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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자수첩] 코로나가 낳은, 온라인으로 열린 E3에 대한 단상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는 E3, 변화의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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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혁진(홀리스) 2021-06-16 14:23:06

6월 12일부터 16일은 세계 3대 게임쇼 중 하나인 E3 2021 주간이다. 그런데 E3라는 느낌이 없다. 

 

E3 2020은 코로나라는 세계적 재앙으로 인해 취소 결정을 내렸다. 1년 뒤인 E3 2021은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이 소식에 기대가 컸다. 먼저 E3의 성격을 이해해야 한다. E3는 6월이라는 시기 상 전세계 주요 게임사가 올해 선보일 신작과 서비스 등을 최초, 그리고 대거 공개하는 게임쇼다. 

 

그리고 이를 발표하는 컨퍼런스와 발표한 게임을 선보이는 부스를 설치해 주목도를 높이는 전시 행사로 구분된다. 그런데 일반인이 관람하는 것은 불가능한 전통적으로 B2B, 즉 업계 관계자만 출입 가능한 비즈니스 쇼였다. 일반인이 E3를 관람하겠다고 미국까지 가봤자 행사장 출입은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한 해 가장 굵직한, 그리고 처음으로 공개되는 소식이 많기에 미디어들의 집중도 가장 높은 행사다. 덕분에 이를 활용한 광고와 마케팅 규모도 역대 최대였고 그만큼 업체들은 부스의 규모와 화려함에 가장 많이 신경을 썼다. 덕분에 유저들이 가장 관심있게 지켜보는 게임쇼가 되었고.

 

2017년부터 일반인 관람객을 일부 수용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B2C 게임쇼는 아니다. 그런데 E3 2021은 성격이 애매모호해졌다. 온라인 행사가 되면서 어쩔 수 없이 행사 성격이 B2C처럼 되어버렸다. 굳이 따지자면 미식 경연 대회였던 전통의 행사가 온라인 홈쇼핑처럼 되었다고 할까?

 

 

E3 2021은 여러모로 낯섦 가운데 열렸다. 아마 B2B 행사가 B2C 형식으로, 그리고 그조차 온라인으로 개최함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전시 행사가 없어지다 보니 업체별 쇼케이스(예전이라면 프레스 컨퍼런스) 중심의 행사 구도를 갖추게 됐다.

 

화려한 부스를 꾸며서 관람객(그나마 업체 관계자 대상으로)을 맞이해 각 업체가 힘자랑을 하던 E3가, 일반 유저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영상으로 꾸미다 보니 여러모로 어설픈 모습이다. 온라인으로만 열리다 보니 E3의 명물인 행사장 주변 주요 건물의 페인팅 되는 게임이나 LA 컨벤션 센터 주위의 왁자지껄한 풍경과 부스를 가득 메운 인파는 올해 찾아볼 수 없다. 

 

일상을 바꿔 놓은 코로나는 게임쇼의 틀도 바꿔버렸다.

 

올해는 아쉽게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없다.

코로나로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은 곳이 미국과 유럽인 만큼 해당 지역의 개발자들이 있는 게임 스튜디오는 개점 폐업 상태일 것이다. 신작이 나오는 걸 기대하기보다 그 개발자들이 살아있는지 걱정하는 게 우선이었을 터다. 당연히 E3에서 선보일 무언가를 만드는 건 힘든 상황이었고.

 

이는 매체로서도 마찬가지다. 게임사의 반응을 가늠할 수 있는 현장 반응, 신작을 체험해볼 수 있는 핸즈온 기회, 개발자들의 인터뷰 등을 전하기엔 공간도, 시기도, 그리고 콘텐츠도 부족했다. 온라인으로 유저에게 실시간으로 정보가 전달되다 보니 이에 대응하는 것도. 

 

E3 2021은 모두 온라인 영상으로 대체됐다. 코로나가 바꿔 놓은 풍경이다. 구성이나 게임의 반응을 떠나, 각 업체는 쇼케이스에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온라인으로 바뀌며 장소 섭외부터 각종 시설 설치 등 부대비용을 들이지 않고 자체 구성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그렇다고 잘했다는 건 아니다. 결과물은 아마추어 게임쇼를 보는 느낌이었다.

  

2019년 같은 날 다른 시간대 열렸던 Xbox와 베데스다의 발표는 2년 뒤 한 식구가 되어 함께 쇼케이스를 진행했고 <스타필드>를 포함한 30개의 강력한 라인업을 과시했다. <파이널 판타지16>가 없어 아쉬웠지만 스타로드를 앞세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등 여러 신작을 내세운 스퀘어에닉스,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후속작을 발표한 닌텐도까지.

 

많은 곳이 한국어 자막을 지원한 가운데, 유비소프트는 한국지사 유비소프트 코리아를 통해 한국 커뮤니티 전용 방송을 보내 현지 유저를 고려한 좋은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베데스다가 개발 중인 <스타 필드>
닌텐도는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후속작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에도 E3의 구성이 꽉 채워지지 않는 느낌이 든다. 환경적인 한계를 고려해도 E3 자체의 역할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마지막 날인 16일 닌텐도 다이렉트, 반다이 남코 등 여러 업체의 쇼케이스가 남아있긴 하지만 개별 업체의 행사로 여겨진다. E3가 구심점의 역할, 행사 전체를 아우르는 무언가가 없다는 느낌은 여전하다.

 

그간 E3는 B2B 중심으로 열리며 최대 규모와 물량을 강조해왔다. 한 해 게임 비즈니스가 시작되는 곳인 만큼 당연하다. 하지만 올해는 규모와 물량 모두 부족한 모습을 보이며 애매한 모습을 보였다. 다수 업체도 E3의 온라인 효과가 매우 적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소니는 2018년부터 자체 행사를 열며 사실상 E3와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도 E3 2021에 불참했다.

 

사실 E3가 B2C 측면이 강조된 온라인 게임쇼를 연다고 했을 때부터 큰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작년 개막 취소 이유도 코로나 때문이기도 하지만 온라인 개최에 어려움을 호소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올해 모습을 볼 때 E3의 대응은 여전히 부족하다.

 

온라인으로 열리는 만큼 좀 더 많은 채널, 유저가 소통하며 행사를 참여할 수 있는 형태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도 크다. 여전히 과거의 폐쇄적인 형태의 비즈니스, 구도를 유지하며 온라인에 억지로 틀을 맞춰 많은 이로 하여금 '시대에 뒤떨어지는 행사'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E3가 이처럼 과거의 형태를 고수하는 가운데, 많은 행사가 코로나에 대비하며 온라인 환경에 맞춰 대응하고 있다. '서머 게임 페스트'와 '게임스컴'이 꼽힌다.

 

서머 게임 페스트는 '더 게임 어워드'의 주최자 제프 케일리가 취소된 E3를 보완하기 위해 2020년부터 시작했다. 올해는 E3보다 이틀 앞선 11일 3시간 반 분량의 거대한 규모로 성대하게 치렀으며 에픽게임즈, 소니, MS, 스팀 등 퍼블리셔와 블리자드, 라이엇 게임즈, 캡콤, 반다이남코, 미호요 등 동/서양 34개 업체가 이름을 올렸다.

 

서머 게임 페스트는 올해 2회째를 맞이했다.
동/서양 여러 게임사가 이름을 올렸다.

 

행사는 6월 10일 킥오프 라이브를 시작으로 12일 유비소프트 포워드, 16일 스팀 넥스트 페스트, 그리고 7월 22일 EA 플레이 라이브, 8월 24일 게임스컴 오프닝 라이브 나이트까지 예정되어 있다. 서머 게임 페스트는 규격화되지 않은, 좀 더 유연한 행사라는 부분에서 주목받는다.

 

디지털 쇼케이스답게 퍼블리셔 뉴스와 인게임 정보, 플레이어블 콘텐츠 공개 등 여러 주제로 소식이 전달된다. 또 업체가 이벤트 일정과 세부 내용을 공지하면 서머 게임 페스트는 소셜 미디어로 이를 공유해 여러 이벤트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편리함도 제공한다. 해외 매체와도 협력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러 산업의 모습을 변화시키는 코로나 시대에서, 서머 게임 페스트는 파급 효과나 영향력을 떠나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받기에 충분하다. 물론 서머 게임 페스트가 현시대를 고려한 완벽한 게임쇼라는 것은 아니다. 환경의 변화에 따른 유저, 관람객 성향을 대처한 것은 E3 입장에서는 충분히 참고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게임스컴은 E3와 TGS와 다르게 온라인 게임쇼 부문에서 성공적인 평가를 받았다. 2020년 100% 온라인으로 대체됐던 게임스컴은 올해 8월 온라인/오프라인을 병행한 행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슬로건도 '피지컬 앤 디지털'이다.

 

게임스컴 2020은 B2B, B2C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그러나 B2B의 경우 온라인에 일부 한계가 있음을 판단했고 올해에는 B2B 행사를 오프라인으로 개최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물론 신작 시연 행사나 e스포츠, 코스프레 행사 등 기본적인 요소도 갖추겠다고 밝혔다.

 

작년 코로나에 대응해 빠르게 피드백을 받은 게임스컴은 올해 하이브리드 형태의 게임쇼를 열게 됐다. 물론 올해 역시 시행착오를 겪게 되겠지만, 단점과 한계를 보완하며 시국에 맞는 게임쇼의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E3가 세계 3대 게임쇼로 인정받아온 것은 그만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게임산업의 전성기와 함께하며 산업의 변화와 새로운 시도를 기민하게 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E3는 급변하는 코로나 환경에 미진한 대응을 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며 비대면이 정보 수집의 주요 소비 선택지로 자리잡았다. 코로나로 촉발된 환경 변화는 비대면화,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시키고 미래를 앞당겼다. 대면, 전시 중심의 행사였던 E3도 충분한 고민과 과감한 시도가 필요한 때다. 
 

최소한 2021년처럼 보여 줄 것도, 이야기할 것도, 모이기도 힘든 상황에 개발자들의 생존이 더 우선이라면 과감하게 'Cancel'을 선택하는 것이 옳은 판단이 아니었을까 싶다. 여러모로 너무 아쉽다. E3 2021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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