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위즈CRS는 지난 5월 개발 중인 신작 <프로젝트 블랙쉽>(이하 블랙쉽)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다수의 적을 한꺼번에 날려버리고, 날아간 적이 다른 적을 쓰러트리고 기둥을 무너트리는, 호쾌하면서도 상호작용이 강조된 액션 MORPG였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언덕에서 돌을 굴리거나, 기름을 먹인 칼에 불을 붙여 적을 공격하는 등 주변환경을 활용한 전투가 눈에 띄었다. 과연 네오위즈CRS가 생각하는 액션의 차별화는 무엇일까? 첫 발표 후 약 한 달, 오용환 대표와 박성준 PD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 봤다. /디스이즈게임 남혁우 기자
TIG> 어떤 목표를 갖고 <블랙쉽>의 개발을 시작했나?
오용환: 10년 이상 게임을 만들어 오면서 어떤 기획이 나왔는데 그것이 기술상의 이유 등으로 구현되지 못하는 상황이 가장 아쉬웠다. 결국 우리가 처음에 원한 것이 아닌 다른 게임이 나오곤 했다.
이번에 만드는 게임은 기술적인 어려움으로 구현되지 못하는 부분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처음 <블랙쉽>을 만들 때 앞으로 2~3년 후 나올 게임이라면 어떻게 구현돼야 할지 고민했다.
그에 대한 답은 기존게임과 ‘다름’이었고 이를 위해서는 제약이 없어야 하고 기술 개발이 필요했다.
TIG> ‘다름’이라는 것이 기술적인 차별화인가?
오용환: 우리는 기술로 차별화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기술이 우위에 있는 게임이 아니라 콘텐츠가 우위에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1년 정도 기술 연구개발과 시나리오 작업을 해야 했다.
기술이 있지만 게임성에 안 맞는다면 안 쓰면 그만이다. 하지만 원하는 콘텐츠가 있는데 이를 구현할 기술이 없으면 게임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게임을 위해 많은 기술 연구개발이 있었다.
TIG> 그렇게 준비한 <블랙쉽>에서 추구하는 차별화는 무엇인가?
오용환: 우리는 액션에서 차별점을 보여주고 싶었다. 액션이 항상 지루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화려하게 터지기만 하는 액션이라면 처음에는 시원하고 화끈할지 몰라도 어느 순간 반복되는 플레이에 지루해 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세밀한 컨트롤에 집중했다. 쏠 때 미리 맞을 것이 정해지거나 일정한 범위 안에 목표가 있는지 판단해 맞은 것으로 판정하는 방식이 아니다. <블랙쉽>은 적의 공격이 내 캐릭터에 정확하게 맞았을 때 판정 계산이 들어간다. 심지어 칼이 깊게 맞았는지 얕게 맞았는지에 따라 대미지 판정이나 피격모션도 달라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적의 공격을 예상하고 피하는 게 아니라 보고 피하는 것이 가능하다. 심지어 적이 쏜 활을 칼로 튕겨낼 수도 있다.
유저가 몬스터를 집어 던져 건물이 무너지며 생긴 파편에도 각각 값이 있어서 유저나 다른 몬스터도 파면에 맞아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단순히 유저와 몬스터만이 아니라 다른 유저에게도 건물이 무너지고 파편이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처럼 다양한 액션과 변수를 통해 매번 지루하지 않은, 새로운 액션이 구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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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본적으로 유저에게 선택권을 많이 주고 싶다. 단순이 1번을 누를지 2번을 누를지가 아니라 스킬을 쓸지, 돌을 굴릴지 아니면 추가로 다른 행동을 할지 등 자신만의 방식이 있고 재미와 선택지가 많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
액션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하면 현실에서 상식적인 플레이를 게임에서 구현하고자 했다. 던지면 깨질 것 같고 잡으면 들릴 것 같다면 그것이 그대로 게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금 다른 예를 들면 <블랙쉽>에서는 적을 잡아서 절벽으로 던질 수 있다. 이때 몬스터가 조용히 떨어지는 게 아니라 비명을 지를 것 같아서 적을 잡아 던지면 자연스럽게 비명을 지르며 떨어지도록 만들었다.
TIG> 실시간으로 판정이 이뤄진다면 랙 등 서버 이슈가 중요할 것 같다.
박성준: 맞다. 그래서 그런 부분에 많이 집중해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지금까지 내부에서 테스트한 결과 레이턴시 150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다. 지속적인 개발을 통해 서버의 안정성을 더 강화하려 한다. 서버는 단일 서버는 아니지만 약 5만 명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는 수준을 생각하고 있다.
■ “플레이 자체가 끊임없이 달라지는 다양성”
TIG> 어떤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나?
박성준: 오픈 베타테스트(OBT)에서는 여러 콘텐츠를 제공할 텐데, 큰 틀로 보면 세 가지가 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미션을 받아 던전을 깨고 보스를 쓰러트려 아이템을 모으는 스토리 모드, 팀을 이룬 유저끼리 전략적으로 해당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팀플레이 모드, 그리고 PvP 모드가 될 것이다.
팀플레이 모드는 다양한 룰과 방식이 있겠지만, 간단하게 설명하면 디펜스 모드와 유사하게 함께 주어진 어떤 임무를 해결하면 된다. 단순히 파티원의 능력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상황을 적절하게 이용해야 한다. 만약 지켜야 하는 곳이 산꼭대기라면 정상에서 물건을 던져 적을 공격하거나 기름통을 굴려 적을 넘어트리는 등 지형지물을 응용하는 플레이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전 모드는 누가 얼마나 레벨이 높고 좋은 아이템을 갖고 있는지 겨룰 수도 있지만, 그 외에도 세밀한 컨트롤과 자기 클래스에 대한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한 전략적인 플레이로 승패가 결정되는 모드를 준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장비와 레벨의 능력치가 평준화되거나, 그렇지 않은 두 가지 방식의 PvP 모드를 준비하려고 한다.
TIG> 그동안 MMORPG를 많이 개발해 왔는데, 이번에는 MORPG다.
오용환: 최근 유저들의 게임 플레이 성향을 보면 굳이 오랫동안 플레이하지 않더라도 즐겁게 간단히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유저가 게임에 잠깐 들어와 즐기면서 레벨업을 하고 PvP로 랭킹을 올릴 수 있는 게임 패턴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에 어울리는 게임이 MORPG였다. 물론 장시간 플레이하는 유저에 대한 보상도 있지만 짧게 하는 유저들도 만족할 만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MMORPG는 워낙 규모가 크고 변수가 많기 때문에 우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기술을 적용하기에 어려운 부분도 많았다.
TIG> 물리효과를 많이 사용하고 맵에서 정해야 할 것도 많은 만큼 콘텐츠를 개발하는 속도가 빠를 것 같지는 않다.
오용환: 개발속도는 오히려 더 빨라질 것이다. 그동안 새로운 스킬을 만들면 연출을 위해 캐릭터마다 따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모션을 넣어야 했지만 <블랙쉽>은 위치만 정해 주면 된다. 예를 들어 캐릭터가 잡아야 하는 위치로 어깨를 정하면 잡아야 하는 몬스터가 커지거나 작아지는 것에 상관없이 어깨를 잡는다.
그러한 식으로 상황에 맞춰 애니메이션을 여러 개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만 만들면 되기 때문에 확실히 개발속도가 빨라진다.
맵 역시 계절도 실시간으로 바꿀 수 있고, 빛 처리에도 전부 다이내믹 라이팅을 사용해 시간대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다. 마찰계수 등 물리적인 요인도 변경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같은 맵이라도 시간의 변화에 따른 모습을 보여주거나 전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
맵은 비주얼적으로 엄청나게 달라지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다. 그보다는 거기서 무엇에 집중하고 무엇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성준: 우리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문제는 ‘맵을 더 빨리 만들어서 빨리 업데이트하는 것만으로 괜찮을 것인가?’다. 반복되는 사냥과 몬스터 업데이트는 게임을 하는 유저의 입장에서는 다른 그래픽의 몬스터를 같은 방식으로 사냥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게임 플레이 자체가 끊임없이 달라지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단순히 퀘스트나 몬스터의 양이 많은 게 아니라, 즐길 수 있고 선택할 것이 많은 다양성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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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보스마다 어떤 타이밍에 무엇을 피하고 언제 공격해야 한다는 정답지가 있다면, <블랙쉽>에서는 이를 뛰어넘는 공략이 나올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하고 있다. 이로 인해 어떨 때는 쉬울 수도 있고 어떨 때는 어려울 수도 있다.
우리의 키워드 중 하나가 ‘다이내믹’인데, 이것이 스테이지에 적용돼 있어서 하드 난이도 이상에서는 몬스터와 맵에 변수가 생기기 시작한다. 이로 인해 보스가 평소에 안 쓰던 스킬을 사용하고, 사용하는 스킬이 매번 달라진다.
지형환경도 마찬가지다. 같은 보스라도 상황에 따라 공략법이 달라진다. 공략이 쉬운 날이 있는 반면 어려워지기도 한다. 그런 변화가 유저가 한 번 더 고민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기를 바라고 있다.
■ “차세대 콘솔 진출도 적극적으로 고려”
TIG> ‘중세시대의 X파일’이라는 콘셉트가 독특하다.
박성준: 개발을 시작하기 전부터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스토리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많은 예산이 필요한 반면 플레이 타임은 짧다. 게다가 <블랙쉽>은 액션게임이라 액션을 통해서는 스토리를 많이 보여주기 어려웠다.
그래서 액션에 몰입하면서도 스토리를 가져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그러던 중 미스터리가 흡입력이 있으면서도 게임의 분위기와 맞을 것 같아서 그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블랙쉽>은 중세시대 등장한 초자연적인 물리현상을 파헤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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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 그런데 캐릭터의 복장은 교황청의 밑에 있는 단체라는 설정에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느낌도 들었다.
오용환: <블랙쉽>은 <엑스맨>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블랙쉽’은 각자 어떤 사연에 따라 일반인에게 없는 능력을 갖고 핍박받던 사람들이 모인 단체다. 또한 교황청과의 관계가 알려지지 않은 비밀 단체이기도 해서 복장에 대한 특별한 규제가 없다고 보면 된다.
지난달 제작발표회에서는 캐릭터의 특징을 더 확실하게 보여주려고 하다 보니 그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앞으로 게임 분위기에 맞는 의상은 따로 준비해야 할 것이다.
TIG> 차세대 콘솔 Xbox One과 PS4는 PC와 같은 x86 CPU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혹시 <블랙쉽>을 차세대 콘솔에서도 즐길 수 있을지 기대해도 되나?
오용환: 차세대 콘솔로의 진출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우리가 아직 기기를 다뤄본 게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지는 이제 기술적으로 검토해야 하겠지만 예전보다는 어려움이 덜할 것 같다. 우리가 사용하는 엔진(하복비전)이 멀티플랫폼을 지원하고 아날로그 스틱을 사용하는 게임 플레이도 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부분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TIG>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박성준: <블랙쉽>은 ‘이렇게 하면 된다’는 룰과 패턴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해법의 가능성이 열려 있고, 이를 유저가 스스로 찾아 나가는 게임이 됐으면 좋겠다.
<스타크래프트>나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같은 게임이라도 매번 다른 플레이가 나오듯이 <블랙쉽>도 어떤 식으로 플레이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언덕에서 돌을 굴리면 몬스터가 돌을 피한다. 하지만 유저 2명이 2개의 돌을 굴려서 피할 곳이 없어지면 몬스터가 이를 억지로 피하려다 스스로 절벽으로 떨어져 죽기도 하는 등 다양한 상황이 발생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게임을 어렵게 만든다는 의미는 아니다. 처음에는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가볍게 룰을 익히고, 게임에 숙련되고 더 새로운 것이 필요해지면 그에 맞는 콘텐츠를 플레이하면 된다.
오용환: 예전 MMORPG 시장은 참고 견디며 게임을 하다 보면 재미있는 것이 나오는 룰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방식이 먹히지 않는 시장이다.
당장 나만 해도 ‘왜 몇 시간씩 사냥하면서 재미를 찾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답하기 어렵다. 지금은 즉각적으로 재미를 줄 수 있으면서도 단순히 휘발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깊이 있는 재미를 줄 수 있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되는 것 같다.
테스트를 시작하지 않았으면서도 제작발표회를 열고 게임을 빨리 공개한 것은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겠다는 의미다. 조만간 <블랙쉽> 티저 사이트를 열 계획이다. 게임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 의견을 보내주시면 개발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