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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넥슨 새 MMORPG '프라시아 전기', 롱런할 수 있을까?

뚜껑 열어보니 '고심' 흔적 역력... SLG 조화는 어떻게?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재석(우티) 2023-03-31 18:46:40
'프로젝트 ER' 때부터 지금까지, <프라시아 전기>는 넥슨 신규개발본부에서 역대 가장 많은 자원을 투입해서 만든 MMORPG다. 

3월 30일 론칭한 게임은 성장과 파밍의 재미라는 MMORPG의 본질에 SLG(시뮬레이션게임)의 요소를 접합하는 것을 핵심 테마로 삼았다. 플레이어들은 길드 개념의 결사에 가입해 자신의 성장은 물론 결사의 성장을 위해 분투해야 한다.

이틀간 플레이한 <프라시아 전기>의 첫인상을 정리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쟁 게임'의 기본을 모난 데 없이 구현해낸 가운데, 제한된 순간이동을 도입하여 장거리 이동에 대한 스트레스를 도입했다. 향후 결사간의 전투가 일상이 된 시점에서는 눈여겨볼 만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넥슨이 힘주어 강조했던 '어시스트 모드'는 정밀한 통계와, 죽으면 다시 사냥터로 달려가는 정도의 편의를 느낄 수는 있었다. 출시 전 약속대로 캐릭터 뽑기를 판매하지는 않았지만, 좋은 탈것이 주는 편리함, 각종 형상의 옵션, 속칭 '갈갈'이라고 불리는 그라인딩 요소, '명중' 값의 중요성에서는 익숙함이 느껴졌다.

 

기자는 지금 레벨 38 정도 찍었다. 오늘 밤에는 40을 찍을 것이다.

 


 

# 커스터마이징은 합격점, 그래픽 괜찮네

 

MMORPG의 첫 인상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 생성 과정, 즉 커스터마이징에서는 합격점을 주고 싶다.

플레이어는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프리셋 캐릭터 이용에 질린 사람이라면, 커스터마이징을 가지고 한참 놀 수 있을 정도다. <프라시아 전기>에는 클래스 성별 제약이 없기 때문에 총 4종의 클래스에서 원하는 성별을 자유롭게 고를 수 있다.​ 눈, 코, 입뿐 아니라 이마 돌출, 눈물샘, 콧방울 등 얼굴 부위별로 상세한 조정할 수 있으며, 체형, 화장, 문신 등 미용 요소도 들어있다.

장르의 특성상 물론 막상 공들여 만든 캐릭터를 가까이 접할 일이 많지 않지만, 지정된 장소에 찾아가 사진을 촬영해 소소한 보상을 얻을 수 있다. PC에서 본 게임의 그래픽은 대단히 출중했는데, 배경, 몬스터, 초목, 캐릭터 복장 등 게임 속 모든 요소가 4K로 담겨있다. 모바일 버전에서는 불가피한 '열화'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생동감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약간의 발열은 있었지만, 이 역시 '불가피'한 문제라고 본다.)

 

커스터마이징은 꽤 섬세하다. 기자는 1시간 동안 놀았다.
명소에 가면 이렇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시각 요소에서 한 마디 첨언하자면, <프라시아 전기>에는 타격 또는 피격에 따라서 쿼터뷰 시점이 살짝 흔들려서 사냥 중에 다가오는 밋밋함이 덜하다.

 

또, 필살기에 해당하는 절멸기를 사용하면 적을 처형하는 모션을 볼 수 있다. 여러 유저가 섞이는 필드에서는 ​그런 특수 모션의 무게가 떨어지는 편이지만 플레이어의 캐릭터는 너무 과하지도 않고 지루하지 않게 스킬들을 쏟아낸다. 자동사냥을 끈다면 1, 2, 3, 4를 연타하는 나름의 조작감도 느낄 수 있다.

 

참고로 넥슨은 2022년 NDC에서 <프라시아 전기>의 캐릭터 모델링이 어떻게 구현됐는지 설명한 적 있다.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기획팀의 기획 문서가 어떻게 캐릭터화됐는지 알아보자.

 




 

# 오픈월드에서 펼쳐지는 인간과 엘프의 대결

캐릭터를 생성하면 레벨 30까지는 주어진 메인 스토리를 쭉 따라가는 형태로 구성되어있다. <프라시아 전기>는 인간과 엘프의 대립을 주제로 하고 있는데, 특이하게도 엘프를 인간들의 땅을 빼앗으려는 악한 존재로 그려냈다. 튜토리얼 격인 게임의 메인 스토리는 플레이어가 인류의 희망이 되어 여러 세력을 도와 전쟁을 치른다.​ 넥슨은 NPC들에 더빙까지 힘을 주면서 게임의 이야기에 공을 들였다.

첫 번째 메인 스토리의 '대단원'은 카시미르연합, 신기루연대 등 4개의 파벌을 규합해 엘프의 본진을 공격하는 공성전이다. 그 대단원까지 가면서 플레이어는 게임의 스킬, 검은칼(필드 던전을 소환해 약간의 경험치와 강화에 쓰이는 핵심 아이템인 심연석을 획득할 수 있다), 기억회복(장비 콜렉션), 어시스트모드 등 각종 요소에 대해 익힌다. 이후 결사마다 가질 수 있는 신수 산토템을 이용해서 엘프와 일전을 벌인다. 대부분의 퀘스트 전투는 오픈월드에서 위상을 이동한 별도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별도의 로딩 없이 깔끔하다.

 


 

황금항이란 지역을 되찾기 위해 엘렌이 이끄는 엘프 세력과 대결하는데 실제 MMORPG에서 기대하는 공성전만큼 규모가 크지는 않고, 위상지역에서 몹 몇 마리를 잡는 정도의 공성전 '예습'이다. 플레이어는 이쯤에서 세 번째 스탠스를 익힌다. 각각의 클래스는 총 3개의 스탠스를 가질 수 있으며 전투 중 2개의 스탠스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기본 스탠스는 고정되지만, 마법사지만 딜러가 될 수도 있고 힐러가 될 수도 있는 방식이라서 적당한 때에 꺼내 쓰는 맛이 있다.

 

스탠스를 바꾸면 분명 다른 기능을 가진 캐릭터를 조작한다는 느낌이 들지만, 전투 중에 아쉬운 점이 있다. 수동 조작 중에도 대시가 없어서 보스 몬스터가 쏘는 범위기(장판)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려웠다. 기자는 원거리에서 적을 공격하는 마법사 계열의 '주문각인사'를 골랐는데, 자동 사냥 중에서는 몬스터와 거리를 거의 두지 않아서 아쉬웠다.

게임을 꺼도 캐릭터가 사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어시스트모드는 어땠을까? 월드 내 실시간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상황을 푸시알림으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좋았다. 내 경우는 새벽 2시경에 캐릭터가 죽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PC에서 어시스트모드를 켜면 사냥 통계를 참고하거나 부활 후 다시 사냥터로 가는 캐릭터를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리뷰 작성을 위해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게임을 계속했기 때문에 일반적인 자동 사냥과 큰 차이점은 느끼지 못했다.

 

이 정도로 가까우면 원거리라고 하기엔 좀...

누구처럼 잘 때 빼고 게임을 한다면, 어시스트모드가 잘 때만 필요하다. 캐릭터가 얼마나 '자사'를 돌릴 수 있는지 예상 시간을 나타낸 점은 재밌다.

 

# 아이고 힘들어라, 아이고 멀어라

 

레벨 30 이후로는 3개의 스탠스를 들고 떠나는 '닥사'의 시간이다. 여러 파벌을 돌면서 퀘스트를 수행하고, 성으로 가서 물약을 채우고, 장비를 제작하면서 사냥을 부지런히 해야 성장할 수 있다. 이때부터 레벨업 그래프의 곡선이 급격하게 올라간다. 이 시점부터가 MMORPG로서의 '진면모'라고 부를 수 있겠다.

이때부터는 성장을 위해 네 가지 파벌의 '전기'를 밀어나가는 방식으로 게임을 하게 된다. 무과금(이 되어버린 기자를 기준으로 했을 때) 레벨이 34가 넘어가면 다른 파벌의 전기를 미는 방식으로 플레이하는 것이 권장된다. 몹을 수십에서 백여 마리까지 잡는 퀘스트를 받지만, 명중값이 낮기 때문에 계속해서 '빗나감'이 뜨기 때문이다. 이때도 파훼법이 없지는 않은데, 강한 몹을 피해 ​같은 구역의 늑대나 스라소니 같은 잡몹을 잡아도 목표치가 올라간다.

 

<프라시아 전기>의 네 가지 파벌

 

여기까지 살아남은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이러한 병목 구간에서 쉬운 파훼법을 찾기 위해 상점을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 결국 대미지에서 미스가 발생하는 부분을 막기 위해 '명중'에서 보정을 받아야 한다. 그 명중을 올리기 위해서는 좋은 장비를 착용해야 한다. 필드에서 좋은 반지나 귀걸이의 '파편'(설계도)을 주워 이 값을 올릴 수 있다. 동종 게임의 플레이 이력이 있는 게이머라면 익숙한 부분이다. 콜렉션을 채워서 추가 스탯을 받고, 높은 등급의 장비를 찾는 과정들도 마찬가지다.

게임은 투구부터 갑옷까지는 완전히 세트화해두었는데 이것을 '형상'이라고 부른다. 다른 장신구와 마찬가지로 6가지의 등급이 있으며, 영웅 등급의 형상부터는 속성별 피해 5% 추가나 무기 공격력 증폭 5% 같은 옵션이 붙는다. 캐릭터를 뽑지는 않지만, 형상을 뽑아서 레벨 제약 없는 옵션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여기에도 도감성 콘텐츠가 들어있으며, '갈갈'에 해당하는 연성이 들어있으며 상위 등급 형상을 얻을 수 있는 '천장'을 포인트 단위로 지급한다.

<프라시아 전기>에서 플레이어는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할 때가 많다. 황금항 공성전까지 가는 길에도, 물약을 사러 갈 때도, 보스를 잡으러 갈 때도 플레이어는 탈것을 타고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한다. 최근 MMORPG에서 제공하는 것처럼 특정 지점을 클릭하는 것만으로도 순간이동을 지원하지 않는다. 귀환석은 특정 지점을 지정해야 작동하며, 포탈을 타려면 오픈월드 곳곳에 숨어있는 '전이술사'를 통해야 한다.

이는 곧 <프라시아 전기>에서는 탈것을 이용할 일이 대단히 많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 탈것 또한 뽑기 모델로 삽입되어있다. 정해진 거리를 빨리 닿을 수 있는 속도 옵션을 BM화한 것이다. 보스 젠(등장)도 그렇고, 훗날 중요해질 결사의 방어나 공격에도 대단히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부족한 재료는 필드, 검은칼, 거래소에서 수급할 수 있다.

캐릭터 뽑기는 없지만, 옵션이 달린 전신 스킨 뽑기는 있다.

좋은 말이 있으면 순간이동이 별로 없는 오픈월드를 빠르게 다닐 수 있을 것이다.

 

# 본격 결사게임이 되면

 

<프라시아 전기>의 백미이면서도 타 게임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바로 결사다.

길드가 위치하는 거점을 오픈월드에 설정하고, 연구를 통해 공통의 버프를 받고, 병기와 산토템을 키워 공성과 수성에 대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삼국지 전략판>, <라이즈 오브 킹덤즈>와 같은 SLG를 MMORPG에 이식한 셈이다. 결사에서는 경험치 획득률이나 명중 값을 그대로 올리는 공통의 버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결사에 들어가는 것은 거의 필수적이다.

 

가까이에서 본 결사는
이렇게 오픈월드 위에 있다

이제 막 게임이 나왔으므로 대부분의 캐릭터들의 1차적인 성장도 완료되지 않았다. 따라서 결사간 다툼이나 협업 같은 이벤트는 (기자가 속한 서버에서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꽤 흥미로운 경쟁이 오픈월드 위에서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프라시아 전기>의 거래소에서는 어떤 결사가 어떤 아이템을 거래소에 등록했는지 보이기 때문에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계산하기에 좋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결사를 성장하기 위해서는 '추종자'라는 유닛을 자원 채취나 연구 활동에 보낼 수 있다. 기존 MMORPG의 영지 관리 요소나 SLG의 자원 수급 과정과 유사하다. 각 추종자에도 등급과 레벨이 있기 때문에 섬세한 고려가 요구된다. 안 쓰는 파편, 아퀴룬, 주문석 등을 결사에 공헌하면 개별 플레이어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타래를 얻을 수 있다. 플레이어는 아 이 타래를 또 다른 고정 스탯 보정인 '아퀴' 성장에 쓸 수 있다.

거의 모든 MMORPG가 개인의 성장과 조직의 성장을 한데 묶는다. <프라시아 전기>는 '땅따먹기'와 그에 따른 작전 수립, 이권 분쟁을 특징으로 하는 SLG 요소를 더했다. (적어도 기자는) 이전에 본 적 없는 독창적인 시도다. 그러나 모두가 '라인'(상위층 그룹)이 될 수 없는 상황에서, 절대다수가 될 수밖에 없는 일반 결사들은 조직적으로 어떤 이득을 획책할 수 있는지 지금으로서는 알기 어렵다.

 

결사원들은 공통의 버프를 공유받는다

쓰지 않는 아이템을 결사에 '공헌'하면 보상을 얻는 구조

# 결사의 결사에 의한 결사를 위한

결사를 잘못 들었을 때는 분명 문제다. 모르고 친목 결사나 방치형 결사에 들어가서 허송세월한다면 각종 버프를 받지 못함은 물론이고, 엔드콘텐츠로 가는 진입로가 막히는 셈이기 때문에 분명한 손실로 다가올 것이다. 

나의 캐릭터가 결사에서 수위권에 해당하는 공헌도를 기록했는데, 결사장이 아무런 말도 없이 결사장이 친구를 결사장교(결사원들에게도 레벨이 있다)로 앉힌다면 불만스러울 것이다. 그러므로 <프라시아 전기>가 롱런하기 위해서는 게임에 유능한 결사장이 많이 있어야 한다.

넥슨이 <히트2>에서 처음 도입한 크리에이터 프로그램은 결사와 강하게 얽힐 것으로 예상된다. MMORPG 플레이 이력이 많거나 유명한 BJ의 소속 길드에 들어가면, 그만큼 애착관계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넥슨은 방송인-시청자의 관계가 결사장-결사원의 관계로 확대되길 바랄 것이다. 결사장은 누군지 모르는 결사원이 아니라 팬과 함께 게임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크리에이터 프로그램으로 이득을 취한 결사장은 다시 그 재원 중 일부를 게임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결사장들에게는 수십 명 단위의 결사원들을 적절하게 보상하고 내쫓는 운영 능력이 요구된다. 누구도 일반적인 MMORPG처럼 투자해서 키웠는데​, 결사장의 일꾼1이 되기 위해서 게임을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프라시아 전기>를 대체할 수 있는 동종 게임은 이미 많이 나왔고, 나올 예정이다. 따라서 <프라시아 전기>의 대체 불가능한 재미는 결사의 유지와 확장에서 올 것이다.

서버마다 결사들이 똘똘 뭉쳐서 계속 게임을 할 이유를 제시한다면 <프라시아 전기>는 개발진의 바람대로 오래 가는 게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프라시아 전기>의 크리에이터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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