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앤슬래시 MMORPG <데빌리언>이 독하게 마케팅을 시작했다. <데빌리언>은 지난 18일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에게 ‘김치’를 나눠주며 게임을 비판하는 단어인 ‘김치블로’를 대범하게(?) 수용했다. 이어진 파이널 테스트에서는 배너 광고에 ‘돈 되는 게임’이라는 자극적인 멘트를 삽입하며 눈길을 끌었다.
이 같은 마케팅은 실패했을 때의 위험이 큰 방법이다. 자칫 잘못하면 ‘김치블로’ 논란이 다시 부상할 수도 있고, ‘돈 되는 게임’이라는 문구도 게임성을 중시하는 유저들에게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데빌리언>이 이런 모험(?)을 시도한 까닭은 무엇일까? 지노게임즈의 박원희 대표와 김창한 PD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왼쪽부터 지노게임즈 박원희 대표와 김창한 PD
“노이즈 마케팅? 욕 먹어도 좋다. 플레이 한 유저에게 먹는 욕이라면”
<데빌리언>이 이런 마케팅을 선택한 것은 고육책에 가깝다. <데빌리언>은 최초 공개 이후 계속 <디아블로> 시리즈와 비교됐다.
특히 2012년 말에 있었던 1차 CBT에서는 <디아블로3>와 유사한 리소스가 발견되면서 이런 논란은 더욱 증폭되었다. <데빌리언> 관련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꼬리처럼 따라 붙는 ‘김치블로’라는 별명이 생긴 것도 이때부터였다.
지노게임즈는 이러한 논란을 인식하고 2차 CBT부터 차별화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논란이 된 리소스를 바꾸고, 콘텐츠에 있어서도 MMORPG 요소를 강화했다. 물론 이런 노력에도 논란은 쉽사리 잦아들지 않았다. <데빌리언>의 변신이 부족해서 그런 것일수도 있고, 유저들의 인식이 굳어서 그런 것일수도 있다. 지노게임즈로서는 아쉽기는 하지만 불만은 없었다. 딱 한 가지만 빼면.
“선입견이 무섭더라. 최근 한국에는 <데빌리언>과 같은 쿼터뷰 핵앤슬래시 MMORPG가 없다 보니 게임 자체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게임의 시스템이나 특징은 물론, 장르 자체까지도. 잘못된 정보 때문에 비판을 많이 받다 보니, 이제는 비판받더라도 플레이를 한 사람들에게 비판받고 싶었다.”
지노게임즈의 박원희 대표의 말이다. 다른 모든 마케팅이 그러하듯, <데빌리언>의 이번 모험(?) 또한 모객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데빌리언>이 가진 모객에 대한 간절성은 다른 게임보다 큰 편이다. 이미 이미지가 굳어질 대로 굳어진 만큼, 다소 위험한 방법을 써서라도 ‘한 번이라도’ 플레이하는 유저가 늘었으면 하는 것이 지노게임즈의 바램이다.
물론 이런 지노게임즈의 바램이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지노게임즈가 생각한 것만큼 차별화를 하지 못했다면 역풍은 배로 불어올 수도 있고, ‘돈이 되는 게임’같은 캐치프레이즈는 게임성을 중시하는 유저들에게 오히려 게임에 대한 관심을 저해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박 대표의 대답은 간단했다.
“몇 번이나 고민했지만 답은 하나였다. 무엇 때문에 비판받든 간에 어떻게 해서든 한 번이라도 보여주자. 비판이 광고에 대한 것이라면 우리가 선택한 것이니 당연하고, 그것이 콘텐츠라면… 우리는 자신 있었는데 유저 분들 눈높이에 맞지 않았으니 비판받아도 싸다고 생각한다. (웃음) 솔직히 고민도 많다. 광고에 논란이 없는 것이 이상하니까. 하지만 워낙 온라인게임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시기이다 보니 무리해서라도 <데빌리언>이라는 게임을 알리고 싶었다.”
파이널테스트 당시 공개되었던 배너 광고 이미지
하고 싶은 것만 해라, 쿼터뷰 액션 선물세트
그렇다면 <데빌리언>이 이렇게까지 해서 유저들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게임이 내세우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핵앤슬래시 쿼터뷰 액션’ 하나다. 이를 위해 파이널 테스트에서 지적받은 적은 몬스터 수를 수정했고, 초반부터 다양한 스킬을 줘 핵앤슬래시의 느낌을 살리려 한다.
물론 <데빌리언>의 액션은 MMORPG라는 특성상 MORPG나 패키지게임에 비해 손색이 있기도 하다. 이런 지적에 대해 지노게임즈는 다양한 성장환경과 자유로운 성장동선을 이야기했다.
<데빌리언>에서 유저가 선택할 수 있는 성장 방식은 다양하다. 유저는 던전과 필드로 대표되는 PVE 콘텐츠는 물론, 13레벨에 입장 가능한 PVP 콘텐츠 ‘전장’, 23레벨에 해금되는 웨이브형 인스턴스 공간 ‘무한 사냥터’ 등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 가능하다.
각 콘텐츠는 저마다 추구하는 액션이 다르다. 던전 같은 경우 짜임새 있는 구성과 최종목표인 보스의 강력함 등을 바탕으로 공략과 돌파라는 가치를 추구하고, 20:20 PVP가 가능한 전장은 제한된 기술만 사용할 수 있는 대신 캐릭터들의 협동과 전략을 중시하는 일종의 ‘스포츠’와 같다. 그리고 무한 사냥터의 경우 쉴새 없이 쏟아지는 몬스터를 처치하는 일기당천의 액션을 추구한다.
‘무한 사냥터’의 이미지
유저는 이 중 마음에 드는 콘텐츠를 즐기며 성장할 수 있다. 던전을 돌파해도, 무한 사냥터에 도전해도, PVP 콘텐츠인 전장을 돌아도 그 노력과 시간에 걸맞은 경험치가 주어진다. 이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퀘스트나 콘텐츠는 존재하지 않는다.
메인퀘스트가 존재하긴 하지만 큰 비중은 없다. 사실상 플레이타임 4~5시간부터 성장 동선 제한이 헐거워지는 셈이다. <데빌리언>의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김창한 PD는 이런 디자인에 대해 ‘쿼터뷰 액션 종합 선물세트’라는 꿈을 이야기했다.
“<데빌리언>의 목표 자체가 ‘쿼터뷰 액션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보여주자’다. 개발진부터 저마다 좋아하는 액션이 다르다. 박원희 대표는 <디아블로 2>를 즐길 때 없는 시합규칙까지 만들어 친구들과 PVP했을 정도로 ‘시합’을 좋아하고, 개발자 중 한 명은 <에일리언 슈터>같은 ‘웨이브’형 액션을 좋아한다. MMORPG는 다양한 유저들이 모이는 장르다. 쿼터뷰 액션을 좋아하는 이들이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성장동선 제한을 풀고, 저마다 좋아하는 것만 해도 최고레벨에 도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PVP 콘텐츠 ‘전장’의 이미지
핵앤슬래시와 MMORPG의 결합을 기대해 달라
최근 지노게임즈가 가장 신경쓰고 있는 것은 ‘MMORPG 요소’다. MMORPG는 <데빌리언>이 다른 핵앤슬래시 게임과의 차별성으로 내세우는 가장 큰 특징임과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그동안의 테스트에서는 크게 부각되지 않은 요소이기도 하다.
짧은 테스트 기간 때문에 경제나 커뮤니티 같은 호흡이 긴 MMORPG 요소를 체크하기엔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노게임즈가 어떻게 해서든 유저를 모으려 하는 것도, OBT를 통해 <데빌리언>의 MMORPG 요소가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때문이다.
현재 개발진이 집중하고 있는 것은 세계관을 그리는 거대한 서사보다는, 당장 유저들이 서로 어울리고 교류할 수 있는 틀과 장치다. 이를 위해 OBT부터는 복수의 유저들이 함께할 수 있는 레이드나 길드전, 필드 보스 쟁탈전 등 협동∙경쟁 콘텐츠가 대거 추가된다.
경제 시스템 또한 ‘나의 재화가 계속 가치 있는 세계’라는 이상향(?)을 목적으로 천천히 가동된다. 사실상 OBT부터 MMORPG로써의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되는 셈이다.
“<데빌리언>이 쿼터뷰 액션을 중시하긴 하지만, 어떤 콘텐츠든 결국은 친구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이다. <데빌리언>을 굳이 MMORPG로 만든 것도 이것 때문이었다. 커뮤니티나 경제, 경쟁 등 MMORPG가 제공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틀에 집중해 <데빌리언>만의 강점을 선보이겠다.” 지노게임즈 박원희 대표의 각오다.
과연 이러한 지노게임즈의 노력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데빌리언>의 OBT는 12일 52레벨 분량의 PVE 콘텐츠와 17개의 인스턴스 던전, 1개의 파티 전용 인스턴스 던전과 함께 시작된다. 지노게임즈는 이에 더해 현재 준비된 6개월 분량의 PVE 콘텐츠와 추가 제작에 들어간 PVP 콘텐츠 등을 통해 <데빌리언>의 세계를 이끌어 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