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세리모니의 대가 ‘흑운장’
이성은이 GSTL 해설위원으로의 복귀를 선언했다. 공군 에이스
제대 이후 진로를 모색하던 그는 삼성전자 칸으로의 복귀를 포기하고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프로게이머
시절 각종 인터뷰를 통해 화려한 언변을 자랑했던 그가 선택한 새로운 진로는 바로 해설위원. 곰TV의 팀 단위 리그인 GSTL의 새로운 해설위원으로 돌아온 이성은을
만났다.
지난 19일, 디스이즈게임 본사를 방문한 이성은은 아직 해설위원이라는 새로운
직업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프로게이머 시절 자랑했던 특유의 자신감을 잃지 않은 모습이었다. 곰TV가 주최하는 GSL,
GSTL을 넘어 세계적인 인기를 누릴 해설위원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이성은은 “팀 단위 리그인
GSTL에서 해설위원이라는 새로운 직업에 도전한 만큼 프로게이머 시절 벤치와 경기석에 앉았던 경험을 최대한 살리고 싶다”고 말했다.
해설위원으로는 전혀 검증되지
않았다. 그야말로 생초보 해설위원인 셈이다. 하지만 그가
이 길을 선택한 이유와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명확했다. 국내를 넘어 해외대회에서 맹활약하는 해설위원이
되고 싶다는 그의 꿈을 응원하며, 오는 22일 핫식스 GSTL 시즌3 2라운드 B조 1경기를 통해 데뷔를 앞둔 새까만 신입 해설위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 디스이즈게임 김경현 기자
제대 이후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
지난 9월 4일에 제대를 했고, 처음에는 집에서 머무르다가 전역 후에 방향을 잡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서울로
돌아와서 이곳 저곳 많이 알아봤다. 내 앞길을 찾는데 주력했다.
삼성전자에 선수로 복귀하지 않은 이유가 있나?
삼성전자에서는 나에게 괜찮은
조건을 제시하면서 받아주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내 자신이 고민이 많았다. 이상하게 말년에 생각이 많아지더라. 많은 생각을 하다 보니 선수
외에 다른 일도 생각을 하게 되더라.
선수 생활을 그만해야겠다고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면.
전역 전후로 마인드 맵을 그려봤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공책에 적어 내려가면서 진지하게 생각을 했다. 수입도
고려했고, 일의 강도도 고려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중에 해설위원이 있었고, 때마침 타이밍 좋게 곰TV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뭔가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다. 내가
고민한 타이밍과 곰TV가 새 해설위원을 구하는 타이밍이 잘 맞은 것 같다.
선수 생활을 마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는지 궁금하다.
물론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앞으로의 미래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 그 아쉬움은 일단 접어두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다.
스타2를 처음 접했을 때, 그 때 느낌은 어땠나?
정말 재미가 있었다. 하기 전부터 굉장히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 스타2를 하면서 느낀 것은 사람들이 한 번이라도 플레이를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아직도 한 번도 못한 사람들이 많은데, 한 번 해보면 게임에 대한 시각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한 번 해보고 나면 스타2에 대한 재미가 엄청나게 커질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해보고 나니까 아주 재미가 있었다.
프로리그에서 스타2로 1승 3패를 기록하기도 했다. 종족도
바꿨던 것으로 알고 있다.
긴장이 된다기 보다는 내가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경기석에 앉았다는 것 자체가 불편했다. 처음에는 그랜드마스터가 팀에서 한 두 명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별마스터였다. 다들 실력이 부족한데 방송에 나가서
경기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말솜씨가 좋은 선수였다. 화려한
말솜씨가 해설위원을 하는데 있어서 도움이 될 것 같은지 궁금하다.
전혀 연관이 없는 것 같다. 해설과 입담이 시너지가 날 것 같기는 하지만 확실히 다르더라. 해설과
진행이라는 부분은 입담과 다른 부분이 요구가 되더라. 상당히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
다른 곰TV 해설위원들은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다. 그 점에 대한 경쟁력은 어느 정도인가?
내가 스타2를 접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특히 저그와 테란 종족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떨어진다. 스타1이었다면 내가 테란이었다고 해도 워낙
많은 경기를 했기 때문에 다른 종족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스타2에서는 아니다. 선배 해설위원들과 비교했을 때 당연히 이해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래도 내가 자신감을 갖고 있는 부분은 선수들의 생각이나 마음 상태에 대한 분석이다. 게임 내적일 뿐만 아니라 외적인 부분에 대해서 공감하면서 해설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GSTL 해설위원 투입이 발표됐을 때 걱정된다는 의견을 밝힌
팬들도 적지 않았다.
솔직히 내 말투 자체가 방송과
적합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사투리 억양도 있고, 비염이
있기 때문에 발음도 좋지 않다. 하지만 지금 당장 생각해야 할 부분은 해설위원이 해야 할 진짜 본분이다. 얼마나 편하게 팬들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GSTL 해설위원으로 합류하게 됐다. 팀 단위 리그이기 때문에 게임 외적인 부분도 잘 전달해야 하지 않을까?
사실 엔트리를 짜는 부분은 모든
감독들이 스타일이 다르다. 그런 부분에 대한 예측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경기 부스, 벤치에 앉았던 경험이 많기 때문에 함께 고민을 하면 잘 들어맞을 때도
많을 것 같다. 시청자들이 쉽게 듣지 못할 이야기도 많이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해설 준비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최근에는 게임을 하는 것 보다는 VOD나 방송을 보는 것에 집중을 하고 있다. 소리를 끄고, 혹은 약하게 켜놓고 나 혼자 모의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 해설위원이
게임 전달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진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방송 진행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를 파악하고 있다. 선수
때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부분이기 때문에 잘 몰랐던 부분을 많이 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다른 해설위원들과 모여서 실전처럼 연습도 하고 있다.
황영재 해설위원, 서경환 캐스터와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확실히 캐스터가 중앙에서 자리를
잡고 해설위원이 두 명 자리를 잡으니까 편하고 좋았다. 서경환 캐스터가 리드도 잘 해주고, 내 말에 잘 대응도 해줬다. 덕분에 편안하게 연습을 하고 있다. 실전에서도 그렇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은 내가 긴장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초반에는 팬들의 많은 비판이 있을지도 모른다.
기사는 보겠지만 댓글은 쉽게
볼 수 없을 것 같다(웃음). 하지만 선수 때 워낙 많은
일을 겪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내가 잘하려고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설위원이라는 직업에 대한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해설위원으로 오게 된 이유는
글로벌한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프로게이머 출신 해설은 많이 있었지만, 한국 프로게이머 출신 국제 대회 해설위원은 없었던 것 같다. 유창한
영어로 해외에서도 활약을 할 수 있는 그런 해설위원이 되고 싶다. MLG, IEM, IPL 등 해외
대회에서도 해설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
확실히 곰TV 해설위원은 그 비전을
위해 꽤 적합한 자리다.
그렇다. 결정에 영향을 줬다. 특히 코드A
1라운드는 낮 경기가 영어로 중계가 된다. 국내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 리그이기
때문에, 이 리그에서 해설위원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더라.
해설 실력이 안정이 되기 시작한다면 본격적으로 영어 공부도 하고 싶다. 그리고 친형과 생활을
하고 있는데 형이 외국 생활을 오래 했다. 영어 공부를 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이성은 해설위원만의 정체성을 어떻게 만들고 싶은가?
현재 상황에서 각 선수들이 어떤
해법을 가져야 하는지를 해설해주고 싶다. 초중반이 넘어가서 치열한 수싸움이나 운영 싸움이 이어지면 선수들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전달하고 싶다. 물론 쉽지 않은 부분이겠지만 노력해서 꼭 그런 해설을
해드리고 싶다.
나중에 GSL이나, 곰TV 내의 다른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 대한 욕심은 있나?
욕심은 있다. 하지만 지금 현재는 준비가 많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내가
능력을 키운다면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선수를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할 것 같은가?
생각을 안 할 수는 없을 것
같다(웃음). 지금도 높은 무대의 경기들을 보면, 프로리그 포스트시즌 경기를 보면 울컥할 때도 많다. 하지만 일단은
접어두겠다. 지금은 해설위원 일에 집중을 할 생각이다.
연맹 선수들 중에 인상 깊게 본 선수가 있나?
이인수, 한지원 등 삼성전자 출신 선수들과는 친분이 있다. 하지만 경기를
보며 감탄한 선수는 장민철 선수다. 장민철 선수는 아마추어 때부터 알게 됐고, 지금까지도 잘 교류를 하고 있다. 민철이의 스타2 경기를 보면 경이로울 정도로 짜임새가 좋다. 민철이의 경기는 빌드도
빌드지만, 그 빌드를 성공시키기까지의 심리전이 정말 대단하다. 경기를
보는 중에는 잘 모르지만 한타 싸움을 하러 나갈 때 그 심리전이 느껴진다. 초중반에는 뭐라고 확신해서
말할 수 없는 그런 선수다. 장민철의 경기를 완벽하게 해설을 할 수 있게 된다면 나도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상태일 듯 싶다.
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팬들에게 경기를 이기고 세리모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없게 되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실망하신 분들도 있을 테고, 응원을 해주시는 팬들도 계실 것이다. 그 모든 분들에게 한 걸음씩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다. 많이 지켜 봐주시면 멋진 해설위원, 국내를 넘어 세계 넘버 원 해설위원이 되도록 하겠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달라.
어떻게 보면 독단적으로 결정을
했고, 진로를 바꾸게 됐다. 그 부분에 대해서 이해를 많이
해주시고 신경을 많이 써주신 김가을 감독님과 삼성전자 프런트 측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앞으로
이 자리에서 정말 멋있는 이성은의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