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가가 ‘PC온라인 게임 산업’에 뛰어든다. <판타지스타 온라인 2>와 <MLB매니저 온라인>을 앞세워 본격적인 온라인게임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판타지스타 온라인 2>은 그 첫 타자다.
세가에게 <판타지스타>라는 이름은 큰 의미를 지닌다. 90년대의 <판타지스타>시리즈는 경쟁상대인 패미콤에 맞설 수 있는 몇 안 되는 RPG였고 2000년의 <판타지스타 온라인>은 세가의 첫 온라인게임이었다. 그리고 10년 후, 세가는 <판타지스타 온라인 2>를 앞세워 PC온라인 시장에 도전한다.
“부족한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개발사는 일본개발사만의 온라인게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판타지스타 온라인 2>의 개발을 총괄하는 사카이 사토시 프로듀서는 겸손했다. 일본의 PC온라인게임 기술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하지만 반대로 오랜 콘솔게임 개발 노하우를 갖고 있는 일본 개발사만이 만들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최고는 아닐지라도 최선의 온라인게임을 만들겠다는 그를 도쿄게임쇼 2011 현장에서 만났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최대한 많은 유저에게 다가가고자 PC를 택했다
<판타지스타>시리즈는 그 동안 콘솔게임기를 중심으로 개발됐다. PC용으로 개발된 <판타지스타 유니버스>와 <판타지스타 온라인>도 콘솔버전과 함께 나오거나 콘솔버전 이후 추가 발매됐다. 반면 <판타지스타 온라인 2>는 PC전용으로 발매된다. 콘솔게임 유저가 압도적으로 많은 일본 게임시장에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사카이 사토시 프로듀서는 ‘선택지를 넓히고 싶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일본만이 아닌 전세계적으로 봤을 때 PC유저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고 본격적으로 온라인게임을 개발하려면 PC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위기감도 겹쳤다. <판타지스타 온라인 2>를 일본 한정으로 개발 중이지 않다는 뜻이다.
밸런스나 업데이트 등의 이슈도 PC버전을 택하게 된 이유다. 콘솔온라인게임의 경우, 아직까지 PC온라인게임만큼 업데이트가 원활하지 않다. 그만큼 세부적인 밸런스를 맞추기도 어렵다는 뜻이다.
■ 직관적인 커스터마이징을 위한 노력
사카이 사토시 프로듀서는 <판타지스타 온라인 2>에서 3가지 장점을 내세웠다. 커스텀과 무한의 모험, 그리고 뛰어난 액션이다.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에서는 다양성과 직관성을 최대한 강조했다. 기본적인 눈, 코, 입을 비롯해 발길이, 가슴크기, 근육의 여부 등 다양한 부분을 직접 만질 수 있다. 숫자를 입력하거나 미리 만들어 준 설정을 선택하는 기존의 커스터마이징과 달리 마우스로 직접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예를 들어 가슴의 경우, 마우스를 오른쪽으로 움직여서 크기를, 위나 아래로 움직여서 가슴의 높이를 정할 수 있다. 입술이나 무릎 관절의 높낮이 등도 직접 이리저리 당기기만 하면 조절된다. 눈으로 보는 그대로 만들 수 있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다. 목소리의 종류나 톤, 근육의 질감, 속눈썹 등 평소에는 잘 눈에 띄지 않는 부분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사카이 사토시 프로듀서는 “온라인게임은 역시 플레이어가 얼마나 자신의 캐릭터를 사랑하느냐가 중요하다”며 현존하는 온라인게임의 커스터마이징 중 가장 뛰어난 수준까지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판타지스타 온라인 2>의 커스터마이징은 이후에도 계속 추가될 예정이다.
■ 반복플레이에서도 지겹지 않을 게임
<판타지스타 온라인 2>의 게임방식은 기존 MORPG와 비슷하다. 모든 유저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마을에서 파티를 구하고 퀘스트를 받은 후 해당행성으로 모험을 떠나면 된다. 우주를 오가는 SF설정을 택한 만큼 던전 대신 행성으로 이동하고 움직일 때도 모선을 탄다는 게 약간의 차이점이다.
대신 여기에 랜덤요소를 대폭 첨가했다. 맵과 몬스터 배치는 행성을 찾아갈 때마다 바뀌며 스테이지 곳곳에서 다양한 인터럽트 이벤트가 랜덤으로 발생한다. 온라인게임의 특성상 반복플레이를 피할 수는 없지만 반복 속에서도 지겹지 않은 재미를 주기 위해서다.
단순히 몬스터를 처치하는 것부터 난데없이 나타난 중간보스를 쓰러트리는 것, 타임어택 등 인터럽트 이벤트의 종류도 다양하다. 온라인의 장점을 살려 같은 던전은 진행 중인 다른 파티와 우연히 만나게 되는 멀티파티 지역도 존재한다.
“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매번 달라지는 게임, 같은 경험을 반복할 수는 없는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사카이 사토시 프로듀서의 목표다.
■ 일본개발사만이 만들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판타지스타>시리즈의 액션도 <판타지스타 온라인 2>에서 그대로 이어진다. 플레이어는 최대 6개의 장비세트를 장착할 수 있으며 상황에 맞춰 다양한 장비를 실시간으로 바꾸며 싸울 수 있다. 무기마다 사용할 수 있는 스킬도 다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무기를 바꾸며 연속기를 이어가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장거리에 있는 적을 체인으로 당겨 넘어트린 후 대검으로 바꿔 쓰러진 적을 때리거나 지팡이로 다시 날려버릴 수도 있다. <판타지스타 온라인 2>에서는 점프액션과 TPS 방식의 조작이 추가된 만큼 더욱 다양한 액션과 연속기를 사용할 수 있을 거라는 게 사카이 프로듀서의 설명이다.
콘솔게임 개발로 유명한 세가에서 온라인게임에 도전한다는 게 걱정되지는 않았을까? “한국과 비교했을 때 노하우가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일본개발사만이 만들 수 있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조심스럽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해외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본에서도 많은 온라인게임이 개발됐다. 성공을 거둔 게임이 있는가 하면 참혹한 실패를 거둔 게임도 많다. 그 과정에서 많은 노하우도 생겼다. 거기에 콘솔게임의 개발노하우를 더한 결과 충분한 확신이 들었기 때문에 <판타지스타>라는 유명 IP를 이용한 온라인게임을 개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여전히 트러블도 많고 시리즈에 대한 중압감도 심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판타지스타>를 만들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개발 중입니다. 한국에서도 기회가 된다면 꼭 서비스하고 싶습니다” 콘솔게임에서 벗어나 PC온라인게임 시장에 ‘세가’의 이름으로 도전장을 내민 그의 마지막 답변이다.
<판타지스타 온라인 2>는 최근 일본에서 1차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끝냈고 올해 내로 일본 상용화를 진행한 후 본격적인 해외서비스도 시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