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는 지난 4월 업데이트를 통해 홈쇼핑에서 도마를 썰고, 쇠파이프도 썰고, 심지어 구형의 같은 제품까지 썰어버리며 이슈가 된 ‘장미칼’을 활용한 아바타를 선보였다. 네오플은 <던파>의 장미칼을 5대 명검으로 소개하며 홈쇼핑 같은 광고영상과 싸이의 ‘젠틀맨’을 패러디한 영상을 공개해 많은 관심을 얻었다.
<던파>는 장미칼 외에도 알몸에 앞치마만 걸친 핑크 프리스트, 민수 찾기, 곱등이 등 선뜻 기획하기 어려운, 속된 말로 ‘병맛’으로 불리는 이벤트를 거침 없이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이벤트를 만드는 사람들은 과연 누굴까? 네오플 국내 <던파> PM팀의 홍진혁(홍세라), 최수진 파트장(타미) 두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 봤다. /디스이즈게임 남혁우 기자
왼쪽부터 네오플 국내 던파 PM팀 홍진혁, 최수진 파트장.
TIG> 인터뷰에 앞서서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최수진: 국내 <던파> PM팀의 유료화를 담당하고 있는 최수진(타미)이다. 만나게 돼서 반갑다. 그동안 꼭 한마디 하고 싶었는데 타미가 여자라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온라인에서는 아무도 나를 여자로 인정해주지 않았었다.
홍진혁: 장미칼 광고영상에서 쇼호스트 역할을 맡았던 홍진혁(홍세라)이다. 우리 팀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면 장미칼, 핑크 프리스트, 엽기 스쿨 등 다양한 유료 콘텐츠를 담당하고 있는 부서다.
TIG> 장미칼 이벤트는 누가 기획한 것인가? 유저들 사이에서 제대로 약을 먹고 만들었다는 평가가 많다.
홍진혁: 최수진 파트장이다. 아주 약을 한 사발 마시고 만들었다.
최수진: 집에서 TV를 보고 있다가 정말 저렇게 홍보해도 될까 싶을 정도로 장미칼 홈쇼핑 영상이 웃겼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갖고 개발팀에 문의했더니 모두들 긍정적이라서 금방 선보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유저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했었는데 예상보다 반응이 훨씬 좋아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장미칼 이벤트의 소재가 된 홈쇼핑 광고.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다양한 소재로 패러디가 이뤄졌다.
TIG> 장미칼 이벤트를 하면서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최수진: 장미칼 이벤트는 정말 급하게 진행된 콘텐츠다. 그래서 개발해도 된다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바로 성우를 섭외하고 아이템 제작에 들어갔다. 영상을 찍기 위한 장소를 마련할 시간도 없어서 네오플 지하 1층 카페나 옥상에서 촬영했다.
홍진혁: 저녁 때 한창 회식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타미 파트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다짜고짜 다음날 정장을 갖고 오라길래 가져갔더니 내가 홈쇼핑 광고에서 쇼호스트 역을 맡는 것이었다. 전날 술을 마신데다가 정신이 없어서 영상을 잘 보면 목 근처에 있는 단추가 채워져 있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다.
<던전앤파이터> 장미칼 광고 1편
TIG> 장미칼 이벤트 반응은 어땠나?
최수진: 예상보다 훨씬 폭발적이었다. 우리는 <던파>를 즐기는 유저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만들었었는데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우리 영상을 좋아해 주셨다. 비슷한 시기에 싸이와 조용필, 이효리 등이 영상을 공개했었는데 우리 영상이 유튜브 조회수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우리 예상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주셔서 무척 뿌듯하면서 감사했다.
TIG> 처음에는 장미칼을 1,000개 한정이라고 했었는데 이후에 무제한으로 수량을 변경했다.
최수진: 한정 수량으로 정한 이유는 “1,000개 한정입니다. 지금 빨리 주문하세요”라는 홈쇼핑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대신 기본적으로 다른 아이템들과 비교했을 때 이 정도면 구입을 원하는 유저는 다 살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수량을 1,000개로 정했었다.
그런데 판매를 시작한 지 7분 만에 모든 수량이 다 팔려버렸다. 판매가 끝난 이후에 학생 또는 직장인이라 그때 구입을 못했는데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냐는 문의가 폭발적으로 들어왔다. 그래서 그런 분들을 위해 수량을 무제한으로 수정하게 됐다.
<던전앤파이터> 장미칼 광고 2편
TIG> 홈쇼핑에서 장미칼이 나온 지 2주 만에 게임에 추가됐다. 업데이트 속도가 빠른 편인데 노하우가 있다면?
최수진: 중요한 건 얼마나 아이디어가 재미있느냐인 것 같다. 아이디어가 재미있으면 너도나도 개발에 참가하면서 개발 속도가 빨라진다. 하지만 재미가 없으면 가차없다.
TIG> 이번 이벤트를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최수진: 희박한 가능성이었지만, 홈쇼핑에서 파는 장미칼은 가정용품인데 우리가 파는 장미칼은 게임 아이템이긴 해도 무기인 만큼 혹시나 법에 저촉되는 것은 없는지 고려하기도 했다.
유저에게 실제 장미칼을 선물로 줄까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너무 어린 학생에게 장미칼을 선물하거나 하면 부정적인 이슈가 있을 수 있어서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TIG> 장미칼 이벤트를 하면서 영상을 많이 만들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홈쇼핑에서 단진 가면을 쓴 여성과 옥상에서 젠틀맨 춤을 출 때 혼자 벽을 잡고 춤춘 사람이다.
홍진혁: 홈쇼핑에서 단진 머리를 쓰고 나온 여성은 실제로 게시판에서 ‘선배’라는 아이디로 활동 중이며 출중한 미모와 몸매를 자랑한다. 내부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최수진: 벽을 잡고 춤춘 인물은 TF팀의 프로그래머다. 우리가 옥상에서 영상을 찍고 있는 것을 놀리려고 왔다가 영상이 영~ 약하다며 직접 찬조 출현했는데 정말 제대로 즐기며 춤췄다. 덕분에 영상의 재미가 배로 늘었다.(웃음)
<던전앤파이터> 젠틀맨 댄스
TIG> 장미칼이나 핑크 프리스트 등의 콘텐츠는 조금은 게임의 분위기를 해칠 수 있는 부분이라 개발이 조심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홍진혁: 이번 장미칼을 비롯해 핑크 프리스트, 곱등이 등 일명 ‘병맛’ 코드 역시 <던전앤파이터>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내부에서도 최대한 유저에게 재미를 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TIG> 추가로 준비 중인 이벤트가 있는가?
홍진혁: 지난 3일 첫 방송을 시작한 아프리카TV 방송을 통해 유저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려 한다. 무엇을 할지 특별히 정해진 건 아니지만 유저와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공간으로 키우려고 한다. 이외에도 오프라인 이벤트나 여름 맞이 특별 패키지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TIG> 아무래도 결제를 유도하는 부서인 만큼 유저들의 비판도 많이 들을 것 같다.
홍진혁: 나 자신도 <던파>의 열혈 유저였고 게시판에 거친 글도 올리고 했었지만 막상 내가 그런 글을 보니 충격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처음 유저를 만나는 자리였던 ‘던파 페스티벌’이 무척 떨렸었다. 그런데 직접 유저들을 만나봤더니 오히려 우리에게 원하는 내용을 잘 이야기해줬다. 또한 연탄 나르기 행사를 할 때도 유저들과 친구처럼 잘 지냈다.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유저들이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기 때문에 거친 글을 쓰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앞으로 더 많이 유저들과 이야기하려고 한다. 아프리카TV를 통해 방송하는 것도 유저의 목소리를 더 듣고자 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TIG>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홍진혁: 지금 우리 파트는 매출보다 재미가 핵심으로 유저들이 게임을 즐겁게 즐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어떤 것이 재미있을지 항상 고민하고 연구하는 중이다. 특히 <던파> 특유의 ‘병맛’ 콘셉트를 이어 나가고 싶다. 그래서 ‘약을 빤 거 아니냐’는 댓글이 가장 좋다.
최수진: 유저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향으로 유료화를 풀어 보려고 한다. 지금도 장미칼처럼 아이템 성능보다 유저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룩’을 더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