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맥스는 1995년 12월 국내 게임시장에 한 획을 그은 <창세기전>을 선보였다.
<창세기전>을 보완 발전시킨 <창세기전 2>는 인간과 신을 오가는 스케일, 흑태자처럼 십 수년이 지나도 회자 되는 강렬한 캐릭터성, 수준 높은 그래픽, 공중전과 국지전, 해상전을 오가는 다양한 전투, 맵 전체를 아우르는 화려한 연출의 초필살기, 비나 눈, 안개 등 환경을 활용한 전술 등으로 당시 유저에게 많은 인기를 받으며 소프트맥스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이후에도 <창세기전 외전 서풍의 광시곡>(이하 서풍의 광시곡) <창세기전 외전 템페스트>(이하 템페스트) <창세기전 3> 등을 매해 발매하며 수준 높은 그래픽과 스토리, 게임성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창세기전>은 2000년 12월 <창세기전 3 파트 2>를 마지막으로 후속작이 나오지 않았다.
이후 리메이크 또는 후속작을 바라는 유저의 요청에도 소프트맥스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그렇게 강산을 한번 바뀔 시간인 10년을 넘어 12년이 지난 지금 <창세기전> 시리즈의 후속작인 <창세기전 4>가 온라인으로 새롭게 모습을 드러냈다.
소프트맥스는 <창세기전 4>를 개발하며 어떤 고민이 있었을까? MMORPG로 바뀌는 <창세기전>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디스이즈게임은 <창세기전 4>를 개발하는 소프트맥스 온라인사업2부 최연규 이사와 창세기전개발실 이득규 실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디스이즈게임 남혁우 기자
■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노력
<창세기전 4>의 기획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이 당시는 <마그나카르타 2>가 개발 중이었기 때문에 본격적인 개발은 2009년부터라 말할 수 있다.
이후 소프트맥스는 2002년 <테일즈위버> <SD건담 캡슐파이터> 등 온라인 게임을 차례로 선보였다. 이 과정에서 온라인게임의 특징을 파악하고 운영 노하우도 조금씩 쌓아 나갔다. 이 2개의 온라인게임은 지금도 서비스 중이다.
자신감을 얻은 소프트맥스는 자사의 인기 브랜드인 <창세기전> 시리즈를 다시 꺼내들었다. 그리고 온라인게임으로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창세기전>의 특징은 두 가지. 몰입감을 안겨주는 독특한 캐릭터성과 게임 전반에 흐르고 있는 깊이 있는 스토리다. 태어난 지 10년이 넘은 캐릭터 흑태자는 아직도 인기게임의 검사들과 비교되고 있으며 그의 필살기인 '아수라파천무'의 동영상은 인터넷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 소프트맥스 개발진들은 <창세기전 4>에서 원작의 느낌을 살리는 게 흥행의 관건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발매된 지 10년이 넘은 타이틀의 후속작을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상당수의 개발자들은 <창세기전 3 파트 2>가 발매된 2000년 이후에 입사했기 때문이다.
개발자들의 <창세기전> 시리즈의 공감대를 얻기 위해 소프트맥스는 이 게임의 모든 플레이 영상을 노출하는 것이었다. 총 460여 시간에 달하는 플레이 영상을 직원들이 자주 방문하는 탕비실에 방영했다. 이 덕분에 게임 경험이 없던 개발자와도 이야기가 통하기 시작했다. 또한 자신이 기억하고 있던 것과 다른 부분을 명확하게 알게 됐으며 숨겨진 명대사도 찾을 수 있었다.
또한 시리즈 대대로 호평을 받은 그래픽과 사운드도 계승했다.
<창세기전>의 그래픽은 유명인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었다. 만화가 김진이 일러스트를 담당한 <창세기전>과 <창세기전 2> 그리고 <창세기전 3 파트 1, 2>의 캐릭터를 담당했던 김형태 AD가 유명했다. 하지만 이들은 <창세기전 4>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래픽 작업에 유명인사를 참여하지 않았지만 <창세기전> 모든 시리즈의 아트 디렉터를 맡은 전석환 부장이 이번에도 참여해서 <창세기전>의 명맥을 유지한다. 그는 캐릭터의 모습은 조금 달라지더라도 세계관의 분위기와 느낌은 시리즈를 계승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사운드의 경우, 성우와 OST에 중점을 두었다.
<창세기전 외전 템페스트>부터 성우를 적극 활용하며 시리즈의 세계관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만큼 <창세기전 4>에서도 이전에 참여한 성우의 목소리를 통해 기존 시리즈의 느낌을 살릴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창세기전 3>에 등장한 살라딘의 피리 연주처럼 게임 OST에도 중점을 둘 생각이다. 이를 위해 그동안 <창세기전>에서 OST 개발을 맡은 작곡가와 연주가가 다시 참여했다.
최연규 이사는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살펴보면 기존 패키지 게임 <워크래프트>시리즈의 콘텐츠와 역사를 온라인에 잘 녹여냈다. <창세기전> 시리즈도 어느정도 세계와 역사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그런 <창세기전>만의 콘텐츠와 역사를 계승해 단순히 사냥과 레벨업만이 아닌 우리만의 느낌과 세계관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 중”라고 말했다.
■ 시간의 틈새을 따라가는 시공의 나선
<창세기전 4>는 <서풍의 광시곡>의 오프닝인 인페르노 탈출에서 시작한다.
<창세기전 2>나 <창세기전 3>가 아닌 외전인 <서풍의 광시곡>을 게임의 오프닝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득규 개발실장은 “2D 게임화면에서 3D로 넘어가며 시작하는 오프닝 영상은 당시에도 임팩트가 강했다. 게임 인트로에 그런 강렬한 기억을 되살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원작의 분위기를 얼마나 잘 살리는지가 관건이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실제로 <서풍의 광시곡>과 <창세기전 4>의 오프닝을 만든 사람도 같다. 당시에는 신입사원이었던 분이 이제는 부장님이다(웃음)”고 덧붙였다.
<창세기전 4>는 <서풍이 광시곡>의 시대에서 시작한다 . 많은 사람들이 <창세기전 2>를 높게 평가하지만 실제로 <서풍의 광시곡>부터 즐긴 유저가 많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게임 속 시대상으로도 과거와 미래의 중간단계로 가장 게임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시작단계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서풍의 광시곡>의 이 장면이,
<창세기전 4>에서는 이렇게 구현됐다.
<창세기전> 시리즈는 <창세기전 2>의 중세를 시작으로 <서풍의 광시곡>의 르네상스에서 <창세기전 3 파트 2>의 SF 여기에서 다시 중세로 돌아가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한히 반복되는 세계관을 갖고 있다.
<창세기전>의 시대는 항상 똑같은 모습으로 반복이 되는 것이 아니다. 세계가 끊임 없이 반복되는 동안 조금씩 자신이 아는 과거와 어긋나기 시작하면서 처음 세계와는 비슷하지만 다른 이중 나선형태의 다양한 과거와 미래가 존재하게 된다. 4편의 부제를 ‘Spiral(나선) Genesis(기원, 발생)’로 정한 이유다.
<창세기전 4>는 여기에 ‘에스카토스’라는 시간의 틈새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를 통해 다양한 시리즈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으며 원작과 전혀 다른 세계가 등장하기도 하고 이올린과 살라딘이 만나는 등 역사적으로 만날 수 없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기존 시리즈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것을 경험하도록 개발 중이다.
■ 캐릭터를 모으고 성장시키는 재미에 중점
다양한 세계가 존재하는 만큼 동일한 캐릭터가 시대와 분기에 따라 다양한 캐릭터로 바뀌게 된다.
예를 들어 <창세기전 2>의 성왕 라시드의 경우 어렸을 때의 모습과 청년의 모습 그리고 왕이 되었을 때의 모습이 각각 다르다. <서풍의 광시곡>에서 성녀로 등장하는 에스메랄다는 성녀가 아닌 마녀로 변하기도 한다.
<창세기전 4>에는 시리즈에 등장한 모든 직업과 캐릭터가 등장한다. 소프트맥스는 오픈 베타테스트에 맞춰 40~50종의 직업과 300여 종의 캐릭터를 공개할 계획이다. 등장 캐릭터나 새로운 직업은 유저가 직접 알아내야 한다. 소프트맥스는 유저가 게임에 몰입할 수 있는 장치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연규 이사는 “롤플레잉 게임의 재미는 캐릭터를 모으고 성장시켜 극복하지 못하던 고난을 헤쳐나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철가면인 클라우제비츠가 삽가면으로 불리는 등 의도치 않게 저평가되거나 조명이 안 된 캐릭터들이 다수 있다. <창세기전 4>는 이런 캐릭터들을 재조명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3대 시스템 ① 군진: 성능보다는 조합
턴 방식이 아닌 실시간으로 전투가 진행되는 <창세기전 4>는 최대 5명의 캐릭터가 함께 싸우는 군진 시스템을 채용했다. 군진은 <창세기전 4>의 3대 시스템 중 하나로 <창세기전> 시리즈 특유의 군단 시스템을 발전시킨 형태다.
유저는 단순히 하나의 캐릭터를 선택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5명의 캐릭터를 조합해 전투를 벌이게 된다. 전투는 실시간으로 벌어지며 5명이 함께 싸우지만 각각의 캐릭터를 유저가 일일이 조작할 필요는 없다.
5명으로 이뤄진 군진은 캐릭터가 함께 이동하면서 상황에 따라 단축 키로 원하는 캐릭터의 스킬을 사용하거나 공격하는 방식으로 최대한 직관적으로 다수를 조작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
유저는 자신이 모은 많은 캐릭터들 중에서 5명을 선택해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어야 한다. 하지만 무조건 강한 캐릭터만으로 군진을 꾸린다고 능사는 아니다.
캐릭터 간 상성관계가 있어 능력치가 약한 캐릭터라도 조합에 따라 추가적인 능력치를 얻거나 스킬을 수 있다. 아무런 효과 없이 강한 캐릭터를 모아 놓은 것보다 더 좋은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창세기전> 시리즈에 조엘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조엘은 게임상 큰 비중도 없고 능력도 좋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창세기전 2>부터 <창세기전 3>까지 꾸준히 등장한 감초 같은 인물이다. 이런 캐릭터는 성능으로만 보면 약한 편이지만 시리즈에 등장하는 모든 조엘을 모아 군진을 모으면 매우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조합에 따라 필살기가 강해지거나 일정 조합만이 사용할 수 있는 필살기인 연환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
군진을 어떤 조합으로 꾸미느냐에 따라 전투 방식도 스킬도 바뀐다.
■ 3대 시스템 ② 연환기: 일격필살 필살기
<창세기전> 시리즈의 꽃은 다수의 적을 한 번에 쓸어버릴 수 있는 필살기다.
‘아수라파천무’와 ‘천지파열무’로 대표되는 <창세기전>의 필살기는 시리즈 대대로 화려한 연출과 그에 걸맞는 공격력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번 <창세기전 4>에서는 캐릭터가 사용하는 필살기와 함께 군진의 조합에 따라 새로운 필살기를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창세기전 3>에서 아지다하카 부대나 예니체리 부대가 전용 필살기를 사용하던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연환기는 그보다 훨씬 화려하고 강력한 모습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같은 필살기라도 조합에 따라 더욱 강력해진다. 이를 활용해 아수라파천무가 진아수라파천무가 되고 천지파열무가 진무천지파열이 되는 식으로 발전한다.
이득규 개발실장은 “시리즈의 세계관에 맞춰 수많은 캐릭터와 직업이 등장할 예정이다. 하지만 유저들은 성능을 우선시하므로 일부 강한 캐릭터만 사용되는 것을 줄이고 싶었다. 조합에 따라 성능도 전투 방식도 달라지는 만큼 유저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캐릭터의 조합은 개인에 국한된다. 파티에 영향을 끼칠 경우 캐릭터 구성이 조직화될 수 있고 그 조직 구성을 보유하지 못한 유저는 파티 플레이에서 배척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3대 시스템 ③ 강림: 그리마와 마장기를 조작한다
신과 인간, 국가와 국가의 전쟁을 그린 <창세기전>에는 스케일에 걸맞는 거대 병기가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거대한 로봇인 마장기와 거대 생명체인 그리마의 등장은 전장을 한층 더 웅장하게 만든다. <창세기전 4>에서도 마장기와 그리마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대신 이번에는 강림 시스템을 채용해 5명의 군진이 하나의 마장기나 그리마를 소환해 함께 전투를 벌인다는 콘셉트다. 이로 인해 마장기를 소환하면 5명의 군진은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마장기와 그리마는 크기와 위용에 맞는 강력한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인간 대 인간의 전투와는 다른 박진감과 무게감을 선보일 예정이다.
유저는 게임을 시작하면 그리마와 마장기 중 어떤 것을 성장시킬지 선택하게 된다. 아스모데우스, 세라프 등 기존의 유명 마장기가 등장하며 스토리를 진행해 나가면서 분기나 성과에 따라 다양한 새로운 마장기 또는 그리마를 얻게 된다.
마장기와 그리마를 이용한 전투도 가능하다.
■ 온라인게임으로서 새로운 출발
이득규 실장(왼쪽사진)은 “너무 기존의 느낌을 살리는 것에 집착했다고 보여지는 것은 싫다. 다만 기존 향수를 정확하게 표현하고 장점을 계승하고 싶었다”라며 부담을 표했다.
<창세기전 4>는 PvP보다는 퀘스트나 인스턴스 던전, 캐릭터 모으기 등 PvE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유저는 다른 유저와 함께 파티 플레이하고 새로운 캐릭터를 얻을 수 있는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유저끼리 서로 싸운다기보다 함께 한다는 멀티플레이 개념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최대 4명이 파티를 이룰 수 있다. 여기에 최대 4개의 파티가 연합할 수 있는 ‘크루’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즉 최대 유저 16인의 파티플레이가 가능하다. 크루장이 4명의 파티장에게 명령하고 각 파티장은 4명의 파티원에게 다시 명령하는 방식으로 보다 원활하게 협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개념이다. 이를 활용해 최대 16명의 유저가 80명의 캐릭터를 이용해 대규모 전투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다.
이득규 실장은 “청소년 시기에 모니터요원으로 시작해 직·간접적으로 <창세기전>에 참여했었는데 이렇게 <창세기전 4>를 개발하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창세기전>은 국내 게임 시장의 르네상스 시기에 획을 그은 게임인 만큼 앞으로도 많은 유저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연규 이사는 “<마그나카르타> PC버전 이후 결과가 좋지 못했다. 이미 시간이 지나간 만큼 과거의 부족한 점을 이해해 달라. 이제 <창세기전 4>가 온라인게임으로 새롭게 출발하니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