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게이트의 야심작 <로스트아크>가 지난 13일 베일을 벗었다. 13일 공개된 <로스트아크>는 역동적인 카메라 워크와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며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 <로스트아크>의 게임성에 대한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일부 유저들은 MMORPG라는 장르에도 불구하고 던전 플레이만 선보인 것을 지적하며 사실은 MORPG가 아니냐며 의문을 표했다. 어떤 유저들은 제작발표회에서 밝힌 다양한 생활형 콘텐츠와 달리 영상 자체는 전투 밖에 없다는 점을 이야기하며 게임의 방향성에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스타 2014가 시작되는 20일. 스마일게이트는 지스타에서 20분에 달하는 신규 영상을 공개하며 <로스트아크>에 대한 걱정을 돌파하려 한다. 과연 스마일게이트가 꿈꾸는 <로스트아크>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지스타 개막 직전 <로스트아크>의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스마일게이트 RPG의 지원길 대표를 만나보았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스마일게이트 RPG 지원길 대표
MORPG가 아니냐고? 필드에서도 MORPG급 액션을 보여주겠다
지난 13일 게임을 처음 공개했다. 소감이 어떤가?
지원길 대표: 아직 한참 개발 중인 게임이다 보니 시간이 지나고 나니 아쉬운 점만 자꾸 눈에 띄더라. 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뜨겁게 반응해줘서 굉장히 감사했다. 2015년 CBT에서는 정말 제대로 게임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 유저들은 13일 공개된 영상을 보고 MMORPG가 아니라 MORPG가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했다.
지원길 대표: MMORPG가 맞다. (웃음) 아무래도 던전 플레이 중심의 영상, 거기다 쿼터뷰라는 시점 때문에 그런 의문이 제기된 것 같다. 사실 일부 연출 같은 것은 확실히 인스턴스 던전이 아니면 힘든 것도 있었고.
하지만 그렇다고 <로스트아크>가 던전 안에서만 연출이나 액션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 ‘필드’에서도 쿼터뷰 시점의 한계를 뛰어넘는 액션과 연출을 보여주겠다.
그렇다면 유저는 필드에서 어떤 경험을 할 수 있나? 필드에서도 던전과 비슷한 밀도로 액션이 가능한가?
지원길 대표: <로스트아크>의 액션은 던전이나 필드나 동일하다. 그리고 액션의 밀도 또한 던전에 뒤지지는 않을 것이다. 확실히 필드는 다수의 유저가 함께 사용한다는 특성 때문에 던전에 비해 액션의 밀도가 옅기 쉽다. 때문에 <로스트아크>는 필드를 구성할 때 이런 밀도를 억지로 짙게 하기 보다는, 다양한 전투 콘텐츠를 제공해 유저가 필드에서 느끼는 단조로움을 해소하려 노력했다.
한 예로 ‘카오스게이트’라는 장치가 있다. <로스트아크>의 배경은 악마의 침공이 시작된 세계다. 필드에는 이를 강조라도 하듯 수시로 차원문이 열려 악마군대가 나타난다. 침공이 시작되면 근처 유저들에게 그에 걸맞은 효과와 연출로 이를 알린다. 이런 콘텐츠는 <로스트아크>가 핵앤슬래시를 표방하더라도 ‘세계의 위험’에 걸맞은 난이도로 유저를 시험할 것이다. 말 그대로 세계를 지키기 위한 무작위 협동 콘텐츠인 셈이다.
이외에도 공략하기 위해 주변 오브젝트를 활용해야 하는 ‘필드’ 보스 몬스터, 길드의 명예를 위해 싸울 수 있는 필드 전장, 단순 필드 사냥이라도 웨이브형 사냥터나 전략과 협동이 필요한 소수 정예 사냥터 등 다양한 콘셉트의 액션 콘텐츠를 기획 중이다.
쿼터뷰 핵앤슬래시의 단조로움은 쿼터뷰라는 시점뿐만 아니라 핵앤슬래시라는 콘텐츠 자체의 패턴을 극복하지 못해서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있는가?
지원길 대표: 핵앤슬래시라고 해서 무조건 캐릭터가 일기당천의 액션을 제공하진 않는다. MMORPG인만큼(?) 공략하고 궁리할 수 있는 협동 기반의 플레이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가 13일 공개된 영상 후반부에 보여진 ‘가디언 레이드’다.
영상 후반부를 보면 ‘가디언’의 냉기 공격을 맞아 ‘워로드’가 파티원을 대신해 방패로 공격을 방어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리고 워로드가 가디언의 공격을 받아내는 사이 한 파티원이 얼음구덩이에 빠진 다른 파티원을 구하는 모습이 나온다.
<로스트아크>에는 이러한 클래스 능력 기반 협동 외에도 다양한 협동 요소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몬스터를 공략하기 위해 덫을 설치하고 유인하는 플레이도 가능하고, 어떤 맵은 파티가 둘로 나눠져 각기 다른 몬스터의 부위를 공략해서 서로를 돕는 것도 가능하다. 전통적인 MMORPG의 파티 플레이라기보다는 <몬스터헌터>나 <마비노기 영웅전>같은 파티 플레이를 생각하면 편할 것이다.
그렇다면 혼자서 즐기는 전투에서는 어떤 경험이 제공될까? 파티 플레이야 동료와의 합에 따라 전투 양상이 달라진다지만, 혼자서 즐길 경우는 플레이 양상이 특정 패턴으로 귀결되기 쉽다.
지원길 대표: 힘든 문제다. 핵앤슬래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표방한 만큼 싱글 플레이에서는 최대한 이러한 느낌이 살아나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다양한 옵션으로 유저들에게 선택지를 제공하려 한다.
13일 공개한 18개 클래스가 대표적인 예다. 사전에 공개된 버서커, 데빌헌터, 서머너, 인파이터 4개 클래스만 하더라도 각기 역할은 물론 핵심 메커니즘이나 운용법까지 모두 다르다. 그리고 같은 캐릭터를 선택하더라도 전투에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은 8개 내외로 제한되기 때문에 유저 성향에 따라 각기 다른 액션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탐험할 수 있는 세계, 탐구할 수 있는 세계를 꿈꾼다
제작발표회 때 쿼터뷰의 한계를 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던전이야 카메라 앵글이나 지형 변화 등을 통해 이것이 가능하다지만, MMORPG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필드에서는 이를 어떻게 할 계획인가?
지원길 대표: 던전처럼 땅이 꺼지거나 천정이 무너지는 등의 연출은 없겠지만 다른 것은 필드에서도 얼마든지 적용이 가능하다. 일례로 시나리오적으로 의미 있는 지형에 도착하거나 거대 구조물 같은 랜드마크 근처에 가면 카메라 시점이 바뀌는 장치는 이미 구현되어 있다. 이외에도 중요 이벤트가 시작되면 필드가 제한적인 인스턴스 존으로 바뀌는 등 다양한 장치가 준비 중이다.
또한 필드를 디자인함에 있어서도 퍼즐 요소를 도입하거나 복층 구조로 만들어 쿼터뷰 시점 게임 특유의 단조로움이 느껴지지 않도록 신경썼다. 일부 필드는 이러한 요소 자체가 탐험이나 공략의 포인트로 작용하기도 할 것이다.
쿼터뷰임에도 필드에 ‘탐험’ 요소가 있다라 함은 시야의 제한이나 강조를 통해 숨겨진 무언가를 찾게하는 콘텐츠가 있다는 의미인가?
지원길 대표: 반드시 무언가를 카메라 사각에 숨기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것보다는 진짜 세계를 여행하는 것처럼 ‘저기를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할까’ ‘저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필드를 구현하는 것이 우리 목표다.
앞서 설명한 입체적인 필드맵이 이 구현 사례 중 하나이며, 제작발표회에서만 소개된 ‘월드맵 어드벤처’ 시스템도 이의 일환이다. 월드맵 어드벤처는 유저가 직접 배를 움직여 대륙과 대륙 사이를 여행하고, 그 과정에서 무인도나 보물섬을 찾아 탐험하거나 차지하는 콘텐츠다. 비교적 쉽게 길이 보이는 필드와 달리 월드맵 어드벤처에서 접하는 바다는 ‘길’ 자체가 없기 때문에 정말 ‘탐험’이라는 느낌이 날 것이다.
제작발표회에 공개된 자료를 보면 생활 스킬 중 점성술이나 고고학 등 다른 게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테마의 스킬도 존재했다. 혹시 앞서 설명한 월드맵 어드벤처와 관련이 있는 것인가?
지원길 대표: 월드맵 어드벤처뿐만 아니라 <로스트아크>의 콘텐츠 전반에 영향을 줄 것이다. 예를 들어 ‘고고학’의 경우 보물지도를 얻거나 해독할 수 있는 기능이 주어진다. 유저는 이를 바탕으로 숨겨진 던전이나 무인도를 찾을 수 있다.
‘화술’ 스킬은 이름처럼 NPC와 좋은 관계를 맺을 때 사용되는 스킬이다. 사용하기 따라서는 NPC와 친밀도를 쌓아 세계의 숨겨진 이야기를 알게 되거나 비밀 퀘스트를 받을 수도 있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세계가 전부는 아니라는 의미다. (웃음) 생활 스킬이 단순히 아이템 파밍이나 전투의 보조만 하는 데서 벗어나 <로스트아크>의 세계 그 자체를 그리는 콘텐츠가 되는 것이 목표다.
특정 생활 스킬만이 숨겨진 콘텐츠를 찾을 수 있다면 유저들의 선택권이 사실상 제약되는 것은 아닌가?
지원길 대표: 각 생활 스킬은 저만의 쓰임을 가지고 있다. 앞서 설명했던 ‘고고학’ 같은 경우 단순히 보물지도를 발견한 것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보물지도를 해석하기 위해 ‘화술’로 쌓은 NPC와의 관계가 필요할 수도 있고, 던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특별한 열쇠를 ‘제작’해야 할 수도 있다. 게임 속에서 홀로 완벽한 생활 스킬은 없다.
이것은 <로스트아크>의 전반적인 콘텐츠 가치에 대한 기조이기도 하다. 단순히 레이드나 PVP가 최종 콘텐츠인 게임으로 남고 싶지는 않다. 개인적으로 MMORPG의 최고 가치는 사람 간의 교류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전투를 즐기는 유저뿐만 아니라 제작을 즐기는 유저, 세계를 탐험하고 싶어하는 유저 등 다양한 사람들을 충족시키고, 이들이 서로를 필요하게 만드는 것이 옳지 않을까?
때문에 <로스트아크>의 콘텐츠는 레이드나 PVP, 생활형 콘텐츠 모두 서로를 필요하게끔 구성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성장 과정에서도 높은 레벨 유저와 낮은 레벨 유저의 동선을 수시로 겹치게 하고 각자에게 서로가 필요한 것을 주는 등 최대한 교류가 자주 일어나게끔 만들고 있다. ‘전투’나 ‘강함’ 외에도 다양한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 목표다.
20여 분의 지스타 영상, 전투 외의 콘텐츠도 집중해 달라
꿈이 굉장히 크다. 특히 전투 외에 아직 <로스트아크>의 시스템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지금 시점에서는 더더욱.
지원길 대표: 인정한다. (웃음) 하지만 당장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느냐 못지 않게, 어떤 것을 염두에 두고 개발하고 있다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적어도 우리는 이런 것을 염두에 두고 이에 대한 기반공사는 꾸준히 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이러한 구성은 개인적인 ‘로망’을 떠나 개발자로서 콘텐츠 소비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이라고도 생각한다. 대부분의 콘텐츠가 다른 콘텐츠와 연결되어 있다 보니 특정 콘텐츠가 비정상적으로 빨리 소모되거나, 반대로 특정 콘텐츠가 버려지는 일이 일어나기 힘들다. 이 과정에서 자연히 각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들에 대한 필요성도 확보되고.
참고로 제작발표회에서 말했던 ‘PVE에 집중하겠다’라는 발언도 단순히 몬스터와의 전투에 집중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처럼 유저와 이를 둘러싼 환경(environment)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 할 수 있게끔 만들겠다는 의미였다. 전달 과정에서 오해가 있어서 덧붙인다.
목표로 하는 콘텐츠 규모가 방대한 만큼 짧은 시간 안에 모두 선보이긴 힘들 것 같다.
지원길 대표: 다행히 그동안 개발방향이 한번도 틀어지지 않아 개발속도 자체는 빠른 편이다. 적어도 전투 만이라면 2015년 내 첫 테스트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전투 외의 탐험이나 생활형 콘텐츠 같은 경우는 조금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여전히 온라인게임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대형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각오가 남다를 것 같은데.
지원길 대표: 온라인게임 유저들에게 정말 힘든 시기가 아닌가 싶다. 기존 게임 중에서도 훌륭한 작품이 많지만 그 뒤를 이을 작품을 찾아보기 힘드니까. <로스트아크>에 대한 많은 기대와 우려도 아마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개발진도 한 사람의 게이머로서 온라인 게임 유저들이 만족할 수 있는 MMORPG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스타 2014에서 기존에 공개되지 않았던 새로운 영상이 공개되니 많이 감상해 주시고 가감 없는 의견 부탁드린다.
마지막으로 지스타 2014에서 공개되는 영상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한다.
지원길 대표: 전투에만 집중했던 기존 영상과 달리, 이번 영상에는 생활 스킬이나 월드맵 어드벤처, 비밀 던전 등 전투 외의 콘텐츠에 대한 부분이 대거 추가되었다. 기존 영상을 보고 의구심을 느꼈던 분들에게는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전투 콘텐츠에 있어서도 추가 클래스나 레이드 등 추가되는 부분이 있다. 일단 영상 분량 자체가 기존의 2배 정도이니 많은 감상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