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의 중국 진출, 어렵죠. 저희가 돕겠습니다. 한국에서도 언제든 연락 주세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위협하는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 ‘삼대장’ 중 하나인 샤오미가 모바일게임 시장에 제대로 뛰어든다. 자체 메신저 미톡(MiTalk)에 ‘게임센터’를 열고 본격적으로 해보겠다는 기세다.
필요한 것은 좋은 파트너, 즉 ‘게임’이다. 차이나조이 2014 개막 전날인 지난 30일, 샤오미가 상하이의 한 클럽에서 중국 모바일게임 개발사 대표들을 대상으로 VIP 파티를 연 것도 파트너를 찾기 위함이었다. 이 자리에는 샤오미의 부총재이자 엔터테인먼트 사업부문을 이끄는 상진(尚进, Jerry Shang) 대표가 직접 참석해 미래를 함께할 파트너 찾기에 나섰다.
‘중국의 애플’로 불리는 샤오미가 게임센터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또 어떤 게임을 원하고 있을까? 30일 파티 현장에서 상진 부총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상하이(중국)=디스이즈게임 송예원 기자
샤오미의 부총재이자 엔터테인먼트 사업부문을 이끄는 상진(尚进, Jerry Shang) 대표
지난 2010년 샤오미가 출시한 모바일 메신저 미톡은 중국 스마트폰 유저의 필수 앱으로 자리를 잡으며 빠르게 퍼졌다. 하지만 3개월 후 텐센트가 위챗(WeChat)을 발표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중국의 ‘국민 온라인 메신저’ 큐큐(QQ)를 서비스하는 텐센트의 새로운 모바일 메신저는 순식간에 약 4억 명 이상의 회원을 모으며 독보적인 입지를 다졌다.
샤오미가 만든 스마트폰의 누적 판매량은 약 9,000만 대. 올해 2분기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1,510만 대가 팔리며 LG전자(1,450만 대)를 앞질렀다. 시장점유율 5.5%, 전 세계 5위 스마트폰 제조사가 된 샤오미지만, 고민도 있다. 바로 미톡의 더 활발한 활성화다.
샤오미 기기의 판매량은 2012년 이후 2년간 271%의 급성장을 보여왔다.
“미톡은 독점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열린 플랫폼으로 승부
샤오미는 첫 번째 해법으로 ‘게임센터’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일종 카카오 게임과 같은 게임 서비스 플랫폼이다. 상진 부총재는 현재 샤오미 엔터테인먼트의 수익 중 69%가 게임 부문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게임센터를 발판 삼아 콘텐츠 부문을 키우는 일은 샤오미로서는 당연한 선택이다.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위챗도 그중 하나로, 모바일 메신저를 기반으로 한 게임 플랫폼 서비스 역시 위챗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3년 8월 문을 연 위챗의 게임센터는 오픈 첫날 서비스하는 게임이 애플 앱스토어에서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전체매출 10위에 올랐다. 지금은 애플 앱스토어 매출 톱10 중 절반 가까이를 위챗의 게임들이 차지하고 있다.
중국에는 200여 개의 모바일 마켓이 있으며, 활성화된 마켓만 추려도 30개다. 즉, 특정 게임 하나를 많은 이용자에게 판매하기 위해서는 30개 마켓에 두루 출시해야 하는데, 각 마켓에 따라 결제 시스템부터 크고 작은 차이가 많아 개발사 차원에서 스스로 해결하기 쉽지 않다.
결국 중국 서비스를 원하는 개발사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줄 퍼블리셔와 서로 다른 마켓을 이용해도 단번에 앱을 노출시킬 수 있는 플랫폼을 찾을 수밖에 없다. 위챗이 9:1 또는 8:2의 수익배분과 단독출시라는 조건 속에서도 개발사들의 선호를 받는 이유다.
거대한 산, 위챗에 대항하기 위한 샤오미의 전략은 무엇일까? 상진 부총재는 오픈형 마켓임을 강조했다.
“미톡은 폐쇄적인 위챗과 달리 오픈마켓을 지향합니다. 미톡 게임센터의 가장 큰 특징은 독점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미 다른 플랫폼을 통해 출시됐더라도 게임이 좋다면 누구든 입점할 수 있으며, 미톡 게임센터에 냈던 게임을 다른 플랫폼에 출시할 수도 있죠. 또 위챗처럼 소수의 게임이 올라오는 게 아니라 카카오와 같이 다수의 게임을 수시로 업데이트하며 서비스할 예정입니다. 사전 검수를 없애진 않지만, 보다 개발자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겠죠.”
샤오미 엔터테인먼트의 수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단연 게임.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소셜성 좋은 캐주얼게임을 찾습니다” 마켓의 핵심은 ‘선물하기’
미톡의 활성화를 위한 두 번째 해법은 ‘소셜성’이다.
샤오미는 게임센터뿐만 아니라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복합적인 마켓을 준비하고 있다. 이 마켓의 핵심은 ‘구입’보다 ‘선물하기’에 있다. 요즘 중국에서는 호감이 가는 이성에게 아바타나 스티커 등을 선물하며 관계를 맺어나가는 소셜 앱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에 착안한 아이디어로, 상대가 원하는 물건을 아바타의 액세서리처럼 쉽게 주고받도록 유도하는 개념이다. 이러한 전략에 발맞춰, 미톡의 게임센터에도 소셜성이 강화된 캐주얼 게임을 우선적으로 입점시킨다는 계획이다.
“게임센터를 통해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서비스할 계획이지만, 오픈 초반에는 소셜 요소가 강화된 캐주얼 게임을 밀어줄 생각입니다. 한국게임에 비유하자면 카카오를 통해 출시된 <다함께 차차차 for Kakao>와 같이 말이죠.”
이와 함께 샤오미는 대부분 한정으로 판매되는 자사 제품들을 적극 활용해 미톡 마켓을 띄울 예정이다. 현재 샤오미의 스마트 기기는 오프라인에서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는 없으며, 특정 날짜나 시간에 한정적으로 판매된다. 이러한 이벤트를 미톡을 통해 진행함으로써 단기간에 DAU를 끌어올릴 계획으로 보인다.
“중국 진출? 어렵죠. 샤오미가 함께하겠습니다” 한국에 러브콜
국내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몬스터길들이기>로 시작해 최근의 <블레이드>까지, 굵직한 모바일게임들이 큰 성공을 거두며 매주 수십 개의 미드코어 게임이 쏟아지고 있다. 여전히 퍼즐, 러닝 등 캐주얼게임이 나오고는 있지만 <모두의마블> <쿠키런> <애니팡2>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매출 측면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캐주얼게임을 찾는 샤오미는 캐주얼게임을 만들어 왔거나, 만들고 있는 한국 개발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열린 플랫폼이기 때문에 꼭 캐주얼게임이 아니라도 중국 진출을 노리는 한국업체에게는 또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샤오미 역시 한국 개발사들의 중국 진출을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입장이다.
“중국 진출이 어렵다는 건 인지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현지화부터 각 마켓의 요구를 수용하기란 언어부터 장벽이 되겠죠. 이를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개발사라면 언제든 샤오미에게 연락할 수 있겠죠. 저희는 환영할 테고요. 만약 그렇지 않은 개발사라면 좋은 퍼블리셔를 연결해주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