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TIG 연재 코너에 댓글 폭풍이 몰아쳤습니다. 연재물 중 하나인 ‘즐겨라~ 코스프레!’에서 공개된 <블레이드 & 소울> 코스튬 플레이 때문이었죠. (☞ 바로가기) <블레이드 & 소울>의 오락당주 ‘당여월’로 분한 코스튬 플레이어 ‘주아’의 사진은 100개가 넘는 댓글을 이끌어냈습니다.
이처럼 호평받은 코스튬 플레이지만 본인에겐 못내 아쉬운 점이 있었나 봅니다. 보다 퀄리티를 높인 의상으로 ‘당여월’ 코스튬 플레이를 다시 준비하는 걸 보면요. 코스튬 플레이 경력만 5년 이상, TIG에서도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인 그에게 코스튬 플레이란 무엇일까요? 팀 CSL의 ‘주아’를 찾아가 그가 생각하는 코스튬 플레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 전직 격투기 선수의 코스튬 플레이
TIG> 만나서 반갑습니다. 독자 분들을 위해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주아: 안녕하세요! 팀 CSL의 ‘주아’입니다. 대학교에서 일러스트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이고요, 취미는 그림, 운동, 게임, 그리고 코스튬 플레이랍니다. 이렇게 말하니 취미가 엄청 많아 보이네요.(웃음)
TIG> 코스튬 플레이는 언제부터 하게 되었나요?
주아: 아마 중학교 때였을 거에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애니메이션 동아리에 들었는데, 선배들과 함께 재미있을 것 같아 무작정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시작한 일이었는데 계속 하다 보니 재미있더라고요. 집에서 적극적으로 밀어주기도 했고요. 그렇게 푹 빠져버렸죠.
부모님이 적극적으로 코스튬 플레이를 권할 때는 많이 놀랐어요. 엄청 혼날 각오를 하며 시작한 일이었거든요. 아마 부모님께선 선머슴처럼 하고 다니던 애가 코스튬 플레이 때문에 옷이랑 화장에 관심을 가진 것이 기특했나 봐요. 제가 당시 한창 운동에 빠져 있었거든요.
TIG> 중학교 때면 한창 외모에 관심 가질 시기 아닌가요? 운동을 얼마나 열심히 했길래 부모님이 그런 반응(?)까지 보이셨나요?
주아: 초등학교 때부터 이종격투기에 빠져 살았어요. 아마 제대로 한 시간만 8년 정도? 그렇게 운동을 하다 보니 평소에 여성스러운 옷은 갑갑해서 입지를 못하겠더라고요. 선수로도 5년 정도 지냈었는데요, 경상남도 대표로 나가 메달도 두 번인가 땄어요. 제 자랑거리 중 하나죠.(웃음)
TIG> 격투기 경력 8년에 현재 전공은 일러스트. 두 특기 모두 코스튬 플레이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데, 코스튬 플레이의 어떤 점에 끌렸나요?
주아: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에 시작했어요. 그런데 코스튬 플레이를 하다 보니 캐릭터로 분장할 때마다 저 자신이 변하는 게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단순히 외모만 변하는 게 아니라, 어느 순간부터는 말투나 행동거지까지 그 캐릭터에 알아서 맞춰졌어요. 어쩌면 연기를 배우는 분들이 느끼는 즐거움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네요.
TIG> 연기하는 본인도 체감할 정도로 많이 달라지던가요?
주아: 저야 연기 면에선 아직 햇병아리라 캐릭터와 닮으려고 많이 노력하는 편이죠. 하지만 팀의 다른 코스튬 플레이어들을 보면 정말 굉장해요. 지금 옆에서 얌전히 이야기를 듣고 있는 CSL 팀장님도 지난해 지스타에서 <사이퍼즈>의 ‘레이튼’을 완벽하게 소화했죠. 평소와는 분위기부터 틀렸어요.(웃음)
송경환 팀장: 저야 사진뿐만 아니라 무대에서 액션연기 같은 것도 많이 하는 편이라 특이한 케이스죠. 아직도 무대에 오르기 전엔 열심히 자기 최면을 거는 걸요.(웃음) 하지만 주아나 다른 친구들은 사진기만 들이대도 정말 놀랄 만큼 분위기가 달라져요. 왠지 코스튬 플레이를 하면 전용 버프라도 받는 것 같아요.
TIG> 그동안 <블레이드 & 소울>의 당여월. <사이퍼즈>의 트리비아, 최근 <팬티 & 스타킹 with 가터벨트>의 팬티까지, 강해 보이는(?)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습니다.
주아: 제 취향이 많이 반영된 결과물이죠. 개인적으로 강하고 섹시한 캐릭터를 좋아해요. 예전에 격투기를 해서 그런지 여자로서 그런 캐릭터를 보면 멋지다고 생각하고, 저 스스로도 닮고 싶더라고요.
TIG에도 잠깐 영상이 나왔었죠? 지난번 부산 코믹 월드에서 연기했던 <사이퍼즈>의 ‘트리비아’는 그런 면에서 제 취향을 100% 만족시킨 캐릭터였어요. 복장에서 격투가의 느낌도 나서 정말 마음에 들었죠. 너무 마음에 들어서 촬영용으로 쓸 오토바이도 직접 샀을 정도로요. 복장 이름부터 ‘다크라이더’니까요.(웃음)
송경환: 너무 포장하는 거 아니야?(웃음) 사실 오토바이는 ‘트리비아’ 촬영 건도 있었지만, 주아가 직접 타려는 목적도 있었죠. 그런데 평소 스쿠터밖에 타지 않던 애가 스쿠터 타는 감각으로 오토바이를 샀다는 거예요. 팀원들이 기겁해서 말렸죠. 결국 오토바이는 촬영 후 되팔았답니다.
TIG> TIG에 연재된 작품 대부분이 게임 캐릭터입니다. 평소에도 게임을 자주 하나요?
주아: 당연하죠! 사실 코스튬 플레이는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사이퍼즈>와 <리그 오브 레전드> <블레이드 & 소울> 모두 플레이하고 있어요. 게임을 해야만 그 캐릭터의 매력을 제대로 알 수 있거든요. 개인적으로는 게임을 하면서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다면 바로 코스프레를 시도하는 편이에요. 이전에 선보인 <블레이드 & 소울>의 당여월이 그런 경우죠.
송경환: <서든어택>도 있잖아. 아마 CSL에서 FPS게임을 가장 잘하는 친구 중 한 명일 걸요? <서든어택>만 2년 넘게 했다는데, 지난번에 PC방에서 플레이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저격 맵에서 게임을 하는데 ‘순줌’을 자유자재로 쓰면서 맹활약하더라고요.
주아: 그런데 <서든어택>에는 코스튬 플레이를 할 만한 캐릭터가 적어서 너무 아쉬워요.
TIG> 보통 코스튬 플레이 캐릭터 하나를 준비하는 데 얼마나 걸리나요?
주아: 아무래도 의상을 만드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느냐가 크죠. 캐릭터 분석 같은 경우는 이미 게임을 해서 끝낸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송경환: 의상은 일반적으로 3~4주 정도 걸려요. 물론 의상이 특히 더 복잡하거나 만들기 힘든 경우는 더 길어지기도 하죠. 일부 갑옷 의상은 지난해부터 하루 10시간 이상 투자했는데도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경우도 있어요.
TIG> 본인이 연기할 캐릭터의 의상은 직접 만드는 편인가요?
주아: 예. 도안 못지않게 연기자 본인이 느끼는 캐릭터의 느낌도 중요하니까요. 직접 옷을 입을 당사자이다 보니 좋은 옷을 입고 싶은 욕심도 있죠. 그리고 의상제작 자체도 굉장히 재미있어요. 이런 경험을 하기가 힘들잖아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평범한 의상보다는 평소 보기 힘든 갑옷이나 무기 같은 것을 만드는 것을 더 좋아해요.
송경환: 팀이 크다 보니 의상제작 전담 팀도 있긴 해요. 의상을 준비할 때는 그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죠. 일부 의상은 제작할 때 다칠 위험도 많아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기도 하거든요. 물론 주아는 그런 걸 가리지 않고 열심히 참여하는 편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갑옷을 만들 때 나는 본드 냄새 때문이 아닐까 의심하는 중입니다. 사실 갑옷제작 중 맡는 본드 냄새는 사람의 기분을 점점 좋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주아: 잠깐, 방금 그거는 NG예요!(웃음)
인터뷰에 동석한 CSL 송경환 팀장과 한 컷.
주아: 그런 마음도 없진 않죠. 하지만 그보다도 보다 완벽하게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은 욕심이 더 커요. 사실 이전에 촬영한 사진은 의상 퀄리티도 떨어졌고, 결정적으로 겨울이라 살도 조금 쪘었거든요.(웃음) 보여주신 성원에 비해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많았어요.
그래도 지금은 한 번 의상을 만들어봤기 때문인지 이전보다 더 쉽게 더 좋은 의상을 준비할 수도 있었고, 몸 관리도 철저히 했어요. 이제는 여러모로 그때보다 나아졌으니 많이 기대해 주세요.
■ 점점 나아지고 있는 코스프레에 대한 인식
TIG> 코스튬 플레이를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나요?
주아: 그런 게 없다면 거짓말이죠. 저야 그래도 집에서 많이 응원해줘서 나은 편이지만, 다른 팀원들 중에는 집에서 좋지 않은 소리 듣는 사람도 많아요. 아직 한국에서 코스튬 플레이에 대한 인식이 좋은 편도 아니고요.
그래도 힘든 가운데 얻는 것도 많아요. 제가 연기한 캐릭터가 호평받으면 정말 기분이 좋죠. 거기다 예쁘게 봐주시면 정말 고맙고요.(웃음) 이외에도 팀원들과 옹기종기 모여 앉아 더 좋은 코스튬 플레이를 위해 수다를 떠는 것도 혼자 코스튬 플레이를 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매력이죠.
TIG> 코스튬 플레이어로서 최근의 코스튬 플레이에 대한 인식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주아: 많이 나아졌죠! 사실 그동안 게임쇼에서 코스튬 플레이가 없었던 적은 없었어요. 하지만 초점은 어디까지나 모델에 맞춰져 있었죠. ‘연예인 누가, 또는 레이싱모델 누가 게임 캐릭터 의상을 입었다’ 정도?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달라졌어요. 모델보다는 캐릭터, 혹은 코스튬 플레이 자체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요즘에는 게임 코스튬 플레이를 소개할 때도 ‘XXX로 분한 연예인 YYY’, 혹은 ‘코스튬 플레이 팀 ZZZ의 OOO’ 식으로 바뀌었죠.
이렇게 바뀐 인식을 보면 정말 감개무량해요. 사실 CSL에 합류하게 된 까닭도 팀원 모두가 한국에서 코스튬 플레이에 대한 좋은 인식이 생기도록 고민하는 것이 마음에 들어서였거든요.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활동해서 코스튬 플레이를 어엿한 주류문화로 만들고 싶어요.
TIG> 앞으로 연기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주아: 너무 많은데요,(웃음) 몇 개만 꼽자면 요즘 빠져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자이라와 르블랑을 먼저 하고 싶어요. <블레이드 & 소울>의 진소아도 너무 좋아하는 캐릭터인데 의상이 노출도가 높아 아직은 고민 중이에요.
아, 게임 외의 캐릭터라면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캣우먼! 앤 해서웨이가 연기한 것보고 정말 반했어요. 같은 여자가 보기에도 정말 멋진 캐릭터예요.
TIG> 마지막으로 TIG 독자 분들께 인사말 부탁합니다.
주아: 코스튬 플레이에 많은 사랑과 관심을 부탁 드립니다. 있는 그대로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저와 CSL 모두 더 열심히, 더 예쁘게(혹은 멋지게) 작품을 준비하고 있으니 많은 기대를 바랍니다.
참, 그리고 CSL에서 오랫동안 작업했던 <리그 오브 레전드>의 갑옷들이 완성을 앞두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열리는(6월 15일) ‘LOL 챔피언스 스프링 2013’ 결승전에서 선보일 예정이니 많은 기대와 호응 부탁 드릴게요. 곧 ‘즐코스’에서 다시 선보일 ‘당여월’ 코스튬 플레이도요. 감사합니다.
지난번에 선보였던 ‘당여월’ 코스튬 플레이의 미공개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