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크래프트로 e스포츠를?" 아이덴티티의 e스포츠 브랜드 'WeGL' 지스타 일정을 보고 든 의문이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오버워치>처럼 'e스포츠'라고 하면 떠올릴 수 있는 게임도 있었지만, WeGL은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는 토요일 오후 시간에 <마인크래프트>를 배치하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WeGL은 왜 <마인크래프트>를 선택했을까? 또한, <마인크래프트>는 e스포츠로 어떤 모습을 선보였을까? 'WeGL 마인크래프트 프리미어'가 가지는 의미를 정리했다. / 디스이즈게임 장이슬 기자
# MOD와 스트리밍 문화가 만들어낸 'WeGL 마인크래프트 프리미어'
<마인크래프트>는 블록으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재료를 채집해 생존에 유용한 도구와 주거지를 만들고, 다양한 특성의 몬스터들을 물리쳐 더 나은 생활 환경을 만드는 오픈월드 크래프팅 게임이다. 보통 게임이라면 블록을 조합해 멋진 구조물을 만들거나 멀티플레이로 친구들과 함께 협동하며 생존을 구가하는 등 주어진 시스템 내에서 평이하게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마인크래프트>의 진가는 장르와 시스템을 초월한 MOD에 있다. 한글 채팅, UI 개선, 리텍스처 등 게임 환경을 개선하는 것 뿐 아니라 '포켓몬스터'를 재현하거나 술래잡기, 좀비 모드 등 다른 게임의 규칙을 <마인크래프트>에 이식하는 MOD도 상당수다.
개중 유명한 것들은 별도의 클라이언트를 쓰는 등, 기반은 <마인크래프트>이되 사실상 다른 게임으로 작동하는 초대형 MOD도 많다. <마인크래프트>의 MOD는 게임 환경을 개선하거나 취향에 맞게 꾸미는 것을 넘어, 새로운 게임으로 만들 수 있는 세트장 혹은 플랫포머로 작동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점이 독특한 방송을 원하는 스트리머에게 크게 어필했다. 입담 좋게 게임을 설명하거나 재미있는 돌발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만족했던 <마인크래프트> 게임 방송 시청자들은 점점 새로운 유형의 방송을 원하게 됐다. 수요에 맞춰 스트리머들은 그룹을 짓고 멀티플레이를 하는 것을 넘어, MOD를 활용해 완전히 새로운 게임처럼 플레이하거나 방송에 최적화된 '세트장'을 직접 만들어냈다.
<마인크래프트>는 특유의 확장성 덕분에 게임 스트리밍에 최적화한 예능 플랫폼으로도 작동한다.
# 단순한 게임이라고? 배틀 로얄도 PvP도 가능하다!
직접 만들 수 있는 세트장과 새로운 규칙, 캐릭터가 확실한 스트리머 출연자들. <마인크래프트>의 독특한 MOD 환경과 스트리밍 문화가 조합해 캐릭터 버라이어티 방송 '무한도전'이나 '런닝맨' 같은 방송이 가능해졌다. WeGL은 이런 환경에 가장 최적화된 스트리밍 그룹 '악어 크루'에게 MOD 설계를 맡겼고 이들은 '헝거게임 서바이벌', '빵을 가지고 튀어라', '마법대전' MOD를 WeGL 대회용으로 내놓았다.
WeGL 지스타 2017 부스에서 18일 진행된 'WeGL 마인크래프트 프리미어' 결선은 악어 그룹이 종종 플레이했던 '빵을 가지고 튀어라', '마법대전'의 리파인 버전이 등장했다. 예선은 배틀 로얄, 결승 1회전은 복합 룰, 2회전은 일대일 PvP 토너먼트로 장르가 세 번이나 바뀐 셈.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의 가능성 뿐 아니라, 대회 진행자이자 해설인 '악어' 역시 선수만큼 돋보이는 라운드 구성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장 반응은 여느 e스포츠 만큼이나 뜨거웠다. 예선과 결선들은 특유의 블록 그래픽, 간단한 조작임에도 연출된 긴박한 전투, 유명 스트리머가 무명의 참가자에게 쓰러지는 장면 등은 <마인크래프트>만의 e스포츠를 만들어내며 관람객들에게 웃음과 재미를 제공했다.
# '누구나 즐기는 e스포츠'의 또다른 가능성
'악어'라는 인기 스트리머가 기획하고 진행하는 WeGL 마인크래프트 프리미어는 MOD와 스트리밍 문화의 연장선이자, <마인크래프트>이면서도 <마인크래프트>가 아닌 MOD로 경기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오리지널 게임' 그 자체를 겨루는 여타 e스포츠와 결을 달리한다.
'WeGL 마인크래프트 프리미어'는 현재 '메타'에 대한 경험이나 고민, 복잡한 게임 용어와 은어를 알지 못해도 지금 무엇을 하는지 서사만 잘 따라간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특유의 코믹한 움직임과 분위기로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볼 수 있으며, 스트리밍으로 단련된 입담을 가진 진행자가 자유롭게 서버를 조작하며 현장감 있는 옵저빙을 제공하는 점도 매우 큰 장점이다. 가장 사람이 붐비는 토요일 오후 지스타 2017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경기를 몰입하며 지켜보는 모습은 '마인크래프트 e스포츠'에 대한 가능성을 증명했다.
접근도 조작도 쉽고, 이 장르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내년에 다른 장르로 도전해볼 수 있다. 초등학생도, 나이 지긋한 분도 <마인크래프트>의 간단 한 조작법만 안다면 누구나 'e스포츠 선수'로 참여할 수 있으며 보는 것도 즐길 수 있다. 어쩌면 WeGL은 MOD나 스트리밍, e스포츠 문화에 대한 깊은 고찰 없이, '악어'라는 유명 스트리머 그룹의 팬을 끌어오기 위해 <마인크래프트>를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진의는 알 수 없으나, WeGL은 '누구나 즐기는 e스포츠'라는 새로운 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