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네스트>가 신규 캐릭터 ‘칼리’와 함께 재도약을 꿈꾼다. 지금까지 <드래곤네스트>에는 없던 ‘섹시함’을 무기로 내세운 캐릭터 칼리를 추가하고 게임의 동선도 대폭 수정했다. 2주에 한 번씩 진행하던 업데이트 방식도 매번 주제에 맞춘 이야기를 끌고 나갈 수 있는 ‘시즌제’로 바꿨다.
많은 변화를 기념해 2년 동안 유지했던 로그인 화면과 캐릭터 선택 화면까지 바꿨다. 이쯤 되면 <드래곤네스트>의 대개편이다.
<디아블로 3>에서 <블레이드 & 소울>로 이어진 ‘대작 폭탄’은 <드래곤네스트>에도 타격을 입혔다. 하지만 그대로 주저앉기보다는 두 게임에서 배울 점은 배우며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는 게 아이덴티티게임즈의 생각이다. 물론 시작은 이번 여름업데이트부터다. 아이덴티티게임즈의 권도형 기획팀장과 구정환 선임기획자를 만났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레벨업 시간 대폭 줄이고 만렙 콘텐츠로 승부”
6월 스킬 개편 이후 한 달 만에 또 업데이트다. 바꿀 게 많은 건가?
일단 이번 업데이트 메인은 신규 캐릭터 칼리다. 칼리에 대한 이야기는 뒤에 따로 몰아서 하도록 하고, <드래곤네스트>가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이 넘었다. 그래서 칼리가 나오는 김에 많은 부분을 고쳤다. 지금까지의 <드래곤네스트>와는 ‘뭔가 달라졌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다.
예를 들면?
캐릭터의 성장이 대폭 빨라졌다. 레벨 1부터 50까지 하나의 퀘스트를 위해 같은 던전을 두 번 이상 진행하는 과정을 없앴다. 야금야금 등장하던 퀘스트도 던전에 갈 때 한 번에 몇 개씩 묶어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중간중간 레벨업 보상도 지급한다.
레벨 32에서는 켈베로스 네스트 아이템 중 일부를, 레벨 40에서는 만티코어 네스트의 아이템 중 일부를 지급한다. 레벨업 과정에서 아이템을 파밍해야 하는 일도 없애기 위해서다.
전체적으로 보면 레벨업 시간의 30% 이상을 덜어낸 셈이다. 여기에 지난 6월 하이브리드 피로도를 적용한 이후로 피로도에 의한 답답함도 많이 없어졌다. 간단히 말해 ‘던전 한두 번 깨면 바로 다음 던전에 가고, 피로도와 아이템 걱정 없이 쭉쭉 최고 레벨을 향해 달려갈 수 있는 구조’다.
점핑 캐릭터 이벤트도 세 번이나 하고, 뭔가 빠른 성장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당연한 말이지만 점핑 캐릭터 이벤트는 신규 유저 유입을 위해 진행했다. 세 번 모두 효과도 좋았다. 하지만 이벤트를 진행할 때마다 점점 많은 노력이 들더라. 유저들이 쉽게 고레벨 캐릭터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전용 퀘스트와 칭호도 만들어야 하고, 명색이 이벤트인 만큼 지난 이벤트를 그대로 써먹을 수도 없다. 세 번째 점핑 캐릭터 이벤트만 해도 이름을 ‘워프 캐릭터’로 바꿨을 정도다.
반면 유저들의 호응은 점점 줄어든다. 이것도 당연한 이야기인데, 앞으로도 반복하면 할수록 반응이 더 나빠질 거고. 그렇다고 매번 새롭게 이벤트를 만들고 유저들을 모을 수도 없다. 그래서 이럴 거면 차라리 성장과정 자체의 답답함을 없애고 빠르고 재미있게 만들자고 결정했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앞으로는 점핑 캐릭터를 안 해도 되기 위한 노력? 사실 유저들이 게임에 안착하는 데도 이 방법이 더 효율적이다.
레벨업이 빨라진 만큼 콘텐츠가 부족할 수도 있다.
알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아예 최고 레벨 콘텐츠 위주로 갈 생각이다. 캐릭터의 성장은 말 그대로 ‘성장의 재미를 느끼고 캐릭터의 특성을 배우는 과정’으로 남겨 두고, 모두가 최고 레벨에서 빠르게 만나서 함께 노는 방식이다.
지난 6월 업데이트에서 레벨 50부터 60까지 채 하루가 안 걸리게 만들고, 최고 레벨 던전인 네스트를 동시에 2개 공개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네스트의 헬 난이도 역시 2개를 동시에 준비 중이고, 버려졌던 다크레어도 보상을 개편해 다시 도전할 의욕을 심어줬다. 앞으로도 레벨업 과정보다는 최고 레벨 콘텐츠를 위주로 업데이트해 나갈 것이다.
업데이트마다 부제도 생겼다.
6월 업데이트부터 시즌제를 도입했다. 지금까지 <드래곤네스트>는 주 단위로 업데이트를 계속 진행했는데 이보다는 더 장기적인 시기로 업데이트를 ‘묶을 필요’를 느꼈다. 그래서 도입한 게 시즌제다. 시즌마다 목표를 갖고 복합적인 업데이트를 진행해 나갈 것이다. 예를 들어 이번 ‘춤추는 신기루’ 업데이트에서는 신규 캐릭터 칼리와 캐릭터 성장 완화를 내세웠다.
여담이지만 서버나 로그인 화면처럼 세세한 부분도 다 바꿨다. <드래곤네스트>는 지금까지 하나의 서버를 월드만 나눠 놓는 방식이었는데, 굳이 월드를 구분할 필요를 못 느껴서 빼버렸다. 캐릭터가 서 있는 나무도 6명의 영웅이 블랙드래곤을 향해 돌진하는 보다 역동적인 모습으로 바꿨다. 뭔가 ‘달라졌다’는 것을 처음부터 느끼게 해주기 위해서다.
■ “칼리는 최초로 섹시함을 내세운 캐릭터”
칼리 이야기를 해보자. 어떤 캐릭터인가?
작년에 추가된 아카데믹도 그랬지만 캐릭터를 처음 만들 때 ‘누구를 타깃으로 할 것인가’부터 정한다. 아카데믹은 초보자를 위한 캐릭터였다. 원거리에서 기계 소환수를 사용하며 비교적 편하게 전투를 벌인다.
칼리도 아카데믹만큼은 아니지만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캐릭터로 만들자고 생각했다. 다만 액션을 강조하고 싶었다. 그래서 중거리에서 사령술로 상대를 끊임없이 공격하며 콤보를 쌓아 가는 캐릭터로 정했다.
예를 들어 칼리의 전직 중 하나인 다크서머너는 악마의 손을 소환하거나 유령을 불러내 저주를 걸며 대미지를 준다. 일종의 중거리에서 싸우는 아크로벳 같은 존재다. 사정거리가 긴 만큼 호쾌한 연속기를 즐기면서도 한층 여유롭게 상황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나왔던 <드래곤네스트>의 캐릭터와는 느낌이 다르다.
잘 봤다. 칼리는 지금까지 <드래곤네스트>에는 없었던 ‘섹시함’을 내세운 캐릭터다. ‘우리 게임에서 보여줄 수 있는 섹시함을 보여주자’, ‘<드래곤네스트>에서도 섹시함이 가능하다는 걸 알려주자’는 생각에 디자인됐다.
등신비율도 다른 캐릭터와 다르다. 몸매에도 많은 신경을 썼는데 1월부터 칼리를 개발했지만 몸매 수정이 5월까지 진행됐을 정도다. 내부에서도 <드래곤네스트>에서 이런 몸매가 나와도 되냐는 반론이 많았다. 결국 정해진 건 유저들이 조금은 노골적이라고 느껴도 좋으니 섹시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심지어 ‘바스트 모핑’도 처음 들어간다.
성우도 노렸다(?)는 의견이 있다.
사실이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다. 당초 기획팀에서는 칼리의 성우로 이용신 씨를 추천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아리의 성우를 맡아 화제가 됐던 분이다. 그래서 대사도 굉장히 야릇하게(?) 만들고 있었는데, 생각해 보니까 기획팀에서 성우 이야기를 하는 건 월권 같아서 사운드팀의 의견에 따르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사운드팀에서도 이용신 씨를 추천해서 녹음을 진행하고 있더라. 뭔가 통한 것 같아 기뻤다.
<디아블로 3>와 <블레이드 & 소울>의 폭풍은 무사히 넘겼나?
여전히 타격이 있다. 다만 무조건 슬퍼하기보다는 두 게임의 편의성이나 시스템을 보며 반성하는 중이다. ‘요즘은 이런 것도 있구나’, ‘이런 식으로 시스템을 만들 수도 있구나’ 보고 배우고 있다. 더 재미난 게임이 돼야 하니까(웃음).
다만 액션만큼은 흔들림이 없다. <드래곤네스트>는 모션캡처를 전혀 쓰지 않는다. 작업자의 실력만 좋으면 일일이 손으로 모션을 만드는 게 고생을 하더라도 훨씬 뛰어난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결과를 봤을 때 그런 부분들은 충분히 잘 통한 것 같으니 하던대로 더 잘해 보자는 생각이다.
게임이 오래 서비스되면서 ‘유저들의 스펙 차이’도 큰 문제다.
맞다. 액션보다는 숫자에 의존하게 되는 전투도 그렇고. 그런데 솔직히 말해 고치는 게 쉽지는 않다. 논의는 계속하고 있는데 쉽게 건드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더라. 유저들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데는 다들 동의했지만 무작정 줄였다가는 기존 유저들에게 해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한 번에 해결하기 보다 격차가 더 벌어지지 않도록 약간씩 조절하며 해결책을 찾는 중이다.
지난해 무기강화와 관련된 업데이트들이 격차를 더 키운 탓도 있는데 올해는 그런 업데이트는 관두고 유저들의 격차를 줄이면서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을 찾아갈 것이다.
이번에 나온 칼리까지 포함하면 직업이 굉장히 많다. 유지가 되겠나?
직업이 많다 보니 스킬이 너무 많다. 지난 6월에 스킬을 개편한 이유도 안 쓰는 스킬이 너무 많아서 이를 빼기 위한 과정이었다. 레벨이 오를 때마다 새로운 것이 나오는 것도 좋지만 그럴 때마다 게임이 복잡해진다.
밸런스도 민감해지는 만큼 내부에서는 스킬을 위한 태스크포스팀까지 만들었을 정도다. 그래서 일단 데이터를 보고 있다. 단순히 스킬을 더 넣자, 말자가 아니라 유저들이 어떤 흐름으로 움직이고 어떤 것을 원하는지 알기 위해서다.
이야기가 약간 샜는데, 언제까지 신규 캐릭터만 늘려 가는 건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다음에는 꼭 남자 캐릭터 하나는 만들 거다(웃음).
장기적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올해는 크게 두 가지를 준비 중이다. 먼저 이번 업데이트에도 일부 포함된 반복성 개선이다. 무의미한 반복을 줄이고 숨겨진 요소들을 통해 반복을 최대한 덜 지루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미 많은 부분이 개발 중이다. 아이템 이외의 것들로 반복성을 개선하는 방법도 생각 중이다.
두 번째는 커뮤니티다. 길게 고민해야 하는 부분인데 지금까지는 데이터 수집 단계다. 올해나 내년 초에 <드래곤네스트>의 커뮤니티가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점진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드래곤네스트>는 액션게임이고 액션이 재미있는데 자꾸 이것저것 콘텐츠의 종류만 늘리다 보니 액션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것 같다. 아까부터 콘텐츠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단순히 콘텐츠의 종류만 늘리기보다는 유저끼리 게임을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