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한 수란?] 디스이즈게임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파일럿 코너입니다. 게임을 개발하고 출시하는 과정에는 많은 ‘선택’이 있습니다. 신의 한 수에서는 그 중 게임의 흥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되는 ‘단 하나의 선택’을 꼽아 집중적으로 이야기를 들어보려 합니다.소위 말하는 대박이 아니더라도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거나 최악의 상황을 막은 판단처럼 ‘소소하게 지나치게 쉬운 선택’들도 골고루 다뤄볼 예정입니다. 성공담을 기반으로 하는 이야기인 만큼 다른 기사와는 달리 조금은 ‘가볍고 간지러운 이야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만 칭찬도 지적도 확실히 하고 싶은 TIG의 의지로 여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두 번째 ‘신의 한 수’는 NHN엔터테인먼트에서 서비스하는 <전설의 돌격대>입니다. 부실한 인터페이스와 콘텐츠 여기저기에 드러난 시스템적인 허점들. 이미 흔하디흔한 자동전투. 전직을 제외하면 기존 모바일RPG와 눈에 띄는 차이를 느끼기 어려운 <전설의 돌격대>를 NHN엔터테인먼트에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이 게임은 어떻게 구글플레이 20위라는 '괜찮은' 성적을 유지하며 NHN엔터테인먼트의 주요타이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을까요? NHN엔터테인먼트의 안세환 PM이 말하는 ‘신의 한 수’를 디스이즈게임에서 들어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NHN엔터테인먼트의 안세환 PM
안세환 PM이 <전설의 돌격대>를 처음 접한 것은 올해 초, 게임을 보고 퍼블리싱 계약을 맺는 소싱팀에 있던 시기입니다. 그가 처음 본 <전설의 돌격대>는 소싱 담당자 입장에서 봤을 때 썩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게임은 아니었습니다.
<몬스터길들이기>와 <세븐나이츠>, <별이 되어라> 등 모바일 RPG의 연속적인 흥행 이후 자동전투 기반의 모바일 RPG는 하나의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많은 개발사에서 너나 할 것 없이 모바일 RPG를 출시하거나 새롭게 개발을 시작했죠. 자연히 NHN엔터테인먼트에도 매주 적게는 10개에서 많게는 수십 개의 모바일 RPG가 퍼블리싱을 요청해왔습니다.
모바일 RPG가 유행을 타긴 했지만 <세븐나이츠>와 <별이 되어라> 이후 성공을 거둔 게임은 손에 꼽힙니다. 어설픈 완성도로는 기존 모바일 RPG들의 방대한 콘텐츠와 완성도를 뛰어넘기 어려운 탓인데요. 자연히 모바일 RPG를 보는 소싱팀의 기준도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설의 돌격대>도 성에 안 차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 유행하던 커뮤니티나 길드 중심의 콘텐츠도 없었고, 게임에서 내세우는 전직 시스템은 눈길을 끌기에는 많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인터페이스나 각 콘텐츠의 디테일한 완성도도 떨어졌죠. “특별히 눈에 띄는 게임은 아니었다”는 게 안세환 PM의 이야기입니다.
다만 딱 한 가지. 전투를 반복하며 캐릭터를 육성시키는 게임플레이만큼은 확실히 재미있었습니다. 안세환 PM은 거기에 승부를 걸기로 결정했죠.
전문가가 아닌 유저 입장에서 바라본 재미
소싱팀이나 사업팀처럼 소위 말하는 전문가와 일반유저의 시선은 차이가 있습니다. 소싱팀이나 사업팀은 게임을 팔아야 하는 입장인 만큼 최대한 안정적으로 콘텐츠를 가져가려 하죠. 다른 게임에 있는 시스템이 우리 게임에 없으면 안 되고, 인기를 끄는 요소들을 가능한 많이 집어 넣으려 합니다.
반면 유저들은 게임의 재미에만 집중합니다. ‘이 게임에는 왜 길드대전이 없어요?’라는 의견보다는 ‘전직 시스템이 재미있어요’ 혹은 ‘전투가 길어서 지루해요’처럼 더 직접적인 의견이 많죠.
그럼 유저의 눈으로 게임을 보면 안 되는 걸까? 이런저런 콘텐츠가 없더라도 기본적인 재미만 잘 가다듬으면 해볼만 하지 않을까? 고민 끝에 안세환 PM은 주변에서 다들 만류하던 <전설의 돌격대>의 퍼블리싱을 계약했습니다. 그리고 내친김에 팀을 옮겨 사업까지 도맡았습니다.
“게임을 보는데 그냥 아무 생각 없이 4시간을 계속했어요. 이 정도 재미라면 다른 요소들이 부실하더라도 승부를 걸어볼만 하겠다 싶었죠. 생각해도 일을 진행하려면 PM 역시 제가 맡는 게 제일 나았고요.”
목표는 특징만 가다듬기. 부족한 건 성공하고 나면 만들어도 된다.
목적이 확실했던 만큼 퍼블리싱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됐습니다. 게임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보다는 ‘잘하는 부분을 더 잘 다듬는 데 집중한’ 안세환 PM식 변화입니다.
게임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 판단한 전직의 종류를 늘렸고, 액션과 전투를 다듬는데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특히 전투는 스테이지별 시간을 2분 이내로 줄이고, 대신 99개의 스테이지를 270개 이상으로 대폭 늘렸죠. 전투와 육성에만 몰입한 모양새입니다.
여기에 인터페이스를 대대적으로 개선하고, 티켓과 골드 등을 후하게 퍼줌으로써 유저들이 게임을 최대한 오래 즐기도록 유도했습니다. 애당초 전투와 성장의 재미 하나로 승부를 보는 만큼 유저들의 플레이가 멈추는 순간 게임의 수명도 끝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나중에는 유저들의 티켓이 워낙 넘쳐나는 탓에 이를 소비하기 위한 이벤트 상점까지 오픈할 정도였죠.
마케팅도 크게 하지 않았습니다. ‘이거다’하고 내세울 특별함이나 신선함이 부족하기도 하고, 재미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카카오톡을 통한 입소문이 보다 효율적일 것이라는 판단에서입니다. 오죽하면 <전설의 돌격대> 출시일을 월드컵 벨기에전이 열린 6월 27일로 잡았을 정도죠.
대신 카카오톡의 초대보상으로 티켓 3장씩을 제공했고, 만화가 이말년의 이모티콘처럼 이야기거리가 되기 쉬운 선물을 보상으로 택했습니다. “만약 여기서 이런 저런 시스템을 붙여나갔더라면 출시가 훨씬 더 밀렸을 거에요. 재미가 있다고 판단한 시점에 게임을 내고 나머지는 흥행에 성공하고 나서 만들어도 늦지 않을 거로 생각했죠.”
<전설의 돌격대>의 과거 이미지. 게임의 큰 틀은 그대로 두고 인터페이스와 콘텐츠 깊이에만 몰입했다.
NHN엔터 게임 중 2위. 특별하진 않는데 그냥 재미가 있다는 반응
결과는 출시 후 시간이 지나며 드러났습니다. 출시 첫 주에는 부진하던 매출순위는 입소문이 퍼지며 꾸준히 올라갔습니다. 카카오톡을 이용한 초대도 NHN엔터테인먼트의 다른 게임에 비해 2배 이상 높습니다.
더 재미난 점은 유저들의 반응인데요. 특별한 콘텐츠가 재미있다거나 완성도가 높다는 의견을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이유는 모르겠는데 하다 보니 재미가 있더라’는 의견이 가장 많죠. 기본골격의 재미만 갖추면 다른 요소가 중요하지는 않을 것이라던 안세환 PM의 생각이 딱 맞아떨어진 셈입니다.
기사를 작성 중인 7월 18일 현재 <전설의 돌격대>는 구글플레이 매출 기준 20위에 올라있습니다. NHN엔터테인먼트의 게임 중 <우파루사가>에 이어 두 번째로 좋은 성적입니다. 전문가의 입장에서 볼 때는 여러모로 부족했던 게임을 재미 하나만 믿고 가져온 결단이 결국 ‘신의 한 수’가 됐습니다.
전직 부분은 이후 4티어까지 공개되며 한층 강화될 예정입니다.
[에필로그] 이제는 놓친 부분을 채워나갈 때
기본적인 재미를 검증 받았지만 <전설의 돌격대>에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명확하지 않은 직업이나 스킬간 밸런스와 유난히 높은 PVP ‘인공지능’ 캐릭터의 보상, 스테이지별 유닛 드랍률 등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문제가 나오고 있고, 그만큼 잦은 업데이트도 진행 중입니다.
장기적인 흥행을 위해서는 낮은 과금 만족도와, 우선 순위에서 밀린 길드나 커뮤니티 관련 콘텐츠의 종류도 늘려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단점을 가리는 시간에 장점을 극대화했고 그 결과 만족할 성적을 거뒀으니, 이제부터라도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갈 필요가 있는 셈이죠.
덕분에 지금부터는 조금 ‘무난한 일정’이 될 것 같다는 게 안세환 PM의 설명입니다. “최종목표는 ‘집에 있는 와이프도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자’였어요. 그래픽이 좋은 게임, 콘텐츠가 많은 게임이 성공하고 오래 살아남는 건 아니더라고요. 편안하고, 오래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꾸준히 이어가고 싶어요”
현재 유일한 협동 콘텐츠인 보스전투. 오는 가을까지는 길드와 커뮤니티 콘텐츠도 추가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