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보면 게임의 얼굴을 담당하시는 거네요.” Kevin이 작곡한 음악이 <하이퍼유니버스> 트레일러에 들어간다는 대답을 듣자 든 생각이다. 기자의 말에 작곡가는 “그렇게 말씀하시니 좀 부담이 됩니다. 잘 나와야 할 텐데요.” 겸손하게 대답했다.
작곡가 이승재, 닉네임 Kevin. 이름은 낯설지만 그가 참여했던 게임을 열거하면 "아!" 하는 감탄사가 먼저 나온다. 가장 최근에 존재감이 부각된 게임은 <트리 오브 세이비어>로, Kevin이 작곡한 'Charty of fire', 'Dream of Gold' 등은 명곡으로 꼽힌다. SFA 출신의 Kevin으로부터 <하이퍼유니버스>와 게임 음악 이야기를 들어봤다. / 디스이즈게임 정혁진, 장이슬 기자
TIG> 디스이즈게임 독자 여러분께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Kevin : 안녕하세요. <하이퍼유니버스> 배경음악 작업에 참여한 Kevin입니다. ‘이니티움 사운드 랩’에서 작곡을 하고 있습니다. SoundTemP의 곽동일(Sevin) 감독님과 팀원으로 게임 음악을 시작했고, <그라나도 에스파다> 등을 작업했습니다. 다른 프로젝트도 있는데 이름이 기억이 안 나요. 발매되면 게임 이름이 바뀌는 경우가 많아서.
게임 음악 외에도 다큐멘터리, 드라마 등에서도 일했습니다. 10여 년 정도 하다가 Kevin 팀을 꾸리게 되었어요. 여럿이 모이면 더 좋은 아이디어도 생기고 자극도 받기 때문에 팀 체제로 일을 많이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제가 설립한 이니티움 사운드랩(Initium SoundLab)에서 <하이퍼유니버스> OST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TIG> 녹음을 마친 소감부터 시작해보죠. 결과물은 만족스러우신가요?
Kevin : 항상 그렇지만 대부분 만족을 못 해요. 창작하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백 퍼센트 만족한다고는 못해요. 하지만 이번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잘 나온 것 같아요, 제가 느끼기엔.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해볼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고, 기대 이상으로 나온 것 같습니다. 세계관도 그렇고 디자인이나 영상 전반적인 느낌이 좋아 새롭게 시도를 해볼 수 있었습니다.
TIG> 작곡하실 때 어떤 느낌으로 접근했고, 음악에 무엇을 담고 싶었나요?
Kevin : 무엇보다 세계관을 많이 반영하고 싶었어요. <하이퍼유니버스>와 같이 일하기로 하고 회의를 했을 때 영상과 일러스트를 봤어요. 멋있더라고요. 이 게임과 맞는 걸 해야겠다 싶었죠. 게임 음악의 어떤 전형적인 것, 떠오르는 사운드나 느낌보다 좀 더 영화 같은 느낌을 넣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실제로 SF 요소가 들어가니 영화를 많이 참고했어요.
게임 자체의 특성도 있겠지만 세계관을 표출해야 하기 때문에... 우주가 배경이다 보니 이름부터 넓잖아요, 느낌이. 다양한 공간에 있는 캐릭터와 배경이 나오기 때문에 오케스트라에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가미하려고 신경 썼어요. 개인적으로 이런 크로스오버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지금은 거의 완성 단계입니다.
TIG> 특별히 작업 과정이 기억에 남는 곡은 무엇인가요?
Kevin : 제목이 아직 안 정해져서 정확히 말씀드리기가 어렵네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타이틀 테마에요. 작업 회의를 할 때 본 영상 앞에 게임 대기 화면이 있었어요. 그걸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원래는 타이틀로 쓰려고 만든 것이 아닌데, 작업하다 보니 타이틀 테마로 정해졌습니다. 또 트레일러 용으로 만든 것이 있는데, 주인공인 ‘알렌’과 관련된 프롤로그 테마입니다. 이 두 곡이 기억에 남네요.
TIG> 게임 음악을 작업할 때 다른 음악과 차이점이 있다면 어떤 점인가요?
Kevin : 게임은 사용자가 이야기를 주도합니다. 영화처럼 플롯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직접 몰입하고, 반복되는 상황도 많습니다. 제가 처음 게임 음악 작업에 참여했을 때는 그 차이가 주는 느낌을 잡는 것이 어려웠어요.
또 기승전결보다 게임 자체를 부각시키고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노력의 비중이 큰 것 같습니다. 게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 반복되는 음악 구조도 적절하게 써야 하지만 과다해서도 안 되고, 단조로워서도 안 되고. 시간에 따른 반복 구조를 최대한 재미있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아요.
TIG> <하이퍼유니버스> 작업을 하면서 인상적인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Kevin : 전 밴드 음악을 했었고, 전공은 피아노입니다. 재즈도 했었고 그 외에 여러 가지를 했지만 <하이퍼유니버스>는 콘셉트 자체가 ‘다른 스타일’이었어요. 현대적인 리듬에서 클래시컬한 사운드도 많이 나오고 이를 부각시키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여러 요소를 크로스오버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TIG> 평소엔 접해보지 않았던 영역을 건드려보셨던 것 같은데, 작업량과 기간에 얼마나 차이가 났나요?
Kevin : 작업하는데 들인 공은 Top 3 안에 들었던 것 같아요. 제일 오래 걸린 것 같기도 하고요. <하이퍼유니버스> 세계관을 반영하기 위해 계속 다듬고 들어보는 것도 많이 했어요. 걸어다니면서도 들어보고 쉴 때도 들어보고.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고요. 또 캐릭터나 테마는 한 번에 작업하지 않고, 여러 아이디어를 낸 다음 계속 다듬었어요. 총 11곡을 작업했는데, 실제로 만들었던 곡은 17개입니다.
TIG> 오늘 작업한 음악은 게임 속 어디에서 들을 수 있나요?
Kevin : 이 곡을 게임 어디에 배치하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해요. 몇 가지 확정된 것만 알 수 있고. 적재적소에 회의해서 배치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제가 알기로는 캐릭터 테마가 하나 있고, 나머지는 게임 플레이를 할 때 나오는 음악으로 알고 있습니다.
TIG> 한 곡당 작업 기간이 어느 정도 되나요?
Kevin : 곡마다 다른데요. 콘셉트를 잡는 과정까지 포함해서 평균 2주에서 3주 걸려요. <하이퍼유니버스>는 한 곡에 3주 정도 걸렸네요. 프로젝트가 계속 진행되면서 피드백을 받고 재조정을 하는 시간도 들어가죠.
TIG> 그 말씀인즉, 꽤 엎었다는 것처럼 들리네요.
Kevin : 저는 솔직히 좋다고 생각해요. 하면서 어느 정도는 스트레스를 받아야 곡이 나온다는 생각이거든요. 원래 그런 직업이고. 내가 생각했던 부분과 다른 분이 좋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다를 수 있어서, 피드백을 잘 모아 최대한 객관적으로 버무리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TIG> 평소 게임을 좀 하십니까?
Kevin : 예전엔 했었는데... 거의 할 시간이 없어요. 고등학생 때 <이스>라는 게임이 있었는데...
TIG> 연배가 좀 되시네요?
Kevin : 자세한 건 비밀로... (웃음) 제가 알기로는 <파이널 판타지 6>가 나왔을 때였어요. <이스 스페셜>이 게임 잡지 부록으로 나온 거에요. 사운드트랙이 몇 곡 동봉된. 음악이 좋은 거에요. 참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까 SoundTemP 곽동일 감독님이 한 곡이었죠. 십 년 후에 만나고 보니까.
TIG> Kevin 님께 작업을 맡긴 계기도 궁금하네요.
Kevin : <하이퍼유니버스> 음악을 담당하는 분이 일전에 <그라나도 에스파다>와 <트리 오브 세이비어>에서 같이 작업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제 곡을 들어본 적이 있고, 제가 잘 하는 부분과 강점이 뭔지 잘 알고 계셨습니다. 그런 점을 고려해서 <하이퍼유니버스>와 맞겠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TIG> 오늘 들려주신 곡은 크로스오버인데, 다른 스타일의 음악도 있나요?
Kevin : <하이퍼유니버스>가 원했던 부분은 크로스오버와 밴드풍이기 때문에 저는 크로스오버에 집중했어요. 밴드가 들어간 음악은 상당히 센 편이에요. 에너지가 있죠. 사담입니다만, 처음부터 주문한 콘셉트가 규모 있는 사운드였어요. 그런데 이런 스타일이 생각보다 드물더라고요. 그래서 여러 영화를 보며 영감을 얻기도 했습니다.
TIG> 어떤 콘텐츠를 보고 영감을 얻으셨나요?
Kevin : <스타워즈>도 봤고 ‘마블’ 영화도 봤고. 아, 그런 것도 봤어요. 옛날에, 누구였지. 올랜드 블룸 나왔던 영화. <킹덤 오브 헤븐>! 합창도 많이 나오는데, 중세 배경이잖아요? 그 외에는 친숙한 사운드라고 느껴지실 거에요. 세계적인 추세인데요, 현대적인 리듬과 사운드 스케이프를 섞곤 해요. 제가 좋아하는 작곡가가 미국 드라마 <플래시> 음악을 작곡한 ‘블레이크 닐리’인데, 이런 작업을 많이 하시죠.
<하이퍼유니버스>는 좀 더 크고 섬세하게 표현하려고 했어요. 전체적으로 무게는 있지만 어둡지는 않게. 그런데 조절하는 것이 쉽지 않더라고요. 예전에 작업했던 <그라나도 에스파다>,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경우 세계관 자체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풍경이거나 판타지이니, 이 관념에서 발전시키는 케이스였어요. 판타지가 주는 느낌을 살리려 했죠.
<하이퍼유니버스>는 다양한 시대가 나오기 때문에 완급 조절이 관건이었어요. 너무 가볍게 가는 것도 의도에 안 맞고요. 제가 전에 했던 작업 중에선 훨씬 무거운 것도 많고, 저도 그런 걸 좋아하는데 최대한 덜어내면서도 느낌은 살리도록 작업했습니다.
TIG> 다음에도 <하이퍼유니버스> 같은 작곡 의뢰가 오면 진행할 의향이 있으신가요?
Kevin : 제 입장에서는 감사하죠. 영화 음악부터 시작해서 드라마 등 영상을 활용한 시각적인 것과 음악이 결합하는 것을 좋아해요. 물론 쉽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그런 것이 있었으니까 좀 더 애착도 가고요. 완성도도 높아졌던 것 같아요.
TIG> 특별히 ‘이 곡을 유저분들이 들어줬으면 좋겠다’,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싶은 곡이 있으신가요?
Kevin : 물론 모든 곡에 노력을 쏟았지만, 기대하는 점이 있다면 게임을 시작할 때 바로 보여지는 부분인 트레일러와 타이틀 테마의 반응이 좋았으면 해요. <하이퍼유니버스> 세계로 들어가는 일종의 통로이니, 좀 더 기대하는 면이 있죠. 시네마틱 트레일러에 삽입된 곡은 반응이 좋았다고 하니 유저분들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 The Star In The Sky (타이틀 테마)
# Marvelous March (알렌의 테마)
"이 곡은 알렌의 프롤로그에 들어갑니다. 알렌의 세계는 마왕을 무찌르고 악이 사라진 세상이죠. 알렌은 허무해하다 ‘하이퍼유니버스’로 새로운 모험을 떠납니다. 제가 선율과 코드 진행을 맡고, 이니티움 사운드 랩의 작곡가 한 분이 더 참여해서 리듬을 넣는 식으로 팀이 아이디어와 의견을 교환하며 작업했습니다.“
# Makakoho
"Makakoho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곡입니다. 나중에 추가될 랭킹 대전 콘텐츠를 염두에 두고 만든 곡입니다. 일반 대전에 비해 더욱 신중한 하이퍼 선택이 필요한 만큼, 보다 긴장감 있는 비트를 중심으로 현악기를 사용해 무게감을 더했습니다.
다른 열 곡과 지향하는 바가 완전히 다릅니다. 곡 자체가 셉니다. 무게감이 있습니다. 스케이프 자체가 큰 편이에요. 전통적이고 비장한 그림이 들어가는 곡. 그러면서 주된 선율에는 미래지향적인 사운드가 들어가요. 클래식한 선율에 다른 성향의 소리를 크로스오버하는 것. 제가 요즘 좋아하는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