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소규모 개발사 또는 개인 개발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소규모 개발사들은 개발의 모든 부분을 스스로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바로, 캐릭터와 배경 그래픽, 배경음악 같은 기능 자체를 사고 팔 수 있는 ‘개발자들을 위한 오픈 스토어’인 애셋 스토어다.
애셋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는 유니티의 조현태 코디네이터는 애셋 스토어가 ‘개발자들이 만든 결과물이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고, 소규모 개발사도 이 결과물로 부담 없이 개발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히며, 또한 프로그래머나 아티스트에게 회사가 아닌 새로운 활로를 제공하고 싶다고 설명하고 있다. /디스이즈게임 남혁우 기자
■ 개발자의 노력에 보상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었다.
TIG> 현재 애셋스토어의 성과는 어느 정도인가?
조현태 코디네이터> 애셋스토어의 매출은 유니티 에디터 판매에 비해 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성장세가 가파르고, 수익모델이 ‘개발자가 쉽게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한다’는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과 일치하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이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참고삼아 말하자면 현재 애셋스토어는 한국이 미국에 이어서 구매율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만큼 교류가 활발하며, 소규모 회사가 아닌 큰 회사에서도 많은 상품을 구입하고 있다.
TIG> 유니티에게 있어 애셋스토어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캐릭터 모델링이나 프로그래밍 소스 같은 다양한 리소스를 공유하는 것은 사실 애셋 스토어 이전에도 많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그 중에는 다양한 리소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커뮤니티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아는 사람만 아는 식으로 조용하게 운영되는 경우가 많았다.
유니티는 애셋스토어를 통해 자신이 만든 노력에 대한 보상을 얻을 수 있고, 이를 시스템화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리소스를 사고 팔 수 있게 되면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고 그만큼 성취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사용자 입장에서도 다른 사람을 고용할 필요도 없고 클릭 한번이면 저렴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파는 개발자와 구입하는 개발자가 모두 늘어나는 선 순환 구조를 통해 시장이 활성화되고 효율성이 늘어나면 정말 좋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TIG> 애셋스토어 만으로도 게임을 만들 수 있는가?
물론이다. 유니티 엔진 자체가 쓰기 쉬운만큼 애셋스토어에서 배경과 NPC, 오브젝트를 사서 넣으면 된다. 꼭 필요한 주인공 정도만 따로 만들면 게임을 제작하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게임의 콘셉트를 잡는 프로토 타입 정도라면 정말 며칠 안에 빠르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TIG> 다른 유저가 판매한 애셋을 개량해 재판매 하는 것도 가능한가?
애셋스토어는 엔드 유저 라이선스 계약이 있다. 계약에 따르면 애셋스토어에서 구입한 리소스는 자신의 프로젝트에 한해서만 사용하거나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론 그 프로젝트 내에서 리소스 수정은 상관없지만, 수정한 리소스를 다시 재판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신 애셋스토어 내에 리뷰어 창이 있어서 이를 통해 구매자가 원하는 항목이나 수정해야 할 부분을 요구할 수 있고 이를 본 판매자가 업데이트를 할 수는 있다.
■ 보편적으로 쓰일 수 있는 캐릭터가 잘 팔린다
TIG> 가장 잘 판매되는 카테고리는 무엇인가?
유니티 엔진에 추가적인 기능을 지원하는 에디트 익스텐션과 3D 모델이 가장 잘 판매된다. 에디트 익스텐션은 판매량은 적지만 가격이 높고, 3D 모델은 가격이 높지 않지만 판매량이 많다. 가격이 얼마다라고 딱 말하긴 어렵지만 에디트 익스텐션은 60~150불 사이가 가장 많다. 특히 모델은 하나씩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패키지로 많이 판매해서 가격대가 넓은데 40~120불 사이라고 할 수 있다
얼마나 많이 파는지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상위 10위권이면 1달에 3,000만원 정도 번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일부 개발자나 개발팀은 유럽의 조그만 소도시에 살면서 애셋 개발에 힘을 쏟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덱스 소프트는 독일 인디 게임 회사였는데 애셋스토어가 열린 이후 인디게임을 접고 콘텐츠 만드는 것으로 선회했다.
TIG> 판매율을 높이기 위해 가격을 터무니 낮추는 등 가격 경쟁도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 이에 대한 규정이 있는가?
실제로 중국 쪽에서는 캐릭터 하나를 2달러라는 낮은 가격에 판매하려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너무 가격경쟁 구도로 가면 서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좋은 퀄리티의 상품을 만들 수 없게 된다. 이는 자연스럽게 시장이 피폐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적절한 재제를 가하려고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각 애셋 별 정확한 금액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심사를 할 때 기존 시장에 나와있는 비슷한 퀄리티의 비슷한 모델과 비교하는 작업을 거친다. 그래서 가격이 너무 낮다 생각하면 처음엔 주의를 주고 그래도 가격을 높이지 않으면 심사를 거부하기도 한다. 반면 가격이 비싼 것은 크게 제제하지 않는다. 오히려 적당히 높은 가격을 부르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참고로 애셋 스토어는 앱스토어와 동일한 구조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유니티가 모든 리소스를 사전에 심사한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될만한 리소스가 스토어에 올라가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TIG> 잘 팔리는 애셋을 만들기 위한 팁을 준다면?
사실적이고 디테일한 것보다 어디서든 쓸 수 있는 무난한 배경 모델이 가장 잘 팔린다. 일종의 외주작업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개발팀이 모든 분야를 직접 개발할 수 없으니 나무, 집 등의 오브젝트 등 어디에서도 쓸 수 있는 것을 많이 찾는다.
영웅처럼 화려하고 눈에 띄는 캐릭터는 오히려 판매가 잘 안 된다. 돈을 주고 구매한 캐릭터인 만큼 자신의 게임이 아닌 다른 게임에 등장할 수도 있고 이로 인해 사람들이 알아챌 수 있기 때문이다.
캐릭터 판매 순위 10위권 내에는 2명의 한국 사람도 있는데 둘 다 카툰 스타일의 캐릭터를 만든다. 한 명은 직접 만나고 한 명은 메일로 대화를 나눠봤다. 서로 상대의 얼굴은 모르고 있는데 작품은 알고 있는지 은근히 경쟁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TIG> 애셋 세일도 진행하고 있다. 자신의 애셋을 할인해서 판매하는 것에 반대하는 개발사는 없는가?
50% 세일 품목은 우리가 개발사에 세일을 해도 되는지 요청을 하고 요청 받은 사람이 수락을 하면 그때 세일을 한다. 그리고 스팀이나 앱스토어와 마찬가지로 세일을 한다고 해서 손해가 나는 일은 없다. 오히려 광고로 인해 훨씬 많은 수익을 내기 때문에 세일을 싫어하는 업체는 아직까진 없었다.
자기가 만든 애셋을 라이트 버전으로 만들어서 무료로 제공하는 곳도 있다. 라이트버전을 제공하려면 판매용 버전의 일부분은 100%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무료에서 어떤 기능을 공개했는데 그 기능을 쓰러면 판매용 버전의 다른 기능을 필요하다는 식의 미끼 버전은 안 된다.
TIG> 애셋스토어에 상품을 올리는 것이 어렵지는 않은가?
개발은 정해진 양식 없이 자유롭게 하면 된다. 개발언어나 스크립트도 제한 없다. 개발 방식도 컴포넌트 방식으로 쌓아가는 방식이라 따로 개발킷이 필요하지 않다.
등록 절차도 어렵지 않다. 개인으로 하거나 회사로 하거나 별다른 차이가 없다. 사업자 등록번호를 넣는 것도 필수가 아니다.
■ 개발자들에게 새로운 활로를 마련해주고 싶다
TIG> 애셋들은 자신의 게임에 맞춰서 만든 것이 아닌 만큼 최적화의 문제도 있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개발자들은 애셋을 올릴 때 텍스쳐 사이즈나 폴리곤 숫자 등 기본적인 정보를 써서 제출한다.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보면서 너무 많은 폴리곤을 쓰거나 깨진 것은 아닌지, 텍스쳐가 이상하게 붙은 곳은 없는 지 확인한다.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으면 수정을 요구한다. 최적화에 대한 부분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TIG> 애셋스토어를 운영하며 어려운 점이 있다면?
개인적인 고충이긴 한데 올린 애셋에 대해 정확한 평가를 내리기 어려울 때가 있다.
캐릭터나 몬스터 모델링 등 역시 일종의 아트기 때문에 정말 다양한 결과물이 있다. 그 중에는 개발자들이 다운받아서 쓰기엔 어려울 정도로 추상적이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도 있다. 마치 현대예술을 보는 듯하다.
정말 어디에 쓸 수 있을까 의문이 들면서도 퀄리티가 좋아서 이것을 애셋스토어에 올리는 것을 거부하기도 어렵고 거부 사유를 말하기는 더욱 어려울 때가 있다. 그래서 한 작품을 가지고 3일 가까이 고민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야하거나 잔인한 3D 모델링도 많고 어떤 사람은 처음 모델링 프로그램을 켜자마자 만들 수 있는 사각형 폴리곤 2개 만들어서 2달러에 올린 경우도 있다.
TIG> 환불 정책은 어떻게 되는가?
단순 변심도 대부분 환불을 지원하려고 한다. 슈퍼에서 물건 사는 것과 달리 구입하는 사람 역시 개발자인 만큼 아직까지는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있진 않다.
반대로 판매자 중에는 블랙리스트가 있다. 저작권이 있는 캐릭터를 만드는 등 IP(지적재산권)을 도용하거나 이를 같은 애셋을 여러 아이디로 몇개씩 올리는 등 법적으로 문제 소지가 될 수 있거나 그 외의 문제가 될 만한 것은 최대한 검수를 통해 제거하려 하고 있다.
TIG> 유니티엔진을 업데이트 하다 보면 애셋스토어에서 판매되고 있는 애셋과 비슷한 기능을 지원하게 되는 경우가 있을 것 같다. 그럴 경우 어떻게 대처하는가?
지금도 그런 경우가 있다. 유니티 엔진의 UI가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아서 이를 계량하다 보니 애셋스토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UI인 NGUI와 비슷한 부분이 생겼다.
하지만 NGUI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하고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구매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며 지속적으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유니티 엔진에 추가되는 기능과 겹치는 부분이 생긴다고 해도 지속적으로 기술개발하고 노력한다면 크게 문제는 없을 것이다.
어떤 개발자나 개발팀이 좋은 기술을 만들었다고 해서 그곳을 인수할 생각은 없다. 우리는 그런 회사들을 인수하며 성장하기보다 함께 발전해나가는 것이 목표다.
TIG>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회사적인 측면으로 보면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까지 영향력을 넓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워크샵이나 세미나를 개최하고 이벤트도 준비하려 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개발자들이 회사에 입사에서 게임 제작하는 것 외에도 다른 방면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저변을 만들고 싶다.
현재 아티스트나 프로그래머는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이 회사에 취직하거나 프리랜서 밖에 없다. 애셋스토어는 그런 분들에게 새로운 활로가 됐으면 좋겠다. 나도 게임개발과 아트를 오래 했는데 벌이가 시원치 않을 때도 많고 아예 일을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애셋스토어를 구성하는 것은 애셋을 판매하고 구매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 주는 것 뿐이다. 이 무대를 통해 게임 시장이 넓어지고 활발해지기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