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부터 이틀 간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전국 장애학생 e스포츠대회'가 열렸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국립특수교육원, CJ E&M 넷마블이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장애학생 개인 뿐만 아니라, 그들이 소속된 많은 재활학교도 적극적으로 참가했다.
게임이 공부와 학습, 인성의 주적이라는 시선이 만연한 가운데 학교와 게임이라는 흔치 않은 조합은 디스이즈게임의 눈길을 끌었다. 과연 이들은 평소 어떤 방식을 게임을 접하며, 어떻게 이용하고 있을까? 행사에 참여한 연세대학교 재활학교 유형열 지도교사와 김경휘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 "게임은 흥미와 동기를 이끌어내는 강력한 수단"
"놀이는 이전부터 중요한 교육수단이었습니다. 과거엔 직접 몸을 움직이는 아날로그 게임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엔 학생들이 자주 접할 수 있는 디지털 게임까지 범위가 넓어졌죠."
게임을 통해 학생들을 지도하는 프로그램이 있을까? 이런 질문에 유형열 지도교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학교라는 딱딱한 이미지와 달리 재활학교는 다양한 놀이를 이용해 학생들의 학습과 재활을 돕고 있다. 게임 또한 그 중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학생들의 흥미를 이끌어 내기에는 게임만큼 강력한 효과를 보이는 놀이도 드물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야구룰도 제대로 몰랐어요. 하지만 <마구마구>를 플레이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몰랐던 것들일 알게 됐어요."
장애학생 e스포츠 대회 <마구마구> 부문에 출전한 김경휘 학생은 이제 막 중학교 1학년이 된 소녀다. 다리가 불편한 경휘 양에게 스포츠는 별세계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마구마구>를 즐기게 되면서 이해조차 못했던 야구룰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고, 이제는 직접 TV로 야구경기까지 찾아볼 정도로 야구라는 스포츠를 좋아하게 되었다. 학교, 집, 병원만 전전하는 경휘 양에게 많은 온라인 친구가 생긴 것도 큰 기쁨이었다.
연세대학교 재활학교에서는 행사종목인 <마구마구>나 <카트라이더>와 같은 온라인 게임 외에도 Wii나 PS3와 같은 콘솔까지 다양한 종류의 게임을 교육 보조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Wii와 같은 체감형 게임들은 재활활동에도 많은 도움이 되는 사례였다.
"몸이 불편한 사람들은 몸을 움직이기 싫어하는 경향이 많은데 체감형 게임은 이런 것을 잘 완화시켜 줍니다. 몸을 움직여 게임을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더 나은 움직임을 하고 싶다고 마음먹게 되거든요. 물론 자신의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바로 피드백받을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죠."
■ "제한적인 경험이 아쉽다"
물론 게임이 만능도구인 것은 아니다. 게임을 교육에 활용하는 입장에서 게임이 전해줄 수 없는 사실감은 아쉬운 요소 중 하나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아이들을 가르치는 유형열 교사에겐 이런 아쉬움이 크다.
"호기심이나 동기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게임은 정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경휘도 게임을 통해 야구룰을 익힌 경우죠. 하지만 농작물을 가꾸는 게임을 하는 것과 실제 농사는 다릅니다. 게임이 제공하는 경험을 대체경험으로 부르기엔 다소 부족하죠."
하지만 이보다 더 아쉬운 것은 그의 아이들이 모두 게임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재활학교에서 게임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학생들은 많지 않다. 김경휘 학생처럼 직접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아이들은 전교생의 1할도 되지 않고, 스마트폰 게임과 같이 조작이 어렵지 않은 종류까지 포함해도 반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다른 사람들의 도움 없이는 게임을 즐길 수 없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더 재미있는 것을 체험시키고 싶은데 다 같이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플레이 감상이라는 것은 항상 교사들을 가슴아프게 하죠."
게임을 적극적으로 재활교육에 활용하려는 그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장애와 게임에 대한 보다 많은 이들의 이해와 관심이다.
"시장성 때문에 희망사항에 불과하지만(웃음), 장애인을 위한 게임까진 아니어도 더 많은 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게임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아쉬움은 많아도 게임만큼 효과적인 수단도 드물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