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앱스토어와 네이버 소셜앱스에서 서비스 중인 소셜게임 <에브리타운>은 서비스 첫날 약 2천5백만 원의 매출을 기록한 이후, 현재 한 달에 약 70만 명이 게임을 즐기며 월 2억 원 이상 매출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그야말로 <에브리타운>은 소셜게임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에브리타운>에 이은 후속작 아이돌 육성 게임 <에브리스타> 역시 싸이월드 앱스토어에서 7위를 기록했다. 현재 10위 안에 2개의 게임을 서비스하는 곳은 피버스튜디오가 유일하다. 또한 지난 10월에는 스마트폰 게임인 <에브리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피버 스튜디오의 신작은 웹게임과 모바일게임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은 수월하지 않았다. 개발자금이 모자라 외주 작업과 게임 개발을 병행했고 한 달 이상 서버가 다운 되는 등의 어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꿋꿋히 그는 게임을 개발했다. 디스이즈게임은 피버 스튜디오의 김대진 대표를 만났다. /디스이즈게임 남혁우 기자
피버스튜디오 김대진 대표.
■ 힘든 상황에서도 게임개발은 포기할 수 없었다
김대진 대표는 아주대학교 교통공학과를 졸업하고 소넷아이네스에 입사, 인터넷사업부에서 검색엔진을 개발했다. 2003년 제이인터렉티브라는 플래쉬게임 개발사로 이직하면서 그의 게임 인생은 시작됐다. 2007년 엔씨소프트에 회사가 인수되자 김대진 대표는 10개월 후 사표를 제출했다.
“엔씨소프트는 좋은 회사지만 저와는 방향이 달랐습니다. 엔씨소프트는 하나의 고퀄리티 게임을 개발해야 하므로 수 년간 그 곳에 집중할 수 밖에 없죠. 하지만 저는 계속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빠르게 개발해 선보일 수 있는 브라우저 게임, 그 중에서도 캐주얼 게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2007년 3월 엔씨소프트를 퇴사한 김대표는 강남역 근처 오피스텔에 피버스튜디오를 설립했다. 그 때 당시의 인원은 고작 2명이었다.
자신만의 게임을 개발한다는 꿈을 안고 창업했지만 설립 초기에 매출이 없어 자금난에 허덕였다. 자사의게임 개발보다 타 업체의 일을 맡는 외주 제작에 더 많은 힘을 쏟았다. 낮에는 외주 작업하고 밤에는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는 식이었다.
외주 제작의 비중이 늘어나자, 점차 자신이 게임 개발자인지 외주 제작자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그런 상황에서도 플래쉬 온라인 카드배틀 게임<연금술사 TCG>를 개발해 넷마블에 서비스했다.
또한 네이트 앱스토어에 론칭한 <버디스매시>, <버디팡>, <틀린그림찾기>등을 100만 명 이상이 설치하는 등 인기를 모으며 피버 스튜디오의 이름을 조금씩 알리기 시작했다.
“게임 개발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고 가장 자신있는 일이었습니다. 힘들었지만 게임 개발을 포기할 순 없었습니다. 외주 제작하는 동안에도 게임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표를 잊은 적이 없습니다”
피버스튜디오 개발 팀원. 오른쪽 벽의 “인생 한방이다”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 "3년간 그림을 그리고 지웠다"
하지만 매출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특히 소셜게임은 수익모델이 없었기 때문에 애초에 매출을 기대할 수 없었다.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것도, 유저들이 그 게임을 재미있게 즐기는 것도 저에겐 무척 중요하고 감사한 일입니다. 하지만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으로서는 매출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무리 개발이 좋고 유저와의 소통이 좋더라도 결국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요”
김대진 대표는 마지막 개발이라는 생각으로 선택한 장르는 농장 경영게임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미 징가의 <팜빌>이 페이스북 시장을 점령하고 있었다. 그 외에도 <팜빌>을 따라 한 수많은 농장경영게임이 시장에 나온 상태여서 사람들은 모두 그의 의견을 반대했다.
김대진 대표는 주위의 우려를 반대로 생각했다. 게임이 한 장르에 많이 몰려있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크다는 것을 말하기 때문. 이미 성공한 게임을 통해 정확한 유료화 모델을 만들 수 있고 타깃을 확실하게 잡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또한 피버 스튜디오가 게임을 개발해온 노하우로 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 김 대표는 그래픽을 승부처로 정했다.
“게임에서 유저가 가장 먼저 접하는 것은 바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서 만족시키지 못하면 유저들의 유입을 늘일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업체가 기술과 아이디어를 차별화 할 때 우리는 그래픽으로 차별화를 두고 싶었습니다. 같은 장르의 게임이라면 그래픽이 더 좋은 우리게임을 플레이 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또한 그래픽 퀄리티가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타 업체들이 쉽게 흉내내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도 있었습니다. 그래픽을 활용한 일종의 개발 허들인 것이죠”
김대진 대표는 <에브리타운>개발 전부터 누가 봐도 부담 없는 그래픽 스타일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너무 귀엽고 아기자기하거나 또는 너무 사실적인 느낌을 경계했다. 설립 초기부터 함께 한 디자인팀장이 계속 그림을 그리고 지우기를 3년쯤 반복할 무렵, 시장에 나와도 괜찮겠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피버스튜디오는 게임의 모든 그래픽을 원화로 작업한다. 같은 건물이라도 벡터로 그리면 하루에 2~3개는 그릴 수 있는 반면 원화는 빠르면 하루에 하나, 늦으면 이틀에 하나를 그릴 수 있다. 그림이 복잡할수록 시간 차이는 더욱 늘어난다.
하지만 벡터로 그릴 수 없는 섬세한 작업과 독특한 느낌을 낼 수 있는 게 원화의 장점이다. 또한 원화가 게임에 그대로 들어가니 원화가의 만족도 역시 높아졌고 작업효율도 늘어났다.
“우리 디자인팀의 장점은 원화를 예쁜 퀄티리로 빠르게 제작한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웬만한 업체들과 업데이트 경쟁을 해도 이길 수 있을 정도의 자신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초기엔 정말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그림체의 콘셉트를 잡았음에도 하루에도 수십 번씩 게임의 기본인 마이홈과 농장을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했죠. 사실 동일한 사람이 그리다 보니 그릴 때 마다 차이도 별로 안 났습니다. (웃음)”
다시 그림을 그리고 지우기를 4개월 정도 반복하면서 그래픽 아티스트의 실력도 점차 늘어갔다. 그러던 어느 순간, 무엇인가 느껴지는 그림이 완성됐다.
“그림 자체의 퀄리티도 좋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했던 건 독특함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그렸을 때 이렇게는 안 그리겠다는 느낌이 중요했죠”
■ 결국은 게임성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제작비가 부족한 피버스튜디오는 외주 작업으로 돈을 벌면서 게임을 개발했다. 이로 인해 개발 인력이 너무 절실했다. 직원들은 회사 밖을 거의 나가지 못했고, 먼저 작업을 마친 사람이 바로 다른 작업에 투입된 터라, 개발과정이 뒤죽박죽이었다.
어렵게 탄생한 게임이 바로 <에브리타운>이다. 이 게임이 출시되자 마자 15만 명 이상이 몰려들었다. 대박 가능성도 매우 높아졌다. 하지만 머지 않아 서버에 문제가 생겨 무려 한 달간 서버 점검을 실시했다.
“진짜 울고 싶었습니다. 소셜 게임 개발사들은 대체로 영세하다 보니 게임을 만들고 DB를 연동하더라도 서버를 구입해야 하는 금전적인 현실에 부딪힐 때가 있습니다. 게다가 저희는 워낙 많은 사람이 몰려 SK컴즈가 지원하는 서버로는 버틸 수가 없었죠.”
유저들에게 기다려 달라고 카페에 글을 올리는 게 피버스튜디오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어떤 방법도 쓸 수 없었고 그저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다려야 했다. 직원들에게도 마찬가지로 기다려달란 말이 김대표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다행이 초기 반응이 좋아서인지 한달 후 서버가 복구 될 때까지 많은 유저들이 서버 오픈을 기다려줬다.
“많은 유저들이 기다려줘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유저들이 게임을 떠나지 않은 이유는 아무래도 게임의 퀄리티가 높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원들도 유저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지켜봤기 때문에 서버가 중단되더라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죠. 결국 게임의 성패를 가르는 건 결국 게임성과 특색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홍보를 크게 하더라도 게임성이 부족하면 떨어지기 마련이더군요”
■ 끊임없이 재미를 추구하고 싶다.
피버스튜디오는 <에브리타운>과 지난 10월 27일 오픈한 아이돌 육성 소셜게임 <에브리스타>가 각각 싸이월드 앱스토어 4위와 7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개발사 중 유일하게 2개의 게임이 10위안에 포함됐다.
또한 최근 NHN과 손잡고 개발한 스마트폰 용 농장경영게임 <에브리팜>은 전체 아이폰 어플 매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소셜 게임과 모바일 게임은 트렌드를 맞춰 경쟁이 심화되기 전에 빨리 만들고 업데이트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전에 자신만의 색을 만들어내는 게 우선돼야 합니다. <에브리타운>도 원화를 사용해 개성을 창출하는 것이 오래 걸렸을 뿐입니다. 실제 게임 개발은 6개월이었습니다.”
“후속작인 <에브리스타> 역시 주요 시스템인 아바타 시스템은 3년 전에 제작한 것이고, 실제 개발 기간은 6개월 정도로 짧습니다. 그 이후로는 유저들의 반응을 살피며 함께 만든다는 생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개발은 6개월 단위로 빠르게 이어질 계획입니다”
<에브리타운>의 후속작 <에브리스타>.
“소셜 게임은 여러 번의 도전 기회를 가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1년동안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느라 시간을 오래 끌며 제작한 하나의 게임보다 필요한 기능만 추가하고 개성을 살린 게임 2개를 오픈하는 것이 더 성공확률이 높다는 것이죠.”
“게임성을 신경쓰지 말고 무조건 빨리 개발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오픈 할 때에는 게임의 재미를 강조하고 이후 필요한 것은 차차 업데이트로 추가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의 게임을 오래 개발하다 보면 개발하는 사람 자체가 제작에 대한 흥미와 의욕이 떨어집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게임의 재미도 떨어지겠죠”
김 대표에게 소셜게임은 도전이자 재미다. 2011년이 큰 의미가 있었던 그에게 2012년 목표는 무엇일까?
“저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고 재미를 느낍니다. 앞으로도 계속 재미있는 것을 만들고 도전하고 싶습니다. 6개월 간격으로 꾸준히 신작을 개발하고 중국, 일본 등 해외시장, 그리고 가장 큰 소셜게임 시장인 페이스 북에도 진출할 계획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인 목표라면 조심스럽긴 하지만 해외에서 의미 있는 매출을 달성하는 겁니다. 예를 들면 수출의 탑 수상 또는 하나의 게임으로 월 1억 원 순수익 정도일까요.(웃음) 그래야 해외에서도 국내 게임을 인정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게임은 아직 해외에 내세울 만한 특징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일본은 양질의 IP가 많고 중국은 인력을 바탕으로 엄청난 게임양을 자랑합니다. 지금으로선 소셜 게임 버전 <메이플스토리>가 국내 게임을 알리는 역할에 가장 근접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에브리타운>역시 세계에 국내 게임을 알릴 수 있는 그런 케이스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