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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 오브 라이프, 힘들더라도 자유로운 게임이 목표”

샌드박스 MMORPG <트리 오브 라이프>를 개발 중인 오드원게임즈

김승현(다미롱) 2014-07-24 11:19:54
소규모, 그리고 배고픈(?) 작업이라는 이미지의 ‘인디게임 개발’과 이제는 대규모 자원과 인력이 필요하다는 고정관념까지 생겨버린 PC MMORPG라는 장르는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입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3명의 개발자가 2년간 개발한 PC MMORPG를 공개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게임이 내세운 것은 유저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살아 움직이는 생태계’, 그리고 유저가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는 ‘샌드박스형 디자인’. 지난 14일 디스이즈게임에서 소개된 <트리 오브 라이프>의 이야기입니다. ☞ 관련기사 
 
사실 <트리 오브 라이프>를 개발하고 있는 3명의 개발자는 과거 상용 MMORPG를 만들었던 이들입니다. 이들이 잘 다니된 회사를 뛰쳐나와 샌드박스 인디 MMORPG라는 도전을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드원게임즈의 개발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왼쪽부터 최원순(원파리), 김영채(챠야), 이중원(달래차기). 기사에는 닉네임이 사용됐습니다.
 

“패키지여행 같은 게임이 아니라, 배낭여행 같은 게임이 목표”


“3명이 개발하는 이유요? 우리같은 이상한 사람(Odd One) 말고, 모험에 동참할 용사가 있을까요?”

오드원게임즈의 대표이자 유일한 프로그래머 ‘챠야’의 농담입니다. 챠야가 이런 농담을 할 정도로 그들이 추구하는 게임은 독특합니다. <트리 오브 라이프>의 기본 콘셉트는 ‘불편함’과 ‘생존’. 게임은 유저에게 전투부터 채집, 생산, 범죄 등 모든 자유로움을 허가하지만, 그와 함께 실제와 같은 불편함을 함께 제공합니다.

유저는 게임 초반 조난자로 시작해 꺾은 나뭇가지로 몬스터에 맞서 생존해야 합니다. 캐릭터는 생명력 외에도 스테미너와 허기까지 관리해야 하고, 밤에 빛이 있어야만 무언가를 조준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들과 힘을 모아 문명(?)을 일구면 나아질까요? 

<트리 오브 라이프>의 세계는 40여 개 지역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지역마다 식생과 기후, 자원 분포, 특산품이 모두 다릅니다. 유저가 고급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선 8km x 8km에 달하는 세계를 개척하거나, 아니면 다른 마을의 유저들과 교류나 분쟁을 해야죠.
 
게임 초반은 말 그대로 <맨 VS 와일드>고, 중반부에 이르러서는 자원을 둘러싼 개척과 교류, 전쟁이 주요 콘텐츠입니다. 이 모든 과정은 NPC의 개입 없이 오로지 유저들에 의해 이뤄지죠. 테마파크형 MMORPG가 대세인 요즘 흐름과 정 반대 방향의 게임이죠.

 
게임의 기본틀은 챠야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구상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그가 꿈꿨던 게임은 실제 세계와 같은, 그래서 사람들이 협력할 수 밖에 없는 게임이었습니다. <울티마 온라인>과 같은 게임이 많은 모티브를 줬죠. 그는 이를 위해 인디로 게임 개발에 입문해 상업 개발사를 거쳤고, 다시 인디로 돌아왔습니다. 회사에서는 그의 꿈을 추구할 수 없었거든요.

“MMORPG라는 것이 점점 유저들에게 편하게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잖아요? 특히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흥행 이후 대부분의 MMORPG가 그랬죠. 그런 만큼 이렇게 시대에 역행(?)하는 게임을 회사에 제안할 수는 없더라고요. 근데 저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이런 게임을 꿈꿔왔고. 결국, 무작정 뛰쳐나와 개발을 시작했죠.”


개발 참고자료로 쓰이고 있는 <울티마 온라인> 가이드북

그렇다면 원파리와 달래차기는 어떻게 챠야의 이 위험한 모험에 동참하게 되었을까요?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챠야가 말한 콘셉트가 정말 마음에 들었으니까요. 특히 팀에 가장 늦게 합류한 달래차기에게는 <트리 오브 라이프>의 기획에 구원처럼 다가왔을 정도였습니다.

“요즘은 개발이 분업화되어 있다 보니 회사에서 하는 일이 매번 똑같았어요. 특히나 MMORPG는 기획이나 콘텐츠가 정형화되고 있는 대표적인 장르죠. 그렇게 몇 년간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똑같은 것만 만들다 보니 나중에는 개발 자체에 신물이 났어요. 업계를 떠날 생각까지 할 정도였죠. 그런데 챠야의 기획안을 보니 그동안 만들어 왔던 것과 전혀 달랐죠. 그것 하나에 반해 팀에 합류하게 되었어요”

오드원게임즈 개발진 3인이 <트리 오브 라이프>를 위해 꿈꾸는 것은 유저가 ‘직접’ 모험을 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개발진들이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것은 ‘테마파크’처럼 무대를 차려주는 것이 아닌, 유저가 실수를 하더라도 직접 부딪힐 수 있게끔 ‘놀이도구’를 만드는 것입니다. 

때문에 <트리 오브 라이프>에는 여타 MMORPG처럼 성장 동선을 안내하는 퀘스트나 안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유저들은 최소한의 도움말과 상식, 그리고 자신의 판단력을 믿으며 <트리 오브 라이프>의 세계를 살아가야죠. 원파리의 말을 빌리면 ‘무전여행’, ‘배낭여행’같은 게임입니다.

“요즘 게임 보면 너무 친절하지 않나요? 하나부터 열까지 유저들에게 알려주고, 가공된 것만 제공하죠. 처음엔 이것도 좋았지만, 몇 년을 똑같은 게임만 나오다 보니 이제는 직접 움직이고 부딪힐 수 있는 게임이 그립더라고요. 똑같이 여행을 가도 가이드만 따라가면 몸은 편하지만 경험은 한정되잖아요? <트리 오브 라이프>는 유저가 스스로 발을 움직이는 무전여행, 배낭여행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물론 그 과정에서 유저들의 시행착오가 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것도 배낭여행의 매력이 아닐까요?”



인디의 괴로움? 만들기 싫은 것 만드는 괴로움이 더 크다


많은 이들이 자신만의 로망을 안고 독립 개발에 뛰어들지만 ‘출시’라는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작게는 팀원 간의 불화부터, 개발 속도 관리 실패, 비용 예측 실패, 시장 트렌드의 변화 등 다양한 이유가 독립 개발사들의 발목을 잡죠. 그렇다면 오드원게임즈에게는 이런 어려움이 없었을까요? 디스이즈게임의 물음이 챠야는 마른 웃음과 함께 아래와 같은 답을 했습니다.

“하나같이 첫 창업이었는데 어떻게 어려움이 없었겠어요. 그래도 멘땅에 열심히 헤딩하다 보니 길이 나오더라고요. 그때는 나라에서 이렇게 일을 많이 하는 줄 몰랐죠. (웃음)”

챠야의 말을 빌리면 오드원게임즈의 2년은 딱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 살아온 나날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창업'을 염두에 두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금적 어려움이 컸죠. 다행히 그때마다 도움의 손길을 준 것은 중소기업청이 운영하는 ‘창업넷’이라는 사이트였습니다.

“매년 5~6월쯤 되면 사이트에서 게임 개발자가 지원할 수 있는 공고가 제법 나와요. 단순히 금전 지원뿐만 아니라, 컴퓨터 같은 장비, 정품 프로그램까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지원받을 수 있죠. 저희같이 무모한 개발자들에겐 정말 빛과 같았죠.”


<트리 오브 라이프>의 콘셉트 아트 작업을 하고 있는 달래차기

어찌어찌 자금문제가 해결되자 이번에는 천재지변(?)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오드원게임즈는 2012년 봄, 한 단칸방에서 깃발을 올렸습니다. 에어컨 하나 없는 작은 자취방에 컴퓨터 4개를 몰아넣는 강도 높은 환경이었죠. 

그리고 그해 여름, 오드원게임즈 개발자들은 문자 그대로 ‘불지옥’을 맛봤습니다. 장비가 방안에 있었기 때문에 도망갈 수조차 없었던 나날이었죠. 오죽했으면 원파리의 입에서 “(이전) 회사 최고 복지는 에어컨이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다음 해에는 홍수가 오드원게임즈를 괴롭혔습니다. 당시 오드원게임즈가 입주한 사무실은 한 대학교의 벤처 센터 지하. 하지만 그해 여름 그 지역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고, 불어오르는 물을 타고 사무실 화장실이 역류하기 시작했습니다. 

금세 사무실 바닥은 차마 떠올리기도 싫은 오물들이 떠다니기 시작했고 세 남자는 부랴부랴 장비를 옮기고 피신에 나섰습니다. 다행히 장비는 모두 건질 수 있었지만, 그 때 역류한 오물들은 일주일 넘게 사무실에 냄새를 남기며 개발자들을 괴롭혔습니다.

이쯤 되면 인디에 대한 로망보다는 인디의 현실이 더 와 닿을 나날입니다. 그렇다면 오드원게임즈가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개발을 계속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원파리의 답은 간단했습니다. 바로 창작의 즐거움이었죠.

“사실 처음에는 모바일게임도 도전했었어요. 한참 붐이었고, 운 좋으면 안정적인 출발도 가능하다고 생각했죠. 개발 어려움도 없었어요. 시제품이 나오는데 <트리 오브 라이프>의 반도 걸리지 않았죠. 그런데…, 만들고 싶지 않은 게임을 만든다는 것이 그렇게 힘들더라고요. 쳇바퀴 같은 삶이 싫어 회사를 뛰쳐나왔는데, 여기까지 와서 이래야 하나 하는 의문이 매번 들었어요. 결국 다 때려치우고 <트리 오브 라이프>로 돌아갔죠. 덕분에 어려움도 많았지만, 그래도 개발자는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만들 때가 가장 즐겁더라고요. (웃음)”


게임의 기획자료(왼쪽)와 캐릭터 원화(오른쪽)


트리 오브 라이프, 연내 공개 테스트가 목표


오드원게임즈의 올해 목표는 그 어느 때보다 큽니다. 이번 여름에는 <트리 오브 라이프>의 FGT와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연말에는 처음으로 게임의 공개 테스트까지 예정하고 있습니다. 손이 모자라 완성까지는 무리더라도, 적어도 게임의 기본틀은 완성을 시켜야 하죠.

연내 공개가 목표다 보니 최종 콘텐츠, 정확히는 콘텐츠 밸런스에 대한 고민도 큽니다. <트리 오브 라이프>는 유저의 행동 하나하나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게임. 아직은 배부른 고민이지만, 게임이 기대 이상으로 잘 돼도 부동산이나 생태계 문제가 발생하기 십상이죠. 원파리는 특히 생태계 파괴가 걱정이랍니다.

"부동산이야 신대륙(?)을 추가하면 끝이지만, 생태계 파괴가 가장 큰 고민이죠. 일단 장마 같은 월드 이벤트를 고민하고 있긴 하지만, 되도록 유저들의 플레이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어요. 현실과 같은 세계를 재현하는 것이 목표인 만큼, 어쩌면 운영자의 개입 없이도 유저들 사이에서 드루이드나 환경운동가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유저들의 행동이 <트리 오브 라이프>의 가장 큰 콘텐츠인만큼, 열린 마음으로 열린 마음으로 밸런스를 잡아갈 계획입니다." 



대표인 챠야는 게임의 사업 모델이 걱정입니다. 첫 공개 목표는 스팀 얼리 액세스같은 모델인데, 이런 모델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걱정입니다. 게임이 국내 유저 취향은 아니다 보니, 처음부터 타깃을 서구권 유저로 확정하고 그에 걸맞은 모델을 만드는 것도 고민 중입니다.

이외에도 테스트를 하면 테스터를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뽑아야 할지, 서비스를 하면 자체로 할지 퍼블리셔를 낄지. 오드원게임즈의 고민은 끝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고민을 말하면서도 세 개발자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합니다. 긴 개발 끝에, 드디어 <트리 오브 라이프>를 유저들에게 선보이기 때문이죠. 과연 세 남자의 노력은 결실을 볼 수 있을까요? 그 첫 분수령인 FGT는 올여름 실시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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