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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새 소식

[기행기] 미션 회상 ~ 3편, 수상한 토굴, 미로 탐험

나스냥의 아르보레아는 언제나 맑음 #9

R라그나스 2011-03-14 13:23:57

 

<지난 편 요약>

여신님을 알현한 에스델바우트와 아크투러스. 숨 돌리기가 무섭게 사마엘로부터 새로운 명령을 받았다. 다름아닌 망자의 토굴 내에 있는 로크 교도의 병참 기지를 파괴하고 지휘관을 처치하라는 것. 그러나 현지에 파견나가 있던 장교는 사마엘의 명령이 말도 안된다며 코웃음치는데...

 

 

 

모래먼지 풀풀 풍기는 길을 따라 달려, 꽤 복잡한 지하 구조물 입구에 도착한 필자와 K양.

구름도 찾기 힘든 파란 하늘에서 바로 쪼이는 햇볕의 열이 보기만 해도 뜨거웠지만, 그늘이 깊게 진 아래쪽은 생각보다 꽤 시원해 보였다.

 

 

▲ 뭐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구조물. 유적인가?

 

내려가려면 한참 걸릴 것 같다.한번 뛰어내려볼까 했지만, 말이 말을 안 들어준다. 쳇.

 

 

아쉽게도 번지 실패.
포기하고 얌전히 말을 달려 절벽을 끼고 내려가자,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얼굴의 특무대 장교가 필자를 맞이했다.

 

 

▲ 아오...

 

“아… 이자식이 또 열 받게… “

“어허. 참아. 어디서 X가 짖는다고 생각하고.”

 

 

▲ 그래, 일반병이라 참 미안하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아주 그 상사(사마엘)에 그 부하였다. 자칭 엘리트라는 특무대, 대체 무슨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양반들이래?

 

ㅡ음. 그나저나 가만있자.
조금 전부터 신경쓰였는데, 이 얼굴 어째 되게 낯이 익어…

 

“아무래도… 이놈 아까 걔하고 똑같지 않나?”

“…엉. 그냥 쌍둥인데.”

 

 

▲ 까던 놈과 까이던 놈이 똑같이 생겼다?!

 

아무리 봐도 똑같다.

아니 표정 하나 안 변하고 똑같이 생겨놓고선 서로 재수없는 낯짝이라고 비웃는 거였냐.
여하튼 언데드 노예의 일지를 모아오라고 하니 가지러 가자. 그런데 언데드가 (그것도 노예가) 일지도 쓰나? (...)

 

 

 

 

 

 

망자의 토굴은 말 같은 이동수단을 사용할 수 없는 지역이었다.

즉 두 다리로 열심히 뛰어다녀야 한다는 소리. 각 층별로 이동을 담당하는 NPC가 있긴 하지만, 사실 1층, 2층, 3층간의 거리가 멀다는 것이 아니라는 데에 문제가 있었다.

 

아오. 여기가 어디지.

 

“이게 왠 미로야…”

 

 

▲ 그 와중에 버섯 따오라는 퀘스트 수행중

 

그 길이 그 길 같고, 실제로도 그 길인(?) 기가 막힌 일이 심심찮게 일어나는 곳이 바로 이 토굴이었다.
지도 보고 따라가면 된다고 편하게 생각했던 게 얼마나 안일한 생각이었던지.

 

 

▲ 온 사방이 훼이크 ㅠㅠ

 

지도에서 보면 이 길은 분명히 뚫려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눈을 아주 아주 크게 뜨고 자세히 보면 희미한 선으로 막혀있다. 아무 생각 없이 걸어가다가는 몇 번을 돌다가 이 안에서 길 잃기 십상.

 

게다가 이 곳에도 퀘가 넘쳐났다. 그냥 퀘스트를 받다가는 등록할 수 있는 퀘스트 횟수 제한에 걸리므로, 앞 동네 퀘스트를 해치우고 오던가 포기해야 했다. 물론 퀘스트 클리어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테라답게(…) 그냥 토굴 안으로 들어가서 눈에 보이는 건 다 잡으면 된다. 아이 신나.

 

 

▲ 내놔라, 일지!

 

겨우 잡아다가 갖다 줬는데, 이제 화내기 시작하는 엘리트 장교님.

 

 

▲ 고갱님 이러시면 곤란하지 말입니다...

“이제 같이 화내기도 귀찮다…”

“잘 생각했다. 냅둬.”

 

 

▲ 그냥 낙서 같은데...

 

상대하기 귀찮아서 알았다고 하고 냉큼 돌아섰다.

이제 2층으로 가야 하는군.

 

 

 

 

 

 

▲ 여기도 쌍둥이가...

 

빼다 박은 듯한 NPC에게 무기 상자를 열어 위험한 무기를 가져오라는 퀘스트를 받았다.
위험한 건데 내가 갖고 와도 되는 건가? 왠지 자꾸 병참 기지라고 우기는 것부터 상당히 수상한데…

 

“얘넨 저렇게 잘났으면서 왜 이런 건 직접 안 하지?”

“놔둬. 길치일지도 모르잖아.”

“오호라. 들어가면 길을 잃는 거군.”

 

유치하다는 걸 알면서도 특무대를 안 까고는 배가 아파 퀘스트를 진행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시답잖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아래로 내려가던 도중.

 

 

 

 

 

쾅!!

 

 

 

 

“?!”

 

“깜짝이야.”

 

대충 쓸어버리고 때려눕히며 얼마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뭔가 시커먼 것이 굉음과 함께 시야를 온통 가렸다.

ㅡ아. 이것이 그 소문의 토굴 속 부활의 집게거미인가!

 

“음… 그럴 리 없겠지만, 혹시 이건 안 잡아도 되는 게 아닐까?”

“그런 행운이 있을 리 있냐. 잔말 말고 잡아.”

 

아, 정말 크다. (특히 저 다리가.)

 

방 안에 실거미만 걸어가도 식겁하는 우리가, 아무리 게임이라지만 모니터를 한 가득 메우는 거대 거미를 잡아야 하다니.

 

그나마 바실리스크와 쿠마스, 송곳니 용병단 등등을 (반쯤 강제로)잡으며 그럭저럭 대형몹을 처리해온 경험으로 일단 도전해보기로 했다. 어떻게든 되겠지 뭐.

 

 

▲ 으악

 

대략 난감.

 

뻗어 오는 거미 다리가 내 회피보다 더 길다. 그냥 맞을 셈 치고 바닥에 가서 힐 깔고, 또 어글 튀어서 도망가려니 여기가 바로 토굴 안이라 온 사방이 막혔다는 거. 시야도 X같고 조금만 옆으로 갔다가는 옆동네 거미까지 같이 데려올 거 같아서 멀리 뛰지도 못하고.

 

가끔 빙글빙글 돌면 그냥 여과없이 다 맞는 뻘짓을 하던 중, 한 무리의 유저들이 나타났다.

 딜러 셋이 모인 그 유저들은, 우리가 피해다니던 옆 자리 거미를 잡기 시작했다. 

 

“….어. 우리 여기서 죽으면 어케 됨?”

“그런 소리 할 시간에 한대 더 패!!”

 

…왠지 여기서 누우면 무지무지 민망할 것 같아서(..) 두 배로 열심히 잡기 시작.

 

다행스럽게도 옆 파티보다 먼저 잡았다. 이제 맘 편히 모닥불 타임. 얼마나 뛰어다녔던지, 그 놈의 거미 고작 한 마리 잡았을 뿐인데 컨디션이 바닥으로 굴러 떨어지고 있었다. 왠지 캐릭터 컨디션보다 필자의 컨디션이 더 떨어지고 있는 건 착각일까…

 

 

사이 좋게 남은 거미 두 마리를 후딱 해치우고, 잽싸게 미션 퀘스트로 복귀!

 

 

 

 

 

에고, 무기상자까지 가는 길이 왜이리 험난하냐.

 

 

▲ 도착했으니 열어나 보자.

 

......응?

 

 

▲ 날이 잘 드는 가위도 아니요, 거대 가위도 아니다.

“헐? 낡은 가위?”

 

…언제부터 낡은 가위가 그렇게 위험천만한 무기였지? 아, 물론 낡아서 녹슨 가위는 자칫 잘못 찔리거나 베이면 파상풍에 걸릴 테니 위험하기는 하겠지….

 

 

“장난하냐!!”

 

 

 

아니, 처음에 이런 습기 찬 곳에 병참 기지 같은 게 있을 리 없다는 NPC의 말이 유일하게 멀쩡한 말이었다는 사실을 이런 식으로 깨닫게 해 주다니. 아이고. (데굴데굴)

 

낡아빠진 가위를 비롯한 잡동사니들을 싹 긁어 모은 필자와 K양은 예의 그 엘리트 장교님에게로 돌아가기로 했다. 반응이 상당히 궁금한데?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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