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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칼럼] 지방 게임업체의 서울상경기

엘소드 제작발표회 현장을 다녀와서

임상훈(시몬) 2006-10-16 01:55:50

서울 인심은 야박했습니다.

 

지난 13일(금), 삼성동 코엑스 컨퍼런스 센터 402호에서는 <엘소드>라는 게임의 제작발표회가 있었습니다. 제작발표회란, 어떤 물건을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하는 자리입니다. 엄청나게 중요한 행사죠, 아무리 사소한 물건이라도. 수년 동안 땀 흘려 만들어온 물건을 세상 밖으로 처음 선보이는 것이니까요. 이날 <엘소드>도 플레이 영상을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이 발표회는 좀더 특별한의미가 있었습니다. 대구의 게임업체 KOG가 서울까지 올라와 하는 것이었으니까요. 제가 알기론 지방 온라인게임 업체가 서울에서 게임제작발표회를 하는 첫 번째 사례가 아닌가 싶더군요.

 

전날 밤 늦게까지 시연할 준비를 하고, 짐을 챙겼던 KOG 직원 17명은, 이날 새벽 6시 반 대구역 플랫폼에 섰습니다. 드디어 서울로 가는 길, 살짝 두려우면서도 설렜겠죠. KTX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한 시간은 8 무렵. 콩나물 시루 같은 지하철을 타고, 갈아타서 삼성역 코엑스에 10 몇 분 전에 도착했습니다. 힘을 내서 왔지만, 이미 힘을 너무 많이 써버린 그들. 2시간 남짓 후에 있을 제작발표회를 위해 짐을 풀고, 행사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12 무렵의 코엑스 컨퍼런스 센터 402. 내색은 않지만, KOG 홍보팀의 표정이 살짝 초조해집니다. 13일의 금요일의 징크스 탓일까요. 공식적인 제작발표회 시작 시간이 지났는데도, 기자들의 모습이 몇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관계자들의 속은 까맣게 타 들어 갔을 겁니다. 기자들의 습성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있었으니 더욱 답답했을 거고요.

 

(다음에 나올 내용은 저 자신도 예외가 아닙니다.) 엄청난 기대작이나, 유명한 사람이 등장하는 제작발표회라면 기자들은 미리부터 와서 진을 칩니다. 하지만 일상적인 제작발표회나 기자간담회에 제 시간 지키는 기자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취재일정이 바빠서 우선순위에서 밀린 탓도 있겠지만, ‘나 하나쯤혹은 뭐 대충하는 매너리즘의 영향도 없지 않죠. 그래서 발표회나 간담회가 공식 일정보다 20~30분 늦게 시작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 왔습니다. 신랄한 리뷰를 잘 쓰는 기자라면 자기 자신에게 다른 잣대를 갖고 있는 것 아닌지 한 번쯤 리뷰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KOG 대표는 북핵 사태를 걱정하더군요. 처음 서울에서 하는 제작발표회에 대한 염려가 많았으니, 게임과 직접 관련이 없더라도 그런 이슈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렇지만 변수는 북핵이 아니라 <WOW>였습니다. 전날 블리자드에서 기습적으로 확장팩의 클로즈베타 테스트를 시작했고, 각 매체 기자들에게 계정을 제공했죠. 따라서 많은 기자들이 그 시간에도 버닝하고 있었거나, 버닝 후 산화한 상태였을 겁니다.

 

이런저런 까닭에 행사는 30분 정도 늦게 시작했습니다. 평소보다 기자들도 적었고, 오히려 퍼블리싱 관계자들이 더 많이 왔더군요. KOG 관계자 분은 MT겸 해서 온 것이고, 처음 하는 것이니, 크게 실망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공식 행사가 끝나고, 1 넘도록 대구에서 올라온 분들은 식사를 못했습니다. 구경꾼들이 먼저 먹고 있는 동안 기다리고 있었죠. 소중한 경험이라고 하지만, 참 힘든 하루였을 겁니다. 행사가 마친 뒤, 그들은 바로 짐을 싸서 대구로 내려갔습니다.

 

구경꾼 모으기’라는 외형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이번 제작발표회는 '13일의 금요일'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제품에 대한 첫 평가라는 제작발표회의 실질적인 성과로 본다면, 이날 행사는 'TGIF'(Thank God, It's Friday)였습니다


기사로는 쓰지 않는 내용이지만, 플레이 영상을 본 뒤 현장의 기자들이나, 퍼블리싱 관계자들이 매너용멘트가 아니라 진짜로게임이 잘 나왔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으니까요. 디스이즈게임이 현장에서 찍어 공개한 플레이 동영상에 대한 유저들의 관심도 무척 높고, 평가 역시 무척x2 좋았습니다.

 

KOG 대표는 부족한 것이 많지만 잘 부탁합니다라는 말로 프리젠테이션을 마쳤습니다. 순간, 누가 부족하다고 느껴야 하는 건지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뜨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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