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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배그도 하라면 할 수 있어! 군더더기 싹 뺀 신규 전장 '헤이븐'

더 빨라진 템포로 돌아온 배틀그라운드 시즌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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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체리폭탄) 2020-12-26 04:38:31
배틀로얄 장르가 유행한 지 어느덧 3년이 지났다. 많은 경쟁자가 시장에 나왔고, 새로운 콘셉트로 경쟁하고 있다. 건축 요소나 스킬이 추가되거나, 슈터가 아닌 AOS 장르를 활용하는 등 최근 배틀로얄은 몇 가지 기본 요소를 빼면 3년 전과 아예 다른 장르처럼 보인다.

반면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는 한결같은 모습으로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다른 게임과 비교하면 어딘가 부족하고 아쉬우면서도, 그렇기에 배틀로얄 장르의 원초적인 맛이 진득하다. 개인적으로 <배틀그라운드>를 플레이하고 있으면 마치 모난 데 없이 삼삼한 라면을 먹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이번 신규 시즌은 확실히 다르다. 10번째 시즌 신맵에는 배틀로얄 장르 최신 트렌드가 잔뜩 담겼다. 지난 3년간 장르가 변화해온 흐름을 한 번에 쫓아오려는 느낌이다. /디스이즈게임 박성현 기자




# 더 어려운 난이도, 더 빨라진 게임속도

10번째 시즌의 신규 전장 ‘헤이븐’은 게임속도(페이스, pace)가 남다르다. 최초 파밍과 전투 사이 간격이 놀라울 정도로 짧아졌다. 

이는 전장의 규모 때문이다. 헤이븐은 <배틀그라운드> 전장 중에서 가장 작은 규모다. 에란겔의 규모가 8X8인 데 비해 헤이븐은 1X1에 불과하다. 맵 크기만 따지면 시작부터 에란겔의 4단계 자기장 규모에서 시작하는 셈이다. 참여 인원도 2인 파티 16팀, 총 32명으로 가장 적다.

맵 규모는 작지만, 건물과 오브젝트 밀집도가 상당하다. 공터나 허허벌판이 없다시피 하다. 맵 어디를 가나 파밍 장소가 있고, 건물마다 쓸만한 장비 하나씩은 찾을 수 있다. 건물 2~3개만 훑어도 유저 입맛에 맞는 장비들이 맞춰진다. 플레이어 여럿이 ‘핫스팟’에 달려들 필요성도 적고, 결과적으로 주먹다짐을 벌이는 일도 드물다.


건물 밀집도로 인해 근거리 전투가 잦은 점도 특징이다. 조밀하게 놓인 건물과 오브젝트는 많은 사각지대를 만든다. 게다가 헤이븐은 가시거리가 짧은 심야 시간대에서만 진행된다. 그 결과, 교전은 대체로 짧은 거리 혹은 실내에서 이뤄지곤 한다. 근거리 전투 특징상 회복 아이템을 사용할 기회도 없어 교전 시간도 짧다. 많은 사각지대 때문에 적의 매복에 죽는 경우도 다른 맵보다 많은 편이다. 

전반적으로 근거리 교전 위주 맵이지만 장거리 교전도 가능하다. 대신 장거리 교전은 하이리스크-하이리턴 양상을 띤다. 맵 곳곳에는 탁 트인 시야를 제공하는 고가도로와 고층 건물 등이 존재한다. 헤이븐에서 장거리 견제가 가능한 몇 없는 장소다. 그러나 넓은 시야를 제공하는 만큼 사방에서 견제당하기도 십상이다. 

엄폐물이 사방 곳곳 가득하다.

사각지대가 많은 만큼 ‘사운드 플레이’가 중요해졌다. 헤이븐은 전장 규모가 작은 탓에 맵 전역에서 총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시각정보에 제약이 많은 만큼, 이러한 청각정보로 게임 양상을 파악할 때가 많은 편이고, <배틀그라운드> 다른 맵에 비해 청각 정보에 신경 쓸 필요성도 높다.

이로 인해 헤이븐의 플레이 양상은 좀 독특하다. 타 플레이어 정보를 사격음으로 파악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다른 맵에 비해 사격음이 더 많은 어그로를 유발한다. 한 번 교전이 시작되면 사방에서 플레이어가 몰려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마치 <에이펙스 레전드> 초창기 플레이 양상과도 유사하다. 

많은 사각지대로 인해 적을 마무리 짓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청각 정보는 시각정 보보다 불확실하다. 소리를 통해 대략적인 위치는 알 수 있으나 정확한 위치 확인은 힘들다. 위치 확인이 안 되니 저격도 어렵고, 결국 적에게 다가가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헤이븐은 청각정보에 의존하게끔 설계되어 있어, 그만큼 플레이어가 불확실한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더 잦다.

헤이븐만의 전투 양상은 차량 관리소와 제철소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두 지역은 맵 중앙에 있고, 고급 장비가 많이 등장해 유저 방문율이 높다. 유저간 접촉이 많아 전투 빈도도 높다. 두 지역은 큰 건물들로 이루어져 주로 실내에서 전투가 진행된다. 그런데 맵 중앙에 위치한 탓에 많은 유저가 총소리를 듣게 된다. 총소리가 다른 유저를 꾀어내고, 다른 유저가 만든 총소리가 또 누군가를 유인하는 개미지옥이 펼쳐진다. 그런데 총소리를 듣고 달려드는 입장에서도 공격이 쉽지 않다. 건물이 큰 만큼 출입구와 엄폐물이 많아 위치 특정이 어렵다. 위치 특정이 어려워서인지 몰려온 플레이어끼리의 난투도 펼쳐진다. 


# 새로운 환경요소 AI

 

헤이븐에는 <배틀그라운드>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공중보급이 없다.

 

대신 강력한 장비​는 맵 곳곳에 위치한 거점에 존재한다. 해당 거점들은 입구에 놓인 푸른색 조명탄 불빛과 근처에서 발생하는 무전기 소리로 쉽게 찾을 수 있다. 거점 안에는 적대적 AI가 소환된다. 이들을 처리하면 내부에 배치된 보급 상자를 루팅 가능하다. 확률에 의존하는 공중보급과 달리, 플레이어 재량으로 파밍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그런데 이 AI가 플레이어에 따라 불합리하게 느껴질 여지가 많다. AI들은 플레이어가 시야에 들어온 순간 핵에 가까운 명중률로 사격을 가한다. 다른 슈터의 AI들은 전투시간이 지날수록 명중률이 상승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는 플레이어에게 대처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배틀그라운드>는 ​앞서 말한 이유로 사각에서 AI가 가하는 사격은 물론 맞대결 역시 불가능하다. 이렇다 보니 AI가 스폰되는 위치를 기억하고, 하나씩 '짤짤이'로 제거하는 방법 말고는 상대법이 없다시피 하다.

 

유저들이 고였다해도 이거는 좀...

 

물론 <배틀그라운드>가 PVE를 상정하고 나온 게임은 아니다. AI를 복잡하게 만드는 대신 높은 명중률을 쥐여준 이유는 충분히 납득 가능하다. 그렇지만 지금의 AI는 어려운 상대라기보다 귀찮게만 느껴진다.​ 좀 더 합리적인 전투를 구현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가령 거점 수를 줄이는 대신 공간을 넓히고 AI를 추가해 수적 우위로 밸런스를 맞추는 식으로 말이다. 

 

다른 AI도 등장한다. 야외에는 적대적 장갑 차량과 헬리콥터가 순찰한다. 장갑 차량은 플레이어에게 강력한 기관총으​ 사격을 가한다. 헬리콥터는 무장은 탑재하지 않았지만, 플레이어를 향해 스포트라이트를 비춰 원치 않은 시선을 끌게끔 한다. 여러모로 성가신 적들이지만 격파는 불가능하다. 이런 시스템은 플레이어가 개활지를 피하게끔 유도한다. 제2의 자기장과도 같은 존재인 셈이다.

 

정싱명칭은 '필라 택티컬 트럭'


# 배그도 하라면 할 수 있다

 

지난 3년간 <배틀그라운드>가 타 배틀로얄과 비교된 가장 많은 부분은 느린 게임속도다. 출시 초기 넓은 전장 규모로 호평 받았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판마다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과정들로 인해 ​많은 유저가 피로감을 느꼈다. 

 

그에 비해 타 배틀로얄 게임은 빠른 게임속도를 선보이며 유행을 계승했다. 빠른 게임속도를 만든 공통적 요인은 '작지만 촘촘한 전장'이다. <에이펙스 레전드>는 맵 크기를 작게 만들고, 지역과 지역 사이 이동 경로에 제약을 뒀다. 경기 참여 인원은 적더라도 ​플레이어끼리 만나는 빈도가 높아졌다. <콜 오브 듀티: 워존>은 참여 인원과 지역 밀도를 대폭 늘렸다. 타 플레이어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여럿 존재한다. 이는 경기 내내 타 플레이어를 의식하고 경계하도록 만든다.

 

이에 <배틀그라운드>는 유저들을 다시 사로잡기 위해 소규모 전장을 여러 차례 공개한 바 있다. 그러나 여태껏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성과는 시즌 10에 와서야 나왔다. 이번 신규 전장은 <배틀그라운드>치고는 이례적인 게임 속도, 맵이 좁은 만큼 이동에 쓰이는 불필요한 시간은 매우 짧다. 파밍도 수월해 장비 때문에 지는 불합리한 상황도 드물다. 게다가 근거리 전투가 잦고 적대적 AI로 인해 긴장감도 팽팽하다. 게임 속도가 빠른 편인 <에이펙스 레전드>, <콜 오브 듀티: 워존>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물론 위 이야기는 헤이븐에만 한정된다. <배틀그라운드> 핵심 시스템에는 변함이 없다. 에란겔은 여러분이 아는 에란겔 그대로다. 그렇지만 개발진은 신규 시즌을 통해 <배틀그라운드>가 충분히 변할 수 있고 트랜드를 쫓아갈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런 변화가 향후 시즌에서도 계속될 수 있을지 행보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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