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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자수첩] 증권가 게임 분석, 이대로 좋은가?

근거 없는 수치 실제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어... 신중한 접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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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우티) 2023-12-13 16:46:52

2023년이 지고 있다. 돌이켜 보면 게임기자로서 여러모로 행복한 한 해였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누적 판매량 200만 장, <P의 거짓>은 100만 장을 넘겼다. ​넥슨과 네오위즈가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거둔 이 성적은 대단히 고무적이다. <데이브 더 다이버>와 <P의 거짓> 두 게임은 100만 장 넘게 팔리며 '쌍백만' 기록을 세웠다. 이 일은 앞으로도 두루두루 회자될 것이다.

하지만 증권가는 달랐다. 작년 8월, N증권사는 <P의 거짓>의 누적 판매 추정치를 250만 장으로 제시했다. 이 증권사는 "독일에서 열린 게임스컴 2022에서 공개한 <P의 거짓>은 '베스트 액션 어드벤처 게임'을 포함한 3개 상을 수상했다"며 "공개된 영상과 게임 플레이에 대한 반응이 상당히 양호했던 부분을 반영해" 판매 예상치를 상향했다. 그리고 올해 10월, 이 증권사는 <P의 거짓>이 자신들이 예상한 판매 예상치에 미달했다며 목표가를 깎아버렸다. 

<P의 거짓>의 '시장 기대치'에 대해 D증권사와 S증권사도 200만 장을 제시했다. 특히 S증권사는 2022년 10월 발간한 리포트에서 "유사게임 <블러드본>은 PS에만 출시됐는데 불구하고 200만 장 이상 판매됐으며, 최근 <엘든링>은 1,700 만장 이상 판매되면서 소울라이크 장르에 대한 대중화를 일으킨 상황이다. 또한 국내 대형 게임사들의 콘솔 신작 예상 판매고는 400~600만 장인 만큼 <P의 거짓>에 대한 판매고 추정치는 합리​적"이라는 단서까지 달았다.

S증권사의 작년 10월 리포트 중 일부 발췌

<P의 거짓>은 이미 2022년 8월, 증권사들이 '3관왕 모멘텀'으로 꼽은 바로 그 게임스컴에서 엑스박스 게임패스 데이 원(Day 1) 입점을 확정 지었다. 현장에서도 <P의 거짓>은 MS 부스에서 전시됐으며 관람객들에게도 게임패스 입점이 안내됐다. 구독형 서비스인 게임패스에 특정 게임이 입점하면 단일 타이틀의 판매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여러 증권사들은 여전히 과장된 목표치를 제시했던 것이다.

그래서 기자는 증권사가 내놓는 게임 관련 가이던스를 믿을 수 없다. '소울류의 원조 맛집'인 프롬 소프트웨어와 도전자 격인 네오위즈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거나, 게임패스 입점 소식이 1년 전에 발표됐는데 목표 가이던스를 바꾸지 않았다가, 자신들 가이던스에 실적이 미치지 못하자 목표가를 줄이는 모습을 보라. 네오위즈는 근거 없는 예상치 대신에 게임패스 입점 MG와 100만 장이 넘는 스탠드 얼론 게임 판매로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최근 N증권사는 엔씨소프트의 새 PC MMORPG <쓰론 앤 리버티>(TL)가 양호한 실적을 거두면 "내년 750억 원 수준의 국내 매출을 거둘 것"이라고 썼다. <TL>은 월정액제를 채택하지 않는 F2P 게임에 (지금까지는) 뽑기 없이 '배틀 패스' 등 확정형 아이템을 판매하고 있다. 미래에 어떤 비즈니스모델(BM)이 추가될 지는 모를 일이나, 개발진은 (일단은) 캐릭터 능력치에 BM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TL>의 주력 상품인 배틀 패스

N사는 750억 원의 근거에 대해 "서버 1대당 1만~1만 5,000명의 유저가 들어갈 수 있으므로 서버 10대가 꽉 찰 경우 동시 접속자는 10만~15만 명 정도인 셈"이라며 그 이용자 절반이 월 19,900원 상당의 배틀 패스를 매달 구입하고, 또 초기 성장패스 등을 추가로 구매했을 때의 수준이라고 제시했다. <TL>의 게임성이나 엔씨소프트의 서버 수용력에 대해서는 차치하고, 기자는 그 어떤 게임에서도 유저 2명 중 1명이 패스를 구매하고, 그것을 매달 유지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없다. 허황된 계산이다.

일반적으로 MMORPG 동시접속자는 게임사의 공식 발표나 스팀 차트 이외에는 전부 추정치로 본다. 그마저도 '최고시청률'처럼 가장 눈에 띄었던 순간을 짚어서 발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서버 슬롯을 보고 동시접속자가 "10만 명 이하"라고 가정할 수는 있겠지만, 엔씨소프트는 아직 <TL>의 동시접속자 수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 없다. 서버의 수용 인원이 어느 정도인지, 그곳에 사람이 꽉 차면 어느 정도인지 또한 알 수 없다. 그래서 유저들은 PC방 순위로 PC게임의 인기 척도를 가늠하고 있다.

증권사가 느슨한 근거로 매출을 예상했는데 기업이 이를 이루지 못할 것 같으면, 증권사는 기업의 목표 주가를 낮추고 투자의견을 고칠 것인가? 그렇다. 12일 S증권사는 <TL>의 매출 추정치를 2,500억 원에서 1,000억 원으로 하향하며 목표 주가를 낮추었다.​ 

이들의 분석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을 것이며, 이번 <TL> 리포트에도 일정 부분 동의하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근거 없는 수치로 추정된 분석이 마치 사실처럼 도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우리라도 허황된 숫자로 이루어진 리포트에 단호하게 '매도' 의견을 내야겠다.

S증권사의 12월 12일 리포트 중 일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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