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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에이펙스 레전드'가 일본 시장을 집어삼킨 방법

어떻게 에이펙스 레전드는 배그와 포트나이트를 제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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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주(4랑해요) 2021-03-17 12:22:22

<에이펙스 레전드>가 일본에선 대세 게임이라구요?

 

배틀 로얄이나 FPS에 관심 있는 게이머라면 <에이펙스 레전드>를 당연히 들어봤을 것이다. 2019년 2월 출시 후 <배틀그라운드>와 <포트나이트>까지 위협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게임이다. 이후 핵에 대한 미숙한 대처로 인기가 확 가라앉긴 했지만...

 

그런데 이 게임이 일본 대세 게임이 됐다. 2021년 3월 10일 스위치판 발매를 기념해 시부야역에 큰 광고를 걸고, TV에 CF까지 송출하는 중이다. 인플루언서 관심도 높다. ‘아이즈원’으로 유명한 ‘미와야키 사쿠라’가 <에이펙스 레전드>를 플레이했을 정도다.

 

시장 조사 업체 ‘Newzoo’에 따르면 <에이펙스 레전드>는 일본에서 <레인보우 식스 시즈>나 <리그 오브 레전드>를 제치고 2020년 2월 PC 게임 1위를 기록했다. 특히, 플레이어가 늘어난 5월에는 점유율 37.4%를 차지했다. 다른 조사에서 <에이펙스 레전드> 콘솔 월간 유저 수는 2020년 7월에 146만을 기록했다.

 

인기가 급격히 식은 한국 시장과 완전히 다른 결과다. 대체 어떤 일이 있었길래 <에이펙스 레전드>는 일본 대세로 떠올랐을까? ​/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 일본인에게 '배틀로얄'은 친숙한 소재다

배틀로얄이란 본래 프로레슬링 룰 중 하나다. 여러 명의 선수가 경기를 진행해, 마지막에 살아남는 최후의 1인이 승자가 되는 것이다.

이는 창작물로 흘러들었다. ‘타카미 코슌’이 1999년에 발표한 소설 <배틀로얄>은 레슬링 룰처럼 여러 명이 좁은 지역에 갇혀 최후의 1인이 될 때까지 싸운다는 내용이다. 동명의 만화와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특히 영화가 대박을 쳤다.

영화 <배틀로얄>의 포스터. 국내 영화 팬들에게 친숙할 '기타노 다케시'와 '후지와라 타츠야'가 주연을 맡았다.

덕분에 일본 유저들에게 ‘배틀로얄’이란 소재는 꽤 친숙하다. 이를 바탕으로 배틀로얄 장르는 게임계의 ‘갈라파고스’라는 일본에서도 먹힐 수 있었다.

<배틀그라운드>부터 그랬다. PC 게임 시장이 약한 일본에서도 <배틀그라운드>를 하기 위해 새 PC를 맞추려는 사람들이 몰려 컴퓨터 부품 소매점이 즐거운 비명을 지를 정도였다.

에픽게임즈를 굴지의 게임 개발사로 만들어 준 <포트나이트>도 같았다. 일본 ‘라인리서치’가 2020년 10월 13일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남자 고등학생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게임 중 5위에 올랐다. ‘배틀 로얄’이라는 장르가 일본에서 가진 힘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배틀그라운드>와 <포트나이트>가 일본에서 흥행한 상황에서, 후발 주자인 <에이펙스 레전드>는 어떻게 두 게임을 밀어냈을까?

 

 

# <배그>를 넘어선 이유 : 콘솔 왕국과 크로스 플레이

 

(출처 : EA JAPAN)

 

<에이펙스 레전드>는 콘솔에서도 즐길 수 있다. 최적화도 깔끔하게 이루어졌으며, 무료료 플레이 가능하다. 접근성이 굉장히 높단 이야기다. 콘솔 최적화 문제로 홍역을 치렀던 <배틀그라운드>와 달랐다(배그는 결국 인기가 사그라들어 18년 6월 일본 서버를 임시 폐쇄했다.).

 

일본 게임 시장은 전통적으로 PC보다 콘솔게임이 강세다. 소니, 닌텐도 등 콘솔 게임 시장을 주도하는 제작사가 모여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PC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이 인기를 얻으며 변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동의 1위는 콘솔이다. 그렇기에 고사양 PC보다 콘솔 보급률이 높다.

 

 

최근 PC 게임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전통적으로 일본 시장에선 콘솔 비디오 게임이 강세였다 (출처 : PWC)

여기에 ‘크로스 플레이’를 추가하면 금상첨화다. 2020년 10월 16일 업데이트를 통해 <에이펙스 레전드>에는 크로스 플레이 기능이 추가됐다. 이를 통해 PC, 엑스박스, 플레이스테이션 유저가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심지어 PC에서도 오리진, 스팀 등 플랫폼에 구애받지 않고 <에이펙스 레전드>를 즐길 수 있다.

 

<에이펙스 레전드>는 기본적으로 3명이 모여 즐기는 게임이다. 필요한 인원수가 적어 모이기 쉽다. 크로스 플레이 덕분에 한 명은 컴퓨터만 있고, 나머지는 콘솔만 있더라도 같이 게임을 즐기는 데 불편함이 없다. 콘솔이나 플랫폼에 구애받지 않고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건 특히 일본에서 굉장한 강점이다. 

 

2021년 3월 10일에는 <에이펙스 레전드>의 스위치 버전이 발매돼 접근성을 더욱 높였다. 대규모 마케팅을 펼치는 등 홍보에도 매우 적극적이다. 비슷한 배틀로얄 게임 <포트나이트>가 스위치 버전을 발매해 저연령층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선례를 생각해 보면 꽤 스마트한 한 수를 둔 셈이다.


스위치판 홍보를 위해 도쿄 시부야역에 설치된 <에이펙스 레전드> 광고 (출처 : EA Japan)

 

<에이펙스 레전드> 스위치판 발매를 알리는 공식 홍보 동영상. 놀랍게도 버츄얼 유튜버가 참여했다 (출처 : EA Japan)

 

Q. <에이펙스 레전드>는 핵이랑 느린 업데이트 때문에 망한 것 아니었나요?

핵 문제를 인지한 개발사 ‘리스폰 엔터테인먼트’는 시즌 6부터 담당자가 SNS를 통해 직접 신고를 받고 핵 사용 유저를 제재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런 대책이 도입된 이후 핵 유저가 크게 줄었다는 평가다. 

이탈한 유저를 되돌리기 위해 콘텐츠 업데이트에도 노력했다. 시즌마다 개성있는 능력을 가진 캐릭터 한 명을 추가하고, 기존 맵을 변경하거나 신규 맵을 추가했다. ‘크리스마스’ 같은 기념일에는 특별 게임 모드를 짧은 기간동안 플레이할 수 있도록 했다.

두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시즌 6부터 <에이펙스 레전드>는 반등했다.

 

 

# <포트나이트>를 넘어선 이유 : 어른 게이머와 2차 창작


<에이펙스 레전드>가 일본 시장에서 <포트나이트>나 <배틀그라운드>와 차이를 만들 수 있었던 또 다른 요인은 2차 창작이다. <에이펙스 레전드>는 신규 캐릭터가 등장할 때마다 매력있는 설정과 탄탄한 배경 스토리를 제공했다. 다만, 플레이어가 알 수 있는 것은 단편적인 정보뿐이다. ‘망상’할 거리가 넘친다는 이야기다. 조금 이해가 힘들다면 <다크 소울>을 생각해보면 된다.

 

<에이펙스 레전드>엔 매력적인 캐릭터 설정이 가득하다. 사진은 한국인 캐릭터 '크립토' (출처 : EA)

<포트나이트>에도 2차 창작 소재가 있긴 하다. 하지만 연령층 문제가 있다. 이 게임은 일본에서 저연령층에게 인기가 높다. 웹 사이트만 가 봐도 학생들이 즐기는 게임이란 인식이 강하며, 한 해외 웹진에서 “<포트나이트>에 빠진 초등학생들. 문제 해결 대책은?” 이란 기사가 나왔을 정도다. 

<에이펙스 레전드>는 좀 달랐다.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17세 이상)으로 주된 유저는 20대 이상이기 때문이다. 게임에는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어두운 설정도 많다. 그렇기에 2차 창작이 더욱 활발했다. 아이보다는 어른이 2차 창작 활동을 더욱 왕성하게 한다.

2차 창작도 호응을 끌기 위해선 양질의 작품이 많아야 한다. 이 부분에선 어른이 많은 편이 더 유리하다. 사진은 서울 코믹월드

일본의 <에이펙스 레전드> 2차 창작 열풍을 보고 싶다면 멀리 갈 필요 없이 트위터에 가면 된다(일본에서 가장 압도적인 소셜 플랫폼은 트위터다.). 4컷 만화를 그려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유저도 있고, 여기에 빠질 수 없는 캐릭터 코스프레도 있다. 게임 설정을 기반으로 만든 커플링 만화도 유행 중이다. 리트윗이나 좋아요 횟수도 엄청나다.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흉내내는 동영상도 인기가 있다. 특히 국내 커뮤니티에서 ‘비둘기좌’라고 불리기도 한 유저 아라코(あらこ)의 동영상은 약 2.9만회 리트윗되면서 캐릭터 따라하기 열풍을 일으켰다. 

이런 2차 창작은 SNS를 통해 지속적으로 유저들에게 <에이펙스 레전드>를 노출시킴으로써 관심도를 유지시켜 준다. 따로 광고를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홍보가 되는 셈이다.

SNS를 통한 열풍은 인플루언서에게도 흘러들어가 ‘CR(Crazy Racoon)컵’ 등 다양한 대회를 통해 시청자를 끌어모았다. CR컵은 아마추어 고수들이 실력을 뽐내기보다 인플루언서가 대회를 위해 연습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조명해 큰 화제가 됐다. 이는 게임 홍보에 큰 도움이 되었는데, 자세한 내용은 곧 기사로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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