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6일 넷마블은 <세븐나이츠 키우기>를 출시했습니다. <세븐나이츠 키우기>는 '저용량', '저사양', '쉬운 게임성'을 내건 방치형 RPG로 모바일게임의 한 축을 맡고 있는 '키우기' 게임의 전형을 따르고 있습니다. 자동화 요소를 적극적으로 강조하는 이러한 게임들은 초대형 게임사에서는 비교적 잘 시도되지 않던 장르였다는 점에서, 넷마블의 이번 시도는 제법 도전적입니다.
기자는 며칠간 <세븐나이츠 키우기>를 하며 게임의 원류가 되는 <세븐나이츠>도 '자동'이라는 키워드와 접점이 많았다는 게임이었다는 것을 떠올렸습니다. <세븐나이츠>는 자동전투를 채택한 장수 수집형 RPG로 2010년대 중반을 풍미했던 게임 중 하나입니다. 캐릭터를 뽑고 덱을 구성하고 여러 지역을 계속 돌면서 성장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는데, 대부분의 전투 과정은 자동으로 대체가 됐죠. 조작은 상위 콘텐츠인 결투장이나 무한의 탑 같은 곳에서 제한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키우기'의 문법을 적용한 이번 게임이야말로 '세나'스러운 게임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세븐나이츠 키우기>는 출시 이후 2시간 만에 애플 매출 1위, 구글 매출 2위에 올랐습니다. 초대형 모바일 게임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거둔 인상적인 성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넷마블의 의도가 출시 초기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그렇다면 넷마블의 의도란 무엇일까요? 더 쉬운 '세나'로 마켓에서 초반부 기세를 잡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넷마블은 모바일 게이머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게임을 더 쉽게 만들어서 접근성을 끌어올렸습니다. 에반, 노호 같은 오리지널 캐릭터가 SD화되어 등장하고, 일반적인 RPG와 비교했을 때 매우 넉넉한 재화 지급을 통해서 쉽게 원하는 캐릭터를 뽑을 수 있습니다. IP와 방치형 게임이 주는 특유의 성장감각(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아도 쑥쑥 뽑히고 크는 재미)이 시너지를 이루며, 초기 매출이 잘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광고 보기와 광고 제거 옵션은 게임의 매출과 직결되는 구성 요소이면서, 플레이어에게 더 빠른 성장 효능감을 줍니다. 광고를 보면 공격 속도가 빨라지는 버프를 음식의 형태로 받거나, 방치(오프라인 전투) 중일 때 얻을 수 있는 재화가 더 많아지는 옵션 등이 제공됩니다. 이러한 광고를 전혀 볼 수 없게 돕는 광고 제거 옵션은 코어 방치형 게이머에게는 '입장료'로 인식되는데, <세븐나이츠 키우기>는 일회성 비용이 아니라 월 구독 형식의 광고 제거 BM을 채택했습니다.
게임은 거의 처음부터 자동전투를 안내합니다. 플레이 내내 성장 정도를 체크하고 다음 빌드를 위한 업그레이드를 하는 수준의 조작만 이루어집니다. 이러한 업그레이트를 위해 간간히 한 번 게임을 접속할 때, 일반적으로 키우기 게임은 화려한 이펙트가 펑펑 터지는 모습으로 플레이어의 보는 재미를 유발합니다. 그러나 <세븐나이츠 키우기>는 초반에서 그런 이펙트를 자제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다 보여주면 안 되겠다는 계산 아닐까요?
플레이어는 성장에 따라서 10명의 캐릭터를 키우게 되는데 1개의 주 캐릭터와 몇 개의 보조 캐릭터를 키우는 여타 키우기 게임과 비교했을 때 많은 캐릭터들을 성장하는 듯합니다. <세븐나이츠 키우기>의 최종 진화 형태는, 충분히 성장한 10명의 캐릭터들이 기술을 난무하면서 강력한 거대 몬스터를 잡는 모습을 감상하는 것이 될 듯합니다. 기존 RPG보다 훨씬 적은 투자로 순위권에 오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겠죠.
공성은 쉽지만 수성은 어렵습니다. <세븐나이츠 키우기>가 초반부 흥행에 준하는 성적을 계속 이끌어갈 수 있을까요? 넷마블에는 장르적 한계를 뛰어남아야 한다는 과제가 있습니다.
성장의 과정을 압축하고 자동화한 방치형 게임은 태생적인 숙명이 있습니다. 바로 대체되기 쉽다는 것입니다. 이미 방치형 게임, 또는 키우기 게임은 모바일게임 마켓에서 과포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유저들은 여러 게임을 '찍먹하면서'(찍어 먹어보면서, 체험하면서) 장르 고유의 성장 감각을 즐기고 있습니다. 매몰 비용이 모바일 MMORPG처럼 크지 않기 때문에, 다른 게임으로 쉽게 넘어갈 수 있는 것이지요.
바로 그런 이유로 2~3개의 방치형 게임을 돌아가면서 즐기는 유저들도 많습니다. 한 유저가 A게임을 한동안 붙잡고 있는데 성장이 전과 달리 더디고 강해지기 위한 추가적인 패키지 결제 유도가 시작되면, 미련 없이 다른 게임으로 넘어가 쾌속 성장을 즐기는 것이지요. 기자도 그런 방식으로 몇 가지의 키우기 게임을 즐기고 있었고, 그러던 참에 등장한 것이 <세븐나이츠 키우기>입니다.
저희가 '방치형 유목민'이라고 명명한 이들 집단은 굉장히 날카로운 안목으로 여러 '키우기'를 고르고, 또 포기하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지표를 보면, '땡땡 키우기' 류의 게임들은 굉장히 큰 낙폭의 순위 변화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9월 9일, 구글 매출 82위를 하다가 사흘 만에 169위가 되고(블레이드 키우기), 한참을 200위권을 지키다가 순위 바깥을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슬레이어 키우기)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넷마블의 <세븐나이츠 키우기>도 본질적인 토양은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자가 앞서 언급한 월 구독 형태의 광고 제거 옵션, 10명의 캐릭터 레벨을 올려야 한다는 것은 방치형 게임 치고는 다소 무거운 게임 디자인으로 보입니다.
지금 <세븐나이츠 키우기>에는 소과금 유저보다 많은 돈을 쓰고 상위 클래스 캐릭터로 덱을 짠 이들에게 '강해졌다는 기분'을 전해줘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다른 방치형 게임들은 공통의 버프를 받는 길드 콘텐츠로 이런 과제들을 해결하곤 합니다.
넷마블에게 모바일게임 매출 순위 1~2위는 당연한 일이었던 시절이 있었죠. 그 일을 이제는 방치형 게임이 해주니 여러모로 놀랍습니다. <세븐나이츠 키우기>가 계속해서 지금과 비슷한 수준의 매출 순위를 기록한다면, 이는 방치형 게임으로는 전에 없던 쾌거가 될 것입니다. 과연 넷마블은 수성에 성공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