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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딴지]블리자드의 유저PC 훔쳐보기

도둑 잡기 위해 집에 CCTV 다는 꼴

고려무사 2005-08-13 22:07:58

게이머들이 블리자드의 유저PC 훔쳐보기에 또 다시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습니다.

 

북미 게이머들은 최근 블리자드가 사생활을 침해했다 PC에서 더 이상 개인정보를 빼가지 말라고 요구했습니다.

 

사실 블리자드가 유저PC에서 개인정보를 가져간다는 사실은 올해 초 국내에서도 잠깐 화두가 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 PC방 업주들과 유저들은 <WOW> 불매운동을 전개하면서 개인정보를 마구 빼가는 블리자드코리아의 이용약관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죠.

 

최근 이 문제는 블리자드가 <디아블로2> 유저 3 2,000명과 <WOW> 유저 1,000여명의 계정을 차단하면서 다시 불거졌습니다. 유저들은 핵을 쓰다가 블록당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자신의 개인정보를 빼간 것에 대해서는 몹시 기분나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 유저는 우리는 모든 개인정보를 주는 블리자드를 철저하게 신뢰해야 한다만일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해커에게 해킹프로그램을 깔도록 허락한 꼴이라고 블리자드를 비꼬았습니다.

 

이에 대해 블리자드는 각종 핵과 불법프로그램으로부터 <WOW>를 보호하기 위해 유저들의 PC를 스캔(조사)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어떠한 정보도 가져갈 수 있다?

 

약관내용을 살펴보면서 꽤 충격적입니다요약하면 대충 이렇습니다.

 

우리가 이용자에게 WOW에 접속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대신 블리자드는 별도의 통보 없이 이용자의 컴퓨터에서 한 개 이상의 쿠키를 받아보고 이를 식별할 목적으로 이용자의 하드드라이브, CPU, IP주소 및 운영체제 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

 

그리고 약관 말미에는 하지만 이것에 국한되지는 않는다라는 말이 덧붙어 있죠.

 

 

게이머들의 불쾌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다음 조항에는 “WOW 이용자들에 관한 통계를 목적으로 별도의 추가통보 없이 비개인적인 성격의 데이터를 취할 권리가 있다고 쓰여 있습니다.

 

제가 지식이 짧아서 그런지, 저는 블리자드가 원하는 비개인적인 정보가 뭔지, 어느 수준까지 정보를 취득하려고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정보가 전송되는지조차 모른다

 

 

약관 내용대로라면 블리자드는 유저의 PC에서 어떠한 정보도 빼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블리자드 앞에서 유저들은 알몸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셈이죠.

 

이러다 보니 블리자드는 전세계에서 서비스되는 어떤 온라인게임보다도 핵, 치트를 쓰는 유저를 용하게 잘 잡아냅니다.

 

적절한 비유일지 몰라도 블리자드의 행위는 경찰이 도둑을 잡기 위해 각 가정에 CCTV를 설치하는 격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는 그 CCTV가 범죄예방에 활용될지라도 때론 우리의 발가벗은 모습이 찍히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어떤 정보가 블리자드의 손에 들어가는 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블리자드가 해킹을 차단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정보만을 가져간다는 말을 액면 그대로 믿기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더 큰 문제는 그 정보가 유출됐을 때를 대비한 블리자드의 어떠한 의무조항도 없다는 점입니다.

 

 

 

SOE는 유저의견 결국 수렴

 

과거 <에버퀘스트>를 서비스하는 SOE가 똑 같은 문제로 유저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SOE는 결국 유저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PC에 대한 스캔을 멈추고 만일 해킹 등을 막기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고 판단될 때에는 사전에 동의를 구하기로 했죠.

 

MMORPG를 서비스하는 회사들의 가장 큰 골치중  하나가 부당한 방법으로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을 색출하는 것입니다. 웹젠, 엔씨소프트 등 유명 게임업체들도 유저들과 쫓고 쫓기는 술래잡기를 계속해왔습니다.

 

손쉬운 방법에는 언제나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제가 보기에 블리자드는 손쉬운방법을 택했고 그 부작용으로 유저들에게 거센 항의를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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