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게임즈가 3월 3일 폴 가이즈 개발사를 인수했다. 하지만 <폴 가이즈>는 여전히 스팀에서 플레이할 수 있다.
에픽게임즈는 밸브와 치열한 ESD 시장 싸움을 벌여 왔다.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기간/영구 독점 전략’으로 만회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메트로 : 엑소더스>, <보더랜드 3> 등 많은 게임이 에픽게임즈 스토어와 기간 독점 계약을 맺었다. 그렇기에 이런 행보는 다소 의아하다.
에픽게임즈는 왜 <폴 가이즈>를 독점하지 않았을까? /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 거센 후폭풍을 부른 <메트로 : 엑소더스> 사태
에픽게임즈가 적극적인 독점 정책에서 다른 방향으로 전술을 바꾼 것은 확실하다. 기간 독점 정책이 많은 게이머들에게 반발을 샀기 때문이다. ESD를 사용하는 주체는 게이머고, 그들의 에픽게임즈 스토어에 대한 여론이 계속해서 악화된다면 불매운동을 자초하는 바나 다름이 없다.
그렇기에 이 부분에서 에픽게임즈는 일단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에픽게임즈 스토어 책임자 ‘스티브 앨리슨’도 ‘2019 GDC(Game Developer Conference)’ 질의응답 시간에서 기간 독점으로 큰 논란을 샀던 <메트로 : 엑소더스>의 사례를 반복하고 싶진 않다고 언급했다.
<메트로 : 엑소더스>는 2019년 에픽게임즈 스토어와 PC판 1년 기간 독점을 체결했었다. 문제는 기간 독점 계약이 갑작스러웠다는 점이다. 메트로는 발매를 2주 남긴 시점에서 계약을 발표했다. 혼선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게이머들의 반응도 매우 나빴다. 공식 SNS 계정에 비판 여론이 폭주하자 제작사 측에서 계정 관리를 포기할 정도였다.
밸브도 항의 차원에서 <메트로 : 엑소더스>의 스팀 예약 구매를 막았다. 사전에 예약 구매를 한 유저는 스팀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었지만, 구매가 늦은 게이머들은 기간 독점이 끝나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독점 기간이 끝난 이후 메트로의 평가란은 게임 이야기 대신 에픽게임즈 스토어에 대한 비난으로 가득 찼다.
에픽게임즈 스토어에 대한 비난으로 가득했던 <메트로 : 엑소더스>의 스팀 평가란
타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에픽게임즈 스토어 독점이 큰 반발을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되자 몇몇 게임사들은 에픽게임즈의 투자 제안을 거절했다. 2021년 1월에 발매된 우주 슈팅 게임 <에버스페이스 2>는 에픽게임즈의 독점 계약 제안을 받았지만, 스팀 커뮤니티가 게임 성장에 큰 도움이 됐고, 게임의 코어 팬층은 스팀에 있기에 이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 장기 전략에 집중하는 에픽게임즈
에픽게임즈가 공격적인 전술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그들은 풍부한 자본을 바탕으로 게임사 인수 및 독점 계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이전처럼 유명 게임과 대놓고 독점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지양하고 있다.
에픽이 기간 독점 전략을 아예 철회한 것은 아니다. 사진은 에픽게임즈 스토어와 1년 독점 계약을 체결한 <모탈 셸>
이는 경쟁력 있는 게임사를 자사 밑으로 끌여들어 에픽게임즈 스토어의 경쟁력을 갖추는 장기 전략은 유지하되, 유명 게임의 단기적인 기간 독점 정책은 삼감으로써 유저 반감을 줄여나가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계속해서 낮은 수수료와 개발사 우대 정책을 통해 게임 개발사들을 포섭할 수 있다면 에픽게임즈도 스팀에 밀리지 않는 막강한 게임 라인업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픽게임즈 나름의 ‘빅 픽처’를 그린 셈이다.
다만, <폴 가이즈>는 차후에 에픽게임즈 스토어 독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앞선 사례인 <로켓 리그>를 보면 알 수 있다.
2019년 5월 <로켓 리그>의 개발사 ‘사이오닉스(PSYONIX)’를 인수한 에픽게임즈는 “기존처럼 스팀에도 판매, 서비스될 것”이라 했으나, 2020년 7월 <로켓 리그> 무료화 선언을 하면서 신규 플레이어들에게 스팀 버전 제공을 중단했다. 이미 <로켓 리그>를 가지고 있는 게이머는 여전히 스팀에서 플레이할 수 있지만, 새롭게 게임을 시작하는 유저들은 에픽게임즈 스토어에서 게임을 다운받아야 한다.
# 누가 승자가 되건, 게이머가 웃을 수 있길
ESD 시장의 지배자가 되기 위한 두 회사의 경쟁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는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 다만, 두 회사의 싸움이 선의의 경쟁으로 작용해 서비스 질 향상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밸브의 최고 경영자 ‘게이브 뉴웰’은 미국 게임 잡지 ‘EDGE’와 2020년 3월 인터뷰에서 에픽게임즈와 경쟁에 대해 “경쟁은 매우 좋다. 내가 PC 플랫폼을 사랑하는 이유기도 하다.”며 “단기적으로는 둘 다 꼴사나워질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 라고 밝혔다.
벨브 측에서도 경쟁이 장기적으로는 두 회사 모두에게 이득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ESD의 성공 여부는 게이머들에게 얼마나 편리하게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에 있다. 두 회사의 경쟁을 통해 게이머들이 더욱 합리적인 서비스를 누리고, 인디 개발사들에게도 더 이익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