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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그만하세요! 신야구 표절 타령

임상훈(시몬) 2005-08-16 01:11:48

표절은 나쁜 짓이다. 아주 나쁜 짓이다. 그렇지만 그것만큼 나쁜 짓이 또 있다. 명확한 근거나 판단 없이 표절 혐의를 씌우는 일이다.

 

표절이 도둑질이라면, 이건 무고(誣告)에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 ‘표절이 원작자의 땀과 시간을 훔쳐가는 것이라면, ‘표절이라는 비난은 제작자의 땀과 시간은 물론 명예까지 짓밟을 수 있다.

 

 

 

최근 표절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게임이 있다. 네오플이 개발하고 한빛소프트 유통하는 <신야구>. 코나미의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이하 <실황>)와 닮았다는 이유다.

 

게임이 나오기 전부터 캐릭터가 비슷하다는 일부 게이머들의 의혹이 기사화됐다. 게임이 나온 뒤에는 코나미 관계자의 으름장이 크게 기사화됐다.

 

3등신 캐릭터 ▲몸과 다리가 떨어진 점 ▲선수 컨디션 표시 아이콘 ▲키조작 방법 같은 점 등이 코나미 관계자의 입을 통해 표절의 근거로 제시됐다. 일부 매체는 계속 관련 기사를 쓰고 있다.

 

표절이라고 판단했다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검증이나 판단은 좀체 보이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문제인 게임 플레이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다. 일단 캐릭터가 닮았으니 표절 의혹’, ‘표절 입방아식으로 지르고 본다. 거기에 <신야구> 전에 한빛소프트가 유통했던 <팡야>는 <모두의 골프>(소니)를 베낀 듯하다는 이야기도 덧붙인다.

 

 

 

필자는 <신야구> <실황>의 표절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코나미 측 관계자가 제시한 근거를 하나하나씩 살펴보자.

 

3등신 캐릭터 ▲ 몸과 다리가 떨어진 점 

 

 

닮긴 닮았다. 하지만 3등신이나 몸과 다리가 떨어진 것이 <실황>의 독점물은 아니다. <레이맨>(Ubi소프트)이나 <보난자 브라더스>(세가) 같은 게임에서도 몸과 다리가 떨어진 3등신 캐릭터가 있다. 닮았다고 혈액형 검사도 안하고 자기 자식이라고 우길 수는 없는 일이다. 또 혈액형이 같다고 다 자기 자식은 아니다.

 

쫀쫀하게한마디 덧붙이자. <신야구> 선수들은 <실황>과 달리 팔(관절)이 없다. 오히려 그런 모습은 <레이맨>과 가깝다.

 

 

▲ 선수 컨디션 표시 아이콘  

 

 

스포츠에서 선수의 컨디션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게임의 특별한 요소라기보다 스포츠의 본질적인 요소다. 따라서 그것을 표시한다는 것을 어느 게임이 독점할 수 없다. <위닝 일레븐> <피파> 시리즈에도 선수 컨디션이 표시된다그것을 표시하는 방식, 즉 디자인이 똑같다면 문제다. 하지만 얼굴 표정으로 그것을 나타내는 <실황>과 날씨로 표시하는 <신야구>는 다르다.

 

 

▲ 키조작 방법  

 

세가의 <챔피언 베이스볼>(83년) 게임기의 모습. 키 세개 누르는 것은 고전 야구 게임의 기본적인 인터페이스였다. 

 

키조작 방법을 걸고 넘어지는 것은 우습다. 방향키로 루를 선택하는 것이나 세가지 버튼을 사용하는 것은 오락실의 <스타디움 히어로>(세가)나 그 전의 아타리 시절부터 일반적인 인터페이스였다. 억지겠지만, 아타리나 세가가 이것을 주장했다면 그나마 이해하겠다.

 

 

이런 필자의 판단이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근거가 없이, 혹은 근거에 대한 판단 없이 그냥 표절한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팡야> 건도 그렇다. 현재 별탈 없이 일본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게임이다. 소니에서 먼저 제안이 와 PSP용으로 출시된다. <모두의 골프>는 소니에서 만든 게임이다. 정작 <모두의 골프> 관계자들은 조용히 있는데, 왜 이렇게 소란한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론 일부 게이머가, 또는 코나미 관계자가 이야기한 것 자체가 뉴스 가치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일이다하지만 글머리에서 언급했듯, ‘표절은 조심히 다뤄야 할 물건이다. 잘못하면 억울한 사람 가슴에 못을 박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이머는 개인적으로 이런 것 아니냐고 이야기할 수 있다. 크게 신경 안쓰고 친구끼리 사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될 게 없다. 경쟁사 담당자도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 자기 회사 이익을 위해서 그렇게 정치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이 공적인 장으로 나오면 좀더 엄격하고, 공정하게 다뤄져야 한다. 최소한 언론은 친구끼리 사담 나누는 곳이 아니고, 정치적으로 한 회사의 이익만 반영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야구>는 원래 지난 겨울 게임을 출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KBO 라이센스를 얻고 보충할 부분을 채우느라 올 여름 되서야 오픈 베타를 시작했다. 8개월 동안 20여 명의 젊은이들은 야근을 밥 먹듯 하며 모니터만 보며 달려왔다. 그런데 그렇게 나온 게임이 명확한 근거도 없이 표절 아니냐며 욕을 먹고 있다.

 

<신야구><실황>을 모두 해본 게이머들은 대체적으로 다른게임이라고 말하고 있다. <실황>이 섬세하게 시뮬레이션에 포커스를 둔 게임이라면, <신야구>는 잔뜩 아케이드성에 중심을 두었다는 것이다.

 

캐주얼 게임의 열풍이 불면서 앞으로 많은 게임들이 나온다. 최소한 공적인 매체에서는 단지 소재가 비슷하거나, 캐릭터 모양이 닮았다는 이유로 너무 쉽게 표절운운하지 않았으면 한다. 정말 표절이라면, 빼고 박을 수 없는 확실한 증거로 나직하게 이야기하면 된다. 결코 소리치지 않아도 모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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