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캐릭터가 실제 무술(武術)을 사용한다는 설정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대전 액션 장르가 그렇다. 얼마나 고증을 거쳤느냐는 적지 않은 관심사가 되기도 한다.
여기, 지난 2월 17일 스팀 얼리 억세스로 출시돼 '압도적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게임 <헬리쉬 쿼트(Hellish Quart)>가 있다. 폴란드 1인 인디 개발사 쿠볼드(Kubold)가 개발했다. 대전 모드 하나만 가볍게 담고 있지만 게임이 보여주는 무술의 모습은 실제 검술 전문가조차 인정할 정도로 사실적이면서 대전의 긴장감을 제대로 담았다는 평이 가득하다.
얼리 억세스 단계여서 아직 완전한 모습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찰나의 공격으로 갈리는 승패, 그리고 일격필살의 짜릿함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헬리쉬 쿼트>를 체험한 소감을 짧게 남긴다. / 디스이즈게임 정혁진 기자
# 스토리 모드는 미개발, 대전 모드 위주로 구성
<헬리쉬 쿼트>는 17세기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부근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세이버부터 레이피어, 롱소드 등 여러 무기를 가진 캐릭터들이 맞붙는다는 설정으로 일반적인 대전 액션 장르와 유사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모든 캐릭터는 저마다 가진 무기의 검술을 사용한다.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현재 기준 5명으로, 캐릭터 리스트 양쪽 끝에 추가 캐릭터의 실루엣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설정 답게, 모든 캐릭터는 17세기 당시 의상을 바탕으로 꾸며져 있다.
게임의 기본 모드는 스토리 모드와 대전 모드로 나뉘지만 얼리 억세스 초기 버전인 관계로 스토리 모드는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 현재는 1분가량 짧은 트레일러만 재생되는 정도로 주점에 현상금이 걸린 도적이 등장하며 그들과 대결을 벌이며 끝난다.
대전 모드로는 근거리 대전이 구성되어 있다. CPU와 대결을 벌이거나 컨트롤러를 부착해 2인 모드로 플레이하는 정도. 또는 살아남을 때까지 대결하는 서바이벌 모드도 있다. 그 밖에 캐릭터의 검술을 연습할 수 있는 연습 모드 정도가 포함되어 있다.
# 적극적인 공격은 승리로, 사실적인 검술 추구한 헬리쉬 쿼트
<헬리쉬 쿼트>의 공격은 상단 좌/우 베기 버튼과 하단 좌/우 베기 버튼으로 총 4개 버튼을 사용한다. 측면 이동도 가능하며, 2개 버튼을 눌러 상대방을 잡거나 미는 것도 있다. 완벽히 같은 것은 아니지만, 버튼의 조합이나 사용 방식을 보면 <철권>이나 <소울칼리버>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위 예시를 든 게임들은 방향키의 적극적인 활용 또는 필살기나 특수 콤보 등 실제 격투에서 보기 어려운 것을 사용하지만, <헬리쉬 쿼트>는 결이 다르기에 조합 구성이 그보다 덜 복잡해 보인다.
개발 진척도를 떠나, <헬리쉬 쿼트>의 공격법이나 콘텐츠 구성을 보면 여느 대전 액션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게임이 인기를 얻는 요인은 가드나 화려한 기술보다 검술을 활용해 적의 빈틈을 파고 들어 승리를 따낸다는, 좀 더 사실적인 검술 대결을 추구했다는 것에 있다.
물론 게임에도 가드가 있지만(오토 가드) 완벽 방어가 되는 것은 아니며, 큰 피해를 조금 덜 입는다는 수준 정도다. 차라리 적의 공격 방향에 맞춰 칼을 휘둘러 칼끼리 맞부딪히는 게 최선이기는 하나, 공격 방향이나 속도가 검술(캐릭터)마다 다양하기에 이를 맞추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즉, 적과 자신의 거리를 계산에 빠르게 파고들어 일격에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며 그렇기에 게임에서는 별도의 체력 게이지가 없다. 캐릭터는 3개의 깃발이 있으며 적에게 치명상을 입으면 바로 패배한다. 그렇기에 게임의 플레이 타임도 제법 짧다.
다행히 피해를 입는다고 해서 무조건 패배하는 것은 아니다. 팔이나 기타 부위가 피해를 입는 연출도 있으나 피해를 입게 되면 일시적으로 자세가 풀어지기 때문에 연이은 공격으로 패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기술 숙지 없이 공격을 남발해도 콤보는 이어지나, 그만큼 빈틈이 많이 노출되므로 숙련자와 만났을 때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충분한 체력 속에서 상대를 공략하며 제압해가는 양상은 보기 어렵겠지만, 그만큼 순간의 판단에 집중했다는 측면에서 일반적인 대전 액션와는 다른 재미를 가지고 있다.
무기, 그리고 이를 사용하는 캐릭터의 특징도 대전 시 고려해야 한다. 사브레를 사용하는 Jazek는 공/수 성능이 고르게 설정되어 있으며 무기를 쳐내는 판정이 커서 순식간에 파고들기에 유리하다. 레이피어를 사용하는 Marie는 범위가 짧은 만큼 빠르고 넓은 움직임 반경이 특징이다. 브로드 소드를 사용하는 Isabella는 무기 크고 넓은 공격 범위를 가진 만큼 연계 공격만 잘 가져가면 적을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
# 초반 주목 받는 데는 성공, 이후 방향 설정이 관건이다
무기 별 고유의 검술 구현, 빠른 전투 템포 등 <헬리쉬 쿼트>의 특징은 분명하다. 장르 특징상 여러 종류의 무기, 검술이 등장하는 것도 어렵지 않게 예상해볼 수 있다.
다만, 대전 시 펼쳐지는 접전이 찰나이기 때문에 짧은 시간 속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캐릭터 이해가 제법 중요하다. 파고들거나 혹은 거리를 두면서 공격을 하더라도, 다음 수까지 읽는 것이 꽤 필요해 보인다. 여기서 어느 정도의 진입 장벽이 존재할 수 있다.
기존 대전 액션 유저를 위한 장기적인 어필 포인트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 검술을 그대로 구현했다는 점은 분명히 긍정적이나, 캐릭터 간 밸런스 조절이나 이후 구현될 스토리 모드를 비롯한 여러 콘텐츠가 <헬리시 쿼트>의 '압도적 긍정적' 평가를 장기간 유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얼리 억세스 단계여서 공격 판정이나, 캐릭터의 관절 움직임이 일부 어색하게 표현되는 점, 칼과 칼이 부딪칠 때 느낌이 밋밋하거나 흐물거린다는 느낌은 개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개발 초기이므로 발전될 여지는 충분하다.
# 위쳐3 모션 캡쳐 배우가 만든, 제대로 구현한 검술 액션 게임
검술 액션의 사실적인 연출 외에, <헬리쉬 쿼트>는 실제 검술의 고증도 철저히 거친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쿠볼드가 과거 <위쳐3>의 모션 캡쳐 배우 겸 애니메이터로 활동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게임 내 캐릭터들의 검술은 사실적으로 잘 표현됐다. 국내 검술 전문가도 현실과 같다고 평가하는 것을 보면 <헬리쉬 쿼트>가 연출뿐 아니라 검술의 현실 고증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파악할 수 있다.
개발 진척도가 오를수록 모드부터 다른 검술을 가진 추가 캐릭터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동/서양에 있는 검술의 종류도 다양하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구현해낼지도 기대된다. 실제 검술을 활용한 대전 액션, 찰나의 공격으로 판가름나는 검술의 묘미를 잘 살려낸 게임이다. 앞으로의 모습이 점점 기대된다. <헬리쉬 쿼트>, 이 게임 물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