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8일, 표현의 자유를 시험하는 듯한 도발적인 콘셉트의 카드배틀 게임이 공개됐다. 스마트폰을 만지거나 흔들면 캐릭터의 의상과 신체가 반응하는 카드배틀 게임 <언리쉬드>다. 터치와 자이로센서를 활용한 조작법과 방어력 높은(?) 여성 캐릭터가 소개된 해당 기사(☞ 바로가기)는 높은 관심을 끌었다.
그런데 이토록 패기 넘치는 신작을 공개한 개발사 유스티스의 전작을 살펴보면 의외로(?) 평범하다. 소셜게임 <플루피 테일>이나 캐주얼 액션게임 <스타팝> 등을 보면 <언리쉬드>와는 또 다르다. 유스티스는 왜 갑자기 ‘신사의 길’을 걷기 시작한 걸까? 정회민 대표를 만나고 왔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 “신사와 숙녀를 위한 카드배틀”
국내에서 이런 게임이 나올 줄은 예상치 못했다.
정회민: 취향이다. 존중해 달라.(웃음) 농담처럼 말하긴 했지만 진담이다. 대표인 나부터가 이런 게임을 격하게 좋아한다. 개발자 모두 어떤 사심도 없이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만들었을 뿐이다. ‘일반인 코스프레’따위는 포기하고 만든 신작이니 신사, 숙녀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 드린다.
그동안 만든 게임들과 비교하면 그래픽 스타일부터 다르다.
앞뒤가 바뀌었다. 이런 게임을 만들고 싶었는데 돈이 없어 그런(기존) 게임을 만든 것이다.(웃음) 당연한 이야기지만 게임을 개발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특히나 카드배틀 게임은 일러스트 등으로 돈이 나갈 곳이 많다. 그래서 설립 초기에는 자금력이 부족해도 개발할 수 있는 페이스북 소셜게임을 위주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야기가 다르다. 그동안의 외도(?)로 자금도 적당히 마련했고 개발 경험도 쌓았다고 생각한다. 이제 꿈을 위해 나아갈 때라고 생각해 <언리쉬드>를 개발하게 되었다.
‘거유’, ‘누님’, ‘제복’, ‘로리’ 등 카드의 속성이 범상치 않다. 이 또한 취향에 따른 것인가?
두말하면 잔소리다. 솔직히 똑같은 특화 덱이더라도 ‘암흑덱’보다 ‘로리덱’이 더 재미있지 않은가? 나중에는 속성(태그)별로 카드를 정렬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니 취향에 따라 그림을 감상해 달라.(웃음)
물론 카드에 이런 많은 태그를 부여한 것은 (카드의) 다양성을 늘리기 위한 고민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카드의 종류와 속성을 한정한다면 언젠가 게임의 변화도 한계에 다다를 것이다. <언리쉬드>가 그때까지 살아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개발하며 무언가에 얽매이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카드의 속성을 자유롭게 확장할 수 있는 태그 형식으로 고안했다. 비록 태그에 ‘키잡’, ‘노출광’과 같이 일반인들은 이해하지 못할 상징이 많긴 하지만 이 또한 다른 게임의 ‘속성’처럼 게임 다방면에 영향을 끼칠 예정이니 기대해 달라.
최근 카드배틀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일러스트 외주 비용도 올랐다. 그림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자금보다는 물리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웃음) 유스티스는 유명 작가는 쳐다볼 엄두도 나지 않는 소형 개발사다. 이러다 보니 결국 남은 수단은 ‘발품’이더라.
‘방방곡곡 창작을 배우는 사람들’이나 ‘픽시브’(일본의 인터넷 그림 커뮤니티) 등을 살피면서 마음에 드는 작가에게 메일을 써서 보냈다. 무작정 제안을 넣었는데 알고보니 게임계 대선배인 경우도 있어 당황도 많이 했다. 덕분에 국적이나 나이 모두 천차만별인 일러스트레이터 군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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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는 카드배틀 게임의 핵심이다. 현재 예정된 카드의 수는 몇 장인가?
현재 160여 장의 일러스트를 확보했고, 8월 정식 론칭 때는 이보다 더 늘어날 예정이다. 160은 카드 진화 등을 고려하지 않은 수치다. 참고로 <언리쉬드>는 시즌제 업데이트를 목표로 하고 있다. 3~4개월마다 있을 대규모 업데이트에서 평균 100여 장의 일러스트가 추가될 예정이다.
게임 자체가 ‘덕심’(?)이 강하다 보니 일러스트에도 작가의 취향이 강하게 반영돼 있다. 일러스트레이터 모두 혼을 실어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일러스트의 완성도는 다른 카드게임보다 뛰어나면 뛰어났지 떨어지진 않을 것이다.
그동안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언리쉬드>는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통할 만한 게임이다.
‘신사들의 게임’을 표방하는 <언리쉬드>지만, 결코 숙녀들을 차별할 생각은 없다. 실제로 사전에 공개된 프로모션 영상을 보면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 캐릭터도 터치에 따라 신체가 움직이지 않는가?
아직 그림을 많이 확보하진 못했지만, 여성 유저를 위한 캐릭터도 적지 않다. 미중년 캐릭터나 쇼타 캐릭터 등 여성 일러스트레이터 분들이 사랑을 담아 그린 캐릭터가 숙녀 분들을 기다리고 있다. 나중에는 외전 시나리오 격으로 여성 주인공이 ‘역하렘’을 만드는 시나리오를 추가할 예정이다. 신사 숙녀 모두를 위하는 게임이 <언리쉬드>의 목적이다.
■ “덕심과 전략, 모두를 잡겠다”
개발자로서 <언리쉬드>를 정의하자면?
과거 패키지 카드배틀 게임의 재미를 선사하고 싶어 만든 게임이다. 패키지게임의 스토리와 깊이, 그리고 카드배틀 게임 특유의 물고 물리는 전략성이 <언리쉬드>의 특징이다.
설명은 그럴싸한데, 콘셉아트나 프로모션 영상만 보면 오해하기 십상이다.
많은 분들이 프로모션(PV) 영상만 보고 오해하는데, 사실 <언리쉬드>는 전략적인 카드배틀 게임을 추구한다. 게임을 만들게 된 계기부터가 기존 카드배틀 게임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좋은 카드만 모아서 생각 없이 터치만 반복하는 것을 어떻게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나?
그래서 게임을 기획하며 유저들이 ‘즐거운 고민’을 할 수 있도록 많이 신경 썼다. 이는 전략이 될 수도 있고, 취향(?)이 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생각 없이 터치만 해서는 제맛을 느낄 수 없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다른 카드배틀에서 찾아볼 수 있는 랜덤 발동형 스킬이나 시작부터 승패가 정해진 전투는 <언리쉬드>에서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폭유 하이퍼 배틀’을 표방한 <섬란 카구라> 시리즈처럼 겉은 발칙하지만 속은 알찬 게임으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
전략성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취향 또한 고민의 요소가 되는가? 단순히 예쁜 카드만 모아 덱을 짜는 걸 말하는 것 같지는 않다.
<언리쉬드>에서 게이머의 취향과 전략은 같다. <언리쉬드>의 카드에는 특징을 나타내는 수많은 태그가 부여돼 있다. 얼핏 보기에는 대수롭지 않은 ‘모에코드’로 보이지만, 사실은 태그 하나하나가 그 카드의 강점과 약점이다.
자신에게 ‘로리’ 태그의 카드가 여러 장 있다고 가정해 보자. 만약 ‘로리’ 카드가 취향이라면 유저는 이를 모아 특화 덱을 꾸릴 수 있다. 대부분의 태그는 모일수록 덱의 전투력이 강해지고, 스킬 간의 시너지 효과도 늘어난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약점이기도 하다. 어떤 카드는 태그의 강화 효과를 적군과 아군 모두에게 주기도 하고, 어떤 카드는 특정 태그에 강한 효과를 보이는 액티브 스킬을 갖고 있기도 하다. 만약 ‘로리 덱’을 꾸렸는데 상대가 이에 대한 카운터 덱이라면 어떻게 될까?
물론 이러한 구성은 고전 TCG라면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간단한 공식이다. 하지만 최근 모바일 카드배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방식이고, 또 <언리쉬드>는 이렇게 얽히고설킨 태그들의 수 만, 수 십 개다. 유저들의 취향과 전략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신사배틀’이 바로 <언리쉬드>의 모토다.(웃음)
설명만 들으면 난이도가 제법 높아 보인다. 카드배틀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겐 진입장벽이 높지 않겠나?
자동전투 모드나 패시브 위주의 캐릭터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게임에 쉽게 다가가게 하기 위한 장치다. 똑같은 덱이라면 인공지능(AI)보다 사람이 직접 조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게 당연하지 않은가? <언리쉬드>는 기획부터 수동전투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자동전투 모드가 메인 콘텐츠가 되진 않을 것이다.
높은 등급의 카드는 플레이 동기를 자극하는 좋은 수단이지만, 동시에 밸런스를 무너트리는 주범이기도 하다. <언리쉬드>도 카드배틀을 표방한 이상 고민이 있을 듯하다.
무조건 등급이 높다고 해서 좋은 카드인 것은 아니다. 물론 어렵게 구한 카드가 좋은 성능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언리쉬드>에서 이러한 카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궁리나 운영이 필요하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인 셈이다.
더군다나 <언리쉬드>의 전투는 어떤 카드든 한 전투당 하나의 스킬만 사용할 수 있다. 좋은 스킬을 갖고 있다고 해도 기회는 한 전투당 한 번일 뿐이며, 이는 여러 스킬을 갖고 있어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보다 상위 콘텐츠로 갈수록 카드의 성능보다는 유저의 운영 능력이 중시된다. 스펙의 차이보다는 실력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이 목표다.
게임의 전략성은 AI 대전보다는 PvP에서 진가를 느낄 수 있는 콘텐츠다. 혹시 PvP 콘텐츠도 계획하고 있는가?
이토록 머리를 싸매며 게임을 디자인했는데 PvP가 없으면 손해 아닌가.(웃음) 아직 시나리오 콘텐츠를 작업 중이라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유저 간 대전도 기획하고 있다.
‘신사들의 카드배틀’을 표방한 만큼 유저 간 대전 콘텐츠에 대한 기대가 크다. 앞서 말했듯이 <언리쉬드>의 카드 속성으로 다른 게임에서 잘 쓰이지 않는 모에코드를 사용했다. 태그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장단점이 뚜렷하게 나눠지기 때문에 유저끼리 자신의 취향과 전략을 함께 겨루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로리 캐릭터를 좋아한다면 로리 카드만 모아 덱을 꾸릴 수 있고, 거유 캐릭터를 싫어한다면 이를 저격하는 덱도 가능하다. 많은 신사들이 <언리쉬드>를 통해 자유롭게 취향과 실력을 겨루길 바란다.
■ ‘가챠’ 없는 카드배틀을 꿈꾼다
개발진이야 단순히 좋아하는 것을 만들었을지 모르지만, 솔직히 게임의 콘셉트를 보면 표현의 자유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 국내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나?
모바일게임은 자율규제이기 때문에 일단 그대로 출시해 볼 계획이다. 하지만 나중에 문제가 된다면 국내 서비스는 포기할 의사도 있다. 다들 고생하며 만든 작품이기 때문에 심의 때문에 무언가를 수정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해외에서 서비스한다고 해도 한글 지원으로 국내 유저들을 배려할 계획이다.
TCG나 카드배틀 게임은 어지간한 자금 없이는 제대로 즐길 수 없는 게임이 대부분이다. <언리쉬드>는 어떤가?
기존 카드배틀 게임에서 단조로운 게임성만큼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 바로 ‘가챠’(뽑기)였다. 기존 카드배틀 게임의 ‘안티테제’를 표방한 만큼 <언리쉬드>에서 가챠따위는 없다.
현재 <언리쉬드>의 유일한 결제 콘텐츠는 DLC(다운로드 콘텐츠) 형식의 추가 시나리오 팩 뿐이며, 이 또한 다른 카드를 얻기 위한 수단이라기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의 뒷이야기를 감상할 수 있는 콘텐츠에 가깝다. 물론 추가 시나리오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카드도 있으나, 그 비율은 10%를 넘지 않을 것이다.
게이머 입장에서는 반가운 이야기다. 하지만 개발과 라이브 서비스에는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금 방식으로 게임을 계속 개발할 수 있겠는가?
솔직히 국내 매출에 한해서는 입에 풀칠할 정도만 벌어도 만족한다. 사실 애초부터 국내 수익은 크게 고려하고 있지 않았다. 국내 유저들의 성향도 그렇고, 게임 콘셉트 때문에 국내 서비스가 확실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외에서 큰 수익을 기대한다는 말은 아니다. 일단 게임부터가 굉장히 마니아 취향이 아닌가? 다음 시즌 업데이트를 준비할 수 있을 정도만 벌어도 만족이다. 고생을 덜한 사람의 배부른 소리라고 해도 할 말은 없지만, 악날한 ‘가챠’ 시스템으로 큰 돈을 벌어 봤자 나부터가 만족하지 못할 것 같다. 솔직히 생계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게임다운 게임으로 합당한 돈을 벌고 싶다. 게임다운 게임, 사행성 없는 게임이라는 기본 기조는 버리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게임을 기다리고 있는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지구의 모든 신사들아, 나에게 힘을 조금만 나눠줘!(웃음)
유스티스가 개발 중인 ‘신사들의 카드배틀’ <언리쉬드>는 카페(☞ 바로가기)를 통해 7월 말 베타테스트 인원을 모집할 계획이다. 게임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나중에 티저 사이트(☞ 바로가기)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지구의 모든 신사들아, 나에게 힘을 조금만 나눠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