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스> <에다전설> 등 귀여운 비주얼의 MMORPG를 만들어 온 이야소프트가 3년 만에 신작을 론칭한다. 신작 <던전히어로>는 이야소프트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타겟팅 MORPG다.
이런 도전을 기다리고 있는 시장의 상황은 녹녹치 않다. <던전앤파이터>는 물론, 올해 나온 <크리티카>와 <던전스트라이커> 등 MORPG 시장은 전국시대에 돌입한 지 오래다. 더군다나 2011년 초 자사 게임의 모든 직접 서비스를 중단했던 이야소프트의 행적은 아직까지도 유저들에게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야소프트는 이런 험난한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갈 계획일까? 6월 26일 시작하는 <던전히어로>의 오픈 베타테스트를 앞둔 강은성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 “MMO의 재미에 MO의 강점을 더했다”
TIG> 3년 만에 신작을 론칭한다. 기분이 어떤가?
강은성: 일본에서 먼저 서비스해서 덜 떨릴 줄 알았는데, 전혀 덕을 보지 못했다. 과거 개발과 서비스를 같이 했을 때도 지금처럼 떨리진 않았던 것 같다. 신작을 낼 때마다 항상 이전보다 더 많은 노력, 더 많은 노하우를 쏟아부었지만, 시장은 더욱 앞서나가지 않는가? 특히나 요즘처럼 어려운 상황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그래도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마음가짐으로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TIG> <던전히어로>는 어떤 게임인가?
제목 그대로 던전이 중심인 게임이다.(웃음) 던전에 초점을 맞춘 만큼 타임어택 랭킹이나 던전을 전장으로 하는 점령전 등의 콘텐츠가 특징이다. 또한 MORPG의 형태지만 오픈필드나 타겟팅 전투, 공성전 등 MMORPG의 요소도 많이 포함하고 있다.
TIG> 국내에서는 연초부터 MORPG가 쏟아지고 있다. 경쟁자가 많은데 불안하지 않은가?
불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특히 이름이 비슷한 <던전스트라이커>와 자주 비교되고 있어 부담이 크다. 하지만 게임성에서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른 게임이 못 만들었다는 뜻은 아니다. <던전히어로>가 일반적인 MORPG와 다른 게임이라는 의미다.
<던전히어로>는 MORPG의 형태지만, 주된 재미는 MMORPG에 가깝다. 플레이 중 언제든 입장할 수 있는 오픈필드나, 최종 콘텐츠 중 하나인 공성전 등은 모두 다른 유저와의 관계∙협동∙경쟁에 초점을 맞춘 MMORPG의 문법이다. 게임을 개발할 때도 MORPG와 MMORPG의 장점을 결합하기 위해 노력했다. 아마 MORPG의 전형에 익숙한 유저라면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TIG> MORPG에서 MMORPG의 재미라니. 그렇다면 MMORPG를 개발하는 것이 맞지 않나?
굳이 장르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MMORPG는 다양한 유저들이 서로 만나고 관계를 맺는다는 강점이 있는 반면, 한 판, 한 판 단기적인 목표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MORPG는 던전 플레이 위주의 스타일 덕분에 단기적인 목표는 충분하지만, 빠른 플레이 템포와 인스턴스 공간 위주의 구성이라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 힘들다.
<던전히어로>에서는 두 장르의 장점을 결합해 MMORPG와 MORPG의 강점을 두루 제공하고 싶었다. 다행히 두 장르 모두 캐릭터 육성이라는 공통된 재미요소를 갖고 있어 생각보다 쉽게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다. 던전을 돌파하며 다수의 몬스터를 호쾌하게 쓸어버릴 수도 있고, 원한다면 수 십 명의 유저가 참석하는 공성전에 참여할 수도 있다.
TIG> 타겟팅 방식의 MORPG인 것도 이러한 결합의 연장선인가?
논타겟팅의 피로를 줄이려는 시도다. 논타겟팅의 짜릿함은 누구나 인정하는 강점이지만, 항상 기민한 반응을 요구하는 탓에 피로도가 크다. <던전히어로>는 공성전이나 필드사냥 등 진득하게 플레이해야 하는 콘텐츠가 많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이 필요했다.
사실 이런 방식의 액션은 기술적인 문제를 극복하려는 고육지책이기도 하다. <던전히어로>에는 공성전이나 오픈필드 등 MMORPG급 콘텐츠가 다수 존재한다. 모두 하나같이 서버 기술이 중요한 콘텐츠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MMORPG처럼 클라이언트-서버 방식으로 개발됐다. 이런 상황에서 논타겟팅 액션을 만드는 것은 쉽지도 않고 게임 특성과도 적합하지 않았다.
그래서 타겟팅의 편의성과 논타겟팅의 호쾌함을 함께 구현하기 위해 기본공격도 범위공격으로 구현했고, 논타겟팅 스킬도 다수 추가했다. 플레이해 보면 타겟팅과 논타겟팅의 중간 느낌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 “같은 맵, 다른 경험으로 콘텐츠 문제를 풀겠다”
TIG> 다른 게임과 비교하면 그래픽이 좋지 않다. 무엇으로 게이머를 유혹할 계획인가?
다양한 아이템이 주는 ‘득템’의 재미와 앞서 설명했던 MMORPG 요소와 MORPG 요소의 결합이 <던전히어로>의 특징이다. <던전히어로>는 <디아블로> 시리즈처럼 같은 아이템이라도 드롭될 때마다 다른 능력치를 부여받는다. 아이템 드롭률 자체가 높게 설정돼 있기 때문에 유저는 던전을 돌파할 때마다 더 나은 아이템, 더 희귀한 아이템을 접할 수 있다.
앞서 설명했던 MORPG와 MMORPG의 강점을 결합한 콘텐츠도 있다. 던전 플레이 위주의 문법은 유저에게 계속 목표를 제공해 보다 깊게 게임에 몰입할 수 있게 하고, MORPG에서 간과하기 쉬운 유저간 커뮤니티는 다수의 유저가 함께 입장할 수 있는 오픈필드나 대단위 PvP 콘텐츠인 공성전의 도입으로 극복하려고 한다.
TIG> 역시 최종 콘텐츠는 경쟁형인가?
협동형 콘텐츠보다는 경쟁형 콘텐츠가 수명이 길기 때문에 최종 콘텐츠 또한 경쟁형이 다수를 차지할 것이다.
지난 CBT에 선보였던 공성전이나 전장은 그중 가장 기초적인 형태다. 예를 들어 한 도시의 지배권을 걸고 싸웠던 공성전은 이후 도시를 소유한 길드끼리 주변 던전의 지배권을 놓고 싸우는 월드맵 점령전(가칭)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월드맵을 보면 땅따먹기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파티와 파티가 만나 실력을 겨뤘던 전장 콘텐츠도 나중에는 추가적인 대전모드나 리그제를 도입해 보다 체계적인 대전으로 키울 계획이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개발 중인 리그 시스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리그제는 <리그 오브 레전드> 같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 상위 리그로 승급해 강호들과 맞붙는 방식이다. 어려운 적을 이길수록 보상도 좋아지기 때문에 실력에 자신 있는 유저라면 솔깃할 것이다.
TIG> MORPG는 콘텐츠 소진이 빨리 일어나는 장르 중 하나다. 특히 <던전히어로>는 쉽고 빠른 성장을 내세워서 이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 같다.
모든 온라인게임 개발사의 고민이 아닐까? 이를 막기 위해 경쟁 형식 위주로 최종 콘텐츠를 편성했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 경쟁형 콘텐츠만으로 게임이 돌아갈 수도 없을뿐더러, 경쟁형 콘텐츠 자체도 언젠가는 질리게 된다. 결국은 이러한 유예기간 안에 개발진이 얼마나 새로운, 그리고 오래가는 콘텐츠를 생산하느냐가 관건이다. 3개월 동안 개발했으면 적어도 2개월은 플레이했으면 하는데, 현실은 2주도 버티기 힘드니….(웃음)
현재로서는 한 번 생산한 콘텐츠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예를 들어 <던전히어로>가 내세우는 타임어택 경쟁인 ‘던전점령’도 그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던전에 일종의 ‘하드모드’를 추가해 새로운 몬스터, 새로운 패턴을 넣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TIG> 그런 것을 전문용어(?)로 ‘돌려막기’라고 한다.
게이머로서 나도 참 싫어하는 방식이다.(웃음) 나 또한 게이머의 한 사람인 만큼 단순히 색깔놀이(기존 모델링에 색과 능력치만 바꿔 추가하는 방식)를 반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신규 콘텐츠를 추가할 때 중요한 것은 새로운 목표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유저에게 꾸준히 새로운 목표를 제시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면 콘텐츠 업데이트로는 합격선이 아닐까? 물론 현실적으로 모든 콘텐츠가 기존 리소스를 100% 배제한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기존 리소스를 활용하더라도 똑같은 목표, 똑같은 방식으로 재활용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앞서 설명했던 월드맵 점령전(가칭)을 예로 들자면, 기존에 PvE로 설계됐던 던전이 길드와 길드가 싸울 수 있는 PvP 전장으로 조정된다. 유저는 월드맵 점령전에서 길드의 명예와 이익, 그리고 자신의 성장을 위해 싸운다. 맵은 유사해도 목표와 게임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유저는 플레이하며 기존과는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만드는 입장에서는 기존 맵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개발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 “이번에는 오랫동안 선보이고 싶다”
TIG> 이야소프트 게임이 자주 서비스를 열고 접다 보니 이야소프트 자체에 대한 이미지도 좋지 않은 편이다.
대표로서 많은 책임을 느끼고 있다. 특히 2011년 초 내부 조직을 정비하면서 서비스 부서를 없앤 것이 컸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결국 이야소프트 자체의 능력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자체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게임은 성적이 좋지 않았고, 신작 개발도 수월하지 않았다. 결국 개발이나 퍼블리싱 중 하나를 포기하고 다른 하나에 집중해야 했다. 이야소프트의 시작이 개발사였던 만큼 고민 끝에 서비스 부문을 정리하게 됐다. 우리의 역량이 부족했던 탓인데, 그 피해는 유저 분들이 입었다. 서비스가 종료될 때까지 이야소프트 게임을 아끼고 사랑해주신 유저 분들에게 죄송할 따름이다.
TIG> 2011년 초면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의 일이다. 한 해에도 수 십 개의 게임이 쏟아지는 시장에서 당시 기억이 아직까지 악감정을 만들고 있다는 뜻인가?
다른 퍼블리셔를 통해 이야소프트 게임이 국내에 서비스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시 론칭한 게임 모두 해외 서비스 빌드가 기반이다 보니, 이전 버전과 비교해 달라진 점이 거의 없었다. 퍼블리셔는 달라졌지만 게임은 그대로니 유저들 입장에서는 배신감도 많이 들었을 것이다.
결국 어떻게 말해도 우리의 역량이 부족한 탓이다. 조금 더 힘을 쏟아부어 다시 론칭하는 게임을 일신했다면, 아니면 재론칭 욕심을 버리고 차기작에 집중해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면 유저 분들의 감정도 나아지지 않았을까? 지금에서야 뒤늦게 유저 분들과 소통을 시작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TIG> 3년 만에 나온 신작을 직접 서비스하지 않고 퍼블리셔에게 맡긴 이유도 그 때문인가?
솔직히 아직 이야소프트의 역량으로 자체 서비스는 무리라고 생각한다. 섣불리 능력 밖의 일을 벌였다가 다시 유저 분들께 피해를 끼치고 싶진 않다. 당분간은 개발에만 전념하고 운영은 다른 전문가들에게 맡길 예정이다. 그런 면에서 <던전히어로>의 퍼블리싱을 담당하고 있는 포르투나게임즈에게 항상 감사하고 있다.
TIG> <던전히어로>의 퍼블리셔인 포르투나게임즈는 올해 게임 운영을 시작한 신생 업체다. 유저들 입장에서는 <던전히어로> 또한 다른 게임의 전철을 밟을까 불안하기도 할 듯하다.
포르투나게임즈의 활동시간만 본다면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부 구성원을 보면 다른 대형 퍼블리셔 못지않은 베테랑만 가득하다. 물론 대형 퍼블리셔를 생각한 적이 없다고 말하진 않겠다. 대형 퍼블리셔의 유저풀은 누구에게나 매력적이니까.
하지만 그동안 해외에서 많은 퍼블리셔를 겪어 본 결과, 퍼블리셔의 규모가 능사는 아니더라. 대형 퍼블리셔는 패가 많아 성적이 좋지 않으면 결단도 빨리 내리지 않겠는가? 오히려 의외로 신생 업체가 좋은 성과를 낸 경우가 많았다. 데뷔작이었던 <묵향온라인>(무협대전 쟁: 타이탄 온라인)은 신생업체 런업과 만나 이를 기반으로 대만, 말레이시아 등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장할 수 있었다.
신생 업체는 마치 한몸과 같은 커뮤니케이션과 타이틀 하나하나를 사운(社運)과 동일시하는 동업자 정신이 매력적이다. 이전에 직접 서비스했던 게임을 좋지 않게 중단한 기억 때문인지 몰라도 <던전히어로>만큼은 정말 오랫동안 유저들에게 선보이고 싶다. 그래서 (그런 일이 있어선 안 되겠지만) 잠시 힘들어도 같이 헤쳐 나갈 수 있는 포르투나게임즈와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TIG>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그동안 부족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다. 이야소프트의 대표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개발자로서 죄송하다는 말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 지은 죄가 많아 <던전히어로>도 어떻게 좋게 봐달라고 말하기 민망하다.
다만 <던전히어로>의 개발에 직접 참여한 입장에서 단순히 ‘한탕’ 하려고 게임을 만든 게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히 하고 싶다. 아픈 기억이 있는 만큼 유저 분들께 사과하는 마음으로 <던전히어로>만큼은 오래 서비스할 수 있기를 바라며 열심히 만들었다. 20일 사전테스트와 26일 시작하는 오픈 베타테스트를 통해 이런 개발진의 마음을 솔직히 평가해 주셨으면 좋겠다.
[update] <던전히어로> OBT 일정이 17일에서 26일로 변경되서 기사에 반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