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 대한민국 게임대상서 최우수상을 받았던 <바이킹아일랜드>의 조영종 대표가 독립했다. 그는 신생 게임개발사인 라쿤소프트를 설립하고 <라쿤슬라이스 for Kakao>(이하 라쿤슬라이스)를 선보였다.
모바일 게임으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대형 개발사에서 안정적으로 입지를 굳힐 수 있었던 그가 새롭게 회사를 설립한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모바일 시장은 모습은 무엇일까? 디스이즈게임이 조영종 대표를 만났다. /디스이즈게임 남혁우 기자
라쿤소프트 조영종 대표
■ 자유로운 개발 위해 창업
TIG> <바이킹 아일랜드>로 2012 대한민국 게임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뒀다. 회사 내에서의 입지도 안정적이었을 텐데 독립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전 회사가 생각하는 사업의 방향성과 내가 생각하는 사업의 방향성이 달랐다. 그리고 내 판단이 게임에 반영되지 못한 이유가 가장 컸다. 그리고 시드 마이어처럼 내 이름을 걸고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웃음)
또한 내가 만든 캐릭터는 내 자식과도 같다. 그걸 2차 저작물 등으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없다는 갈증이 있었다.
TIG> 회사명이 ‘라쿤스튜디오’고 게임명도 <라쿤슬라이스>다. 유독 ‘라쿤’(너구리)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나?
회사를 설립할 때부터 디즈니의 미키 마우스처럼 콘셉트 있는 캐릭터를 소유한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캐릭터를 고민하던 중 <바이킹 아이랜드>에 등장하는 캐릭터 중 인기가 많았던 너구리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또한 창업하기 전 잠시 미국에서 휴식을 취할 때 어느 날 갑자기 집 앞에 너구리가 한 마리가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는 것을 봤다. 그 순간 ‘이거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발매하는 게임에도 라쿤과 함께 다양한 캐릭터가 지속적으로 등장할 것이다.
TIG> 회사를 설립한 지 3개월 만에 게임을 공개했다. 상당히 개발속도가 빠르다.
빨리 만들어야겠다는 일념과 이제 막 창업했다고 해서 템포를 늦추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컸다. 오로지 개발에만 몰두했다. 또한 제법 규모가 컸던 <바이킹 아일랜드>도 1년 만에 개발했던 만큼 개발 속도 면에서는 자신이 있었다.
라쿤소프트가 준비 중인 다양한 캐릭터
■ 기술력과 재미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게임이 <라쿤슬라이스>
TIG> <후르츠닌자>와 비슷한 방식의 슬라이드 게임을 첫 게임으로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회사를 설립할 때 3D가 강점인 우리가 잘 만들 수 있으면서 재미있는 게임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그런 면에서 조작도 간단하고 재미도 있고 3D효과도 잘 표현할 수 있는 <라쿤슬라이스>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슬라이드해서 무엇인가를 베는 기본적인 방식은 <후르츠닌자>와 같다. 하지만 리듬액션게임도 형식은 비슷하지만 어떤 노트가 나오느냐에 따라 게임이 달라지는 것처럼 플레이 속도나 난이도 등 재미를 위한 밸런싱 조절에 힘썼다. 이 밖에도 펫을 키우거나 친구들과 하는 등 협동의 개념이 추가되는 등 구조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후르츠닌자>와 <라쿤 스튜디오>는 슬라이드 기능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의 방식이 비슷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어떠한 요소가 추가되느냐에 따라 게임이 조금씩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슬라이드 방식에 스킨을 중세로 바꾸면 <인피니티 블레이드>가 되는 것 아니겠는가?
TIG> <라쿤슬라이스>를 개발하며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무엇인가?
밸런싱과 기술적인 부분에서 많이 고민했다. 같은 방식의 게임이라도 한번에 얼마나 많은 양의 오브젝트가 등장하고 게임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언제 폭탄이 등장할 지 등의 요소에 따라 게임의 재미가 달라진다. 이러한 부분에서 최대한의 재미를 제공하려 노력했다.
또한 공중에 띄워진 도넛과 폭탄이 겹치지 않도록 충돌을 설정하고 도넛을 자를 때의 반응과 자른 후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 자른 방향에 따라 잘리는 단면이 그래픽으로 구현되어야 했다. 생각 이상의 많은 기술력이 필요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익히기 쉬우면서도 잘하기는 어렵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야 점수의 편차가 넓어지고 유저들도 다른 사람들과 점수를 비교하며 성장하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처음 게임을 플레이 했을 때에는 모두 비슷하게 10만점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10만점에서 100만점까지 다양하게 점수가 분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수도 없이 게임을 반복 플레이하고 0.1초 씩 끊어가며 속도와 도넛의 등장 횟수를 조절해 가며 개발했다.
TIG> 어떠한 방식으로 협동과 경쟁을 더 강조할 계획인가?
앞으로 친구의 펫에 도넛을 먹여 키워주거나 도움을 주는 등 협동할 수도 있고 전체 랭킹 보기 외에도 자신이 지정한 친구만 정해서 자신의 점수와 공개적으로 비교하며 더욱 경쟁을 자극할 예정이다.
TIG> 도넛을 벤다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등장했나?
도넛이 색감이 진해 표현하기 좋고 그 안에 잼도 들어 있어 베었을 때의 효과도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누구나 좋아해서 부담 없기도 하다.
아들이 도넛을 좋아하는 것도 이유 중 하나지만 처음부터 홍보와 마케팅도 함께 생각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덕분에 실제로 던킨 도너츠와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으며 게임을 즐기다 보면 한밤중에 도넛이 먹고 싶어진다는 원성(?)도 종종 듣기도 한다.
■ “모바일 게임 시장은 이미 정글”
TIG> 최근 모바일 시장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가?
모바일시장에 진입할 때 이 곳을 쉽게 보고 들어오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쉬운 시장은 이미 지나갔다. 오히려 정글에 가깝다.
게임이 워낙 다양해지고 있다. 플랫폼에만 게임을 올린다고 되는 건 아니다. 기획 단계부터 제대로 시작해야 한다. 결국엔 게임의 퀄리티가 기본이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유저와 함께 호흡하며 업데이트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또한 누군가는 검증되지 않은 다양한 장르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다양화를 위해 이런저런 실험을 꾸준히 하려 한다. 나도 적극 시도하려고 노력 중이다.
TIG> 최근 카카오 인기가 폭발적으로 치솟으면서 많은 게임 개발사들이 카카오 입점을 위해 줄 서 대기 중이다. 입점한 업체로써 노하우가 있다면?
카카오 입점 프로세스는 매우 까다롭다. 마치 수능을 보는 것 같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차별성인 것 같다. <라쿤슬라이스>역시 카카오 최초의 슬라이스 게임이다. 기존에 있었던 방식이긴 하지만 카카오에서 서비스하는 게임은 이것이 처음이다.
또한 아무래도 카카오가 일정한 층이 쓰는 것이 아니라, 남녀노소 폭넓게 사용하고 있는 만큼 전 연령을 대상으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좋은 것 같다. 실제로 덕분에 10~20대 남성뿐만 아니라 50대 가정주부까지 게임을 즐기게 됐고 게임에 대한 인식도 개선되고 있는 것 같다.
그래픽이 전공인 나도 극사실적인 화풍이 원래 스타일이지만 요즘엔 귀엽고 친근한 캐릭터도 좋은 것 같다.
TIG> 카카오에 입점한 이후 어려운 점은 없었나?
모바일 게임은 낙장불입(落張不入)이다. 처음 서비스했을 때 게임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거나 재미가 없다면 하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서두르지 말고 완벽하게 검수한 다음, 출시해야 한다.
카카오도 개발사의 역량을 밀어주려 하고 담당자가 조언도 많이 해주고 정보도 제공해 주지만 아무래도 카카오가 퍼블리셔가 아닌데다, 우리가 유저들을 상대한 경험이 적기 때문에 운영에 대해 막막했다. 다행이 고객지원 등의 부분은 와이디온라인에서 지원해줬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TIG> 국내 모바일 시장을 규모의 전쟁이라고도 말한다.
국내 모바일 시장이 거의 규모의 전쟁으로 돌입한 것은 맞다. 하지만 앞으로 규모가 큰 회사들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원한다면 소규모 업체와 상생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형 개발사와 소규모의 개발사가 만드는 게임은 아무래도 여러 부분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 모바일 시장에서는 그런 소규모 개발사에서 만든 게임도 홍보와 플랫폼에 따라 흥행할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특히 해외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각 시장에 맞는 다양한 스타일의 게임이 있어야 하는 만큼 작은 중소개발사와 함께 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카카오가 등장하면서 많은 소규모 회사들이 성공신화를 썼고 기계적으로 일하던 개발사와 개발자에게 자극이 됐다는 점에서 기분이 좋다.
■ 유저와 함께 게임을 만드는 회사가 되고 싶다
TIG> 라쿤소프트의 목표는 무엇인가?
모바일과 캐주얼 게임은 2주~3주만 즐기면 끝이라는 평가가 많은데 그렇지 않은 게임 만들고 싶다. <바이킹아일랜드>를 통해 소셜게임의 강점을 알았다. 앞으로도 친구들과 함께 선의의 경쟁과 협동하며 오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 것이다.
TIG> 라쿤소프트는 어떠한 개발사로 평가 받고 싶은가?
라쿤소프트는 유저와 함께 게임을 만들어간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유저의 의견을 게임에 반영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듣고 있다는 것을 알리려 한다.
그래서 아예 유저가 의견이나 문제점을 보낼 수 있도록 카카오 계정을 공개했다. 덕분에 밤에도 너무 메시지가 날아와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였다.(웃음)
TIG> 유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직은 <라쿤슬라이스>만 공개했지만 이 밖에도 유저들이 좋아할 만한 신선한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유저와 호흡하며 개발자도 즐겁고 유저도 즐거운 게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