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2008년으로 기억됩니다. 기자가 되기 전 일반인으로 평벙한 여자사람이었던 저는 쇼파에 앉아서 아무 생각 없이 TV 리모콘을 만지다가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에서 채널이 고정됐습니다.
채널 고정과 함께 제 몸의 기관 일부도 고정됐는데, 화려한 경기에 시선을 고정하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한 남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 남자의 목소리가 마치 ‘내 귀에 캔디’ 같았죠.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성승헌 캐스터(이하 성캐)’였습니다.
그렇게 게임의 ‘ㄱ’자도 모르던 저는 성캐의 목소리와 신들린 애드립에 이끌려 다양한 게임을 섭렵하기 시작했습니다. 각설하고 저는 세월이 흘러 TIG ‘막내 수습기자’가 되었고, 검은 속내를 숨긴 채 성캐를 만날 기회만을 찾고 있었습니다.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습니다. ‘서든어택 그랜드 파이널’ 취재를 나가게 된거죠! 하.지.만. 곰TV exp를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기자는 ‘멘탈 붕괴’를 당했습니다. 당연히 성캐가 관객들과 마주보는 중계석에 있을 줄만 알았는데 중계 목소리만 들릴 뿐 눈에 보이지 않았던 거죠.
같이 취재를 나간 선배기자를 붙잡고 “성캐는 화면에 나오는데 무대에는 왜 없죠?”하고 슬퍼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선배기자는 흔쾌히 “그럼 너 성캐 인터뷰 해볼래?”라는 주문을 던졌습니다. 그래서 외쳤습니다. “네! 제발요!”. 이렇게 사심 가득한 성승헌 캐스터와의 인터뷰가 시작됐습니다.
놀라지 마세요. 해치지 않아요~
저 정말 떨려서 타자가 안 쳐져요. 어떡하죠?
성승헌: 어우, 어떡해. 그럼 녹음하세요! 녹음 괜찮습니다 (웃음).
(녹음기를 켜고)안녕하세요. TIG와 첫 인터뷰를 막내, 그것도 사심 담긴 인터뷰로 시작하게 됐는데 기분이 어떠신가요.
성승헌:인터뷰를 다 하고 나서 팬이라고 말하는 분은 많았지만 시작과 동시에 바로 팬, 사심 이런 말씀하셔서 놀랐지만 좋습니다 (웃음).
저 말고도 동종업계에서 근무하는 분이 “팬이었어요” 하며 찾아 온 경험 있었나요?
성승헌: 없진 않았지만 모두 남자였죠. 하나도 빠짐없이 다 남자. 제가 남자들 사이에선 인기가 많거든요.(웃음)
여자는 제가 처음인가요?
성승헌: 처음이죠. 주로 UFC 좋아하시는 아버님들이 오시거나 저희 쪽 계시는 분들이 오셔서 평소부터 좋아했다고 얘기해주시는데 정말 완전 다 남자.(웃음)
처음이라니까 기분이 좋네요. 근데 인기 많으실 것 같은데..
성승헌: 제가 능글 맞다 보니 호불호가 갈리는 얼굴이에요.(웃음) 근데 저는 방송과 평소가 거의 똑같거든요. 대부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남자들이 좋아하지, 여자 분들은 좋아하는 뉘앙스가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형의 입술을 훔치고 싶어요” 이런 분들이 계신 건가요.
성승헌: 아우 많아요. 제 입술 사진만 클로즈업해서 크게 찍어간 분들도 있었어요.(웃음) 아, 입술을 뚫어지게 쳐다보시는데요.(웃음)
입술도 멋진 성승헌 캐스터.
아… 들켰네요(웃음). 사실 중계하는 방송들이 다 ‘마초’처럼 수컷의 향기가 풍겨요.
성승헌: 제가 동생들한테 엄한 편이거든요. 그 친구들은 제 스타일을 알아요. 굳이 따지자면 상남자 쪽에 가까운 성향인데, 그런 모습이 동네 형, 아는 형 같은 느낌이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여자들의 시각으로 보는 성캐는 ‘능글맞다’ 는 느낌이 있어요. 어릴 때부터 능글맞으셨나요?
성승헌: 저는 사춘기가 진짜 심하게 왔어요. 초, 중, 고 시절이 다 극명하게 갈려요. 어머니께서 말씀해주시길 초등학교 저학년 때 교실 안에서 돌아다녔대요. 하루는 담임 선생님께서 “어머니, 승헌이가 신기해요”하면서 어머니를 부르셔서 보니까 제가 막 돌아다니고 있었던 거죠.(웃음)
교실 뒤를요?
성승헌: 아뇨, 교실 뒤는 물론이고 교실 안을 돌아다니고 그랬대요. 물론 칠판까지는 안가고.(웃음) 근데 또 뭘 시키면 잘했대요. 그 때 담임선생님을 정말 잘 만났죠. 아직 애라 생각하셨는지 별로 야단을 안 치셨어요. 그러다가 중학교 때는 사람 얼굴을 못 쳐다볼 정도로 사춘기가 심하게 왔어요.
당연히 말도 못했죠. 그때는 사거리 앞쪽에 여자 분이 두 분 정도 계시면 건너질 못하고 돌아서 갈 정도였어요. 그 시기가 지나고 나서 남고에 진학했는데 ‘이래선 안 되겠다. 내 생각을 말로 표현을 못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해서 성격을 바꾸려고 노력했는데 너무 확 바꼈죠(웃음).
역시 제가 본 느낌 그대로 학창 시절에 여성에게 인기 많았을 것 같아요.
성승헌: 아예 없진 않았죠. 근데 제가 그 땐 여성을 보는 관점이 독특했어요. 5:5 미팅을 하면 친구들이 다 선택하고 남은 여성이 제가 처음부터 찍었던 여성이고.(웃음) 그런 시절이 좀 길었어요. 그리고 제가 누나들한테 인기가 많았어요. 재롱을 잘 떨었거든요.(웃음)
아, 그래서 성캐를 모르는 친구들에게 방송하는 모습을 보여줬더니 ‘제비 같다’고 하더라고요.
성승헌: 예? 지금 팬이라면서 앞에 두고 욕하시는 거예요? (박장대소)
아니죠, 여심을 잘 아는 것 같다는 칭찬의 뜻이죠(웃음). 그래서인지 눈이 높으실 거 같아요.
성승헌: 눈이 높다기보다는 한 번에 확 빠지지 않아요. 자주 만나서 잘 맞는지 보는데 거기서 오해가 생긴 것 같아요. 요새는 밋밋한 사람을 좋아해요. 완전 예쁘고 화려한 사람들한테는 매력을 잘 못 느끼는 것 같아요. 예쁜 건 저도 아는데 그게 끝.
그러면 이상형이 어떻게 되시나요.
성승헌: 그동안 이상형이랑 다른 분을 만났어요. 예전에는 박주미 씨를 좋아했는데 충격적으로 예쁘잖아요. 박주미 씨 굉장히 오래가다가 요즘은 은교에 나오셨던 김고은 씨. 그래서 환상이 깨질까 봐 <은교>를 안 봤어요(웃음). 웃는 게 예쁜 여성 분이 좋습니다.
방송 중인 성승헌 캐스터는 더 멋있어요.
며칠 전 곰 exp로 취재 갔을 때 뵐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중계석이 복층에 있더라구요. 정말 ‘멘붕’ 했어요.
성승헌: 저도 처음 가봐서 외딴 데 중계석이 있을 줄 몰랐어요.(웃음)
마음은 이미 복층으로 한걸음에 뛰어 올라갔지만 아쉽게도 몸은 1층이었습니다.
성승헌: 아 올라오시지 그러셨어요, 그럼 좋았을텐데.
뻔뻔하게 올라갈 걸 그랬네요.(웃음) 열혈팬이 봤을 때 어떤 해설자와 방송을 해도 자기 페이스를 잃지 않으면서 기복 없이 방송한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성승헌: 어우, 감사합니다. 운이 좋았어요. 파트너 운도 좋아서 그렇게 힘든 분을 안 만나 본 것 같아요. 어차피 남자들끼리는 술 한잔 하면서 금방 친해져요. 같이 방송했던 형, 동생 다 사람이 순수하고 참 괜찮아요. 또 자신만의 모습이 드러나는 게 방송이라 생각해서 다양한 모습들이 방송에 녹아나는 게 아닌가 싶고요.
역시 매력적인데 겸손하시기까지….
성승헌: 그런 의미로 한 말은 아니었는데 그렇게 되네요.(웃음)
방송 얘기가 나오자 바로 진지하게 답변 중인 성승헌 캐스터. 역시 프로!
자신만의 페이스를 잃지 않는다는 건 해설자와의 밀당에서 이기는 건지 아니면 무조건 해설자를 감싸는 건지 궁금해요.
성승헌: 역할이 다르죠. 물론 방송하는 스타일은 다를 수 있지만 누가 누구를 이기는 건 전혀 아니에요. 캐스터 중에는 해설자를 누르는 스타일, 치켜세우는 스타일이 있는데 전 둘 다 아니예요. 제가 생각했을 때 캐스터와 해설자는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죠. 시청자들에게 깊은 내용을 전달하는 분은 해설자잖아요. 전 편하게 깊은 얘기를 듣는 분들에게 매력을 주는 역할을 맡았다고 생각해요.
성승헌 캐스터의 중계방송은 거의 챙겨 보는 편인데 아무리 봐도 <피파 온라인 3>는 어려워요. <피파 온라인 3>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성승헌: <피파 온라인 3>를 비롯해서 <피파>라는 축구게임은 역사가 굉장히 길죠. 스포츠를 게임으로 만들어 즐기는 근원적인 게임 중에 하나입니다. 사실 처음엔 저도 어느 정도 장벽은 있었어요. 아마 <피파 온라인 1>이었을 텐데 그 때 ‘실제 축구를 보면 되지 왜 게임을 보냐’는 유저들의 얘기가 많았어요.
그 땐 제가 어떤 식으로 꾸며 나갈지 생각도 부족했고 능력도 안 돼서 흘려 보낸 것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달라졌죠. 현장에서 보면 아시겠지만 감탄사가 절로 나와요. 또 선수들 멋진 플레이가 나왔을 때 모두 다 같이 반응하고 호흡해요.
한 단계 더 발전한 거죠. 과거에는 관중들이 그냥 팔짱 끼고 조용히 지켜 보는 게임을 지켜봤다면 <피파 온라인 3>는 달라요. 그래서 이런 분위기를 현장에서 함께 즐기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피파 온라인 3>를 중계하는 성승헌 캐스터.
저처럼 축구를 잘 모르는 여자들도 좋아할 수 있을까요?
성승헌: 사실 여자 분들은 ‘축구도 안 보는데 축구 게임을 왜 봐?’ 하는 생각이 있을 수 있어요. 그래서 오히려 더 편하게 볼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오히려 실제 축구보다 더 멋진 장면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즐기면서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스포TV 여자 아나운서 두 분이 진행 중인 ‘<피파 온라인 3> 완전정복’이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같은 경우에도 이 친구들이 스포츠로 들어오긴 했지만 축구로 들어온 게 아니기 때문에 축구는 몰랐어요. 지금은 <피파 온라인 3> 라는 게임을 통해서 축구를 배우고 매력을 느끼는 과정을 다루고 있는데 아마 다른 분들도 충분히 느끼실 겁니다.
그럼 직접 즐기시나요?
성승헌: 자주 합니다.
그렇다면 성캐가 좋아하는 <피파온라인 3> 선수는 누가 있을까요?
성승헌: 저는 벤제마. 남성적인 느낌을 주는 선수들이 좋거든요(웃음). 몸 거대하고 몸싸움하고 이런 ‘상남자’ 스타일(웃음).
그 때 그 프로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웃기기만 한 성캐의 진지한 모습을 볼 수 있는 복수용달을 외울 정도로 봤어요.
성승헌: 정말 최고의 프로그램 중의 하나였죠(웃음). 한 회 하고 나면 제작진들이 다 욕했어요. ‘쌩뚱 맞은’ 분당 어디 무슨 폐허 같은 데서 ‘여긴 어디, 우린 누구, 지금 뭐 하고 있는가’하는 생각 들면서(웃음). PD랑은 아직도 친하거든요. ‘이 친구랑 왜 친해졌나’ 굉~장히 후회했어요(웃음).
근데 보람 있었죠. 걸어가면서 나레이션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우리는 엄청 재밌게 찍었어요. 역사 스페셜 찍듯이 재밌게 찍었죠. 진지한 표정으로 우리는 왜~ 하면서 걸어 다니고(웃음).
복수용달은 진지함 속의 유머라는 꽃이 피는 프로그램이었다. (출저: 네이버 블로그)
저는 ‘성캐의 夜생중계’도 열심히 봤는데 아쉬운 건 1,2화 VOD가 없어요. PD님이 망해서 비디오를 들고 날랐다는 소문이 있더라고요.
성승헌: 그 방송 이렇게 오래갈 줄 몰랐어요(웃음). 시간 지났으니까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1화 찍고 담당 PD한테 “이거 진짜 민망해서 못보겠다. 재방송 안 나가면 안되겠냐” 했더니 PD도 ‘망조’ (망할 징조)를 느꼈는지 같이 고민하고 국장님께 “이거 우리 안 될 것 같다” 했죠.
처음에는 망할 줄 아셨어요?
성승헌: 너무 ‘망조’가 딱 든거죠. 이 방송 나가면 망조 방송 생활 끝까지 간다고 했죠. (웃음) 그래서 PD한테 “이 방송 숨기자” 해서 ‘진짜로’ 숨긴 거에요. 콘셉트가 아니라 정말 없던 걸로 하자면서(웃음).
아직도 기억나는데 하반신은 미니스커트 입은 여자의 다리가 나왔어요.
성승헌: 그런 걸 되~게 좋아하는 PD분이었어요. 여자 다리를 좋아한다는 게 아니라 소품 쓰는 걸 좋아했어요. 아무튼 전 웬만한 건 다 없애자고 했어요. 사람들 기억에서 환상의 프로그램으로 남았으면 해서.
영상 하단 선명하게 적혀있는 ‘VOD 서비스 지원 불가!’ (출처: 네이버 블로그)
미화된 채로 아름답게 남아 있자 이런 느낌으로요?
성승헌: 네. 정말 말도 안 됐는데 원래 콘셉트랑 다른거예요(웃음). 처음엔 말도 많이 안 하고 화면에 나오는 VCR 소개만 해주는 컨셉이 점점 변하더니... 전형적인 ‘시청자의 참여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요. 방송 끝나고 나면 ‘이렇게 해볼래요’ 이런 반응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왔죠.
그렇다면 중계가 아닌 다른 프로그램 중에 ‘욕심 난다’ 하는 프로그램 있으신가요?
성승헌: 토크. 재경이 형(엄재경 해설)이나 태형이 형(김태형 해설)이 했던 스타 뒷담화 이런 거 다른 콘셉트로 해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퀴즈. 아! 사실 옛날에 한 번 했었어요. 근데 그 퀴즈가 비운의 프로그램이예요. 제가 했던 프로그램 중에서 퀄리티는 손에 꼽을 정도로 잘 나왔는데 손이 많이 가서 저랑 스텝 다 집에 못 갔죠(웃음). 결국 진행이 안 되서 사라진 비운의 프로그램이예요. 이 퀴즈 프로그램이 참 대박이었는데.
성캐의 막내학 개론 1막 1장 ‘해야 한다!’
항상 에너지가 넘치실 것 같은데 슬럼프가 있었나요?
성승헌: 있었죠 4년차 때. 다른 게 아니라 건방져진 거죠. 웬만하면 다 될 거 같았어요. 근데 제가 원하는 방향의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더 적극적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제 의견 자체가 녹아들 수 있을만한 환경이 안 되기도 했어요.
그러다보니 ‘이만큼 할 수 있는데 기회가 안 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쳐졌어요. 근데 또 방송 10년 차든 20년 차든 ‘내가 한참 부족하구나, 아직도 배울게 있구나’ 하고 느낄 때가 있어요. 그러던 차에 ‘아 맞다, 이거 이렇게 할걸! 아 이게 이런 방법도 있네?’ 하는 생각들이 한 번에 왔어요.
그래서 다른 분야 방송을 하게 됐어요. 라디오도 하고, 경제 쪽 방송도 하고, 닥터스도 하고. 사실 안 해도 되는 프로그램이죠. 그 쪽 분들도 제 방송 커리어 때문에 저를 쓰는 건 아니죠. 어디 쓰겠어요. 분야가 완전히 달라서 더 도전했던 거죠. 쳐질 수 있었을 때 다잡을 기회가 됐어요.
후배한테나 방송에서 ‘프로는 항상 일정한 수준을 제공하는 것이다. 돈을 받고 나라는 사람을 보여주는 것이고 사람들이 적어도 이 정도는 해야지 하는 수준은 내려가면 안 된다’ 라고 말해요. 그래서 많은 노력을 하는 편이예요.
자리를 옮겨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빨간 색이 참 잘 어울리는 성승헌 캐스터.
역시 멘탈도 미남이시군요. 제가 막내 기자라서 하는 질문인데 성캐의 막내시절은 어땠나요.
성승헌: 제가 온게임넷 막내를 몇 년 했는지 몰라요. 쭉~ 막내였죠(웃음). 오히려 편했어요. 선배들이 앞에서 이끌어 주고 또 기댈 공간이 있으니까 제가 하고 싶은 걸 다 했죠. 선배한테 욕먹고 혼나면 “죄송합니다” 하면 돼요. 나중에는 선후배 눈치 보여서 하고 싶은 것도 잘 못해요.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다짜고짜 팬이라서 인터뷰하겠다고 했어요.
성승헌: 좋은 거예요. 막내의 특권이에요. 막내 때는 “야, 얘 진짜 말도 안 되네” 이런 말도 들어봐야 해요. 기억나는 게 제가 프로리그에 처음 들어갈 때 중계 요일이 아마 토, 일, 월 인가 그랬어요. 월요일에 투입됐는데 제가 첫 회의 때 “주말 하나 주세요. 저도 주말 치열한 틈바구니에서 경쟁하고 싶습니다.” 이랬어요.
지금은 아는데 말도 안 되죠. 국장님이 웃으시더라고요 ‘얘가 미쳤구나’ 하셨겠죠. 막내의 패기 이런 느낌(웃음)?
저를 비롯한 이 시대의 많은 막내에게 한 마디 해주실 수 있나요.
성승헌: 하세요. 지금 아니면 기회 안 와요. ‘이거 할까?’ 하는 물음이 들면 무조건 하세요. 본인도 할까? 말까? 하는 상황이잖아요. 그 정도는 무조건 하는 게 맞아요. 안 하고 후회하는 건 아예 없어지지만 하고 후회하면 어쨌든 남는 건 있잖아요.
짝사랑하고 똑같아요. 고백해서 사랑한다고 말도 하고 고백해서 차이면 ‘아~ 내가 사람을 잘못 봤네’ 하고 말면 되죠. 고백 안 하면 그건 사랑도 아니에요(웃음). 아무것도 아니니까.
전 사실 혼나거나 욕 먹을까봐 겁나요.
성승헌: 만약 제가 겁났으면 애드립을 못 했겠죠. 제가 하는 애드립 중에 말도 안 되는 것도 많고 예전엔 더 허무맹랑한 것도 많았어요. 근데 겁먹었으면 못 했을거에요. 표현하고 또 좋게 받아주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저도 저 자신을 더 발전시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앞에서 말한 막내의 특권과 이어지는 것 같구요. 무조건 지르세요. 물론 아니라고 했는데도 지르는 건 안되지만요(웃음).
마지막으로 저를 비롯해 성캐를 좋아하는 많은 분께 한마디만 부탁 드립니다.
성승헌: 제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어제(KDL 리그를 시작했습니다.)도 중계 들어가면서 저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감이 높고 사랑도 많이 주시는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저는 올해가 또 도전하는 시간이거든요.
제게 애정이 있는 분들이 중요한 시기에 사랑도, 질책도 많이 주셨으면 좋겠어요. 성공의 자양분이 될 것 같아요. 사랑 넘치게 받아서 감사하고 행복하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꽃단장도 하고 얼굴까지 빨개져서 주위에서 놀림 받았던 막내의 사심이 느껴지시나요? 저는 성승헌 캐스터의 후광에 눈이 멀고 달달한 목소리에 절여져 주말 내내 약속도 취소하고 누워 있었다는 후문입니다.
여하튼! 다음엔 더욱 사심 충만한 인터뷰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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