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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즈위버 음악 세계의 설계자, 박지훈 작곡가를 만나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테일즈위버' 한 길… 그가 밝힌 게임음악 작곡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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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우티) 2019-07-31 14:32:51

<테일즈위버>의 음악은 오랜 기간 많은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에게 찬사를 받은 것은 물론이고, TV 방송에 삽입곡으로 자주 쓰였을 정도로 대중적 호응을 받았습니다. 게임은 몰라고 OST는 안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인데요. 그만큼 <테일즈위버>에 음악은 떼어 놓으려야 떼어 놓을 수가 없습니다. 

 

박지훈 작곡가는 2007년부터 12년 동안 <테일즈위버>의 음악을 작곡하고 있습니다. 서드 런(3rd Run), 하늘에 닿는 시, 서툰 날개의 기억 등 무수히 많은 명곡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죠. 게임의 원작 <룬의 아이들>과 <테일즈위버> 팬들을 위한 헌정곡도 썼습니다.

 

그런 그가 <테일즈위버>에 6년 만에 추가된 새 에피소드 '변주'를 위해 새로운 음악을 들고 돌아왔습니다. 7월 29일, 판교 넥슨코리아 사옥에서 박지훈 작곡가를 만나 새로운 음악과 자신의 음악 철학, 작업 후기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작곡가 박지훈: 작곡가 박지훈이라고 한다.​ 2007년 <테일즈위버> '에피소드 2​'부터​ 음악을 작곡하고 있다. 이렇게 길게 오게 될지 몰랐지만, '에피소드 4'까지 함께 하고 있다.

 

 

<테일즈위버>의 '에피소드 4'가 추가됐다. 이에 맞춰 메인 테마 포스 런(4th Run)과 주제가 사인(Sign)을 공개했는데 소감이 어떤가? 

 

'에피소드 4'가 론칭을 했고 그에 맞는 새 챕터들이 등장할 예정이다 보니 감회가 남다르다. 앞으로도 많은 업데이트가 남았으니 작곡가 입장에서도 이제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하나의 에피소드에 평균적으로 몇 곡 정도 작업하는가?

 

에피소드가 워낙 길어 50곡 정도 작업해둔다. 라이브 게임의 특성상 같은 게임에서도 도입부와 뒤 쪽의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같은 에피소드에 쓰이는 음악이지만, 상황에 따라 변화한다. 게임의 방향성과도 연관이 있다. 곡 자체도 각자 의도를 가지지만, 게임 자체가 긴 수명을 가지고 있다 보니 매년 방향성이 조금씩 달라진다. 게임의 전체 방향성과 맞는 음악이 나와야 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도 신경을 쓴다.

 

 

수많은 음악 분야 중에서도 게임음악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어렸을 때 게임을 워낙 많이 했다. 그때부터 게임음악을 만들고 싶었다. <파이널 판타지>의 우에마츠 노부오 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돌이켜보면 그 무렵 내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던 게임음악과 지금의 게임음악 세계가 많이 다른 것 같다.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음악으로 유명한 작곡가 우에마츠 노부오(右). 박지훈 작곡가는 우에마츠 노부오의 싸인 CD까지 소장하고 있다(左).

 

처음에 생각했던 게임 음악과, 지금 생각하는 게임 음악은 어떤 면이 다른가? 

 

처음에는 스토리성이 많이 담겨있다던가, 그 자체로 플레이 이상의 감성이나 감정을 유저에게 전달할 수 있는 음악이 이상적인 게임음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스토리가 깊은 감정이 담긴 게임음악이 (예전만큼) 많지 않은 것 같다. 사람들이 게임에서 얻고 싶어 하는 것도 변했다.

 

지금의 흐름이 잘못됐다는 건 아니지만 세상이 많이 변했다 싶다. 항상 다수가 원하는 게 중요하지 않나. 게임은 결국 유저들을 만족시키는 콘텐츠를 만드는 거니까 잘못됐다기보다는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테일즈위버>의 음악은 스토리가 담긴 음악, 그 자체만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음악이었으면 좋겠다. 음원을 만들 때 항상 ​(예전에 생각하던 게임음악과 현재 트렌드) 둘 사이의 합의점을 찾아가려 노력한다.

 

 

새 에피소드를 위해 작업한 음악에도 그런 '합의점'을 찾기 위한 고민이 있었나? 방향을 어떻게 잡았는지 들려달라.

 

'에피소드 2'나 '3' 때까지는 그동안의 <테일즈위버>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작업해왔다. 이번은 예전과 달리 원작 소설('에피소드 4'의 경우에는 <룬의 아이들 블러디드>)의 영향을 전보다 많이 받았다. 이번에는 무게추를 원작으로 조금 더 옮기고 싶다는 요청을 받았기에 판타지 소설의 느낌을 더 많이 내려 했다. 유저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새 에피소드의 방향성이 있으니 거기에 맞춰 가려 했다.

 

유튜브 댓글 같은 것들을 보면 유저들이 이러한 변화를 빠르게 캐치하더라. 사실 기존의 스타일도 나름 유지하고 싶었기 때문에 유지하고 싶었던 스타일, 피아노가 깔리는 리듬 같은 것들은 그대로 썼다.

 

 

이번 '에피소드 4'의 원작인 <룬의 아이드 블러디드>는 다 읽었나?

 

<윈터러>까진 봤다. <블러디드>는 요즘 웹으로 읽고 있다. 작년에 작가님께 책을 선물 받기도 했다.

 

<룬의 아이들 블러디드>

 

 

전민희 작가와 자주 보는 편인가?

 

1년에 1~2번 정도 인사드리는 정도다.

 

 

<룬의 아이들>을 위한 헌정곡도 만들었다고 들었다.

 

<블러디드> 출간을 기념해서 소설의 내용을 담은 음악을 헌정했다. 곡을 만들 때 소설 출간 전이었는데, 단서만 받아서 그를 통한 영감을 바탕으로 재해석한 곡이다. 독자와 유저 모두에게 꽤 좋은 반응이 나왔던 곡으로 기억한다. 작가님도 좋아하셨다. 굉장히 판타지소설같은 음악이다.

 


 


 

<테일즈위버>의 음악은 소설을 게임으로 재탄생시킨 콘텐츠에 사용되는 음악이다. 그와 달리 소설에 쓰인 음악은 그 의미가 다를 텐데 차이가 있다면 말해달라. 가령 게임음악은 게임에 내장되어 같이 실행되는 것이지만, 유튜브에서 실행되는 헌정곡과 소설의 활자는 분리된 영역 아닌가?

 

게임을 위한 음악은 게임플레이를 만족시켜야 하는 음악이다. ​두 곡의 헌정곡은 <블러디드>를 읽기 전에나 후에나, 음악을 들었을 때 그 소설에 몰입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쓰이는 대상에 적합한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음악마다) 용도가 많이 다르다.

 

이번 헌정곡에는 소설의 독자에게 좋은 선물이 됐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 독자들이 자기가 원할 때 그 음악에 접근해서 좀 더 깊이 있게 소설에 접근했으면 한다. 언제든지 쓸 수 있게 자신이 원할 때 그 음악을 끌어오면 좋겠다. 실제로 올해 <블러디드> 2권이 연재 중인데 새로운 내용이 나올 때마다 음악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

 

 

작년 NDC에서 세컨드 런(2nd Run)은 '활기 속의 슬픔', 써드 런(3rd Run)은 '슬픔 속의 활기'가 느껴지는 음악이라는 표현을 썼다. 포스 런은 무엇이 느껴지는 음악인가?

 

먼저 내가 한 말은 아니고, 정확히는 어떤 유저의 반응이 공감이 되어 인용한 것이다. 써드 런부터 내가 만든 음악이지만 그 앞은 다른 분들이 작업한 곡이다. 

 

네 개의 '런'을 하나로 연결을 해서 보자면, 퍼스트 런(First Run)은 철없는 모험을 즐기는 아이들, 세컨드 런은 철은 든 청년 느낌이 아닐까 한다. 써드 런은 거기서 좀 더 나이가 들어서 성숙해진 성인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번 포스 런은 바로 이러한 연장 선상에서 쓰여진 느낌이다. 앞선 두 곡은 내가 만든 건 아니지만, 확실히 영향을 받았다. 그 영감을 이어서 뒤의 두 곡을 만들었다.

 

댓글을 보면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리스너들이 작곡가의 의도를 잘 간파하고 있다고 느낀다. 이번 포스 런은 '슬픔 속의 슬픔'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포스 런을 마지막 런이라고 생각하고 작업했다. 

 


 

<테일즈위버>는 "음악이 유저 멱살 잡고 로그인시킨다"라는 반응이 있다. 이 정도로 음악의 중요성이 큰 게임의 작곡가로서 부담은 없는가?

 

예전엔 정말 많았다. '에피소드 3'의 앞 부분 챕터를 할 때까지만 해도 부담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부담을 많이 덜었다.

 

게임이 정말 오랜 세월 동안 서비스됐다. 문득 지금의 <테일즈위버>와 나, 나의 음악은 현재를 살고 있는데 유저의 추억과 감성은 일정 시점에 머물러있다고 느꼈다. 늘 추억과 현재 사이의 어딘가를 맞춰야만 했기에 부담이었다.

 

'에피소드 3'에 쓰인 '하늘에 닿는 시'와 이스핀 OST 'Season of Fate'가 '딱 중간'을 찾으려고 했던 곡이다. 결과적으로 유저들에게 제일 인기가 많은 곡이기도 한데, 그래서 나는 <테일즈위버> 유저들이 어떤 음악을 제일 좋아하는지 '코드'를 알고 있다. 피아노 선율의 밝고 맑은 풍의 음악.

 

게임음악을 작곡하는 사람으로서 유저의 니즈에 맞추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시간이 흘러갈수록 유저들의 추억이 머물러있는 곳과 현재 사이의 괴리가 심해진다고 느꼈다. 나는 여기에 맞출 수 있는 음악을 계속 만들 수 있지만, 라이브 게임은 변하기 마련하기 때문에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봤다.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 이것을 인지하게 된 순간 부담이 없어졌다.

 


 

 나는 나의 작업을 하면 되겠다?

 

바로 그거다. 앞으로 나올 '에피소드 4'의 곡은 기존의 유저들이 알고 있는 스타일과 결이 많이 다른 음악이 나올 수 있다. 그것이 유저들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헌정곡 같은 게임 외적인 작업물을 통해서라도 유저를 만족시키려 한다.

 

그런 고민의 연장 선상에서 나온 유저 헌정곡이 있다. 윤하가 부른 '꿈처럼'. 이 클립 만큼에는 욕도 없더라.

 

 

'꿈처럼'은 완전히 유저들만 생각한 곡인가?

 

그랬지만 거기에 앞으로 <테일즈위버>의 음악이 추구할 방향성도 심었다. 추억을 자극하면서도 오늘날의 <테일즈위버>도 찾아와달라는 소망을 담았다. 게임 안에서 이런 표현을 할 수 없다면, 밖에서라도 이런 시도를 한다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까?

 

 

게임음악이 가지는 특별한 추억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단방향의 감상을 받는 영화음악과는 달리 게임의 세계 안에서 직접 조작을 하면서 자기 이야기를 만들던 기억이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게 양날의 검이다. 유저들 사이에서 하는 말이 있다. '우리들이 좋아했던 게 그 시절의 음악일까, 아니면 그 시절 그 자체일까?'

 

그 시절을 경험했던 유저들에겐 엄청난 추억의 복기이고 애정이 샘솟는다. 유저 헌정곡 '꿈처럼'에게도 그런 의도가 분명 있다. 하지만 라이브게임은 앞으로도 계속 흘러가야만 하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그런 추억에만 마냥 기댈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우리는 '에피소드 4'의 스토리를 보여줘야 하고, 거기에 맞는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 추억을 더듬고픈 유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게임의 스토리를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바로 그런 일을 한 게임에서 12년 동안 하고 있다. 감회가 남다를 텐데.

 

쉽지 않다.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쇼케이스 같은 현장에서 유저들을 보고 연주할 때는 보람을 느낀다.유저들의 응원을 보면서 이 일의 의미를 느낀다. 그래서 유저분들께 늘 감사하고 있다. 우리 게임을 모르는 분들도 우리 음악을 듣고 관심을 가져주셔서 또 감사하고.

 

 

그렇다. 게임을 모르는 사람도 TV 방송 같은 곳에서 <테일즈위버>의 음악을 많이 만나곤 한다.

 

<케이팝스타>에서 '써드 런'이 사용된 적 있다. 그 곡을 만들 때 사용한 느낌이 프로그램에서 딱 필요한 곳에 사용된 것이 놀라웠다. 오디션 경쟁을 하다가 한 번 떨어졌던 도전자가 다음 기회에 도전할 때 그 노래를 쓰더라. 그 도전자가 멘트를 할 때도, 평가를 받을 때도 '써드 런'이 나왔었다. 내 느낌이 방송에도 그대로 전달이 돼 기분이 좋았다. 이것이 바로 음악의 힘 아닐까?

 

 

다비치의 이해리와 '사인'을 작업했다. 사인은 어떤 노래인가?

 

'포스 런'과 '사인'이 이번 에피소드의 방향성을 담은 곡이다. '사인'은 에피소드 4에 등장하는 몬스터 이상의 의미를 담은 존재 '프시키'가 테일즈위버들을 이번 여행으로 끌어들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원작과 100% 같지는 않지만, 게임과 소설의 시나리오 앞 부분이 굉장히 유사하다고 알고 있다.

 

이해리의 보컬 역시 에피소드 2나 3 풍이었다면 안 맞았을 텐데 이번에는 신비롭고 판타지 느낌을 접목한 곡이라 톤이 아주 잘 맞았다.

 


 

이번에 작업한 두 곡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가?

 

개인적으로 내 작업물에 만족하지 않는 편이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타입이다. 개인적 만족도를 논하는 것보다는, 새로 쓴 두 곡이 <테일즈위버>의 새로운 콘셉트에 잘 맞았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예전에 NDC에서 '프로모션 음악의 최종 목표는 유저들이 곡에 감동하고, 스스로 해석하게 만들어 유저 자신만의 것으로 흡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도 그랬는지 궁금해 앞선 질문을 던져봤다.

 

항상, 항상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 그런 내용을 유저들이 충분히 느끼게 하려 한다. 음악의 방향성이나 콘셉트를 내가 정하는 게 아니라 게임의 구성물 중 하나라 하더라도 유저들이 감동하고 해석할 여지를 최대한 담으려 한다. 내 음악은 유저들이 소비하고 버리는 음악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나중에라도 얼마든지 다시 꺼내서 들을 수 있었으면 한다.

 

[NDC 18] "멜로디, 유저 사로잡는 프로모션용 게임 음악의 핵심" (바로가기)

평소 곡에 대한 영감은 어떻게 얻는 편인가?

 

특정 감정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게임음악 작곡이라는 것이 어떤 곡을 해달라는 주문이 들어오면, 거기에 맞춰 곡을 쓰는 일이다. 유저들이 게임을 하지 않을 때라도 그 노래를 들었을 때 게임의 상황과 나의 의도가 전해진 감정을 느껴야 한다.

 

게임 안에서 느껴지는 음악과 스토리가 일상의 감정과 섞였을 때 시너지효과가 많이 나는 것 같다. 갑자기 든 생각인데 요즘은 게임음악이 다크(Dark)한 감정을 더 강조한다는 느낌이 있다.

 

 

좀 더 자세히 말해달라.

 

요즘 나오는 게임음악을 많이 모니터링한다. 넥슨 게임도 그렇고 지금의 모바일 게임이나 콘솔 게임도 그렇고 예전에 비해서 조금 더 다크해진 것 같다. 마냥 밝기보다는 살짝 우울한 감성을 자극하는 것들이 트렌드 같다.

 

<킹덤 하츠 3>를 즐기는 편인데 예전 작품들과 비교하면 음악이 훨씬 다크하다. 이런 지점들을 '포스 런' 쓸 때도 접목했다. 음악 자체를 참고한 것은 아니고 밝고 귀엽게 생긴 캐릭터들 뒤로 어두운 음악과 스토리가 깔리는 모습 자체를 참고했다. 앞서 예를 든 <파이널 판타지> 최신 음악도 예전과 비교하면 꽤 어두워졌다.

 

<킹덤 하츠 3>. "밝고 귀엽게 생긴 캐릭터들 뒤로 어두운 음악과 스토리가 깔리는 모습 자체를 참고했다"

 

게임음악이 예전보다 더 어두워졌다고 느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게임이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감각적 정보를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담기 어려웠던 깊이를 담 아낼 수 있게 되면서 어두운 음악들이 많이 나오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게임이 영화 못지않은 종합예술로 고도화된 게 아닐까?

 

 

예전부터 성공적인 게임음악의 기준으로 '코드와 매치'를 강조해왔다. <테일즈위버> 음악의 코드와 매치는 무엇인가?

(코드는 게임의 정체성을 명사로 표현할 수 있는 것, 매치는 코드를 추려낼 수 있는 형용사)

 

항상 변화한다. <테일즈위버>는 라이브게임이기 때문에, 우리가 리스너에게 제시하는 코드라면 항상 변화해야 하는 것이 맞다.

 

그와 별개로 우리 음악의 정체성을 정의내리는 것은 리스너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리스너들에게 <테일즈위버>의 음악적 코드는 밝고, 경쾌하고, 아련하고, 추억을 건드리는 쪽이다. 지난달 공개된 <테일즈위버> 애니메이션 '다시, 여행을 떠나다'를 봤나? 거기에 쓰인 음악도 <테일즈위버> 스타일과는 살짝 다르다. 거기에 쓰일 음악에 대한 방향성을 내가 제시했다. 헌정곡에 대한 아이디어도 내가 먼저 냈고.

 

게임 사운드를 죽이고 살리는 ‘소통의 기술’​ (바로가기)

 

헌정곡을 내자고 먼저 아이디어를 제안한 건가?

 

그렇다. 모든 헌정곡은 내가 먼저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유저 헌정곡의 경우 영상 콘셉트도 준비했었다. 

 

 

박지훈이라는 작곡가가 만든 음악이라고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음악을 딱 하나만 꼽자면?

 

딱 하나를 고르자면 '써드 런'이 아닐까. 그게 많이 알려져 있기도 하고. 작업할 때도 많이 몰입해서 만든 음악이다. 그래서 기억이 많이 남는 것 같다. 

 


  

게임음악 작곡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고픈 말이 있나?

 

확실하게 자기 콘셉트를 잡고 달려 나가는 게 중요하다. 지금 시장이 원하는 음악이 자신의 콘셉트와 다를 수 있다. 이 게임에 쓰인 음악이 너무 좋아서 이런 음악을 쓰고 싶은데 정작 내가 맡는 일은 전혀 딴판일 수도 있다.

 

이러한 괴리를 느꼈을 때 '게임 음악이 좋아서 게임 음악을 직접 만들어야지'라고 다짐했을 때와 비교되면서 낭패감을 느낄 수 있다. 조건에 맞는 음악이 나와야만 하는 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거다. 그때 자기가 유지하고 싶은 콘셉트를 계속 떠올리면서 가지고 있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만 자기의 콘셉트를 사용할 기회가 올 때 제대로 쓸 수 있다.

 

현재의 플랫폼이 어떤 스타일의 음악을 원하는지도 계속 분석해보길 권한다. 자기가 하고픈 음악에 시장의 수요가 없을 수도 있다. 그걸 잘 맞춰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 맞는 실력을 쌓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테일즈위버>와 <테일즈위버>의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유저들이 <테일즈위버>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하고 계신 것 같다. 이번 에피소드에 대해서도 그런 것 같다.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볼 수 있도록 좋은 음악을 쓰려 하고 있다. 앞으로 새로 나올 음악이나 오프라인 공연도 잘 준비하고 싶다. 유저들에게는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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