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 끝나고 나면 ‘스태프 스크롤(영화에서는 ‘엔딩 크레딧’이라고 함)’을 통해 해당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이 표기된다. GSL에서도 다양한 사람들이 리그 제작에 참여하고 있고, 뒷 부분에 ‘게임연출
진행, 조연출, 연출은 알겠는데 게임연출이라니. e스포츠와 <스타크래프트 2> 팬들에게는 ‘옵저버’라고 부르는 것이 더 익숙한 제작진이 바로 ‘게임연출’이다. 방송국에서 별도로 제작하는 화면이나 컴퓨터 그래픽을 제외하고 실제로 선수들이 게임에 접속해서 경기하는 모든 화면이 바로 ‘게임연출’의 손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달된다.
GSL을 즐겨보는 e스포츠 팬들에게
그런데 최근
디스이즈게임은 2011 GSTL 시즌1 플레이오프가 열리는 29일, 목동 곰TV 스튜디오에서 게임연출을 준비중인
◈ 프로게이머에서 게임연출로 변신!
이렇게 만나니 색다르다. 오래 전부터 인터뷰하려고 했는데 늦었다. 미안하게 생각한다.
아니다. 괜찮다. 지금 시기가 딱 좋은 것 같다(웃음).
요즘은 어떻게 지내나?
항상 똑같이 바쁘게 지낸다. 여가 시간에는 술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고, 그 외에는 경기들을 모니터링 한다. 종전에는 GSL만 모니터링 하다가 최근에는 WCG도 챙겨본다. 게임도 다시 챙겨보고, 커뮤니티도 자주 들르는 편이다. 팬들이 지적하는 부분이 있으면 그 장면은 꼭 다시 찾아본다. 여러분들의 지적을 받으면 시청자 입장에서 그 장면을 보면서 다시 생각하는 편이다.
지적당한 부분을 다시 보면 어떤가?
내가 실수했던 부분과 비슷한 점을 지적 받으면 반성한다. 예를 들면 교전 장면에서 견제를 놓친 것이라면 다음부터는 잘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간혹 무분별하게 비난만 하는 점을 확인하면 속상하기도 하다. 그냥 한번 대차게 화내고 잊어버린다. 악플만 다는 그런 분들이 고정적으로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항상 집중해야 한다고 반성한다.
게임연출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작가들의 이야기도 듣고 방송 도중에도 중계진의 멘트에 귀를 기울이기도 한다. PD의 콜도 있고, 여러 가지를 챙기려다 보면 주의가 분산될 수도 있다.
제대하고 곰TV 게임연출로 합류한 것으로 알고 있다. 게이머가 아니라 게임연출로 복귀한 이유가 뭔가?
일단은 내가 성적이 뛰어났던 프로게이머도 아니었고, 나이는 많이 먹었기 때문에 도전할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마침 그 타이밍에 해설을 하던
스타2 출시가 됐을 때 게이머로 복귀하려는 고민은 없었나?
당연히 있었다. 그런데 예선전에 출전해보고 안될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오픈 시즌1 예선전에 출전을 했었다. 내가 당시 랭킹 200위 안에 들었고, 게임을 잘할 수 있다는 자신도 있었다. 하지만 안 되는 이유가 있더라.
술, 담배, 여자를 피해야 한다(웃음). 정말이다. 당시에는 여자친구도 사귀고 있었고, 합숙하는 게이머들과는 달리 나는 혼자서 게임을 했다. 나 같은 상황에서 그런 친구들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리고 막상 예선전을 해보니 긴장도 엄청 되더라. 하물며 일꾼 나누는 것도 안 되는데...그래서 깔끔하게 포기했다. 미련 없이 게이머의 꿈은 접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기로 결심했다.
만약 예선전을 통과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회사에도 미리 말씀을 드렸었다. 만약 본선에 진출한다면 회사에서도 내 경기화면을 그대로 중계하겠다고 했었다. 나는 자신이 있었고, 무조건 올라간다고 했는데 떨어지고 나니 할 말이 없더라. 회사에서도 고민이 없었을 것이다(웃음).
현재 배틀넷 래더 등급과 점수는 어떻게 되나?
요즘에는 래더를 하지 않아서 600점 대인가 그렇다. 등급은 마스터리그인데 휴식 점수가 엄청 쌓여있다. 하루에 게임을 1~2경기 밖에 할 수 없을 정도로 바쁘다. 예전에는 방송이 없고 여유가 있으면 꾸준히 게임을 했는데 요즘은 정해진 날에 몰아서 하는 편이다. 한창 게임할 때는 (황)영재(해설위원 기사도)랑 둘이서 소위 미친 듯이 게임했다.
◈
어제까지 GSL 투어가 총 2100경기가 넘었더라. 그 중에 몇 경기나 본인이 게임연출을 했나?
작년에는 전 경기를 했다. 예비군 훈련도 연기하면서 모두 연출했다. 올해는 예비군 훈련을 뺄 수 없어서 5일 빠지고 전부 연출했다. 하지만 스타2 베타 테스트 방송할 때도 게임연출을 했고, 리그 외의 프로그램 게임연출도 했으니 다 합치면 최소한 2500경기는 넘을 것 같다.
곰TV에 게임연출로 합류한 것은 언제인가?
2008년 초에 곰TV 스타 인비테이셔널을 진행한 적이 있다. 그때부터 곰TV에서 게임연출을 시작했다. 이후에 곰TV 클래식에도 참가했고, 지금까지 계속 게임연출을 하고 있다. 중간에 다른 게임도 한 적이 있다. 워3와 와우도 했었고, 창천과 카트라이더, 아바, 서든어택, 배틀필드까지 곰TV에서 진행한 리그는 거의 대부분 게임연출로 참가했다. 장기적인 리그도 있고 초청전이나 이벤트전까지 모두 참가했다. 지금 생각하니 많이도 했다(웃음).
게임연출 초반에는 힘든 점도 많았겠다.
정말 힘들었다.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고, 조언을 들을만한 사람도 없었다. 기본적인 마인드는 있었지만 구체적인 방법을 알지 못했다. 모두 일을 하면서 배운 것이다. 프로게이머 출신이다 보니 게임 내에서 이뤄지는 빌드나 교전 타이밍에 대한 지식은 있었는데 그것을 시청자에게 보여주는 기술이 많이 부족했다. 이 점은 경기 숫자가 많아지고 많은 일을 하면서 차차 나아진 것 같다.
곰TV 클래식에서는 지금 스타2에서 적용되는 정보 일부도 개발해서 보여줬던 기억이 난다.
그것은 정말 좋았다. 하지만 너무 많은 정보가 한번에 많이 보여지다 보니 힘들었다. 현재 스타2는 내가 확인하면서 메뉴를 고를 수가 있는데 당시에는 옆에 있는 사람이 필요한 정보를 찍어서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자동이 아니라 수동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정보는 많은데 적절한 상황에 맞는 것을 찾아서 보여주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옆에서 내가 필요한 것을 요구해야 보여지는 것이기 때문에 아쉬운 점이 많았다.
곰TV는 캐스터나 해설위원도 대부분 직원으로 채용한다. 그런데 본인은 프리랜서로 활동한다. 이유가 궁금하다.
나 역시 입사를 권유 받은 적이 있다. 곰TV 클래식을 하면서 다른 게임들도 같이 연출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는 개인적으로도 힘든 시기였다. 하지만 일을 많이 하면서 경제적으로도 괜찮아졌다.
어떻게 생각하면 꾸준하게 직원으로 일을 하면 좋기도 하겠지만, 곰TV 클래식 할 때는 리그를 하다가 중간에 쉬는 날도 많았었고 일이 많아진 상황에서 제시한 회사의 조건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하는 일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회사와도 프리랜서로 남기로 이야기를 하고 자유롭게 활동하게 된 것이다. 그때 당시는 프리랜서로 인정 받는 것이 좋을 것 같았고, 그런 욕심이 있었다. 만약 지금 다시 회사에서 입사 제의가 들어오면 긍정적으로 생각할 계획이다.
다른 방송국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온다면 어떨 것 같나?
프리랜서니까 회사에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회사를 설득하고 조율해서 허락하신다면 갈 것이다. 그런데 회사에서 반대를 한다면 가고 싶지 않다.
솔직히 다른 방송국보다는 MLG나 해외 대회에서 게임연출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더 많다. 해외에서 게임연출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가르쳐주고 싶다. 대회기간이 긴 것도 아니고, 영어를 굉장히 잘해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내가 가서 보여주고 싶다. 가끔 GSL을 능가하는 명경기가 나오는데도 게임연출을 보면 너무 아쉽다. 그런 것을 보면 속에서 뭔가가 끓어오르기도 한다. 그래서 이번에 블리즈컨에 참가하는 것이 너무 좋다. 해외의 수 많은 팬들 앞에서 제대로 된 경기를 보여주고 싶다.
그럼 GSL 결승 외에 블리즈컨 토너먼트도 게임연출을 하나?
그렇다. 작년에도 블리즈컨 토너먼트를 게임연출하긴 했는데 리플레이를 받아서 했던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내가 직접 게임연출에 참가한다.
◈ 마우스와 키보드 세팅하는 게임연출
최근 온게임넷에서 WCG로 스타2 중계를 시작했다. 게임연출 입장에서 본 느낌은 어땠나?
솔직히 굉장히 답답했다. 프로의 게임연출이라고 느껴진 경기가 하나도 없었다. 그 분도 게임연출만 전문적으로 하신 분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실망이 컸던 것 같다. 스타2 중계를 처음 한다고 게이머 출신 초보를 데려온 것이 아닌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실망했다. 내가 연출한 방송이나 해외 대회라도 챙겨봤다면 그런 실수를 안 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체력 바나 화면전환이나 단축키, 스타팅 포인트 연출 장면 등 초보적인 부분이 너무 많았다.
나는 게임연출을 맡게 되면 게임을 직접 해보기도 하지만, 내가 부족하면 게이머를 직접 불러서 플레이를 시키면서 지켜 본다. 스타2의 경우도 제작 맵의 경우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이 있다. 맵 제작자가 숨겨놓은 구조물이나 의도를 가지고 만든 요소는 게임을 해보지 않고, 연습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방송 시청 후 트위터에 남긴 이야기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개인적인 생각을 전한 것 뿐이고, 나 역시 기대가 컸기 때문에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을 남긴 것이다. 그럼에도 다른 분들이 보시기에는 내 의견이 곰TV의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었을 것 같다. 그 점은 내가 간과했고, 경솔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의외로 반사이익을 얻은 점도 없지는 않아서 고마운 면도 있다. 있을 때는 모르지만 없으면 느끼는 것처럼 내 존재감이 부각됐다는 것이 있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아쉬운 것이 1.4.0 패치다. 패치가 된 바람에 온게임넷이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 반영이 안 될 것 같아서 안타깝다. 컴퓨터도 교체하고 여러 가지 부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노력할 텐데 이번 패치로 인해서 또 모르는 부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연출도 더욱 준비하고 노력해야 한다. 이번 1.4.0 패치로 바뀐 점이 있고, 나는 그것을 게임연출 하는데 반영하고 있다.
평소에 게임연출 연습은 어떻게 하는지?
지금은 연습을 많이 하진 않는다. 스타2 베타 시절에는 (황)영재와 함께 게임에 많이 참여했다. 영재의 도움을 받아서 관전자 입장에서 수 많은 게임을 봤다. 영재가 개인방송에서 중계하는 경기가 굉장히 많았는데 그것을 보면서 실제로 중계하듯이 연습했다.
배틀넷에서 래더를 하다가도 아는 게이머들이 경기를 하면 함께 들어갔다. 그러면 그 안에서도 중계를 한다고 생각하고 연습했다. 직접 래더를 하지 않으면 방송과 똑같은 조건을 만들어서 마치 방송하는 것처럼 연습했다.
스타2는 옵저버 모드에서 스타1과 다른 요소가 많다. 모든 것을 습득하는데 얼마나 걸렸나?
대략 3개월 정도 걸린 것 같다. 게임을 많이 했을 뿐더러 많이 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습득됐다. 수 많은 게임을 하고 보면서 단축키도 알게 됐고, 손에 익숙해진 것 같다.
스타2에서 제공하는 옵저버 시스템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스타1과 비교했을 때 정말 좋다. 하지만 고쳐야 하는 부분도 많다. 그것 때문에 블리자드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초창기부터 블리자드 직원 분들에게 피드백을 줬었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부분을 수정해서 패치에 반영해준 것도 있고, 아직 적용되지 않은 것도 있다. 이번에 블리즈컨에 가게 되면 이야기 해줄 것이다.
예를 들면 유닛이 죽었을 경우에 시야의 문제로 인한 버그가 있다. 지금은 개인적으로 그것을 해결하는 노하우가 있긴 하지만 원활한 게임을 위해서는 수정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 많은데 블리자드에서는 모르고 있는 부분이다.
상태 창을 없애고 순간 전투 화면으로 전환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비결이 무엇인가?
멋있는 교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거나 게임의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장면일 경우 무조건 화면을 전환한다. 빠른 단축키 활용이 비결이다. 정해진 단축키를 정확한 타이밍에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스태프와 커뮤니케이션이 되는 것도 중요하다. 그 순간에 자막도 빠져야 하기 때문에 호흡이 굉장히 중요하다. 더 자세한 내용은 영업 비밀이다(웃음).
부드러운 화면 이동도 좋아하는 팬들이 많다.
비결은 마우스를 활용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한 원활한 화면 이동을 위해서 마우스를 활용한다. 수 많은 시행 착오 끝에 마우스 감도를 조정해서 알아낸 것이다. 그래서 게임연출을 위해서 키보드와 마우스, 마우스패드 모두 가지고 다니면서 사용한다. 집에서 연습하던 환경 그대로 경기장에서 세팅한다. 게임연출의 세팅도 게이머의 준비 작업 못지 않게 오래 걸린다.
아마 수 많은 사람들이 궁금한 내용일 것이다. 핵 발사 장면 놓치지 않는 비결을 알려달라.
촉을 잘 잡아야 한다(웃음). 선수가 핵을 사용할 것 같은 징후가 보인다면 무조건 화면지정을 해 놓는다. 내가 게임연출을 하면 화면지정을 6개를 사용한다. 게이머 할 때도 3개 밖에 안 썼는데...(웃음).
노력을 굉장히 많이 하고 연습을 계속해야 한다. 화면지정 숫자는 앞으로 더욱 늘릴 생각이다. 자세한 내용은 역시 영업비밀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지만, 결론은 화면지정과 무수한 연습이다. 그리고 핵 개발 장면을 잘 확인해야 한다. 동시에 여러 곳에서 핵을 개발하면 놓칠 수도 있다. 무조건 집중해야 한다.
어려운 질문일 수도 있다. 스타2에서 게임연출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가장 기본적인 것은 본인이 플레이를 잘해야 한다. 스타1을 아무리 잘한다고 하더라도 스타2에서 변경된 부분이 의외로 많다. 예를 들면 언덕을 뛰어 넘는 유닛도 생기고 다양한 스킬도 많이 생겼다. 관전을 많이 해서도 알 수 있지만 플레이를 많이 해야 그런 디테일 한 부분까지 모두 챙길 수 있다. 게임을 완벽히 이해해야 선수가 어떤 타이밍에 어떤 플레이를 할 것인지를 알 수 있고, 그걸 알고 있어야 정확한 게임연출을 할 수 있다.
그걸 알고 나면 선수 성향에 따른 게임연출도 가능하다. 같은 종족이지만 선수마다 게임을 풀어가는 방식이 미묘하게 다르다. 결론은 세 종족으로 고르게 게임을 잘해야 하고 완벽하게 이해해야 한다.
옵저빙이 게임 상황 이해나 실력에 영향을 끼치는 부분이 있나? 있다면 얼마나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
가장 좋은 것은 게임을 한 이후에 자기의 리플레이를 보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내가 게임연출한 화면만 보더라도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어느 정도 게임을 해 본 사람이라면 게임연출 화면만 보더라도 많은 부분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 중계진 멘트와 함께 게임 화면을 본다면 도움 되는 요소가 많다. 마우스의 움직임이 많은 것도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장면을 알려주는 것이다.
GSL이 끝난 뒤 나오는 스태프 스크롤에서 ‘게임연출
◈ 나는 GSL 게임연출 이다!
최근 연출한 게임 가운데 인상적인 경기를 꼽는다면?
2011 GSTL 시즌1 플레이오프 6세트에서
그렇다면 지금까지 연출한 경기 가운데 가장 명경기를 소개한다면?
두 선수가 서로 공격으로 치고 받는 부분도 좋았고, 게임연출 할 요소도 많았다. 경기를 내내 주도한 박수호의 공격도 멋졌고, 위기 상황에서 의료선을 띄워서 경기를 뒤집은
게임연출 입장에서 좋아하는 선수가 있다면?
(최)지성이도 성원이와 비슷한 이유다. 처음 스타테일 팀에 가서 지성이를 만났는데 한눈 팔지 않고 묵묵히 연습만 하는 모습이 너무 멋졌다. 나도 선수 생활을 해봤지만 감정 컨트롤을 잘해야 큰 선수가 될 수 있는데 그런 면에서 지성이는 최고다. 물론 지성이의 게임도 재미있어서 게임연출하기 좋은 요소들이 많다.
다양한 종족전 가운데 게임연출하기 가장 힘든 경기는 무엇인가?
아무래도 가장 힘든 건 테테전이다. 테테전이 바이오닉과 메카닉이 고루 사용되기 때문에 생각보다 경기 진행이 빠르다. 길어서 그런 것도 있고(웃음).
테란의 특징 가운데 지게로봇이 있기 때문에 테란의 경기는 역전의 여지가 많다. 테란은 지게로봇의 존재로 경기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데다 테테전이라면 그럴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테테전은 변수가 굉장히 많이 발생할 수 있다. 패치 되기 전에는 지옥불 화염차 활용으로 인한 변수도 많았고, 1.4.0 패치가 되면서는 바이오닉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그런 것으로 보여줘야 할 요소가 더 많아진 것 같다.
그 다음으로 힘든 것이 저저전이다. 스타1 같은 경우는 동족전이 수월한 편이었는데 스타2는 동족전이 더 힘들다. 저저전 같은 경우는 맹독충 활용이나 점막에 따른 경기변화도 잡아야 할 것이 많고, 프프전은 세 가지 동족전 중에 가장 쉽긴 하지만 힘들다.
종족별로 지게로봇, 여왕의 활용과 점막, 증폭 3가지 요소가 동족전 게임연출의 변수이고 힘든 요소다.
최근 스타2 밸런스에 대한 의견은 어떤가?
나도 테란 유저지만 테란은 사기다(웃음). 병영 건설 시간을 5초 늘렸지만 영향이 없다. 궤도사령부 타이밍이 5초 늦는 것 뿐이지 차이가 없다. 지게로봇을 패치를 하던지, 병영을 15초 정도로 늘리던지 해야지...
테란이 장기전에 돌입하면 다른 종족을 상대할 때 지게로봇이 너무 강하다. 지게로봇의 소환 숫자를 줄이던지 인구수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환 숫자는 밸런스에 너무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으니 장기전을 갔을 때에 대비해서 인구수를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니면 소환 반경이라도 제약을 둬야 한다. 정말 시급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기본 유닛의 경우 저글링의 유닛 크기를 손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작은 유닛임에도 불구하고 게임에서 인식되는 크기가 크다. 그것 때문에 해병과 효과적인 전투가 안 되는 것 같다. 그 부분만 조정하면 해병에게 공격하는 숫자도 많아지고 전투도 훨씬 효율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 때문에 애벌레 펌핑 후 저글링 올인 같은 것도 힘들다.
승강전 재경기나 테테전 우주전쟁 등 장기전이 생기면 게임연출에 영향이 있겠다.
분명히 집중도가 떨어지긴 한다. 그런데 굳이 그걸 싫어하진 않는다. 힘들긴 하지만 어차피 내가 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 발생해야 리그에서 스토리도 생기고 게임을 보는 분들의 재미도 늘어나는 것 아니겠는가? 어깨가 빠지고 눈은 충혈되지만(웃음)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재미있다. 힘들긴 해도 아직까지 체력이 받쳐주기 때문에 괜찮다.
◈ 영원한 e스포츠人, 게임연출
얼마 전에는 프로젝트A에서 홍진호의 코치로 출연하기도 했다.
재미있기도 했지만 많이 아쉽다. (홍)진호가 올라갔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예선을 준비하면서는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부족했던 프로토스전에서 져서 너무 안타까웠다.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완벽하게 준비된 상황에서 출전하지 못했다. 진호도 그것을 알면서도 도전에 응했고, 그 점이 너무 고맙다. 준비기간이 조금만 길었다면 좋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그럼 다른 선수로 프로젝트A 시즌2를 한다면 어떨까?
정말 강력하게 추천하는 선수가 있다. 바로 강민이다. (강)민이는 계속 만나는데 지금도 고민하고 있다. 게이머를 다시 할까 해설로 복귀할까 고민하는 중이다. 나는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조언했다. 민이라면 정말 연습에 집중해서 선수로 복귀할 수 있는 소양을 갖춘 선수기 때문에 민이가 프로젝트A에 도전한다면 진호보다 성공할 확률이 아마 10배는 높을 것이다(웃음). 민이랑 프로젝트A 시즌2를 한다면 정말 재미있을 것이다.
민이는 요즘 다른 종족도 플레이하는데 모두 상위권이다. 초반에는 프로토스만 했는데 어느 순간 저그만 계속하다가 요즘에는 테란만 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연출하는 방송도 모두 본다. 방송이 끝나면 그날 경기에 대한 소감을 문자로 보내기도 한다.
민이는 만약 지금 스타2 해설을 할 수 있다면 아마 (김)정민이보다 더 잘할 것 같다. 정민이는 스타2에 올인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지만, 민이는 스타2에 집중할 수 있었다. 지금 공익이라는 신분 제약이 있기 때문에 불가능하지만 소집해제 된다면 스타2에 좋은 인재가 될 것이다. 민이는 준비된 인재다(웃음).
코칭스태프로 활동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
내가 만약 코칭스태프를 한다면 선수들을 정말 강하게 키울 것 같다. 스파르타(웃음). 그런 지도를 받아 들일 수 있는 정도의 선수라면 대성할 것이다.
내 성격이 할 때는 하고 놀 때는 노는 편이고, 나 역시 선수 생활을 하면서 그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에 선수들은 그렇게 해야 한다. 앞서서 말한 것처럼 게이머로 생활하려면 정말 술, 담배, 여자를 멀리해야 한다.
기사도
내 나름대로는 차이가 크다고 생각한다. 화면이동과 같은 기본적인 요소는 내가 많이 알려줘서 좋아졌다. 그런데 경기 내에서 자세한 요소 활용이나 미니 맵을 놓치는 것들은 단점이다. 하지만 꾸준히 방송도 했고, 열심히 게임을 보기 때문에 잘하긴 한다.
영재 한 수 위에 글로벌 게임연출이 있고 그 한 수 위에 내가 있다(웃음). 두 사람 모두 내가 게임연출을 가르쳐준 사람들이다.
임요환은 30대 게이머로 활동하고 있다. 게임연출은 몇 살이 정년이라고 생각하나?
최대한 길게 잡아야 할 것 같다(웃음). 게임연출도 반응 속도가 떨어지고 집중력이 저하된다면 못할 것이다. 내가 정의를 내릴 수 없긴 하지만 나이를 먹을 수록 힘들다는 점은 게이머하고 마찬가지다.
게임연출을 위해서도 게임을 계속해야 하고, 경기 내내 게임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더 이상 따라가지 못하겠다고 생각하면 그만 둬야 할 것 같다.
게임연출 외에 e스포츠 계에서 하고 싶은 일이 있나?
해설 제의도 받았었고, 해설을 하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해설보다 게임연출을 잘하고 자신 있다는 생각이 든 순간 해설에 대한 두려움이 많아졌다.
지금도 해설을 잘할 자신이 있고, 특정 사람보다는 잘한다고 생각한다. 곰TV 클래식 마지막 시즌에 해설 제의가 들어왔었는데 농담으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내가 게임연출을 잘하는데 무슨 해설이냐’ 라고 말했었다. 그런데 회사에서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을 해설위원으로 발탁했다(웃음). 그 때 한다고 했다면 아마 해설과 게임연출을 같이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방송에 나가서 말하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기 때문에 해설도 하고 싶긴 하다. 물론 상황을 잘 표현하고 조리 있게 말을 하는 부분과 지식이 부족한 점은 더 배우고 공부해야 한다. 기회가 된다면 해설을 하고 싶은 생각은 있다.
마지막으로 e스포츠 팬들에게 한마디 전해달라.
앞으로 스타2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스타2가 국내에서는 흥행이 안됐다느니 전작만 못하다느니 부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게임이다. 그리고 해외에서는 전작을 훨씬 뛰어넘는 인기를 누리고 있고, 앞으로 더 크게 발전할 여지가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GSL을 비롯한 국내 리그는 물론 해외 리그에서도 선전하는 한국 게이머들에게도 많은 응원 부탁 드린다. 온게임넷에서도 스타2 중계를 선보이기도 했고, 곰TV에서도 더욱 멋지고 재미있는 게임연출 보여드릴 테니 사랑과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