 20년 후의 내 미래를 장담하지 못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런 갈등속에 빠져들 무렵 후배, 친구들이 이렇게 말을 하더라구요."

 

후배와 친구들의 사탕발림을 이러했다. 자기가 하고픈 것을 실컷 할 수 있는 동아리 같은 회사라고. 최원혁씨는 이런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했다. 그는 2004년 6월 넥슨에 지원했지만 아쉽게도 고배를 마신 다음 2005년 2월 재도전에 성공했다. 게임업체 입사가 쉽진 않았다.

 

 

 

 

 

 

◆ 밖에서 본 게임업체, 안에서 본 게임업체

 

"게임업체는 게임을 실컷 할 수 있으니 좋지 않을까?"

 

예비 게임업체 종사자를 꿈꾸는 게이머들의 환상은 크다. 이에 대해 이들은 게임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그전에 게임업체에는 다양한 매력을 먼저 느껴보라고 말을 꺼낸다.

 

2004년 11월 NHN 아크로드 사업팀에 입사한 변종수씨는 입사 첫날을 잊을 수 없다. 그에겐 입사 첫날은 두근두근거리는 설레임과 무안함이 교차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입사 첫날이었죠. 멋지게 보여야 겠다는 생각에 양복을 입고 갔습니다. 들뜬 마음으로 사무실에 들어서는데 출입구 보안요원이 저를 잡더라구요. 그러더니 절더러 어딜 가냐고 묻러가구요.

 

순간 당황했죠. 그리고 그 때 깨달았습니다. 저만 정장차림이라는 걸요. 그래서 출근 첫 날부터 이래저래 많은 시선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첫날만 양복을 입었지요."

 

자유복 출근에 대한 에피소드는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엔틱스소프트 김안나씨는 엘레베이터를 타는 순간, 넥타이부대의 부러운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고.

 

"사무실이 30여층짜리 고층 건물로 이곳에는 양복맨들이 많아요. 엘레베이터를 타면 눈치를 많이 받기도 한답니다. 가끔씩 어떤 아저씨들은 어느 회사에 다니냐고 묻기도 하죠. 게임업체 다니고 있다고 말을 꺼내면 '자유로운 복장에서 창의력이 나오는 법'이라고 점잖게 말하지요.

 

아직까지 자유복장으로 출근한다는 게 아저씨들의 눈에는 신기하게 보이나봐요."

 

이에 덧붙여 넥슨 최원혁씨는 "자유복장은 사원에게 패션의 정체성을 주는 게 아니라 밤샘근무를 위한 배려"라고 말을 꺼냈다. 회사에서 정장을 고집하지 않는 것은 밤샘근무가 잦은 게임업체에서 피할 수 없는 일이므로 복장에 대해 간섭하지 않다는 게 최원혁씨의 설명이다.

 

 

 

 

엠게임의 김자영씨도 한마디 거든다.

 

"회사가 주 7일 근무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아마 입사한 지 두달간 대중교통이 끊겨 택시를 타고 퇴근했던 기억이 나요. 처음부터 일복이 터졌던 거죠."

 

 

◆ 게임업체도 회사다

 

 

게임업체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윤창출. 즉돈을 벌기 위한 조직이다. 재미삼아 모이는 학교 동아리와는 매우 다른 곳이다. 이들에겐 게임도 엄연한 직장이고 규율이 갖춰진 곳이다.

 

그렇다면 '내가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구나'라고 느낄 때는 언제일까? 최근 오픈베타 테스트를 시작한 '요구르팅' 개발에 참여한 김안나씨가 먼저 입을 열었다.

 

"클베(클로즈베타 테스트)때 내가 회사에 다니다는 걸 느꼈어요. 회사에서 첫 게임이라 긴장도 많이 됐죠.

 

그 무렵, 당시 유저인터페이스(UI) 담당자가 교체가됐어요. 어떨결에 제가 UI도 맡게 됐어요. 클베 일정이 다가올수록 기획이 추가되는 일이 많아지는 거에요. 막바지에 일정을 맞춘다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다들 바쁘고 신경도 곤두선 상태였죠."

 

엠게임의 김자영씨도 말을 잇는다.

 

"상사로부터 확인받는 걸 '컨펌'이라고 하는데 그게 힘들었어요. 첫 작업이 생뚱맞고였거든요. 개그맨 '리마리오'를 그렸는데 상사가 '리마리오가 아니라 슈퍼마리오'라고 질책을 하더라구요.

 

디자인부분에서 확인을 받아낸다는 게 그리 쉬운 게 아니었죠."

 

 

 

 

 

NHN 변종수씨도 입사 초기, 자신의 실수에 대해 이야기를 꺼낸다.

 

"입사한 지 한달쯤 됐을까요? 회식이 굉장히 늦게 끝난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오전 11시에 출근을 했던 적이 있었죠. NHN의 출근시각은 오전 10시입니다. 한시간 정도 늦었죠. 출근하고서 메일을 열었더니 선배로부터 메일이 왔더라구요. 이걸 보는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선배가 이미 내 일을 대신 처리해준 뒤였더라구요. 학교 다닐 때는 수업을 듣기 싫으면 제끼면 됐는데 직장생활이라는 게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이들은 회사생활이 만만치 않다는 걸 깨달았다. 그 과정에서 이들도 이제 어엿한 게임업계의 한 일꾼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 "게임업체가 날 이렇게 만들었어"…새로 생긴 버릇

 

"게임이 재미없어졌어요."/"게임에서 메뉴와 픽셀을 찾아요"/"벤치마킹 대상이죠."

 

 

첫 직장생활에서 신입사원의 고충으론 조직내 구성원간의 의사소통이 손가락에 꼽힌다. 이 과정에서 그들만의 버릇이 생겨나고 있다고. 의사소통에서 중요한 것은 증거. 그곳엔 메일이 있다.

 

친언니와 약속도 e메일로 주고받는다는 김안나씨. 증거를 남기는 버릇은 회사의 주요 의사소통이 e메일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항상 e메일을 시작할때 '∼님 수고하십니다.'로 시작하지요. 가끔씩 싸이월드 친구 홈피에 갈 때도 이렇게 쓴 적도 있어요. 직장말투가 생겨났다고 할까요? 지금은 여러 모로 생긴 유익한 버릇이죠."

 

 

 

 

 

최원혁씨도 휴대폰으로 전화받을 때 '여보세요'란 말 보다 '네 최원혁입니다'란 말을 자수 쓴다고 한다.

 

게임할 때 먼저 벤치마킹을 할 만한 것을 찾는다는 변종수씨. 그에겐 게임도 일이다.

 

"제가 하는 것 말도 다른 게임을 잘 쳐다보지 않게 되더라구요. 심심할 때 다른 게임을 보긴 하지만 주로 벤치마팅할 점을 찾고 있죠."

 

최원혁씨도 말을 잇는다.

 

"회사에서 게임을 많이 할 줄 아닌데 아무도 게임을 즐기지 못하고 있어요. 일하는 게 눈치가 보여서가 아니라, 게임을 할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이죠. 요즈음 게임이 즐겁지 않아요. 슬럼프인 것 같아요."

 

드라마 '신입사원'에서 강호 면접을 보면서 가장이 와닿았다는 네 사람. 다행히 화창한 날씨덕분에 사진 촬영도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아래는 단체 사진을 엮어 만든 말풍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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