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파크의 신작 모바일게임이 야구라는 점은 당연해 보이면서도 의외의 선택이었다.
야구, 축구, 골프까지 다양한 스포츠 게임을 출시하고 성공시켜 온 애니파크이기에 새로운 게임 역시 스포츠라니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마구마구’ 타이틀을 달았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비록 ‘형제 회사’ 개발작이지만 시리즈의 모바일 버전으로는 블루페퍼의 <마구마구 2014>가 이미 시장에서 견고하게 자리 잡았기 때문.
<마구마구 라이브>가 전작과 다른 차별점으로 내세운 특징은 두 가지, ‘리얼한 그래픽’과 ‘실시간 대전’ 시스템이다. 최근 모바일게임 흐름을 잘 반영한 선택이지만 ‘제대로’ 실현하는 일은 쉽지 않다. <마구마구라이브>는 어떤 전략을 세우고 있을까? 애니파크 이건희 실장과 이명주 기획팀장을 만났다.
SD 캐릭터는 '안녕', "모바일에서 <마구더리얼>의 그래픽을 보여주겠다"
스포츠 게임에서 ‘리얼’은 중요한 키워드다. 본래 경기 시스템을 얼마나 잘 반영하고 있는지, 규칙은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실제 선수들의 정보를 그대로 담고 있는지 등이 게임의 재미를 더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스포츠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더욱 그렇다.
여기에 실제 경기를 보는 듯한 그래픽이 더해진다면 금상첨화다. 그래서 <마구마구 라이브>는 리얼함을 특징으로 내세웠다. 그래서일까? 단연 눈에 띄는 것은 그래픽이다.
온라인게임 <마구더리얼>의 리소스를 그대로 활용한 <마구마구 라이브>는 한눈에 봐도 알아볼 만큼 선수들의 외모가 실사에 가깝게 묘사됐다. 잠실·사직·한빛 등 8개 구단의 각 경기장도 그대로 재현했다. 외형뿐만 아니라 유명 선수들의 타격폼이나 투구품을 재현하는 등 모션도 신경 썼다.
<마구마구 라이브>의 그래픽 수준은 여느 온라인게임에 뒤처지지 않을 만큼 높다. 하지만 이미 SD캐릭터를 내세운 <마구마구 2014>가 잘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리얼한 그래픽이 필요할까? 이에 대해 평소 사회인 야구를 즐길 만큼 야구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이건희 실장은 보는 것을 선호하는 야구팬들의 니즈를 강조했다.
“저도 야구를 플레이하고 즐길 만큼 좋아하는데, 야구는 ‘보는 재미’가 있는 스포츠죠. 물론 귀엽고 캐주얼한 풍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지만, 이런 야구팬들의 성향을 고려할 때 사실적인 그래픽을 선호하는 분들도 많죠. 홍보 문구로 나갔던 땀방울까지 묘사했다는 건 조금 오버고요.(웃음) 다만, 지금까지 출시된 게임 중 가장 리얼한 그래픽이라고 자부합니다.”
넥센히어로즈 강정호 선수와 엘지트윈스 박용택 선수.
인천 문학구장의 명물 바베큐존도 보인다.
투타의 심리전을 이용한 '예측시스템'
‘리얼함’에서 그래픽만큼 중요한 것이 경기 자체의 재현이다. 예를 들어 장타를 치는 타자가 등장하면 후진수비를 한다든지, 번트 상황에서 1루수가 전진수비를 하면 2루수가 1루를 커버하기 위해 내려온다든지 상황에 맞는 플레이가 필요하다.
하지만 <마구마구 라이브>는 ‘진짜 야구’를 강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비 위치를 변경한다든지 디테일한 조작을 넣지 않았다. 작은 화면을 가진 모바일 환경의 제약 때문이었다. 이명주 기획팀장은 아무리 스포츠가 코어한 장르지만 PC게임 유저에 비해 많은 조작을 원하지 않는 모바일게임 유저들의 성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야구는 다른 스포츠보다 더 어려워요. 규칙이 워낙 많은 데다가 자주 바뀌기도 해서 선수들조차 제대로 숙지 못하는 경우도 있죠. 모바일게임인데 여기에 조작이나 시스템까지 어려우면 누가 게임을 하겠어요. (웃음)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모르는 사람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했죠”
결국 <마구마구 라이브> 역시 기존 모바일게임과 차이가 없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 애니파크가 선택한 해결책은 ‘예측 시스템’이다.
<마구마구 라이브>에서는 상대 투수의 구질을 예측하여 타격할 수 있다. 좋은 타구를 날리기 위해서는 3개의 구질 중 상대방이 어떤 투구를 할지 예상해야 한다. 즉 실제 선수들이 경험할 수 있는 ‘수 싸움’의 재미를 넣어 ‘경험’의 리얼함을 살린 것이다.
“야구에서 ‘노려친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잖아요. 세심한 조작을 ‘리얼함’이라고 볼 수 있지만, 투수와 타자간의 심리전이야말로 실제 선수들이 경험하는 ‘진짜 재미’라고 생각해요.”
모바일 야구게임에서 실시간 대전을? "CBT까지 이상무. 네트워크 걱정 없다"
‘리얼함’이 캐주얼 그래픽 게임이나 카드 위주 시뮬레이션 게임과 겨룰 수 있는 강점이었다면, 기존 실사 그래픽의 게임과 경쟁할 수 있는 차별점은 무엇일까? <마구마구 라이브>가 내세운 또 다른 강점은 ‘실시간 대전’이다.
기존에 출시된 모바일야구게임은 AI와 진행하는 ‘싱글모드’나 상대 유저가 미리 구성해 놓은 덱과 경쟁하는 비동기 방식의 ‘배틀모드’가 전부였다. 하지만 <마구마구 라이브>는 처음으로 실시간으로 다른 유저와 겨룰 수 있는 동기식 대전을 도입했다.
실제 야구 경기는 총 9이닝으로 진행되지만 <마구마구 라이브> 대전의 플레이 타임은 3이닝. 실시간 대전을 핵심 콘텐츠로 내세우기에 결정된 사안이다. 상대가 구종을 선택하거나 타격 위치를 선택하는 동안 플레이어는 대기 시간이 필요한데, 긴 이닝을 가져가면 더욱 지루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야구를 두고 ‘타이밍 싸움’이라는 표현을 자주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언제 선수를 빼고 넣는지 작전의 타이밍과 투타의 던지고 치는 타이밍을 말한다. 기존 모바일 야구게임에서 실시간 대전을 넣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타이밍 때문이다.
네트워크 환경에 의해 유저의 의도와 상관없는 딜레이가 일어날 수 있다. 애니파크는 이에 대해 큰 자신감을 보였다.
“가장 많은 공을 들인 부분이 바로 네트워크 문제였어요. 거듭된 내부 테스트와 지난 5월에 진행한 CBT 결과 타이밍에 대한 동기화 문제는 없었죠. 통신사가 달랐을 시에도 따로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이건희 실장은 오픈 후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으로 실시간 대전을 꼽았다. “기존에 출시된 실시간 대전 게임들의 사례를 보니 오픈 후에는 생각하지도 못한 문제들이 발견되더라고요. 가장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겠죠.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오래도록 불편함을 끼치지 않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