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이즈게임이 ‘게임미술관’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게임업계 금손 아티스트들을 소개합니다. 작품과 함께 작품의 목적과 작업 과정을 소개함으로써 유저들에게는 흥미로운 읽을 거리를, 지망생들에게는 참고가 될 자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 미소녀 게임에… 거대 로봇?
지난 2월 출시되어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마트조이의 모바일 게임 <라스트 오리진>은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들과 함께, ‘성인 게임’(청소년 이용불가)에 어울리는 높은 수위의 일러스트로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미소녀 캐릭터 말고, 다른 분야(?)에서도 화제가 되었습니다. 바로 ‘로봇’.
분명 미소녀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거대하고 육중한 로봇. 즉 메카닉이 다수 등장합니다. 그것도 하나 같이 높은 퀄리티의 일러스트와, ‘남자의 로망’이 무엇인지 그대로 보여주는 무게감 넘치는 연출까지 보여줍니다. 덕분에 <라스트 오리진>은 미소녀 캐릭터 뿐만 아니라 로봇과 메카닉을 좋아하는 유저들한테도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라스트 오리진>에 등장하는 AGS 캐릭터인 기간테스의 원화와 실제 게임 내 이미지. 기간테스는 방패같은 거대 양팔을 가진 고릴라형 로봇으로, 어떤 전장에서도 앞으로 전진할수 있는 로봇의 모습을 담았다고 합니다.
<라스트 오리진>에서 각종 로봇(작중에서는 AGS라고 불립니다)을 그린 사람은 바로 게임의 모든 그래픽 작업을 총괄하는 장우석 아트 디렉터(AD)입니다.
2D 미소녀를 전면에 내세우는 게임의 AD가 메카닉을 그리는 것도 놀랍지만, 장우석 AD는 여러 콘텐츠 분야에서 높은 퀄리티의 메카닉 관련 작품을 다수 선보인, 그야말로 ‘메카닉 장인’이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해볼만합니다.
스마트조이 장우석 <라스트 오리진> 아트 디렉터(AD)
# 10년 넘게 로봇만 그린 메카닉 장인
장우석 AD는 본래 ‘만화가’를 꿈꾸며 그림 실력을 키워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림을 그리는 것’과 ‘이야기를 쓰는 것’은 다른 문제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만화가 대신 게임의 캐릭터 디자이너로서 본인의 커리어를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그가 커리어를 처음 시작하게 된 작품은 바로 독특한 메카닉 디자인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던 한빛소프트(조이임팩트 개발)의 <스쿼드 플로우>라는 온라인 3인칭 슈팅 게임이었습니다. 그는 이 작품에서 ‘캐릭터 디자이너’로 참여해, 투박하지만 인간적인 감성이 묻어나는 주역 로봇의 디자인을 담당했습니다.
한빛소프트를 통해 서비스를 준비하고, 지스타를 통해 시연버전까지 선보였지만 아쉽게도 세상의 빛을 보지는 못한 온라인 TPS 게임 <스쿼드 플로우>. 장우석 AD는 위 이미지에 있는 독특한 디자인의 주역 로봇을 디자인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지난 2013년부터는 엔씨소프트에서 개발하던 메카닉 슈팅 게임 <프로젝트 혼>에 원화 파트장으로 참가. 현실적이면서도 묵직한, 그리고 투박하면서도 섬세한, 그야말로 ‘남자의 로망’을 구현한 듯한 여러 메카닉 원화를 선보여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엔씨소프트에서 개발하고, 수많은 메카닉 마니아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프로젝트 혼>. 장우석 AD는 이 게임의 원화 파트장으로 참가, 위 홍보 이미지를 직접 작업했습니다.
이렇듯 장우석 AD의 과거 작품을 살펴보면 오직 ‘메카닉’ 장르 하나에만 집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는 어릴 때부터 로봇을 그리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로봇에만 집중을 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회사 또한 ‘로봇을 그리릴 수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 우물만 팠기 때문일까요? 현재 장우석 AD는 ‘메카닉’이 등장하는 실사 드라마의 캐릭터 디자인 작업을 맡을 정도로 여러 업계에서 실력을 널리 인정받고 있습니다.
“왜 한 우물만 팠냐고 하면… 그만큼 로봇이 좋았어요. 어릴 때부터 로봇을 좋아했고. 로봇을 그리고 싶다는 꿈을 잃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017년 KBS를 통해 방영된 SF 드라마 <너도 인간이니>에 등장하는 남성 주인공 안드로이드 이미지. 장우석 AD가 외주로서 직접 참여한 작업물입니다.
장우석 AD가 <라스트 오리진>에 참가하게 된 계기 또한 “메카닉을 그릴 수 있다”는 유혹(?)에 넘어간 것이었다고 합니다.
특히 <라스트 오리진>은 장우석 AD가 게임의 세계관이나 기초 설정 등을 잡는 데 많이 관여한 작품이며, 동시에 그가 참여한 작품 중 처음으로 상용화에 성공한 게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만큼 애착이 남다르다고 합니다.
“10년이 넘게 업계에 있으면서 많은 작업을 했지만, 정작 참여한 게임 중 상용화에 성공을 한 게임은 <라스트 오리진>이 처음입니다. 게다가 이 게임은 출시하자마자 유저들로부터 과분할 정도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에 감회가 남다릅니다. 게임을 즐겨주시는 모든 유저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라스트 오리진>에 등장하는 AGS '셀주크' 곡사포의 로망을 듬뿍 담았다고 합니다.
# AD로서 미소녀와 로봇을 조화시키다
위에서 언급했듯 <라스트 오리진>은 2D 미소녀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게임입니다. 2D 미소녀 캐릭터에 로봇? 어찌 보면 굉장히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데요. 이 둘을 하나의 게임으로 조율하고, 시너지를 내도록 디렉팅하는 것 또한 장우석 AD의 주요 업무입니다.
실제로 <라스트 오리진>은 미소녀 캐릭터들과, 로봇(AGS)이 서로 따로 놀지 않으면서도 각자의 개성을 멋지게 살리며 하나의 게임으로 융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장우석 AD의 디렉팅하에 5명이 넘는 스마트조이 원화가들이 게임의 세계관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으며, 세계관의 특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각자의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디렉터로서는 작업자들의 개성과, 그들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합니다. 개발팀에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으며, PD부터 운영 GM에 이르기까지 다른 파트의 직원들로부터도 폭넓게 의견을 받습니다. 하지만 <라스트 오리진>은 ‘하나’의 게임이며, 작품입니다. 그렇기에 세계관의 특성을 해치는 아이디어는 칼 같이 나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으며, 반대로 살려야 할 특징은 살리는 방향으로 디렉팅 하고 있습니다”
여성 캐릭터가 로봇에 탑승한다는 콘셉트의 '코코 인 화이트셀' 여기에서 로봇은 장우석 AD가, 여성 캐릭터는 다른 원화가가 그렸지만 딱히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장우석 AD는 디렉터로서, 게임의 SD 캐릭터와 이들이 펼치는 게임 내 전투/스킬의 연출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다른 무엇보다 ‘디테일’에 신경을 썼다고 하는데요.
일례로 게임에서는 아주 사소한 ‘캐릭터 버프’ 연출이라고 해도, ‘이 캐릭터가 버프를 받고 있다’라는 것을 단순히 아이콘으로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작아서 잘 안보이는) SD 캐릭터라고 해도 버프의 효과가 하나하나 반영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고 합니다.
“사실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작은 SD 캐릭터인데, 그렇게나 디테일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냐고 지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아주 사소한 디테일이라고 해도 이 모든 것이 하나 하나가 뭉쳐서 ‘게임성’, ‘게임의 완성도’에 직결된다고 봤기 때문에 소홀이 할 수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장면들을 유저분들이 발견했을 때 재미있게 받아들여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습니다”
<라스트 오리진>에 등장하는 캐릭터 '마이티 R'의 버프가 발동하기 전(왼쪽)과 발동한 후(오른쪽)의 SD 캐릭터 비교. 작은 SD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버프가 발동하면 팔뚝의 근육이 커지는 것이 미세하게라도 그대로 보여집니다.
# 앞으로도 다양한 로봇 캐릭터 많이 선보일 것
디렉터가 아닌 ‘원화가’ 로서 장우석 AD는 <라스트 오리진>에 등장하는 약 11종의 AGS와, 대부분의 ‘철충’(Metal Parasite, 게임 내 적 세력) 캐릭터들을 디자인했습니다.
사실 그는 AGS 로봇 캐릭터는 유저들에게 크게 인기가 없을 것이며, 쓰더라도 ‘성능 때문에 쓴다’는 소리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예상 외로 많은 유저들이 장우석 AD가 작업한 AGS 캐릭터에도 애정을 보여주어서 기쁘고 놀라웠다고 합니다.
장우석 AD가 디자인한 철충 캐릭터들. 장우석 AD는 1~2종을 빼면 거의 모든 철충 캐릭터들의 디자인을 직접 담당했습니다.
“현재 일부 유저들은 미소녀 캐릭터(바이오로이드)는 신규 캐릭터가 계속해서 나오는데, 왜 신규 AGS는 나오지 않냐고 불만을 표하기도 합니다. 당연하지만 신규 AGS 또한 준비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부터가 게임에 AGS가 얼마 없는 현실이 무척이나 답답하기 때문에 조만간 신규 AGS 소식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후로도 멋진 로봇 캐릭터를 다수 선보일테니 꼭 기대해주세요”
장우석 AD는 현재 준비중인 신규 AGS로는 ‘밀리터리 느낌이 나는’, ‘양산형 로봇’ 계열 캐릭터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일반적으로 밀리터리 콘텐츠에서 ‘양산형’ 이라고 하면 연상되는 고유의 특징을 가진 AGS가 될 것이라는데요. 과연 어떤 캐릭터가 나올 수 있을지 많이 기대가 됩니다.
장우석 AD가 꼽은 게임 내 가장 애정이 가는 캐릭터인 '에이다 Type-G' 기계적인 무감정을 표현하면서도 AGS의 '사령관'이자 '여신' 이라는 콘셉트를 살리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합니다. 참고로 이 캐릭터는 유저들로부터 신규 스킨의 요청이 가장 많은 AGS 캐릭터라고 하는데요. 장우석 AD는 기회가 되면 꼭 선보이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라스트 오리진>은 처음 AGS 캐릭터들이 주목을 받았을 때 ‘합체로봇이 나올 수도 있지 않겠느냐’ 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스마트조이는 합체로봇을 준비하고 있을까요?
“메카닉을 좋아하시는 분들 대부분이 마찬가지겠지만, 저 역시 합체/변신을 엄청나게 좋아합니다. 지금 당장은 게임의 시스템적 이슈가 있기 때문에 바로 구현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유저들도 강하게 원하는 만큼 기회가 되면 언제고 꼭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합체로봇의 '머리' 파츠가 아니냐는 의혹(?)을 많이 받았던 AGS '펍헤드'. 이 캐릭터는 경찰견을 모티브로 디자인되었다고 하며, 그 때문에 메카닉 캐릭터면서도 '귀여움'을 드러낼 수 있도록 많이 신경 써서 작업했다고 합니다.
# 유저들의 2차 창작을 볼때가 가장 보람돼
장우석 AD는 <라스트 오리진>의 AD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으로 유저들의 다양한 2차 창작 작품을 볼 때를 꼽았습니다. 실제로 현재 <라스트 오리진>은 각종 게임 커뮤니티는 물론이고, 네이버 포스트에서도 다양한 2차 창작 만화가 투고되고 있는데요.
“2차 창작에 도전한다는 것은, 우리들이 작업한 결과물이 그만큼 유저들의 창작 욕구를 자극했다는 뜻이 되겠죠.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또 창작자로서, 아마 세상에 이것 만큼 기쁜 것이 없을 것입니다. 짧은 만화나 그림이라고 해도 하나하나 찾아보고 있습니다. 정말 어떻게 감사의 말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현재 <라스트 오리진>은 네이버 포스트를 비롯해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2차 창작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장우석 AD와 <라스트 오리진>의 아트팀은 조만간 선보일 게임의 신규 챕터(챕터 6)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다양한 피드백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최대한 유저들의 니즈에 맞춘 콘텐츠와 일러스트를 선보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라스트 오리진>의 아트팀에 칭찬을 해주지만, 사실 당장 저부터 부족한 점이 정말 많고, 시간 부족 등 여러 이유로 보여주고 싶은 것을 생략하거나, 디테일을 살리지 못한 부분도 많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앞으로 하나하나 개선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 좋은 아트로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으니 부디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라스트 오리진>에 등장하는 다양한 AGS 로봇 캐릭터들도 기대해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라스트 오리진>에 등장하는 AGS '드론' 현장에서 다양한 짐을 옮길 수 있는 만능 드론이라는 콘셉트로 디자인되었다고 합니다.
AGS '램파트'. 든든한 모두의 친구 같은 느낌을 내면서, 동시에 독특한 느낌을 내려고 노력한 캐릭터라고 합니다.
공사 현장에서 사용하는 거대 만능 로봇이라는 콘셉트로 디자인된 AGS '토미워커'. 실제로 게임에서도 굉장히 육중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우주 공간 활동에 적합한 다방향 부스터를 가진 파쇄로봇이라는 콘셉트로 디자인된 AGS '스팅어'
로봇이지만 스텔스기 느낌을 적용해서, 클로킹과 암살에 특화되었다는 이미지를 살린 AGS '쉐이드'
군용 로봇에 B급 특유의 '허접한' 감성을 살려서 작업했다고 하는 AGS인 폴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