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아이러브커피 for Kakao>(이하 아이러브커피)의 후속작 <아이러브파스타 for Kakao>(이하 아이러브파스타)가 카카오 게임 플랫폼을 통해 출시됐다. 전세계 2,000만 유저를 모은 <아이러브커피>의 후속작인 만큼 출시 초기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하루 만에 2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카카오 게임하기 인기순위 1위를 달성했을 정도다.
<아이러브파스타>는 전작 <아이러브커피>의 후광만으로 인기를 얻은 게임은 아니다. 파스타 레스토랑을 소재로 요리 등을 게임 속에 녹였을 뿐 아니라 <아이러브커피>의 아쉬운 점 등을 대거 개선했다. 파티 모드나 친구에게 뒷골목의 가게를 임대해 주는 등 소셜요소의 강화 또한 눈에 띈다.
그렇다면 <아이러브파스타>는 어떤 과정과 고민을 거쳐 개발했을까? 디스이즈게임이 파티게임즈의 <아이러브파스타> 이은재 PD를 만나봤다. /디스이즈게임 김진수 기자
파티게임즈 <아이러브파스타> 이은재 PD.
“원래는 레스토랑을 소재로 개발하려고 했었다”
<아이러브커피> 이후 내놓은 후속작이 <아이러브파스타>다. 다른 것도 아닌 파스타 레스토랑을 소재로 삼은 이유는 무엇인가?
이은재 PD: 사실 처음 구상했던 건 레스토랑을 소재로 <아이러브레스토랑>을 생각했다. 그런데, 레스토랑은 다루는 음식의 종류가 굉장히 많지 않나? 뭔가 하나에 초점을 맞출 수 없어서 음식 하나에 포커스를 두기로 했다.
가장 먼저 고민한 건 시각적인 요소인데, <아이러브커피>유저들에게는 익숙한 자기 건물만 있는 모양새를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물이 흐르는 곳을 떠올리게 됐고, 자연스럽게 베니스를 배경으로 삼게 됐다. 파스타를 소재로 삼은 건 리서치를 해 본 결과 대중적이면서 어렵지도 않고, 여성들이 선호하는 음식이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파스타는 종류가 다양해서 확장성이 좋다는 점도 고려했다.
<아이러브파스타>를 만들기 위해 파스타 공부도 해야 했을 것 같다. 요리 도감 같은 걸 구해서 공부했나?
이은재 PD: 그렇다. 실제로 ‘안토니오 셰프의 파스타’같은 책을 구해서 개발을 시작하기 전에 정독하면서 공부했다. 사실 그 책을 보면서 스파게티가 파스타의 일종이고, 파스타 면에는 생면과 건조면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파스타 전문점을 방문해서 자세하게 배워보려고 했는데 거절당했다.
<아이러브파스타>를 만들면서 파스타는 질리게 먹었을 것 같다.
이은재 PD: 그래도 우리는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들이지, 요리를 개발하는 사람은 아니지 않나? 그래서 질릴 정도까지 많이 먹진 않았다. 기획자는 가끔 가서 분위기 등을 참고하는 정도였고, 인테리어 아이템 등을 제작해야 하는 그래픽 아티스트들이 자주 방문해서 참고하긴 했다.
<아이러브파스타>에는 다양한 종류의 파스타가 등장한다. 개발 하면서 요리 책을 참고했다고.
“캐주얼 게임은 초반부터 게임의 매력을 모두 보여줘야 한다”
<아이러브 파스타> 이전에는 어떤 게임을 개발했었나?
이은재 PD: 손노리에서 프로그래머로 <화이트데이> 개발을 했었고, <리니지2> 팀에서 7년간 기획을 했었다.
MMORPG를 개발하다가 SNG로 장르를 바꿨는데, 개발 문법 등이 달라 어렵지 않았나?
이은재 PD: 바로 완벽하게 변신한 건 아니다. 2009년에 엔씨소프트에서 퇴사하고 창업해 페이스북 게임을 개발했다. 처음에는 익숙한 턴제 RPG부터 개발했는데, 당시 생각은 ‘캐주얼 유저들이 RPG로 넘어올 것이다’는 생각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시대를 너무 앞서나간 것 같다.
이후 <히어로 시티>라는 마을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을 출시한 뒤 차기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파티게임즈에 입사했다. 결국, 한 번에 장르를 바꿀 수 있었던 건 아니고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SNG를 개발하며 느낀 점도 있을 것 같다. 무엇이 특징이던가?
이은재 PD: ‘만렙 찍고 시작’이라는 MMORPG와는 다르게 캐주얼 게임은 초반부터 게임의 매력을 보여줘야 한다. 게임을 금방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다. 하드코어 게이머들은 게임이 불친절하거나 어려워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 편이지만, 캐주얼 게이머들은 그렇지 않더라. MMORPG보다 두세 박자 빠르게 새로운 요소 등을 계속 보여줘야 게임을 하더라.
SNG를 개발하며 느낀 점이라고 하면, 게이머인 우리가 게임을 처음 접하며 느꼈던 재미를 게임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맛보게 하면 좋아한다는 점이다. 게이머들에게 당연한 것도 일반인에게는 재미요소가 되기도 한다. 덕분에 게임을 안 하던 사람들이 게임을 하게 만든다는 사실이 보람된다.
초반부터 콘텐츠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는데, <아이러브파스타>에는 어떻게 녹여냈나?
이은재 PD: <아이러브커피>의 익숙한 요소는 그대로 두면서 초반부터 다른 게임과의 차별점을 강조했다. 개발하던 도중에는 소셜 포인트를 모아 보상을 받는 ‘파티 타임’도 게임을 꽤 해야 배울 수 있는 콘텐츠였다. 하지만 반복적인 테스트를 거치면서 초반부터 매력 요소를 보여주자는 의견이 나와서 변경했다.
게임을 해 보면 알겠지만, 6레벨이면 친구에게 뒷골목의 가게를 빌려주는 소셜샵에 대해 알려주고, 7레벨에는 손님을 끌어들이는 ‘길거리 영업’을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이렇게 레벨 별로 새로운 요소들을 계속 보여주면서 기대감을 심어놓았다.
친구에게 가게 뒷편의 상점을 임대해 줄 수 있다. 1:1 소셜을 더욱 끈끈하게 만드는 요소.
<아이러브파스타>는 새로운 콘텐츠를 남겨두는 대신, 초반부터 강조하고 있다.
“<아이러브파스타>, 반복개발 거치면서 담금질한 게임”
<아이러브커피>의 후속작 개발은 어떻게 진행됐나? 처음부터 노리던 게 있었나?
이은재 PD: <아이러브파스타>는 처음부터 미래의 완성 버전을 정해놓고 개발하지 않았다. 파티게임즈의 개발 방식이 독특한데, 3주 정도 개발하고 난 뒤 결과물을 가지고 모여서 리뷰를 하는 방식이다. 리뷰를 거쳐 다음 작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식이다.
덕분에 <아이러브커피>보다 발전된 게임이 나올 수 있었다. 중간 검토를 할 때 개발자 스스로가 “수확을 늦게 하면 왜 면이 썩어야 하나? 이건 스트레스가 될 것 같아”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더 좋은 방향을 토의한 결과, 빨리 수확하면 보너스를 제공하는 쪽으로 변경하면서 만족감을 높이는 시스템으로 변경됐다.
결국 개발진이 모여서 토의하면서 개발했기에 중간 중간 잘못된 점이 발견되면 신속하게 개발 방향을 변경할 수 있었다.
그럼 반복개발을 했던 셈인데, 경영진이 그렇게 놔두던가? 보통은 스케줄 문제로 반복개발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이은재 PD: 정말 대표이사부터 경영진이 믿고 맡겨주기에 개발하기 편했다. 또, 이런 반복 개발은 개발진의 공감대가 없으면 불가능한데,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 팀워크가 좋아서 가능했던 것 같다. 지금 개발한지 14년이 됐는데, 반복 개발은 처음 해봤다.
보통은 결정은 위에서, 개발은 개발진이 진행한다. 그럼 중간에 잘못된 점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바꿀 수 없어서 막판에 고생하게 된다. 나중에 문제가 터지면 더욱 고생하는데, 개발팀 구성원들이 아예 문제점을 점검하면서 개발하면 더 좋은 방향으로 개발할 수 있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된다.
때문에 게임에 대해 서로 솔직하게 토의하게 되더라. 개발 초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시간이 절약되고, 개발팀이 같은 목표를 바라볼 수 있어 좋다.
또, 경영진의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다행히 <아이러브파스타>는 <아이러브커피>의 기본 엔진 기능을 이용해서 처음부터 게임을 빠르게 구현할 수 있었다. 3주마다 게임을 볼 수 있으니 경영진도 안심할 수 있었을 거다.
“론칭 초반은 매일 패치, 이후 콘텐츠 업데이트 할 것”
론칭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인데, <아이러브파스타> 현재 성적은 어떤가?
이은재 PD: 출시 하루 만에 2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카카오 게임하기 인기 순위 1위에도 올랐다. 현재 구글 플레이 인기 게임 순위와 매출 순위 모두 상승하고 있어 고무적이다.
<아이러브파스타>의 출발이 좋은데, 흥행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고 있나?
이은재 PD: 일단 <아이러브커피>를 했던 유저들의 익숙함이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인 것 같다. 또 부담 없이 새로 시작해 볼 수 있는 신작이라 접근하기는 좋을 것 같다.
예전 손노리 시절 한 사람이 오락실에 동전을 넣게 만드는 건 아티스트의 몫, 다시 동전을 넣게 하는 건 프로그래머의 몫, 다음 날 동전을 넣게 만드는 건 기획자의 몫이라고 하더라. 베니스의 아름다움으로 유저들을 끌어들였고, 플레이를 지속적으로 하게끔 만든 것은 프로그래머들의 공이다.
안정적인 서버를 유지하기 위해 3일째 집에 안 들어가며 일하는 프로그래머도 있을 정도로 열심히 해 주고 있다. 이제 지속적으로 흥행시키는 건 기획자의 몫이다. 앞으로 꾸준히 끌고 갈 수 있도록 열심히 운영하겠다.
베니스를 무대로 한 <아이러브파스타>.
출시 직후이긴 하지만, 앞으로의 업데이트 계획은 어떻게 되나?
이은재 PD: 지금은 서버 안정성이나 밸런스를 위해 매일 게임을 수정하고 있다. 당장 오늘도 패치 작업을 할 계획이고, 론칭 초반에는 계속 발빠르게 대응할 생각이다. ‘TIG의 천생연분’에서 4레벨 만에 흐름이 끊긴다길래 보고 다음 날 바로 수정했을 정도다.
4월 초에는 콘텐츠 업데이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캐릭터 의상이나 인테리어 아이템뿐 아니라 새로운 시스템도 추가된다.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보다는 <아이러브파스타>의 시스템을 조금 더 업그레이드 하는 느낌의 업데이트로 유저들이 몰입할 수 있는 요소들을 추가할 생각이다. 한 달에 한 번은 콘텐츠 업데이트를 할 계획이고, 방명록도 조만간 업데이트 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인사 한마디 부탁한다.
이은재 PD: 재미있게 즐겨주시면 더이상 고마울 것이 없다. 아직 서비스 초창기라서 간혹 서버가 불안할 때도 있는데, 밤새워가면서 빠르게 고치고 있다. 최대한 사용자 의견을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발 빠르게 대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새로운 의상이나 인테리어 아이템도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