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초 90개가 넘게 출시되던 PC온라인게임이 2013년 초에는 반토막이 났다. 반면 모바일게임으로 눈을 돌리면 출시되는 신작이 몇 배나 늘었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한국 게임시장이 모바일게임 시대를 맞이했다는 것은 이젠 뉴스 거리도 아니다.
게임 QA(품질 보증, quality assurance)를 하는 이들에겐 이 상황이 더욱 극적으로 와 닿는다. 그동안 QA의 주된 영역이었던 PC온라인게임은 황혼기에 접어든 것만 같고, 연이은 불경기로 그나마 맡고 있는 QA 업무도 외주화되기 십상이다. 그런 QA 담당자들에게 모바일게임으로의 진출은 이직이 아니라 생존에 가깝다.
하지만 PC온라인게임과는 기기부터 개발환경까지 다른 모바일게임 시장. 과연 PC온라인게임의 QA를 하던 이들이 모바일게임 QA에 적응할 수 있을까?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에서 3인의 QA 담당자가 모바일 시대에 QA가 가야 할 길을 공유했다. 넥슨 론칭기술지원팀의 김태효 팀장, 황진석 대리, 이병준 씨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 ‘전직의 시대’ 모바일 QA를 준비하라
“당신의 QA는 안녕하십니까?” 몇 년 동안 QA업무를 담당했던 김태효 팀장의 눈에 한국 게임시장은 ‘전직의 시대’다. 기존 게임QA의 주 영역이었던 PC 온라인 게임 시장은 4년 사이 출시작이 반토막 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곳에서 일하던 QA들도 업계에 불어 닥친 외주화 바람으로 인해 QA들의 사기도 떨어졌다.
그나마 다행은 신흥(?)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모바일 게임에서는 QA업무가 자리잡지 못했다. 하지만 PC 온라인 게임과는 상이한 개발환경 탓에 아직 많은 QA들이 전직을 꺼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는 격변의 시기 모바일 게임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QA담당자들에게 모바일 게임 QA업무 시 주의해야 할 점을 소개했다.
그가 말하는 PC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 QA 업무의 가장 큰 차이는 담당자에 주어지는 업무량이다. PC 온라인 게임 QA의 경우 게임도 팀도 규모가 크기에 협업이 일상화되어 있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 QA에선 담당자 한 명이 모든 QA업무를 담당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개발사 사정에 따라선 QA에게 전혀 해보지 않았던 업무나 복수의 프로젝트가 할당되기도 한다. 때문에 김 팀장은 모바일 게임 QA에게는 QA업무는 물론 게임개발 전반에 대한 이해가 필수라고 충고했다.
PC온라인게임에선 권장사항에 가까웠던 프로그래밍 지식도 모바일게임 QA를 준비하는 이들에겐 필수다. PC온라인게임에 비해 프로그래밍이 어렵지 않기 때문인지, 아니면 루팅 등 가벼운 개변조가 대중화(?)됐기 때문인지, 모바일게임에서 애플리케이션의 변조는 PC온라인게임 QA의 생각 이상으로 자주 일어난다. 때문에 이를 효과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QA가 최소한 간단한 소스코드나 스크립트를 보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김 팀장은 마지막으로 모바일게임 QA는 PC온라인게임 QA와는 다른 시간감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디 QA라는 것이 항상 시간에 쫓기는 업무이긴 하지만, 모바일게임에선 더욱 심하다.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이는 유저들의 요구와 취향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모바일게임 QA는 항상 어떤 것을 먼저 처리해야 하는지 선택과 집중을 일상화해야 한다.
■ 누구나 하는 어뷰징, QA도 해야 하는 시대
넥슨 론칭기술지원팀 황진석 대리는 ‘모바일 QA 일거리 늘리기’라는 강연에서 모바일게임 QA업무 사례의 하나로 해킹∙어뷰징 툴을 이용한 QA작업을 소개했다.
컴퓨터를 포맷할 줄 몰라도 스마트폰 루팅은 할 줄 아는 이가 수두룩한 곳이 바로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이다. 황 대리는 이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해킹 툴이 널리 퍼진 만큼, QA도 이를 적극 활용해 모바일게임 QA업무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QA가 게임의 어뷰징 사례를 발견했을 때, 이를 그냥 개발팀에 전달한 것과 해킹 툴로 현상을 재현한 후 전달하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일까? 더군다나 이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해킹 툴은 컴맹이라 해도 다룰 수 있을 정도로 대중화된 도구, 이 분야의 전문가인 QA에겐 큰 노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안드로이드 APK 파일을 분해할 수 있는 언패킹 프로그램은 이미 조금만 시간을 들이면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남은 것은 분해된 변조 소스와 원본 소스를 비교해 보는 것이죠.”
약간의 지식만 있다면 할 수 있는 간단한 작업이지만, 이로 인해 개발팀은 문제가 되는 지점을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고, 이외에도 대중화(?) 된 방법을 숙지함으로써 다음 어뷰징이나 해킹에 대비할 수도 있다. 이는 소스 변조 뿐만 아니라 PC용 안드로이드 에뮬레이터 등 다방면에 응용할 수 있다. PC 온라인 게임에 비해 간략한 프로그래밍 액션 덕에 오히려 개변조 시도나 유형을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된 케이스다.
■ 급변하는 모바일게임 시장, QA도 자동화 시대
넥슨 론칭기술지원팀 이병준 사원은 '몽키러너를 이용한 모바일 테스트 자동화'라는 주제로 모바일게임 QA의 자동화 사례를 발표했다.
사실 QA의 자동화는 이론의 영역에 가깝다. 게임 QA를 온전히 자동화 하려면 게임에 투입된 AI 이상이 필요하고, 이는 필연적으로 비용의 상승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QA업무의 일부를 자동화하는 것은 이야기가 다르다. 낮은 기술력도 어떻게 응용하느냐에 따라 놀라울 정도로 빠른 QA를 실시할 수 있다. 특히 모바일 게임은 PC 온라인 게임보다 투입된 기술의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더욱 효과적이었다.
이병준 사원이 구상한 자동화 QA툴은 단순했다. 스마트폰 화면의 특정 지점을 설치해 수 차례 게임을 자동 실행시켜 값을 구하는 것이 전부였다. 처음엔 단순한 터치기계였던 프로그램은 개량을 거쳐 기록도 남고 통계도 구하고, 나중엔 표와 차트까지 보여주는 웹 어플리케이션으로까지 진화했다.
이러한 과정 중 자동화 툴은 예상 외의 성과를 달성했다. 부분 자동화이긴 했지만 기계(?)의 힘을 빌린 덕에 단시간에 압도적인 QA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고, 결과값의 분석도 프로그램의 통계를 자동으로 통계를 낸 덕에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이병준 사원은 “무엇보다 가장 큰 소득은 다른 모바일 게임 QA에도 적용할 수 있는 자동화 툴을 확보한 것이다. PC 온라인 게임보다 개발기간이 짧고 수명도 짧은 모바일 게임 특성 상 이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며 발표를 끝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