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를 기억하시나요? 테란, 저그, 프로토스 등 각기 다른 색깔로 무장한 종족들과 임요환, 홍진호 등 e스포츠 스타 선수들은 수많은 팬의 가슴을 울렸었죠. 이에 <스타크래프트>는 게임을 넘어 문화를 이끈 시대의 아이콘으로 등극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영원한 건 없었고 결국 <스타크래프트> 시대는 막을 내렸습니다. RTS 장르가 사장됐을뿐더러, 대세가 MOBA와 모바일 쪽으로 넘어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난 5일 크래프톤의 <캐슬 크래프트>가 출시됐습니다. 모바일 RTS를 천명한 <캐슬 크래프트>는 사전 예약 한 달 만에 100만 명의 유저를 끌어모으는가 하면 소프트런칭을 진행한 인도 등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으며 순항하고 있죠. 별다른 모바일 RTS가 없는 지금, 과연 <캐슬크래프트>는 그 자릴 꿰찰 수 있을까요? <캐슬 크래프트>에 대한 첫인상을 가감 없이 정리해봤습니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캐슬 크래프트>는 모바일 RTS를 천명한 게임입니다. 정해진 구역에 건물을 짓고 유닛을 뽑아 상대 건물을 박살 내면 승리하는 장르의 기본을 철저히 따라가죠. 여기까지만 보면 학창시절 즐겼던 <스타크래프트>와 굉장히 유사한 느낌입니다.
다만, 두 게임의 가장 큰 차이는 '종족'에 있습니다. <캐슬 크래프트>에는 별도의 종족 구분이 없습니다. 즉, 모든 유저가 하나의 종족을 플레이하는 셈이죠. 종족에 따라 유닛과 건물은 물론, 테크트리까지 전부 숙지해야 했던 <스타크래프트>에 비하면 훨씬 간결한 구조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캐슬 크래프트>가 마냥 단순한 게임은 아닙니다. 이는 후술할 '전략성' 부분을 통해 소개하기로 하고 우선 게임의 유닛부터 살펴봅시다. <캐슬 크래프트>의 유닛을 이해하려면 티어라는 개념을 알고 갈 필요가 있습니다. 티어는 게임 내에 존재하는 본진, '캐슬'에 붙어있는 일종의 등급인데요, 각 티어별로 생산할 수 있는 유닛이 달라지기에 그 의미도 제법 큰 편입니다.
이를테면 1티어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보병이나 궁수를 뽑을 수 있지만, 2티어부터는 소총 아울베어나 망치를 든 스매셔 등 강력한 유닛을 생산할 수 있죠. 3티어에서는 전설로 불리는 캐릭터를 뽑아 순식간에 주도권을 잡는 것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전투 중 티어를 올리고 고티어 유닛을 생산하는 건 그리 쉽지 않습니다. 티어 업그레이드에만 100 마나라는 많은 재화가 들 뿐더러 고티어 유닛을 생산 라인업에 등록하는 과정도 필요하기 때문이죠. 특히 생산 라인업 등록을 위해서는 또다시 일정 수준의 재화와 시간이 요구됩니다.
그럼에도 고티어 유닛들은 일단 뽑아놓기만 하면 꽤 '쏠쏠한' 활약을 펼칩니다.
아무리 1티어 유닛을 많이 뽑는다 해도 소수의 2티어 유닛만 있으면 얼마든지 유리한 전투를 가져갈 수 있을 정도죠. 특히 3티어 유닛 중에는 사망 시 복수의 유닛을 소환하거나 광선을 발사하는 스킬을 가진 유닛도 있기 때문에 전략적인 활용도도 매우 높습니다. <스타크래프트>의 저글링과 울트라리스크, 질럿과 하이 템플러를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듯하네요.
<캐슬 크래프트>의 건물도 살펴봅시다. 게임에 존재하는 기본 건물의 구조는 제법 단순합니다. 본진 역할을 수행하는 캐슬과 마나를 채집할 수 있는 마나 채광소, 배치 영역을 넓히고 인구수를 확장해주는 막사가 전부니까요.
다만, 두 건물은 정해진 지역에만 설치할 수 있다는 데서 유저들의 고민을 깊게 만듭니다. 마나 채광소는 필드에 존재하는 우물에만 건설할 수 있기에 마구잡이로 설치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막사의 경우 다른 막사가 넓혀둔 영역에만 지을 수 있는 만큼, 필연적으로 복수의 막사 설치가 요구되죠.
특히 막사가 위치한 지역은 전투 중 병력을 배치할 수 있는 전선에 해당하는 만큼, 일종의 '거점' 역할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수비적으로 막사를 후방에 배치해 안전을 도모할 수도 있지만, 공격적으로 상대 거점 근처에 막사를 전진 배치하는 승부수를 던지는 것도 가능한 셈이죠. <스타크래프트>의 전진 파일런 전략을 떠올리면 될 듯합니다.
<캐슬 크래프트>는 유닛과 건물을 활용해 다양한 선택지를 만들 수 있는 만큼, 생각보다 전략적인 색깔이 짙은 게임입니다. 몇 가지 예시를 통해 게임의 전략성을 살펴보죠.
먼저, 유저들은 마나 채광소를 딱 하나만 지은 채 막사 없이 자원을 최대한 빨리 수급, 초반부터 1티어 유닛을 다수 확보하는 승부수를 걸 수도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의 초반 저글링 러쉬처럼요. 마나 채광소 두 개를 먼저 건설해 후반을 도모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때는 망원경이나 소수 병력을 활용한 정찰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만약 적이 초반에 힘을 준다면 그에 맞는 노선 전환이 요구될 테니까요.
앞서 말씀드린 요소와 전혀 다른 '독특한' 플레이도 생각해봄 직합니다.
후술할 '지휘관'만으로 초반을 버티면서 우직하게 마나를 모은 뒤, 한방에 2티어로 업그레이드하고 고급 유닛을 쏟아내는 전략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단, 이 경우 '시간은 우리의 편'이라는 생각을 갖되 초반에 몰아칠 상대의 공격을 최소한의 피해로 막아내야 합니다. 마나 채광소나 막사가 지나치게 많이 파괴된다면 큰 그림을 선보이기도 전에 게임이 엎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건 게임 내에 존재하는 지휘관입니다. 6일 기준 <캐슬 크래프트>에는 총 일곱 명의 지휘관이 존재하는데요, 이들은 제각기 다른 특징을 지닙니다.
일레인은 검술사로써 일정 시간 동안 자신의 공격속도와 이동속도를 크게 증가시키는 스킬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즉, 초반에 타이밍을 잡아 빠른 러쉬를 감행할 때 큰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캐릭터죠. 궁수 지휘관 라야는 순간적으로 여러 개의 화살을 꺼내 주변 적들을 빠르게 공격합니다. 몸이 단단한 유닛과 조합하면 훨씬 쏠쏠하게 사용할 수 있는 캐릭터로 꼽힙니다.
자신이 설정한 전략의 컨셉에 맞게 다양한 지휘관을 활용할 수 있는 셈입니다.
임의로 병력을 컨트롤할 수 없다는 점도 포인트입니다. 원하는 건물이나 유닛을 타겟팅할 수 있는 <스타크래프트>와 달리, <캐슬 크래프트>의 유닛들은 전방에 보이는 적을 먼저 공격합니다. 강한 유닛이나 건물을 점사하는 플레이도 불가능한 셈이죠. '회군'이 가능하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제한적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특징은 오히려 게임에 전략성을 더해줍니다.
<캐슬 크래프트>의 맵은 크게 두 갈래 길로 나뉩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유저는 상대 진영을 공격함에 있어 병력을 분산시키기보다 한 곳에 집중하곤 하죠. 여기서 갈림길이 발생합니다. 몰려오는 상대 병력을 '정직하게' 막을 수도 있지만, 공격 속도가 빠르거나 건물에 큰 대미지를 넣는 유닛을 반대쪽에 배치해 상대의 회군을 유도하는 것도 가능하죠.
조금 더 창의적인 발상도 가능합니다. 마나 채광소를 다수 건설, 자원은 풍족하지만 병력 등록을 소홀히 한 상황에서 적이 밀려온다고 가정해봅시다. 여기서 유저에게 필요한 건 딱 하나, '시간'이겠죠. 이때 단순히 병력 등록 및 생산을 기다리기보다는 막사를 다수 배치해 캐슬 쪽으로 밀려오는 적의 진입을 봉쇄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특정 건물을 타겟팅할 수 없는 <캐슬 크래프트>의 맹점을 제대로 활용한 셈이죠.
이후 상대 유닛이 정신없이 막사를 공격하는 동안, 쌓인 자원으로 고급 유닛을 차곡차곡 뽑기만 하면 여유 있게 전세를 뒤집는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승기를 잡았다고 확신한 채 1티어 유닛을 마구 생산한 상대는 우리가 뽑은 2티어 유닛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다만, 부족한 콘텐츠는 못내 아쉽게 다가왔습니다. 협동전이나 고레벨에 열리는 천공 경기장, 전술 훈련 등이 있긴 하지만, 메인 모드 PVP에 비해 큰 메리트를 느끼긴 어려웠기 때문이죠. 계속해서 PVP만 플레이하다 보니 아무리 전략이 다양하다 한들 빨리 질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유닛에 대한 아쉬움도 있습니다.
<캐슬 크래프트>에서 유닛을 강화하려면 일정 갯수의 카드가 필요합니다. 강화는 인게임에서 수급할 수 있는 골드로 진행되죠. 여기까지는 납득할 만하지만, 새로운 유닛과 건물을 쓰려면 카드를 '뽑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물론, 무조건 과금으로만 카드를 얻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일정 승점에 도달할 때마다 새로운 유닛이나 지휘관을 지급하기도 하며 승리 시 상자도 획득 가능하니까요.
하지만 <캐슬 크래프트>가 유닛과 건물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RTS임을 감안하면 여전히 '유닛'에 대한 구성은 아쉽습니다. 유닛이나 건물 스킨 등 비주얼 요소를 BM으로 하되, 유닛 정도는 과감히 풀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네요. 게임 자체는 충분히 재밌는 만큼 이제 막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한 <캐슬 크래프트>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BM을 선보이고, 게임의 방향성을 잡아갈지 더욱 궁금해집니다.
<캐슬 크래프트>는 크래프톤의 독립 스튜디오, 라이징윙스가 개발한 타이틀인 만큼 크래프톤에게도 그 의미가 큽니다.
냉정히 말해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외에는 이렇다 할 흥행작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출시를 앞둔 <배틀그라운드: 뉴 스테이트>가 사전예약자 4,000만 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긴 했지만, 이 역시 <배틀그라운드> IP에 해당하니까요. 반면, <캐슬 크래프트>는 완전히 새로운 IP입니다. 정착하기만 하면 크래프톤에게도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줄 수 있는 타이틀인 셈이죠.
일단 지금까지의 반응은 그리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크래프톤에 따르면 <캐슬 크래프트>는 사전 예약 한 달 만에 100만 명의 유저를 끌어모았고, 지난 6월 사전 출시된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국내 유저들의 관심도 뜨겁습니다. 오늘(7일) 기준, 각종 커뮤니티에는 "생각보다 재미있다"라는 의견과 "<스타크래프트>가 연상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한 모 유저는 기자에게 "기대 이상이다. 모바일임에도 RTS의 전략성을 잘 살린 느낌"이라며 긍정적 평가를 전하기도 했죠.
라이징윙스 강문철 부사장은 <캐슬 크래프트> 런칭과 함께 다음과 같은 포부를 전했습니다. 과연 <캐슬 크래프트>가 '주인 없는 모바일 RTS'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그리고 그들이 꿈꾸는 모바일 e스포츠를 제대로 펼칠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라이징윙스 강문철 부사장
"<캐슬 크래프트>는 정통 RTS의 재미를 선사하고, 모바일 RTS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할 예정입니다.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조작법과 전략 시스템 등을 구현해 모바일 RTS의 핵심을 충실히 구현한 만큼, 많은 유저분께서 즐겨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또한, 게임의 재미를 확장하고 지속하기 위해 이벤트 대회와 팬 대회 지원 정책도 마련할 계획입니다. <캐슬 크래프트>의 다양한 재미와 e스포츠 계획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