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치>를 추억이 담겨있는 게임으로 만들고 싶다”
오로라게임즈가 개발하는 MMORPG <헨치>는 2003년부터 서비스 중인 <믹스마스터>의 후속작이다. 이 게임은 등장하는 모든 몬스터를 펫인 헨치로 삼거나 헨치와 헨치를 결합해 더 강력한 헨치를 만드는 것이 특징인 캐주얼 MMORPG다.
<헨치>를 본 사람들은 <믹스마스터>의 후속작이라는 부분에서 고개를 갸우뚱한다. 하지만 오로라게임즈가 <믹스마스터>의 후속작으로 선보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게임의 콘텐츠가 독창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유저들이 이 게임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긴 시간 이어진 게임서비스를 통해 유저들은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고 사건사고를 겪은 기억이 추억으로 남고 그 추억은 유저와 개발사 모두에게 가치 있다는 것이다. 디스이즈게임은 적어도 10년은 게임을 서비스하며 유저에게 추억을 제공하고 싶다고 말하는 오로라게임즈 게임사업부의 도범희 PD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디스이즈게임 남혁우 기자.
<믹스마스터>의 후속작, 쉬운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믹스마스터>의 후속작으로 개발이 진행됐다. 콘셉트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부탁한다.
처음 개발을 시작할 때부터 <믹스마스터>를 알고 있지만 복잡하고 액션성이 강한 게임을 하기엔 부담을 느끼는 유저를 위한 게임을 개발하고자 했다. 그래서 <믹스마스터>의 몬스터 조합, 몬스터와 함께 싸우는 전투 등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고 부담 없이 쉬운 게임을 선보이고 싶었다. 일단 이런 기본 목표는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헨치>는 온라인게임 중에서는 유일하게 오픈 베타테스트(이하 OBT)를 진행 중이다. 타이밍에 맞춘 일정인가?
도범희 PD: 그런 계획은 아니지만 지금 OBT를 진행 중인 게임이 우리밖에 없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일정을 말하자면, 2011년 하반기부터 <헨치>를 어떻게 만들지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때가 한창 모바일 게임 개발이 붐이었기 때문에 개발이 완료되는 2년 뒤에는 온라인게임에서는 경쟁작은 그다지 많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하기는 했다.
OBT를 시작하고 3주의 시간이 지났다. 유저들의 반응도 슬슬 나올 시점인데 어떤가?
도범희 PD: <헨치>는 몬스터를 모으고 조합하는 독특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만, 이미 마니아를 가지고 있는 <믹스마스터>의 후속작이다. 그래서 <믹스마스터>를 즐겼던 유저는 <헨치>를 처음 플레이하더라도 게임의 시스템을 대부분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 튜토리얼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아서 <믹스마스터>를 플레이해보지 않은 유저들은 게임을 시작할 때 헤매는 경우가 제법 많은 상황이다. 예를 들어 헨치가 몬스터의 공격을 맞아 석화되면 마을의 NPC가 살려준다는 것을 모르는 유저도 많았다.
심지어 헨치를 최대 3마리까지 가지고 다닐 수 있다거나 포션을 어떻게 헨치에게 먹이는지 모르는 유저도 있었다. 그래서 유저가 <헨치>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도움말을 만들어놓긴 했지만 이를 찾아보는 유저는 거의 없었다.
마치 전자제품을 산 이후 메뉴얼은 읽어보지 않는 상황과 비슷하다. 그래서 게임 플레이와 미션에 맞춘 튜토리얼을 준비하고 있다.
도움말 기능이 있었지만 큰 효과를 보진 못해서 새로 튜토리얼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금은 테스트를 위한 OBT, 정식 서비스는 그랜드 오픈부터
OBT라고 해도 버그도 많았고, 홍보나 마케팅도 적극적이진 않았다.
도범희 PD: 지난해를 포함에 최근에 서비스하는 게임에서 OBT라고 하면 거의 정식 서비스와 큰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서버 안정성 정도 체크하고 이후 유료화 아이템을 붙이면서 자연스럽게 정식 서비스로 넘어가곤 한다.
하지만 우리는 OBT의 뜻 그대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서버 안정성을 비롯해 게임의 각종 버그를 찾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일단 우리가 만든 콘텐츠에 대한 유저의 반응과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 방향과 유저가 원하는 방향이 맞는지도 지속해서 확인하고 수정하고 있다.
그래서 마케팅이나 홍보 활동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아직은 테스트 중이기 때문이다. 이제 3월 말이나 4월 초 그랜드 오픈을 하며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그때는 보다 다듬어지고 더 다양한 즐길 거리가 마련된 <헨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OBT를 시작하자마자 백섭을 하는 등 여러 문제가 있기도 했다.
도범희 PD: 그 부분은 유저에게 사과하고 싶다. 정말 의도치 않게 유저들에게 불편을 끼쳐드렸다. 당시 백섭은 게임 내 있었던 버그들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진행하게 됐다. 유저들 사이에서는 아이템 복사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말도 있었는데 그러한 이슈는 아니었다.
원거리공격이 가능한 헨치가 근거리 공격을 하는 헨치에 비해 성능이 좋다는 평가가 있다.
도범희 PD: 아직 테스트 중이라 몬스터에 스킬이 포함돼 있지 않다. 그래서 운용도 쉽고 능력치가 좋은 장거리 코어가 선호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헨치에 종족별 특성과 스킬 등이 추가되면 더 다양한 헨치가 활용되고 밸런스도 조정이 될 것이다.
그리고 사냥에서 좋은 헨치와 PVP에서 좋은 헨치가 있고, 종족 간 상성이나 스킬 등 다양한 요소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캐릭터가 좋다고 말할 순 없을 것이다.
PVP 모드도 추가되는 것인가?
도범희 PD: 앞으로 다양한 PVP 모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처음에는 일정 지역에서 모든 유저가 자유롭게 싸울 수 있는 자유 전투 구역을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이후 유저 간 1:1 또는 2:2 등의 방식으로 싸울 수 있는 결투장 시스템이나 플레이어 캐릭터를 빼고 헨치만 싸우는 모드 등 다양한 모두를 개발하려 한다.
PVP가 더 발전하면 다수의 유저가 함께 싸우는 공성전이나 <리그오브레전드>처럼 거대한 맵에서 싸우는 대규모 전투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헨치>의 PvP는 필드 사냥에 비해 매우 전략적인 플레이가 강조될 것이다.
몬스터마다 다양한 스킬을 가지고 있고 종족마다 상성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헨치를 조합하느냐에 따라 승패라 달라진다.
확률형 아이템은 없다. 유저 편의를 위한 시스템 중심의 과금
<믹스마스터>의 후속작이지만 많은 차이가 있다. 대표적으로 과거에는 부분 유료화 시스템이 과도기였던 시기여서 지금과 다른 점도 많을 테고.
도범희 PD: <믹스마스터>를 인수했을 당시 내부 시스템은 유료 아이템을 구입하지 않으면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어려운 구조였다. 너무 단기적으로 바라보고 유료화 모델을 설계한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후속작에서는 꾸준히 플레이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
그렇다면 <헨치>의 유료화 모델은 어떤 방식으로 준비하고 있는가?
도범희 PD: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가방을 늘리거나 이동을 조금 편하게 하는 편의성이나 캐릭터의 의상 등 코스튬 외형변경 콘텐츠 위주로 게임의 밸런스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
강조하고 싶은 건, <헨치>는 다양한 몬스터가 나오고 이를 활용하는 게임인 만큼 좋은 헨치 얻을 수 있는 확률형 아이템을 준비하는 것이 아닌지 묻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지원할 생각이 없다. <헨치>는 필드나 던전에서 사냥을 코어를 얻거나 조합해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헨치를 얻는 것이 가장 큰 재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마치 <디아블로>에서 던전을 돌면서 더 좋은 아이템을 얻기 위해 파밍하는 것과 비슷하다고도 생각한다. 그런데 만약 그런 몬스터를 확률형 아이템으로 판매한다면 재미 자체가 사라진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단순히 콘텐츠를 돈으로 소모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유저들의 추억이 담긴 게임을 만들고 싶다.”
게임의 그래픽이 최근 온라인게임과는 느낌이 다르다.
도범희 PD: 확실히 <헨치>의 그래픽은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편이다. 상당히 만족하는 유저가 있는 반면 한쪽에서는 옛날 게임 같다고도 한다. <믹스마스터>가 2D이기도 하고 기존 온라인게임과 차별화를 주고 싶어서 셀쉐이딩 방식을 선택했다.
그래픽도 그렇고 게임 스타일도 최근 트렌드와는 다른 것 같다. 자동전투나 이동을 지원하지 않는 등 불편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도범희 PD: 게임을 개발할 때부터 기존에 <믹스마스터>등 온라인게임을 즐기던 유저들이 성장한 상황을 감안하고 만든 것이다. 그래서 게임 스타일은 전통적인 MMORPG를 기반으로 만들었다. 그래픽을 보고 대부분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의 나이가 어릴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OBT에서 플레이하는 유저들의 평균연령이 27세를 넘을 정도로 우리 예상보다 연령대가 높다. 부부가 함께 게임을 하기도 하고 나이가 50대 이상인 유저도 제법 많았다. 그 분들이 하는 말이 요즘 게임은 액션성을 많이 강조하고 긴 플레이타임을 요구하는 등 접근하기 어려워서 <헨치>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쉽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방향성을 잡았지만 너무 편하기만 하면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조차 모르는 것 같아서 이를 경계했다. 예전에 내가 플레이 한 어떤 게임은 자동이동과 자동전투를 모두 지원했다. 그렇게 게임을 하다 보니 쉽고 편하긴 한데 내가 게임을 하고 있는 게 맞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고민한 결과 적어도 어느 정도는 유저가 직접 하는 것이 있어야 게임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로라는 인형, 완구 등으로도 유명한 업체인 만큼 <헨치>를 기반으로 한 인형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도범희 PD: 가능성은 있다. 다만 인형은 국내만 보고 제작할 수는 없어서 해외까지 서비스를 실시하고 결과가 괜찮다면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유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도범희 PD: <믹스마스터>가 오랜 시간 서비스하는 동안 그 안에서 유저들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고 각자의 추억과 기억을 쌓아갔다. 그러한 기억과 추억이 있었기에 <헨치>에도 유저들이 반응해 주신 거라고 생각한다.
<헨치>도 <믹스마스터>처럼 게임 속에 유저의 추억을 담아가며 만들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적어도 10년은 서비스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별다른 이유가 없으면 운영을 중단하지 않도록 게임을 자체서비스하고 개발 인력도 무리하게 확장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노력하며 유저와 함께 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