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이즈게임은 ‘게임미술관’을 통해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게임업계 금손 아티스트들을 소개합니다. 작품과 함께 작품의 목적과 작업 과정을 소개함으로써 유저들에게는 흥미로운 읽을거리를, 지망생들에게는 참고가 될 자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넷마블넥서스에서 개발하고 있는 <세븐나이츠 2>는 많은 인기를 얻었던 전작 <세븐나이츠>의 후속작이라는 점에서 기대와 관심을 받고 있는 대형 모바일 RPG입니다. 지난 해 지스타 2018에서 체험 버전을 선보이기도 했던 이 게임은 올해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이런 <세븐나이츠 2>의 캐릭터 아트를 담당한 사람이 바로 넷마블넥서스의 윤규빈 캐릭터 팀 리드 아티스트입니다. 그는 SD로만 표현되던 전작의 캐릭터들을 실사풍의 리얼한 모습으로 멋지게 재창조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캐릭터 아트 작업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윤규빈 아티스트의 경력은 의외로(?) 짧다고 합니다. 그는 대학교 학창 시절까지 제대로 된 미술 관련 교육을 받아본 적도 없다고 하는데요. 그런 그가 뒤늦게 이 분야에 뛰어들면서 지금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 것은 바로 순수한 ‘게임개발에 대한 열정’ 덕분이었다고 합니다.
넷마블넥서스 윤규빈 캐릭터팀 리드 아티스트
# 군대에서 독학으로 미술을 공부하기 시작하다
윤규빈 캐릭터 리드 아티스트는 학창시절부터 게임을 굉장히 좋아했다고 합니다. 특히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것 뿐만 아니라, 노트 등을 이용해서 자신이 직접 보드 게임을 만들어 즐기는 창작 활동을 좋아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학창시절의 그는 게임 개발이든 미술이든 문외한이나 다름없었다고 합니다. 미술을 정식으로 배운 적도 없고, 그저 노트에 캐릭터를 ‘낙서’ 하는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그는 대학교도 게임 개발이나 미술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공대에 들어갔다고 하는데요.
그랬던 윤규빈 아티스트가 미술과 관련해서 처음으로 공부를 한 것은 다름 아닌 군대였다고 합니다. 마침 군대에서 만난 선임이 미대생 출신이었기 때문에 그를 통해 반쯤은 독학으로 미술에 대해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 때 자신의 진로를 ‘게임 개발’로 굳게 결심하게 됩니다.
“워낙 게임을 좋아했으니까, 학창시절부터 어떤 식으로든 게임 개발을 해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 방법을 몰랐고, 확신도 없었기 때문에 군대를 갈 때까지도 준비를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좋은 인연으로 미술을 배우고 ‘이 길로 가자’ 라는 결심을 할 수 있었습니다”
윤규빈 아티스트의 개인 작업물. '바니걸' 콘셉트의 소녀로, 살짝 깨문입술로 매혹적인 느낌과, 복장의 섹시함을 살리려고 한 작품이다.
결심이 선 윤규빈 아티스트는 전역하자마자 게임 교육원에 등록을 하고 본격적으로 게임 그래픽에 대해 교육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주변의 다른 그래픽 지망생들과 다르게 미술과 관련된 교육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3D 그래픽 툴을 주로 활용하는 ‘모델러’를 지망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가 미술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는 것은 교육을 받는 내내 큰 약점으로 다가왔다고 합니다. 주변의 다른 지망생들과 비교해봐도 그는 미술 실력이 좋지 못했고, 군대 전역 후 교육원에 들어온 것이기 때문에 나이 또한 많았습니다.
윤규빈 아티스트는 정말 순수하게 ‘게임 개발에 대한 열정’으로 이런 어려움을 극복했다고 합니다. 실제로도 진지하게 교육에 임하면서 나날히 실력이 일취월장 할 수 있었다는 데요. 그 결과 그는 4년 과정의 교육원 학사 과정을 마치고 바로 우리나라의 중견 게임 개발사였던 소프트맥스에 입사하면서 본격적으로 ‘개발자’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하게 됩니다.
윤규빈 아티스트는 소프트맥스에 입사해서 <SD건담 캡슐파이터>의 개발에도 잠시 참여했다.
# 늦게 시작했기에 누구보다도 많이 배우려고 했다.
윤규빈 아티스트는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보다 늦게 배우기 시작한 만큼, 누구보다도 더 많이 ‘배우려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보통 ‘아트’를 하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스타일이 있고, 자존심도 강한 편입니다. 하지만 윤규빈 아티스트는 본인 스스로가 함께 교육을 받았던 다른 지망생들에 비해 실력이 떨어진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히려 남들에게 최대한 많은 것을 배우려고 했으며, 지적을 받으면 불쾌해하지 않고 이를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전 지금도 ‘잘했다’는 말 보다는 ‘성장했다. 이전보다 나아졌다’라는 말을 들을 때가 더 기쁩니다. 제가 어떻게 이 자리까지 오르게 되었는지를 생각해보면 결국 이렇게 계속 끊임없이 ‘성장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윤규빈 아티스트의 개인작. 엘프출신의 마녀라는 콘셉트로 차가운인상을 만들기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윤규빈 아티스트가 미술을 배우지 않은 공대생 출신이라는 점은 의외의 부분에서 장점이 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바로 그래픽 작업과 관련된 여러 ‘툴’(Tool)을 다루는 것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실제로 현 세대 게임 개발에서 그래픽 작업은 ‘아티스트’로서의 실력 뿐만 아니라 ‘툴’을 다루고, 응용하는 능력 또한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못해도 4~5개 이상의 복잡한 그래픽 툴을 다룰 줄 알아야 하는데요. 윤규빈 아티스트는 이러한 툴을 다루고, 응용하거나 연구하는 것을 싫어하기는 커녕 오히려 좋아했다고 합니다. 더불어 온갖 방법으로 툴을 다루는 법을 연구했고, 이는 실제 게임 개발에서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기술적인 부분은 비교적 늦게 공부를 시작했다고 해도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따라잡을 수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요즘은 유튜브 등 여러 채널을 통해 기술적인 부분은 배우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배울 수 있습니다. 혹시 늦게라도 시작하고자 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꼭 포기하지 말고 노력해보라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윤규빈 아티스트의 개인작. 중세시대의 중후하고 늠름한 기사에서 모티프를 따온 캐릭터다.
# 캐릭터를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얼굴’과 ‘헤어’
윤규빈 아티스트는 처음 소프트맥스에 입사하면서 개발자로서의 경력을 시작했고, 이후 네오위즈게임즈에 입사해 MMORPG <블레스>의 캐릭터 디자인에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블레스>에서의 실력을 인정받아 이후 넷마블넥서스에 합류해 2017년부터 <세븐나이츠 2>의 캐릭터 팀 리드 아티스트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세븐나이츠 2>에서 그는 다른 무엇보다도 캐릭터의 얼굴과 헤어에 많은 신경을 쓴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얼굴은 표정 등에 따라서 게이머들에게 해당 캐릭터의 인상을 가장 직접적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가장 신경 써서 작업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헤어 역시 캐릭터의 인상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기획 의도에 맞는 인상을 유저들에게 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작업을 하게 됩니다.
<세븐나이츠 2> 의 델론즈. 지난 지스타 2018에서 공개된 스크린샷이다.
<세븐나이츠 2>는 1편에서 등장했던 캐릭터들이 대부분 다시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에 반해 그래픽 스타일은 SD에서 실사로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에 전편의 인상이나 이미지를 재현하는 것에 많이 공을 들였다고 하는데요. 일례로 전 편에서도 등장한 ‘델론즈’의 경우, 단순히 캐릭터의 비율을 리얼하게 바꾼다고 해서 전편과 같은 인상이나 이미지를 전달할 수는 없었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델론즈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에 맞는 몇 가지 포인트는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그래픽에 맞는 여러 어레인지를 가하면서 디테일을 높였다고 합니다.
“게임은 협동 작업이고, 하나의 캐릭터들을 만드는 것에는 저 뿐만 아니라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함께 각자 맡은 분야에서 최고의 결과물을 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세븐나이츠 2>또한 많은 아티스트들이 정말 최선을 다해서 다양한 캐릭터들을 만드는 만큼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윤규빈 아티스트의 개인작. 기모노를 입은 정갈하고 청순한 느낌의 소녀를 만들려고 한 작품이다.
# 언젠가 교육이나 후진 양성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윤규빈 아티스트는 게임업계에 ‘아티스트’로서 도전을 하고 싶어하는 지망생들에게 “자기가 정말로 게임 개발에 뜻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최선을 다해 도전할 것’을 당부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최대한 많은 게임을 플레이해볼 것을 권했습니다.
“전 아티스트로서 시작이 정말 늦었습니다. 하지만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제가 게임을 정말 좋아했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에 인생을 걸어 보자라는 생각으로 집중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또 수많은 게임을 해봤기 때문에 ‘게임’ 이라는 콘텐츠 자체에 대한 이해도 높았던 것이 많이 도움되었던 것 같아요”
윤규빈 아티스트는 언젠간 스퀘어의 <파이널 판타지 7> 같은 게임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실제로 그가 진심으로 “이런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이 바로 <파이널 판타지 7>이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얼마 전에 이 게임의 리메이크가 제작된다는 소식이 발표되자 정말 뛸 듯이 기뻐했고, 트레일러를 여러 번 반복 재생하면서 감상했다고 합니다.
“언젠간 저도 <파이널 판타지 7> 같이 게이머들에게 ‘이런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품게 만드는, 그런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리고 먼 미래… 아티스트로서 많은 것을 이룬다면 제가 배운 다양한 경험을 살려서 후진을 양성하는 교육 쪽에 종사하고 싶어요. 물론 아직도 전 아티스트로서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에 계속해서 노력하고,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윤규빈 아티스트의 개인작. 영화 <스파이더맨: 홈커밍>에 나오는 벌쳐를 각색하여 만든 작업물. 낡고 녹슨 재질표현과 메카닉 구조에 신경을 써서 작업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