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속작 개발은 어려운 일이다. 팬들은 전작의 감성과 후속작의 새로움을 모두 원하고, 시리즈를 몰랐던 게이머들은 자신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임을 원한다. 변신 MMORPG <붉은보석>처럼 독창적인 시스템과 스토리를 추구했던 게임이라면, 이런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붉은보석 2: 홍염의 모험가들>(이하 붉은보석 2)은 전작이 나온 지 10여 년 만에 공개되는 후속작이다. 시대가 변한 만큼 팬들의 기대도, 게이머들의 눈도 높아졌다. 과연 엘엔케이로직코리아는 6년이라는 개발기간 동안 어떻게 이 과제를 해결했을까? 남택원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 “진정한 ‘변신’에 합체를 더했다”
엘엔케이로직코리아 남택원 대표.
디스이즈게임을 맞이한 남택원 대표는 ‘개발자’의 모습이었다. 지스타가 채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 찾아갔기 때문일까? 턱에 미처 정리 못한 수염이 남아 있는 남 대표의 모습은 영락없이 마감을 앞둔 개발자의 모습이었다.
“사실 온라인게임만큼 속편을 개발하기 힘든 플랫폼도 없습니다. 엔딩이 존재하는 싱글게임과 달리 온라인게임은 후속 업데이트가 꾸준히 이어지죠. 차라리 전작을 잘 관리하는 편이 더 효과적일지도 모릅니다.”
남 대표는 속편 개발의 어려움을 말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말하는 내용과 달리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그가 이런 어려움을 기꺼이 즐기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는 기술의 발전과 그로 인한 새로운 도전을 이유로 들었다.
“전작의 변신 시스템은 기술적인 이유로 포기한 것이 많았던 콘텐츠였습니다. 보통 ‘변신’이라고 하면 대부분 강력한 존재로 탈바꿈하는 것을 연상하죠. <붉은보석>의 변신 또한 최초에는 그런 기획이었지만, 당시 개발 여건 때문에 직업교체의 형식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붉은보석 2>는 전작의 이런 아쉬움을 해결한 타이틀이다. 2편의 캐릭터는 변신 시스템을 사용해 제한된 시간 동안 강력한 존재로 탈바꿈한다. 단순히 전투 스타일만 변했던 전작과 달리, 전투의 결과마저 좌우할 수 있는 강력한 조커로 변하는 셈이다.
물론 상이한 성격의 직업으로 플레이할 수 있었던 전작의 흔적도 남아 있다. 캐릭터는 변신할 경우 전반적인 스킬 디자인과 전투 스타일리 이전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원거리 공격에 능한 마법사는 변신 시스템을 사용하면 늑대인간으로 변해 강력한 근접 공격 능력을 소유하게 된다.
전작을 개발하며 머릿속으로 구상하고 미처 구현하지는 못했던 ‘합체 시스템’도 2편에서 추가됐다. 합체 시스템은 일종의 파티 필살기다. 파티원들이 전투 중 합체 게이지를 모으면 서로의 힘을 모아 강력한 협동공격이나 소환공격을 발동시킬 수 있다. 합체라는 이름답게 초자연적인 존재로 융합하거나, 거대한 환수를 불러내 탑승하는 것도 가능하다.
“전대물의 거대 로봇을 생각하면 됩니다. 만약 초자연적인 존재로 융합하거나 소환수에 타게 되면 한 명은 이동을, 다른 한 명은 공격을 담당하는 식으로 컨트롤이 분배되죠. 물론 컨트롤은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습니다.”
■ “한순간이라도 질문에 고민할 수 있다면 성공”
“특별히 목표 연령대를 구분하진 않았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시나리오에 관심이 있는 MMORPG 경험자가 되겠네요.”
전작 <붉은보석>은 ‘붉은보석’이라는 절대적인 힘을 추구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게임이었다. 유저는 게임 속에서 영성과 부귀영화를 안겨 준다는 붉은보석을 탐색하며 그에 홀린 다양한 인간들을 엿볼 수 있었고,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붉은보석의 운명을 자신의 의지로 결정할 수 있었다.
원작에서 100년 뒤의 세계를 그리는 <붉은보석 2>는 여기서 조금 더 확장된 이야기를 다룬다. 100년은 전작에서의 선택이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보여주는 시간이고, 또한 전작에서 끝맺지 못했던, 혹은 전작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이야기가 잉태되기 위한 시간이다.
전작을 아는 사람이나 모르는 사람이나 함께 즐기고 고민할 수 있는 이야기가 <붉은보석 2>의 개발 목표다. 게임은 삶, 죽음, 명예, 권력 등 각기 다른 주제의 여러 에피소드가 동시 다발적으로 펼쳐져, 전작보다 깊이 있는 이야기를 유저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물론 모든 게이머들이 이야기에 집중하진 못하겠죠. 그중에는 이야기보다는 이야기의 보상이 더 기억에 남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웃음) 하지만 게임을 하면서 한순간이라도 우리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우리의 물음에 고민해 준다면 충분한 성과가 아닐까요?”
이를 위해 <붉은보석 2>의 개발진은 게이머가 마치 프란델 대륙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끔 자연스러운 세계를 연출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이러한 결과물 중 하나인 ‘얼라이브’ 시스템은 그동안 퀘스트 자판기에 불과했던 NPC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장치다.
NPC는 얼라이브 시스템 아래에서 더 실제와 가깝게 행동한다. 산적에 쫓기고 있는 NPC가 있다면 자신의 눈에 들어온 유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식이다. 현실적으로 게임 속에 느낌표가 없진 않겠지만, 유저가 인위적으로 이를 클릭하는 일 없이,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 얼라이브 시스템의 목표다.
자연스러운 세계를 위해 도시와 건물 하나하나에 공을 들였다. 남 대표가 <붉은보석 2>를 개발하며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산발적으로 발생했던 전작의 사건과 이벤트를 하나의 연표로 정리하는 작업이었다. 정리된 역사는 100년 후의 프란델 대륙을 만드는 지표가 되었다.
“과장을 조금 보태서 초가집 하나에도 <붉은보석>의 역사가 깃들어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게임 속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있는 게임이 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습니다. 전작을 즐겼던 게이머들에겐 옛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신규 게이머들에겐 세계를 탄탄히 뒷받침하는 좋은 배경이 되겠지요.”
■ “6년 여의 꿈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붉은보석 2>의 그래픽은 요즘 나오는 중량급 MMORPG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실속을 추구한 스타일이다.
“솔직히 게임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고품질 그래픽에 욕심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개발자의 눈으로 다른 게임을 보다 보면 스쳐 지나가는 탁자 하나에도 가격을 매기는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500만 원짜리 탁자가 단지 연출 한 번을 위해 스쳐가다니!’ 하고요.”(웃음)
남 대표가 생각하는 ‘그래픽’이란 게임의 세계를 효과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도구임과 동시에 다른 요소와의 조화 또한 고려해야 하는 부품이기도 하다. 때문에 <붉은보석 2>의 그래픽은 누구나 눈이 휘둥그레질 고품질 그래픽보다는 전작의 느낌과 세계관을 효과적으로 구현하는 데 주력했다.
개발진은 애니메이션을 모티브로 제작된 전작의 그래픽을 살리기 위해 수채화나 셀화의 느낌을 살려 <붉은보석 2>의 그래픽을 만들었다. 실사와 만화의 중간지대에 위치한 화풍 또한 2D와 3D의 감성을 잇기 위한 노력이다.
지스타 2012에서 공개되는 <붉은보석 2>의 체험버전에도 시리즈의 특징인 ‘변신’이 녹아들어 있다. 유저는 행사장에서 더욱 강화된 변신 시스템과 함께, 게임의 또 다른 특징인 얼라이브 시스템과 합체 시스템을 제한적으로 엿볼 수 있다.
체험버전은 <붉은보석 2> 본편의 프롤로그 격인 이야기다. 본편 1년 전의 이야기를 다룬 체험버전은 유저들에게 본편의 메인 스토리가 어떤 배경에서 시작되는지를 알려주기 위한 엘엔케이로직코리아의 선물이다. 체험버전은 전작에서 황량한 사막으로 나왔던 폐도 ‘다멜’이 한 국가로 거듭나려 하는 사건을 무대로 하기 때문에 시리즈의 팬이라면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
10년 넘게 게임 개발을 업으로 살아 온 남 대표지만 신작의 공개는 매번 그의 가슴을 뛰게 한다. 6년 동안 키운 자식을 대중에게 선보이는 그의 심정은 어떨까?
“꿈을 공유한다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붉은보석 2> 개발진은 지난 6년 동안 재미있는 게임이라는 꿈을 함께 꿔왔습니다. 저희들이 꾼 꿈을 지스타에서 재미있게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