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오브 룬테라>의 경쟁자는 카드 게임이 아니다."
바로 어제(16일) <리그 오브 레전드> 10주년 기념행사에서 발표된 <레전드 오브 룬테라>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기반으로 한 CCG(Collectible Card Game)입니다. 현재 소수 인원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레전드 오브 룬테라>의 게임 디자이너 노아 셀쳐(Noah Selzer)는 "<레전드 오브 룬테라>의 경쟁자는 카드 게임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는 <레전드 오브 룬테라>에 '치고박는' 역동성을 담아냈기 때문에,캐주얼함을 강조한 다른 카드 게임들은 <레전드 오브 룬테라>의 경쟁자가 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노아 셀쳐는 이러한 역동성이 있기 때문에, 기존 카드 게임 플레이어 뿐만 아니라 <리그 오브 레전드> 플레이어도 <레전드 오브 룬테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거라 자부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세계관을 충실하게 옮겨온 것도 물론 어필 포인트지만요. 17일 삼성동 라이엇게임즈 코리아에서 그를 만나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라이엇게임즈에서 일하고 있는 노아 셀쳐라고 한다. <레전드 오브 룬테라>의 게임 디자이너를 맡고 있다. <레전드 오브 룬테라>의 개발 단계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는 리드(Lead,직책명)였다. 그 이전엔 <리그 오브 레전드> 별 수호자 모드와 불의 축제 모드를 디자인했다.
라이엇게임즈의 '게임 디자이너'라고 했는데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건가?
나는 게임에 들어가는 요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결정하는 역할을 했다. 어떤 행동을 취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그리고 이것이 게임을 위해 이로운지를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부서의 다양한 사람들과 토론을 나눈다.
예를 들자면 별 수호자 모드의 맵을 설계할 때 벽의 두께는 어느 정도가 좋을지, 사이즈는 어느 정도가 좋을지 고민하고 최종 결정을 내리는 역할을 했다. 소속 아티스트들에게 "벽은 이 정도 두께가 좋겠다" 이런 느낌으로 그림을 그려 보여줬다. 비유하자면 라이엇게임즈에서 내가 하는 일은 건축가가 하는 일과 비슷하다.
어제 10주년 기념행사에서 역대급 발표를 쏟아냈다. 한국 게임계도 <레전드 오브 룬테라>를 비롯힌 어제 행사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 소감이 어떤지?
너무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긴장도 된다. 길게는 2년 반 내지는 3년 동안 이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사람들이 있다. 이들과 <레전드 오브 룬테라>를 개발하면서 걱정을 많이 했다. 이게 좋을까 저게 좋을까 계속 걱정하고 보완하다가 어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일단은 사람들이 좋게 봐주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은 좋다. 긴장을 많이 하고 있는데 5시간이나 20시간 즐기다 말 게임이 아니라 수백 시간 투자해서 즐길 만한 플레이 경험을 선사하는 멋진 작품으로 만들어나가고 싶다. 그래서 긴장이 된다. 여정이 끝난 게 아니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열정적으로 즐기는 한국 게이머들을 직접 만나보니 어땠나?
스트리밍이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이미 전 세계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한국에 온 경험이 특별했던 건 온라인에서 대화하던 사람들을 실제로 만난 기회를 가졌기 때문이다. 한국 유저들은 정말로 내가 보고 들었던 모든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 열정적이며, 게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 사람들이었다.
트위치 스트리밍의 실시간 댓글을 읽으면서 해외 반응을 살피는데 이때마다 구글 번역기를 켜놓고 있다. 'ㅋ'라는 글자가 계속 떠서 뭔가 싶어 구글 번역기에 돌려봤더니 웃음소리더라. (웃음)
아직 <레전드 오브 룬테라>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어떤 게임인지 설명해준다면?
쉽게 말해서 <리그 오브 레전드> 카드 게임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세계관을 담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치고받는 느낌', 그러니까 역동적인 상호작용과 전략성을 카드 게임에 담아내고 싶었다.
<하스스톤>, <궨트>, <매직 더 개더링 아레나> 등등 요즘 카드 게임이 유저 풀에 비해 너무 많다는 말이 있다. 경쟁작이 상당히 많은데 <레전드 오브 룬테라>는 어떤 차별점이 있나?
<레전드 오브 룬테라>의 목표는 카드 게임을 평소에도 즐기는 사람들을 끌어오는 것뿐 아니라 <리그 오브 레전드>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함께 어울리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 팬들은 대체로 역동적인 게임 플레이를 즐기기 때문에 카드 게임 장르가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레전드 오브 룬테라>는 역동적인 플레이를 담아냈다. <레전드 오브 룬테라>는 언제나 카운트가 가능한 액티브 라운드 시스템이 구현된 카드 게임이다. 역동적인 게임 플레이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우리 게임으로 올 수 있다.
사람들이 왜 카드 게임을 안 하는지를 생각했다. 그 부분을 해결해야 사람들을 <레전드 오브 룬테라>로 끌고 올 수 있을 테니까. 그래서 우리는 무작위 팩을 없앴고, 자기가 성장을 통해 원하는 카드를 직접 구매할 수 있게 설계했다. 과금을 많이 하지 않으면서도 원하는 덱을 꾸릴 수 있고, 밸런스 패치를 자주 해서 게임의 메타가 살아있도록 할 것이다.
어제 직접 해보니 게임에 전략적 깊이가 느껴졌다. 덱만 잘 짠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 뒷줄도 생각해야 하고 카드의 소환 조건도 고려해야 하더라. 그런데 이런 캐쥬얼하지 않은 전략적 복잡성에 우려가 든다. 크로스플레이를 할 때 모바일에서는 이런 플레이가 버겁지 않을까?
맞다. 게임의 복잡성이 큰 리스크가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레전드 오브 룬테라>의 경쟁자는 다른 카드 게임이 아니다. <포트나이트>나 <왕자영요>같은 많은 팬을 보유한 명작들이 오히려 경쟁자가 될 것 같다.
<레전드 오브 룬테라>의 목표는 PC에서도 잘 되는 거지만, 모바일에서 1등을 하는 거다. 지금까지 모바일에 나온 게임 중 성공한 작품들은 치열한(intense) 게임이었다고 생각한다. 의외로 캐주얼하게 하는 게임이 아니라 시간을 들여서 집중하는 게임이 더 사랑을 받아왔다는 뜻이다.
유저들에게 모바일 게임을 말할 때, "이거 복잡한 거 아니야"라기 보다는, "이거 시작하면 10분 내지 20분 안에 끝낼 수 있어"라고 확신을 들게 하는 게 우리가 <레전드 오브 룬테라>를 만들 때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이다. 동시에 해결하기 어려운 주제이기도 했고. 이 게임은 대체로 20분 안팎이면 한 게임을 마칠 수 있다.
그런 전략적 복잡성이 오히려 요즘 TCG 트렌드에 역행하는 것일 수도 있다.
카드 게임에는 복잡한 전략을 추구하는 사람도 있고, 덱의 확실한 콘셉트를 잡고 밀어붙이는 사람이 있다. 다른 플레이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즐길 수 있기 위해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했다. 어떤 덱은 복잡한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지만, '데마시아 엘리트'라는 덱을 짜면 강력한 힘으로 밀어붙일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끔 심혈을 기울였다.
사각의 한정된 카드와 필드에 <리그 오브 레전드>의 챔피언과 지역 특색을 어떻게 담아냈나?
체스판을 보는 것처럼 위에서 조작하는 느낌이 강한 카드 게임이 있고, 내가 그 공간의 일부분인 것처럼 느껴지는 카드 게임이 있다. <레전드 오브 룬테라>는 내가 게임 안에 들어가 있다는 느낌을 주려 노력했다. 맵 한구석에 포로(Poro)가 뛰어노는 것 같은 연출은 그런 느낌을 주기 위한 시도다. 플레이어가 필드 위에 모든 것과 함께 있는 룩 앤 필을 주려 노력했다.
모든 덱, 모든 게임, 모든 게임마다 기승전결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챔피언들이 있다. 이즈리얼, 제드, 헤카림이 게임에서 스펠을 쓰거나 병사를 쓰는 행위가 한 번 했다 마는 게 아니고 게임 속에서 쭉 이어졌으면 한다는 뜻이다. 가령 그림자 군도의 상어 병사들이 죽어도 나중에 헤카림과 함께 더 강해져서 돌아온다던지. 이렇게 <레전드 오브 룬테라>의 중심에는 챔피언으로 수렴되도록 게임을 디자인했다.
<레전드 오브 룬테라>의 강점은 뭐니 뭐니 해도 <리그 오브 레전드> 유니버스를 공유한다는 점이다. 게임에서도 여러 지역과 캐릭터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것은 <리그 오브 레전드> 유니버스를 확장하기 위한 라이엇게임즈의 시도라고 봐도 될까?
당연하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수많은 챔피언의 놀라운(amazing) 이야기가 담겨있으며,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좋아한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플레이어가 한 명의 챔피언을 직접 조정한다면, <레전드 오브 룬테라>는 그보다 넓은 이야기(broad story)다. 여러 명의 챔피언과 챔피언의 친구들을 필드 위에서 구성하는,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다.
앞으로 사람들이 이 게임을 어떻게 즐겼으면 좋겠는가? 그를 위한 당신의 과제가 있다면?
모든 게임의 궁극적인 목적은 재미다. <레전드 오브 룬테라>도 마찬가지다. 다만 우리 게임은 카드 게임을 즐기는 사람, 즐기지 않는 사람 모두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다. <레전드 오브 룬테라>가 플레이어와 함께 성장하는 게임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의 과제라고 한다면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와 함께 단점이 있으면 고치고 장점이 있으면 살리는 것이다. 그 과정이 길고 복잡하더라도 유저들이 좋아하기만 하면 우리는 너무 기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