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C란?] 디스이즈게임에서 새로운 인터뷰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익히 잘 알려진, 또는 아직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실력 있는 인물과 업체를 소개합니다. 그래서 연재물의 명칭에 ‘named’(유명한)라는 단어를 써서 NPC(Named People & Company)라고 이름을 지어 보았습니다.
NPC의 첫 번째 인물로 컴투스에서 <리틀레전드 for Kakao>(이하 리틀레전드)를 만든 임준석 팀장을 만났습니다. 임 팀장은 게임업계 입문 후 지금까지 모바일게임만 만들어 온 개발자입니다. 모바일 외길 인생을 걸어온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보시죠. /디스이즈게임 김진수 기자
■ 코에이 <삼국지>로 개발자의 꿈을 키우다
임 팀장은 고등학생 때 코에이의 <삼국지>를 즐기며 개발자의 꿈을 키웠다. 그 전부터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있었지만, <삼국지>를 계기로 목표가 더욱 확실해졌다. 그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대학교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2000년 컴투스에 입사했다.
이직이 잦은 편인 게임업계지만, 임 팀장은 입사 후 지금까지 쭉 컴투스에서 ‘모바일게임 외길’을 걸어 왔다. 심지어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할 때부터 휴대폰으로 주식 등을 볼 수 있게 하는 페이지를 만들었을 정도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를 묻자 임 팀장은 <테트리스>를 꼽았다. 당시 컴투스가 <테트리스>의 라이선스를 정식으로 취득해 개발하게 됐는데, 라이선스 비용이 비싸서 개발 기간을 길게 가져갈 수 없었다. 그에게 주어진 기간은 한 달. 그래서 여름휴가까지 반납해 가며 <배틀 테트리스>와 <클래식 테트리스>를 만들어 출시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개발은 힘들었지만, <테트리스> 같은 게임을 선보일 수 있어서 즐겁게 개발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 팀장에서 개발자로, 다시 팀장이 되기까지
임 팀장의 이력에는 우여곡절이 녹아 있다. 프로그래머로 일하던 그는 다른 관리자의 퇴사로 인해 급작스럽게 팀장 업무를 맡게 됐다. 미리 준비할 수 없었던 팀장 자리. 개발자로서 본인의 업무에 충실하면 되던 때와 달리 팀장은 관리자로서의 역할도 수행해야 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개발과는 차이가 있기 마련. 그도 스스로 관리자가 되기에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이노티아 연대기>에서는 다시 프로그래머가 됐다.
그는 “남들의 눈에는 높은 자리에 올라갔다가 내려간 것처럼 보였을 것 같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보통 같으면 팀장 직급에서 내려오기 싫었을 것이다. 하지만 임 팀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출세나 성공으로 올라가는 것에만 집중하곤 하는데, 자신에게 잘 맞는 일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다시 프로그래머로 참여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심기일전이라고 할까. 임 팀장은 <이노티아 연대기> 출시 후 <엘피스>부터 다시 개발자와 팀장 업무를 병행하며 팀장이 됐다. 이번에는 지난번 보다는 사정이 나았다. 개발과 팀장 업무를 병행하는 것은 힘든 일이었지만, 점차 개발자로서의 업무는 다른 팀원들에게 하나 둘 맡길 수 있었다.
임준석 팀장이 참여했던 <이노티아 연대기>.
■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다”
개발자와 팀장 업무를 병행하던 임 팀장은 <엘피스> 프로젝트가 끝난 뒤 <타이니팜>을 만들기 시작했다. 개발팀은 <타이니팜>을 통해 게임을 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접근하고자 했다. 기존의 게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즐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다. 그래서 게임이지만 너무 게임 같지는 않은 느낌을 주고자 했다. 게임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주면 또 게임을 즐기지 않던 사람들에게 외면받을 수 있으니까.
‘게임은 게임다워야 한다’는 생각을 버린 덕분일까? <타이니팜>은 여성 유저들의 지지를 받으며 컴투스의 대표적인 소셜게임으로 자리 잡았고, 다음 프로젝트를 준비할 수 있었다.
이번 신작은 임 팀장과 개발팀의 고민이 담긴 게임이다. 임 팀장의 개발 철학은 ‘개발하는 사람 스스로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서 계속 RPG를 만들고 싶어하던 개발자들의 희망과 대중적인 소셜게임의 요소를 합쳐 <리틀레전드>를 기획했다.
임 팀장은 2일 카카오 게임을 통해 출시된 <리틀레전드>를 소개하며 “함께 사냥하는 게임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싶다는 고민을 담았다. 모바일에서 적절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유저들의 평가를 받을 때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농장 경영과 RPG를 결합한 <리틀레전드>. 개발자들이 MMORPG를 만들고 싶어 했었기 때문에 나온 결과물이다.
■ 가정에서 휴식을 찾는 결혼 8년차 개발자
임 팀장의 꿈은 전원주택에서 아내와 함께 사는 것이다. 그의 아내가 전원주택에서 노후를 보내는 꿈을 꾸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 8년차인 그에게 결혼이란 무엇이냐고 묻자 “평생 가장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사람과 만나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지금 아내와 결혼해 행복하다”며 웃었다.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이 가장 편안하다는 그에게 아내는 활력소가 되는 존재다.
그의 여가생활도 아내와 함께다.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내냐고 묻자 임 팀장은 “아내와 함께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며 기분을 전환한다”고 했다. 말은 못 하지만 몸짓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강아지 덕분에 위안을 받는단다.
임 팀장이 키우고 있는 강아지.
임 팀장에게 만약 다른 일을 했다면 어떤 직업을 가졌을지 묻자 “그럼 게임 말고 다른 프로그램을 만드는 개발자가 됐을 것 같다”고 답했다. 프로그래머 말고 다른 직업을 가졌다면 무엇을 하겠느냐고 묻자 “상상해 본 적이 없다”며 난감해했다. 일하며 막히던 부분을 해결해 낼 때 만족감과 보람을 느낀다는 그는 스스로를 개발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에게 10년 뒤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은지 물어보자 “성숙된 철학을 가진 개발자가 되어 게임을 계속 만들고 싶다”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오랫동안 개발 현장에 있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음식집으로 비교하자면 대형 프랜차이즈의 대표보다는 작은 맛집의 주방장이 되고 싶습니다.”
임준석 컴투스 개발본부 S팀 수석 팀장
1975년 대구 출생, 영남고등학교 졸업,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졸업
2000 컴투스 입사
2000~2001 알까기, 넷알까기
2002 NTT 도꼬모, KDDI 게임 개발, 테트리스(클래식, 배틀)
2003~2005 개발관리, 해외지사 근무
2007 이노티아연대기1
2009 이노티아연대기2
2010 엘피스
2011 이노티아연대기3, 타이니팜
2012 매직트리
2013 리틀레전드 for Kaka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