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그렇게 눈에 띄는 게임은 아닌데…
썸에이지가 퍼블리싱하고, 지난 11월 27일 서비스를 시작한 <진화소녀>는 요즘 모바일 게임계에서 나름 인기 카테고리로 자리를 잡은 ‘미소녀 캐릭터 수집형’ 전략 게임 중 하나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따지자면 ‘중화권에서 만들고’, ‘일본 성우가 목소리를 녹음한’, ‘오타쿠 취향’의 ‘미소녀 캐릭터 수집형’ 전략 게임으로 분류할 수 있는 작품이다.
사실 냉정하게 따져서, <진화소녀>는 이 카테고리의 게임들 중에서도 딱히 엄청 눈에 띄는 작품은 아니다. 무언가 획기적으로 눈에 띄는 소재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비주얼이나 게임 방식이 혁신적인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개발팀이 다른 유명한 게임을 개발한 실적을 가지고 있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이 때문에 그냥 겉모습만 보면 “그저 그런” 양산형 미소녀 캐릭터 수집형 게임 A. 그 이상의 이미지를 가지기 힘든 게 현실이다.
하지만 <진화소녀>는 무언가 특별한 것은 없어도, ‘미소녀 캐릭터 수집형 게임’이 갖춰야 할 재미 요소들을 충실하게 갖추고 있다. 또 ‘내가 원하는 캐릭터를 뽑고, 그 캐릭터를 육성해서 강해진다’ 라는, 기본 흐름 자체는 다른 게임들과 비교해봐도 평타 이상의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그러니까 단순히 겉모습만 보고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점 또한 많은 작품이라는 뜻이다.
# 포스트 아포칼립스에 미소녀, 좀비까지
기본적으로 <진화소녀>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분위기의 대충 망해가고 있는 세계를 배경으로’, ‘역사적 위인/신화속 영웅들의 DNA를 복원한 미소녀 캐릭터’들이 적들과 사투를 벌인다는 배경설정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나폴레옹, 넬슨, 한니발, 클레오파트라 같은 유명 장군이나 왕, 아인슈타인, 노벨, 케플러 같은 과학자, 심지어 지크프리트나 헤라클레스 같은 신화적 영웅까지 미소녀(혹은 미소년) 캐릭터로 등장한다는 뜻.
각 캐릭터들은 실제 배경이 되는 인물들의 주요 특징이나 이미지를 반영해서 디자인되었다. 일례로 아인슈타인은 원자력과 관련된 여러 요소들이 디자인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고, 기술 또한 원자력을 활용한 범위 공격을 쓴다. 나폴레옹은 역사적으로 단신이었다는 점에서 모티프를 땄는지 단신의 어린 여성(…) 캐릭터로 등장한다.
일단 ‘역사적 인물’들을 캐릭터화 했다는 사실 자체 대한 호불호는 접어두고, 전체적으로 캐릭터들의 일러스트의 퀄리티 자체는 뛰어난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일본 애니메이션풍 일러스트를 좋아하는 유저라면 비교적 만족하면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다만 이런 2D를 기반으로 제작된 3D 모델링은 퀄리티가 그 닥 높지 않다는 점이 아쉽다. 일러스트레이터의 수가 적은지 각 캐릭터들의 ‘개성’ 또한 특별하게 눈에 띄지 않는 다는 점 역시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2019년 12월 13일 기준으로,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약 40명 정도로, 이 장르의 게임 치고 그렇게 많지는 않다.
게임은 전투에서는 3D 그래픽을 사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각 캐릭터들마다 3D 모델링이 존재하지만… 모델링 퀄리티는 다소 호불호가 갈린다.
한 가지 재미 있는 사실은 이러한 미소녀 캐릭터들과 대립하는 적 세력으로 다름 아닌 ‘좀비’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그것도 무언가 어레인지를 가한 좀비가 아닌 일반적인 이미지의 ‘흉측한’ 좀비가 그대로 등장한다. 보통 미소녀 캐릭터 수집형 게임에서 좀비, 혹은 그와 비슷한 적들은 감초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나름 이색적이다.
게임은 ‘좀비물’로서도 나름 여러 요소들을 충실하게 갖추고 있다. 일례로 플레이어의 기지는 평소에는 안전하지만 수시로 좀비들이 쳐들어와서 파괴행위를 한다. 그렇기에 자주 화면을 터치해서 좀비들을 퇴치해야만 하며, 항상 화면을 보고 있을 수는 없으니 난간이나 펜스 등을 설치해서 좀비들의 기지 침입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
메인 스테이지에서 싸우게 되는 적들도 죄다 좀비고, 보스 몬스터 또한 좀비다. 전투가 없을 때 랜덤하게 발생하는 이벤트에서도 좀비들이 몰려나오고… 미소녀 캐릭터 빼면, 이거 좀비 게임이었나?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좀비들은 수시로 플레이어의 기지로 쳐들어오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퇴치하거나 철조망 등으로 방어해야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 재미가 쏠쏠한 전투 시스템과 직관적인 육성 시스템
<진화소녀>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고 한다면 역시나 게임의 ‘전투’ 시스템을 빼놓을 수 없다.
게임의 전투는 플레이어와 적이 공격을 주고받는 턴제 방식인데, 화면 밑에 랜덤하게 등장하는 스킬 아이콘을 클릭하는 것으로 플레이어가 원하는 캐릭터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스킬 아이콘은 무작위로 등장하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때 쓸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즉 전투에 랜덤성이 존재한다는 것. 여기에 게이지를 모아서 발동하는 ‘돌파스킬’ 이라는 변수도 존재한다.
이러한 <진화소녀>의 전투 방식은 실제로 해보면 꽤 재미있으며, 같은 전투라고 해도 매번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동일한 전투를 수십차례 한다고 해도 쉽게 질리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전투 화면 아래에 표시되는 아이콘을 클릭하는 것으로 스킬이 발동된다. 인접한 동일 색의 2개의 아이콘, 3개의 아이콘을 드래그해서 선택하면 더 강력한 기술이 나간다.
일종의 필살기인 ‘돌파스킬’. 게이지를 모아서 발동하는데, 게이지를 모으려면 어느 정도 운과 아이콘을 선택하는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에 머리를 쓰게 만든다.
여기에 <진화소녀>는 각 캐릭터들의 개성과 특성이 뚜렷하고, 영웅들의 타입 (방어형, 공격형, 지원형)에 따른 스킬 특성을 조합하는 재미가 훌륭하다. 등장하는 적(좀비)들 또한 그 특성이 다양하고, 특히 보스 몬스터들은 저마다 약점이나 공략법이 다양하다. 그렇다고 해서 전투 하나하나가 너무 길게 늘어지지도 않고 수동 조작이라고 해도 전투 하나에 평균 5분 미만으로 짧게 끝난다.
만약 머리를 쓰는 것이 귀찮으면 그저 주요 캐릭터들의 레벨을 높여서 그냥 무식하게 ‘전투력’으로 밀어도 된다. 이렇게 게임을 진행해도 특별한 문제가 없다.
보스 몬스터들은 저마다 특성이나 공략법이 다양하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알고 전투에 임하면 보다 손 쉽게 공략할 수 있다.
그리고 <진화소녀>는 캐릭터들의 육성 방법이 직관적이며, 레벨이 오름에 따라 캐릭터들의 성능 차이도 플레이어가 바로바로 체감할 수 있도록 설계가 되어 있다. 그렇기에 다양한 캐릭터들을 육성하고 써보는 재미가 괜찮다.
이러한 기본적인 게임의 흐름 자체가 잘 설계가 되어 있기 때문에 ‘캐릭터를 육성시키고 더 높은 스테이지를 클리어한다’ 라는 기본적인 목적만으로도 <진화소녀>는 초반에는 굉장히 즐겁게 즐길 수 있다.
스테이지 클리어나 기지 건설 등을 통해 ‘훈련 포인트’를 받고, 이를 원하는 캐릭터에 투자하면 즉시 레벨이 상승하는 정말 직관적인 육성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밖에도 장비, 장비 강화, 인연(호감도) 등의 여러 육성 요소들이 있지만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다.
# 온갖 다양한 시스템들을 버무렸지만… 너무 얕은 깊이
<진화소녀>는 사실 냉정하게 따져보면 ‘이 게임만의’ 무언가 독특하거나 특별한 요소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그 대신이라고 할까, ‘미소녀 캐릭터 수집형 게임’이라면 들어갈 수 있는 여러 요소들과 콘텐츠가 굉장히 자잘하게, 그리고 다양하게 포함되어 있어서 이제 막 오픈을 한 게임 치고는 콘텐츠가 제법 풍부하게 갖춰져 있다.
일례로 구현되어 있는 콘텐츠를 보면 일반적인 ‘모험’과 ‘요일 던전’ 형태의 콘텐츠는 기본이고, 다른 플레이어들과 파티를 맺어서 공동의 적을 물리치는 ‘파티 던전’ 시스템, 비동기 방식의 ‘PVP’ 시스템, 친구 혹은 길드 등 대규모 인원이 한꺼번에 달려들어서 물리쳐야 하는 ‘좀비 보스’ 등등. 굉장히 많은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다.
플레이어가 접속하면 의례적으로 해야만 하는 일반적인 ‘숙제’ 외에도 다양한 콘텐츠들이 준비되어 있다.
‘메인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모험의 경우, 동일 스테이지라고 해도 매번 플레이할 때마다 그 구조가 바뀌는 형태다.
모험에서는 단순한 전투 외에도 다양한 미니 게임들이 준비되어 있다.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콘텐츠를 보여줌에도 한가지 문제가 있다면, 이러한 콘텐츠들의 깊이가 굉장히 얕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식탁 위에 반찬은 굉장히 많이 준비되어 있는데 이 반찬을 모두 합쳐봐야 배부르기에는 부족한 양이라고 하면 적절한 비유일까?
실제로 현재 <진화소녀>는 적당히 캐주얼한 플레이어 기준으로도 열흘 정도만 플레이하면 거의 대부분의 콘텐츠가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그 양이 부족하다. 이 열흘간은 즐겁게 몰입하면서 즐길 수 있지만 모든 모험을 클리어하고, 주요 캐릭터들의 레벨을 최고 레벨을 찍고, 도전 콘텐츠들을 클리어하면 어느 순간 ‘갑자기 할 게 사라진다’
많은 유저들이 지난 12월 12일 업데이트된 게임의 첫 번째 ‘기간 한정 콜라보레이션 이벤트’에서 이러한 문제가 상당수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정작 공개된 콜라보레이션 이벤트는 무언가 특별한 던전이나 콘텐츠의 업데이트가 아닌, 그저 ‘일일 임무의 추가’ 정도에 그쳐서 아쉬움을 사고 있다.
국내 유명 웹툰인 <하우스키퍼>와의 콜라보레이션 이벤트가 12월 12일부터 시작되었지만, 이벤트 내용은 현재 많은 아쉬움을 사고 있다.
여로모로 부실 그 자체인 콜라보레이션 이벤트
또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 게임이 ‘편의성’을 포함해서 어떻게 보면 ‘당연히 있어야 할 것’들 중에 나사가 빠진 것이 많다는 사실이다.
일례로 이 게임은 개임 내에 튜토리얼이 있기는 하지만, 이를 다시 보는 기능이 존재하지 않는다. 또 처음 만나는 보스는 공략 팁을 알려주는데, 한 번 본 이후에는 두 번다시 이를 재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스토리를 포함한 텍스트 번역은 ‘번역한 티가 팍팍 나는’ 뭔가 어색한 문체가 굉장히 신경에 거슬리는데, 그나마 다시보기 기능이 존재하지 않는다. 또 미소녀 캐릭터 게임에 성우도 일본에서 나름 ‘유명 성우’로 불리는 성우들을 잔뜩 기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에서는 어떤 캐릭터에 어떤 성우를 기용했는지 그 정보를 확인할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나사 빠진 것들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데 있어서 사실 별 영향이 없는 사소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게임을 하다보면 굉장히 아쉽게 다가온다.
인게임에서는 게임에 대한 여러 정보들을 찾아보기 힘든데, 그나마 공식 카페도 은근히 부실해서 유저들의 공략 정보를 제외하고는 쓸만한 내용을 찾아보기 힘들다.
결론적으로 <진화소녀>는 ‘미소녀 캐릭터들의 육성과, 이를 통한 콘텐츠 해금, 전투의 재미’ 라는 어찌 보면 미소녀 수집형 전략 게임의 가장 ‘기본’의 재미에 충실한 작품이다. 그렇기에 취향만 맞는다면 즐겁게 몰입하면서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콘텐츠의 깊이나 여러 만듦새에 있어서 아쉬운 점이 제법 많기 때문에 이 게임을 과연 ‘오래 즐길 수 있느냐’ 라고 묻는다면 현재로선 여로모로 물음표가 많이 붙는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현재 이 게임의 서비스사 측에서는 공식 카페 등을 통해 현재 게임의 여러 개선 방향과 계획을 밝히는 등, 유저들과 소통하며 하나하나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진화소녀>가 오랜 기간 게이머들에게 사랑 받는 게임으로 남을 수 있을지 이후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