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산 탱크액션 MMOG <월드 오브 탱크>가 한국을 정조준했다. 포문은 오는 10일 개막하는 지스타 2011에서 열린다. 11월 11일, 워게이밍넷은 지스타가 열리는 부산 벡스코에서 한국 진출을 위한 기자간담회를 갖는다. 사실, 워게이밍넷의 지스타 출전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지스타 2011 B2C 부스 배치도가 나오면서 출전 사실이 확인됐을 정도다.
왜 <월드 오브 탱크>는 한국에 오려고 할까? 준비는 얼마나 했을까? 11일까지는 일주일이 남았지만, 디스이즈게임은 지난 8월 독일 퀼른에서 열린 게임스컴 2011 현장에서 워게이밍넷을 먼저 만날 수 있었다. 빅터 키슬리 대표이사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디스이즈게임 이재진 기자
※ 이 인터뷰는 지난 8월 독일에서 진행됐습니다. 게재가 늦어진 점 양해를 구하며, 본문에 나오는 각종 수치는 8월 중순 기준임을 일러둡니다.
지스타 2011 때 한국에 오는 빅터 키슬리 대표이사.
“<월드 오브 탱크>, <네이비필드>에서 영감을 받았다”
지난 8월 초, 게임스컴 출장을 준비하던 중에 워게이밍넷이 한국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는 정보가 입수됐다. 마침 유럽에서 급성장하고 있던 워게이밍넷은 게임스컴 B2C관과 B2B관에 모두 출전하기로 확정돼 있었던 상황. 무작정 보낸 취재 요청 이메일에 워게이밍넷은 흔쾌히 답장을 주었고, 8월 중순 게임스컴 B2B관 워게이밍넷 부스에서 빅터 키슬리 대표를 만났다.
그는 호탕하고 열정적인 게이머이자 게임 개발사 대표였다. 서비스 마인드도 투철해 보였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사실은 <월드 오브 탱크>를 개발하게 된 계기였다. 익숙한 게임명이 빅터 키슬리 대표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네이비필드>에서 영감을 받았다. 나는 게임 디자이너들과 <네이비필드>를 즐겨 했는데, 하다 보니 너무 오래된 게임이었다. 그래서 비슷한 콘셉트로 탱크 게임을 만들어 보자고 결정했다. 100% 같지는 않지만, <월드 오브 탱크>의 테크트리를 보면 <네이비필드>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월드 오브 탱크>의 소비에트 연방 진영 탱크 테크트리.
<월드 오브 탱크>의 성공을 발판 삼아 차기작 <월드 오브 배틀쉽>을 개발하고 있다.
※ <월드 오브 탱크>: 최대 15:15로 탱크 전투를 벌일 수 있는 PvP 액션슈팅 게임. 기본 게임모드는 깃발뺏기 요소가 가미된 팀 데스매치로, 상대편 탱크를 모두 파괴하거나 점령지를 차지하는 쪽이 이긴다. 전략적인 팀플레이가 중요하고, 클랜전도 가능하다. 독일, 소비에트 연방, 미국 탱크가 150종 이상 등장한다. 지난 8월 전 세계 등록회원 500만 명을 돌파했으며, 올해 유러피안 게임 어워드에서 ‘베스트 유러피안 온라인 게임’ 상을 받았다. 부분유료로 서비스 중. |
“한국에서 직접 해봤더니, 핑이 너무 높았다”
그는 한국에 대해 꽤 많이 알고 있었다. 중국에서 흥행돌풍을 일으킨 <크로스파이어>도 잘 알고 있었고, 한국에도 몇 차례 왔다갔다고 했다. 불고기도 맛있고, 서울이란 도시도 좋단다. “우리 게임이 좀 한국 스타일이다”고 말하는 그의 표정에서 멀리 한국에서 온 기자와 한국 진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묘한 흥분을 느낄 수 있었다.
유럽과 미국에서 <월드 오브 탱크>로 기반을 다진 워게이밍넷은 작년 여름 무렵 아시아 진출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한국에 왔었고, 중국에 갔었고, 일본에도 다녀왔다. 이 중 중국은 외국업체가 직접 서비스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 파트너사를 통해 올해 3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게임스컴 2011 B2B관 워게이밍넷 부스 내부 모습. 상담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많은 퍼블리셔들과 만났다. 그는 한국에 진출하려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명쾌하게 대답했다. 서버가 한국에 없어 핑(ping)이 너무 높아 한국 유저들이 제대로 게임을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호텔에서 직접 노트북으로 <월드 오브 탱크>를 플레이해 봤다. 즐기기 힘들었다. 500 핑은… 좀 높다. 그래서 우리가 한국, 일본, 태국 등의 시장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전에는 <월드 오브 탱크>가 큰 성공을 거둔 러시아 시장에 집중해서 돈 벌기 바빴다. 이제는 자리를 잡았고, 다른 대륙을 바라볼 여력이 생겼다. 한국 게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월드 오브 탱크>로 우뚝 일어선 워게이밍넷이 한국을 겨냥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 같았다.
“민감한 게임이기에 고객 대응이 섬세해야 한다”
어느새 주어진 인터뷰 시간 30분 중 절반이 지나고 있었다. 한국 진출에 대한 의지와 이유는 이해가 됐으니 이제 진출 방식을 물어볼 차례였다. 둘 중에 하나였다. 직접 서비스, 혹은 파트너(한국 퍼블리셔) 선정. 빅터 키슬리 대표는 여전히 고민 중이라고 확답을 피했지만, 여건이 된다면 직접 서비스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뜻을 조금씩 드러냈다. 물론, 확정적인 대답은 하지 않았다.
“파트너에게 준다면 제대로 서비스하지 않아서 실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월드 오브 탱크는) 굉장히 민감한 게임이기 때문에 커뮤니티 관리, 고객 대응, 홍보 등을 매우 섬세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 깨달았다. 한국과 일본에서 아시아 관계자들과 만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서울에는 한국 직원이 있어야 하고, 일본에는 일본 직원이 있어야 한다.”
게임스컴 2011 B2C관 워게이밍넷 부스 내부. 관람객들이 계속 모여들었다.
그는 ‘PC방’이란 단어를 한국어로 능숙하게 발음할 정도로 한국 시장을 공부한 상태였다. (한국) 사람들과 이야기 중이고, (한국) 사람을 찾고 있다고 했다.
“우리를 위해서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 한국 퍼블리셔들과 많이 논의해 봤다. 어떤 퍼블리셔는 한국 스타일이 아니라고 주저하다가도 중국에서 론칭하니까 긍정적으로 태도를 바꾸더라. 러시아에 진출할 때도 틈은 없었다. 우리가 시장을 만들어 냈다. 그들은 어디에도 없던 유저들이다.”
※ 워게이밍넷: 유럽 동부 벨라루스(구소련 해체와 함께 1991년 독립)의 개발사. 1998년 설립된 이래 PC용 전략 게임 한 우물만 팠다. 회사의 모토는 ‘전략적인 만족’. 2000년 첫 상업 게임 <DBA 온라인>을 론칭한 후 <매시브 어썰트> 시리즈로 이름을 알렸다. 2010년 10월 러시아에서 론칭한 <월드 오브 탱크>가 성공을 거두면서 유명세를 탔고, 2011년 4월에 미국과 유럽 서비스도 시작했다. 현재 후속작 <월드 오브 워플레인>과 <월드 오브 배틀쉽>을 개발 중이다. |
“지금은 돈이 있고, 한국에 가고 싶다”
<월드 오브 탱크>는 얼마나 잘나가고 있을까? 첫 시장은 러시아였는데, 굉장히 잘됐다. 빅터 키슬리 대표는 인터뷰가 진행된 8월 중순 기준의 러시아 최고 동시접속자 수가 18,030 명이라고 했다. 유럽에서는 4만~5만 명의 동시접속자를 기록 중이고, 미국 동시접속자는 2만5,000 명을 넘는다. 유럽과 미국 수치 역시 8월 중순 기준이다.
빅터 키슬리 대표는 인터뷰룸의 대형 TV에 러시아 검색포털을 띄운 다음,
검색창에 ‘월드’를 입력하기 시작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보여주었다.
그래서 얼마나 벌고 있냐는 질문에 빅터 키슬리 대표는 자세한 수치는 밝히지 않았다. 대신 “매달 수백 만 달러의 매출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1년 전에 우리는 한국에 진출할 돈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우리는 돈이 있다. 벌어들이는 돈은 게임 개선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워게이밍넷은 서비스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러시아 운영팀만 200명 수준인데, 교대로 고객대응을 하고 있다. 미국 서비스를 위해 샌프란시스코에 지사를 세우고 <월드 오브 탱크>를 운영하는 중이다. 유럽을 위해서는 프랑스 파리에 지사를 세울 계획이다.
“한국에서 수천 명이 미국 서버에 접속한다”
그는 현실적이었다. 한국에서 <월드 오브 탱크>를 직접 서비스할 경우 따를 위험도 아는 듯했다. 그래도 여전히 직접 유저들을 챙기고 싶다는 마음은 강해 보였다. 차곡차곡 기반을 쌓아올리는 좋은 경험을 러시아에서 제대로 했던 점은 워게이밍넷의 커다란 자산이다.
“러시아에서는 50명의 유저로 시작했다. 아주 작은 핵심 커뮤니티에서 시작해 성장하고, 성장하고, 또 성장했다. 여전히 관심을 가진 한국 퍼블리셔들이 있다. 지금은 지켜보는 중이며, 어떻게 우리가 직접 서비스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 한국 서비스를 위해서는 포털의 힘이 필요할 것이다.”
게임스컴 2011 <월드 오브 탱크> 체험대는 탱크 포탑의 형태였다.
지스타 2011 워게이밍넷 부스에서도 탱크를 볼 수 있을까?
빅터 키슬리 대표는 인터뷰 내내 사람을 강조했다. 사람을 찾고 있으며, 사람이 문제라고 했다. 정직하고 좋은 사람, 특히 온라인게임 서비스 경험이 많다면, 함께 이야기하며 여러 가지 준비하고 싶다는 뜻을 보였다.
“수천 명의 한국 유저들이 미국 서버에서 <월드 오브 탱크>를 즐기며 결제도 하고 있다. 유저가 있다면 우리는 그 지역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월드 오브 탱크>의 한국 진출 전략은 11월 11일 부산 벡스코 지스타 현장에서 열릴 기자간담회에서 윤곽이 드러날 예정이다. 관람객들은 B2C관의 워게이밍넷 부스에서 <월드 오브 탱크>를 만날 수 있다. ‘탱크 파워’를 한국에서 쾌적하게 만끽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