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훈 이사장 “게임인재 장학금 3월 전달, 게임인은 게임을 통해 표현하자”

‘게임인이 존경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설립된 게임인재단이 설립된 지 3개월이 흘렀다. 한 재단이 자리를 잡고 특정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시간으로는 턱없이 짧다. 하지만 지난 11월 말 본격적인 출범을 알린 게임인재단은 계획한 일들을 미루지 않았다.

게임인재단의 주력 사업인 ‘힘내라 게임人상’은 출범 한 달 만에 시행됐다. 두 번의 시상식이 치러지면서 100개가 넘는 모바일게임이 출품됐고, 3개의 게임이 대상을 수상했으며, 그중 한 게임은 3월 출시를 앞두고 있다. 또 다른 사업인 고등학생 장학금 지원은 입학 시즌을 앞두고 준비를 마쳤으며, 산업 내 위상을 확립하기 위한 공연·미술 등 문화교류 사업의 결과도 발표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너무 빠르게 달려왔어요. 그래도 갈 길이 멀었어요.” 지난 세 달을 돌이키며 다른 사업을 구상하기보단 벌여 놓은 일 수습하는데 힘쓰겠다고 말하는 게임인재단 남궁훈 이사장과 이시우 사무국장을 디스이즈게임이 만났다.  /디스이즈게임 송예원 기자.

왼쪽부터 게임인재단 이시우 사무국장, 남궁훈 이사장. 

 ‘힘내라 게임人상’ 외부 심사위원 도입한다

재단이 출범한 지 3개월인데, ‘힘내라 게임人상’은 벌써 2회를 마쳤다. 이제 마지막 시범 운영을 앞두고 있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

이시우 사무국장: 특별한 홍보를 하지 않았음에도 첫 회부터 많은 개발사가 참가했고, 많은 언론에서 보도되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어려움 없이 진행됐고, 덕분에 고쳐야 할 점을 단기간 안에 발견할 수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일정이다. 더 많은 개발사에게 기회를 주고자 한 달에 한 번 개최를 결정했었다. 그런데 재도전하는 개발사들이 한 달 동안 게임을 수정하는 게 힘들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전 출품작을 다음 회차에 그대로 출품할 수 있지만 욕심이 그게 아니지 않나.

아직 시범 운영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심사기준이나 평가원을 공개하지 않아서 잡음이 있었다.

이시우 사무국장: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은 부분이다. 재단 사람들은 모바일게임 사업을 오래 해왔기 때문에, 퍼블리셔가 어떤 기준에서 게임을 평가하는지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 평가 기준은 수익성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시상식과는 맞지 않는다. ‘힘내라 게임人상’에 적합한 평가 기준을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회와 2회 심사는 외부 인사의 도움 없이 재단 내부 직원들이 처리했다. 이사진 참여 여부를 두고 논란이 많았는데, 이사장님 외 다른 이사들은 참가하지 않았다. 일정이 워낙 촉박하다 보니 이사들은 물론 외부 인력을 초빙하는 게 불가능했다. 보통 3일~4일 안에 출품작 플레이 평가를 해야 하는데, 외부의 도움을 받으려면 게임이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보안 문제상 어려웠다.

지금까지의 평가 기준은 무엇이었나?

이시우 사무국장: 1순위로 보는 건 개성이었다. 신선함을 중요시했다. 지난 1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도망가 메리>가 이 부분에서 점수를 많이 받았다. 그래픽은 흔하지 않은 테마로 구성돼 있었고, 진행방식도 기획에 있어서 개성적이었다는 평가 많았다.

2회에서는 게임 자체의 재미에도 많은 가중치를 두었다. 많은 분이 재도전하는 게임에 대해 가산점이 있는 게 아니냐고 염려하는데,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심사위원들도 다 사람인데, 지난번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물을 보면 실망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작은 부분이라도 허를 찌르는 발전이 있다면 더 큰 점수를 받을 수도 있다.

심사는 앞으로도 내부 평가로만 진행되나?

이시우 사무국장: 일정이 촉박한 다음 달 마지막 시범운영까지 심사는 내부에서만 이뤄진다. 다만, 4회부터는 시상식의 텀을 늘릴 예정이어서 외부 심사위원의 도입도 고려 중이다.

텀을 늘린다는 건 한 달에 한 번이 아니라는 말인가?

이시우 사무국장: 앞서 말했지만, 한 달이라는 시간은 내부적으로도 촉박한 일정이고 무엇보다 개발사들이 부담스러워한다. 현재 두 달에 한 번으로 할지, 석 달에 한 번으로 할지 내부 조율 중이다. 텀이 길어지더라도 많은 개발사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한 회당 대상 수상자의 수를 늘리려 한다. 예를 들어, 두 달에 한 번 대회가 열리면 대상은 두 팀, 석 달에 한 번이면 세 팀이 될 것 같다.

1회에 반응이 좋았던 온라인투표가 2회에서는 사라졌다. 공정한 평가의 척도가 될 수 없었나?

이시우 사무국장:  온라인투표는 사실 가중치가 높지 않았다. SNS를 통해 투표했던 이유는 홍보의 목적이 컸다. 투표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알려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개발사들이 큰 부담으로 느끼더라.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해 지인들에게 일일이 홍보를 해야 하니까. 또 투표하는 사람들이 일반 대중이 아니라 대부분 업계인이다 보니 그 부분도 꺼렸다.

남궁훈 이사장: 3회에서 개발사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향후 일정을 결정할 계획이다. 거부감이 없다면 다시 부활시킬 수도 있지만, 개발사들이 꺼린다면 대안을 찾아야 한다. 디스이즈게임에서 진행한 투표는 실제 게임 유저들이 평가를 한다는 측면에서 좋은 반응이었다. 언론과의 협력도 고려 중이다.

장학금 · 문화협력, 기타 사업도 출격 준비 완료

3개월은 사업을 하기에 긴 시간은 아니지만, 척척 진행되는 ‘힘내라 게임人상’에 비해 다른 사업은 잠잠하다.

남궁훈 이사장: ‘힘내라 게임人상’이 비정상적으로 너무 빨리 성과가 나온 거다.(웃음) 다른 사업들도 순탄하게 진행 중이다. 우선 3월 입학 시즌이 다가온 만큼 인재양성을 위해 고등학교에 장학금이 전달된다. 위메이드에서 ‘위메이드 주니어’ 프로그램으로 인연을 맺었던 서울디지텍고등학교·한국디지털미디어고등학교·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한국게임과학고등학교·정화여자상업고등학교 5개 학교가 대상이다.

 

전부 입학금이 지원되나?

남궁훈 이사장: 처음 계획은 입학금 지원이었다. 입학식에서 ‘게임인상’으로 장학금을 받으면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학부모에게 “게임으로 돈 벌 수 있다”라는 인식을 주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주 목적은 게임 인재를 양성하는 게 아닌가. 입학식에서 장학금을 주려면 결국 입학 성적으로 장학생을 선정해야 하는데, 해당 학생이 게임에 대해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선생님들 조차 알 수 없더라.(웃음) 일단 입학식 때 지급되는 장학금도 있지만, 게임을 꿈꾸는 꿈나무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공연과 미술과 연계한 문화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남궁훈 이사장: 게임 개발사의 문화회식을 위한 공연계와의 협력은 이야기가 잘 돼서 얼마 전 계약은 마쳤다. 다만, 해당 공연이 아직 준비 단계에 있기 때문에 아직 공개하기는 어렵다. 가을쯤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다. 

대형 개발사에 신인 작가 미술품을 전시하고, 판매까지 하는 미술 연계 사업은 어떻게 홍보를 할 수 있을까 고심한 끝에 우리가 먼저 시작했다. (웃음) 

‘힘내라 게임人상’은 다음달까지 시범 운영 기간인데, 이후에도 혜택은 변화가 없나?

남궁훈 이사장: 대상 선정 후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또 현재로서는 대상을 수상한 개발사에만 혜택을 제공하고 있지 않나. 더 많은 개발사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에 새로 시작하게 된 네이버 앱스토어가 그 시작이다. 요즘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도 베타테스트를 진행하는 추세인데 중소 개발사에게는 시도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네이버의 재능기부로 네이버 앱스토어 안에 ‘베타존’을 신설해 도움을 주기로 했다. 서버 등의 자원은 네이버에서 지원하지만, 베타존에 들어가는 게임은 게임인재단에서 선정한다.

“게임도 매체, 게임인은 게임을 통해 표현해야 한다”

얼마 전 게임을 악으로 모는 정부와 미디어를 향해 SNS에 쓴 소리를 했다.

남궁훈 이사장: 비록 게임인재단을 통해 작은 개발사에게 힘을 주고 있지만, 정부나 특정 매체에서 게임을 못살게 구니까 속이 상한다.

이 문제를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수도 없이 고민한다. 시청 앞에 촛불을 들고 나가야 하나, 아니면 그들처럼 우리만의 토론회를 열어야 하나, 그것도 아니면 방송과 같은 주요 매체를 이용해야 하나 말이다. 그런데 생각할수록 답이 안 나온다.

SNS에서 “게임이 매체다”고 했다. 무슨 의미인가.

남궁훈 이사장: 위에서 언급한 방법들이 정답이 될 수 없는 이유는 우리의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개발자들을 밖으로 끌어내는 일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해야 한다. 신문과 방송이 아닌 게임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말이다. 예를 들어, 게임 안에서 퀘스트로 셧다운제나 중독법에 퀘스트를 넣는 것도 방법일 될 수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정보를 전달하는 퀘스트가 될 수도 있고, 혹은 게임 안에서 반대 서명운동을 펼 수도 있다.

지켜보면서 한숨만 쉴 게 아니라, 업계가 직접 행동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 26일에 올라온 남궁훈 이사장 페이스북 글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