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 e스포츠가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면서, "<롤> e스포츠로 <풋볼 매니저> 같은 시뮬레이션 게임을 만들면 안 될까?"와 같은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축구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15년도 마린, 13년도 페이커, 17년도 룰러 등 자신이 생각하는 전성기 시절 선수로 팀을 꾸려 경기를 할 수 있으면 정말 재미있겠다는 것이죠.
하지만 공식 라이센스를 받아 출시된 게임은 아직 없었습니다. <팀파이트 매니저>나 <리그 매니저>와 같은 게임이 있긴 하지만, 실제 선수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죠. 이에 많은 <롤> e스포츠 팬들이 아쉬워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와중, 라이엇 게임즈의 모회사 '텐센트'에서 드디어 공식 e스포츠 게임을 내놓았습니다. 7월 20일 중국에 출시된 <LoL e스포츠 매니저>(현지명 <英雄联盟电竞经理>)가 그 주인공입니다. 19년부터 개발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왔지만 여러 이유로 출시가 연기되다 드디어 중국 지역에 한정 출시됐죠. 과연 텐센트가 제작한 e스포츠 시뮬레이션 게임은 어떤 모습일까요?
참고로, 기자가 게임플레이에 오랜 시간을 투자한 것이 아니며, 중국어에 능통하지 않기에 기사에 소개된 <LoL e스포츠 매니저>의 정보가 100% 정확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체험기 정도로만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 21 월즈 결승전에서 진행되는 튜토리얼
게임 로딩 화면
튜토리얼은 21 월즈 담원 기아와 EDG의 결승전으로 진행됩니다
카드를 이용해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면
선수들이 자동으로 교전을 진행합니다. 대신 챔피언의 궁극기는 플레이어가 수동으로 발동해야 합니다
튜토리얼을 마치면 팀을 선택하고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됩니다.
# 픽-밴 페이즈
<LoL e스포츠 매니저>는 실제 <롤> e스포츠의 진행 방식을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구현하려 노력한 게임입니다. AI와 진행되는 리그 매치를 통해 살펴봅시다.
먼저, 픽-밴 페이즈가 있습니다. 진행 방식은 기존 <롤>과 같습니다. 3개의 챔피언을 밴하고, 블루 팀이 먼저 챔피언을 선택합니다. 이후 레드 팀이 2개의 챔피언을 선택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픽밴의 핵심은 자신의 선수가 잘하는 챔피언을 얼마나 가져오느냐, 메타 픽을 가져올 수 있느냐, 특정 조합을 꾸릴 수 있느냐입니다. 후술하겠지만, <LoL e스포츠 매니저>는 수집형 BM을 가진 게임이기에 선수마다 일종의 '전투력'(가칭)이 존재합니다. 당연히 고등급 혹은 육성을 많이 한 선수 위주로 팀을 구성할수록 전투력이 높습니다.
하지만 전투력이 비슷하다면 어떻게 차이를 벌려야 할까요? 현 메타에서 강력하거나 경기에 출전한 선수가 잘 다루는 챔피언을 선택하면 보너스를 받습니다. 가령, '갈라' 천웨이는 카이사를 선택하면 보너스를 받는 식입니다.
<롤>을 하는 유저라면 모두 알 만한 특정 조합이나, 카운터 픽을 선택했을 때도 보너스를 받습니다. '카갈 조합'으로 불리는 갈리오-카밀을 선택하거나(联动), 현재 리그에서 가장 많이 선택된 챔피언이나(强势), 카운터 픽을 선택했을 때(克制) 전투력에 퍼센트 보너스를 받는 식입니다.
가령 사진에서는 노틸러스가 보라색 표시를 통해 '强势'(강세)라는 표기가 되어 있습니다. 노틸러스는 LPL에서 서폿 포지션 픽률 1위입니다.
조합을 어떻게 만들었냐에 따라 퍼센트 보정을 받습니다
즉, 자신의 선수단이 선호하는 챔피언을 최대한 가져오면서 상대방이 자신 있어 하는 챔피언은 밴해야 합니다. 픽 순서에 따라 카운터를 뽑을 수도 있고, 리그에서 자주 쓰이는 조합을 선택할 수도 있죠. 픽밴 과정은 실제 <롤> e스포츠를 그대로 구현하기 위해 노력한 느낌입니다.
# 인 게임 페이즈
인 게임은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자동으로 진행되는 게임을 관람하며, 특정 타이밍마다 선택지(전략)를 고르는 형식입니다.
각 전략은 가위바위보와 같은 상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령, 게임이 시작하면 인베이드를 갈 것이냐, 매복을 할 것이냐, 적당히 경계를 서다 라인에 빠르게 복귀할 것이냐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플레이어가 자신의 정글에 매복하는 선택지를 골랐는데, 상대방이 인베이드를 가는 선택지를 골랐다면 교전에서 능력치 보너스를 받습니다.
반대로 상대방이 매복하는 선택지를 골랐는데, 플레이어가 빠르게 라인에 복귀하는 선택지를 골랐다면 초반 성장에서 조금이나마 앞서갈 수 있죠.
순서대로 인베이드/매복/라인 복귀입니다
이후에는 선수들이 자동으로 경기를 진행합니다. 능력치 차이나 특성에 따라 솔로 킬이 발생하기도 하며, 라인전에서 우위를 점하면 포탑 골드를 뜯어내는 것까지 구현이 돼 있습니다.
그리고 초중반 단계에서는 일정 시간마다 정글러의 행동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탑/미드/바텀 중 하나에 갱킹을 가거나, 라인을 봐주거나, 역경을 준비할 수 있죠. 이때 교전에서 승리하면 선택지가 주어집니다. 탑 갱킹을 성공했다면 라인을 쭉 밀 것인지, 전령을 사냥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외에는 용 싸움 단계 / 바론 싸움 단계에서 선수들의 행동을 정할 수 있습니다. 1-4 스플릿 푸시를 할 것이냐, 바론 둥지에서 매복을 할 것이냐, 바론을 과감하게 사냥할 것이냐, 형세가 불리하니 바론을 포기하고 성장에 집중할 것이냐를 직접 정할 수 있죠.
게임 후반부로 갈수록 선택지가 많아집니다
선수들이 갱킹을 시도하거나 한타가 벌어지면 별도의 교전 화면이 등장합니다. 플레이어가 챔피언을 직접 조작하는 것은 아니지만 궁극기의 발동 타이밍을 실시간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시뮬레이션 게임이기에 실제 <롤>과는 약간 다릅니다.
가령 판테온의 스킬을 발동하면 궁극기로 낙하하는 게 아니라, 선택한 챔피언에게 W-Q-E 콤보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챔피언마다 스킬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쿨타임마다 개별 챔피언의 궁극기를 하나씩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카-갈 조합을 뽑아도 두 챔피언의 궁극기를 빠르게 연계시킬 수는 없습니다.
모바일 시뮬레이션 게임이기에 구현하기 어려운 부분은 단순화한 느낌입니다. 챔피언 궁극기 대부분이 ▲광역으로 공격한다 ▲1명에게 큰 피해를 입힌다 ▲피해와 함께 스턴을 걸거나 상대 챔피언의 위치를 이동시킨다와 같은 방식으로 구현되어 있습니다.
한타가 끝나면 에이스의 활약이나 각 선수의 딜량을 별도로 표기해 줍니다
외에도 선수의 특성이나 챔피언에 따라 특수한 능력이 발동하기도 합니다. 바텀이 갱킹을 당하면 탑 라이너가 바텀 텔을 사용하거나, 멀리서 교전이 벌어지면 세나가 궁극기로 지원하거나, 이즈리얼이나 징크스가 상대방이 우물에 정확히 복귀하는 타이밍을 노려 저격 궁을 사용하는 식입니다.
이따금 선수들이 슈퍼플레이를 선보이기도 합니다. 능력치와 연관이 있다고 하네요
경기 마무리 화면. 실제 <롤> 중계와 거의 동일합니다
# 수집형+육성형 모바일 게임에 가까운 시스템
인 게임은 충분히 살폈으니 전반적인 육성 시스템에 대해 알아봅시다.
<LoL e스포츠 매니저>는 수집형+육성형 모바일 게임에 가깝습니다. 선수 카드마다 R, SR, SSR로 나뉘는 등급이 있으며, 가챠나 저격 조합식을 통해 선수 카드를 모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중복 카드나 피스를 모아 레벨을 올리고, AI와 진행하는 싱글 플레이나 구단 숙소에서의 트레이닝이나 개별 재화를 통해 선수 카드의 개별 능력치를 강화시킬 수 있죠.
기본 가챠는 60회 이상을 실행할 경우 SSR 카드 하나가 랜덤하게 확정 지급됩니다. 원하는 카드를 최대 3개까지 저격할 수 있는 시스템도 존재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SSR을 저격할 수 있습니다
콜렉션(도감) 시스템도 있습니다
수집형 모바일 게임을 평소에 많이 즐기셨다면 슬슬 감이 오실 겁니다
카드 중복 획득(피스)를 통한 한계 돌파 시스템도 존재합니다
구단 숙소에서 선수를 트레이닝시키거나 재화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게임 내 실장된 선수는 20년~21년도 위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직 과거 년도의 선수까지는 구현되어 있지 않은 상태죠. 기자의 예측이지만 특정 년도 선수를 업데이트하는 방식으로 BM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달은 18 우지 픽업!"와 같은 방식으로 말이죠.
실제로 도감을 살피니 18~19년도 선수 카드나, 21 월즈 우승 선수 카드, 13년도 선수의 카드가 일부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선수마다 주력 픽이 있습니다
13년도에 활동했던 '웨이샤오' 선수 카드
21 월즈 '플랑드레' 선수 카드
각 선수 카드에는 특수한 고유 스킬과 챔피언 선호도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자신이 가진 카드 풀에 맞춘 전략 수립이 중요합니다.
가령 22 더샤이 카드는 상대방을 처치할 때마다 대미지가 증가합니다. 그렇다면 고숙련도 챔피언을 쥐여 준 후, 더샤이가 대미지 증가 스택을 쌓을 수 있도록 탑 라인을 집중 공략하는 것이 승률이 높겠죠. 라인 갱킹에 보너스를 받는 정글러를 육성해 조합하는 것도 좋습니다.
다른 예시를 들자면 22 서머 빈은 바론 전투에서 스킬 대미지가 증가합니다. 그렇다면 빈에게 고화력 챔피언을 쥐여준 후 바론 전투를 유도하면 승리할 확률이 높다고 할 수 있죠. 외에도 중국 현지 커뮤니티를 확인해 보니 선수에게 개별 아이템을 장착할 수도 있는 등 계정 레벨이 올라갈수록 다양한 능력치 강화 시스템이 추가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담으로, 재미있는 스킬을 가지고 있는 카드도 있습니다
22 서머 369는 게임 시작 때마다 주사위를 굴려, 높은 숫자가 나올수록 보너스를 받습니다.
중국에도 '주사위' 밈이 있나 보네요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카드 풀에 맞추어 인 게임 전략을 수립하고, 육성을 통해 선수 개별 능력치를 늘려나가는 가는 것이 <롤 e스포츠 매니저>의 핵심입니다.
물론, 힘들게 선수진을 구성해 놓고 AI와 게임을 진행하기만 한다면 재미 없겠죠. <LoL e스포츠 매니저>에는 PvP가 존재합니다. 실제 <롤> 처럼 티어도 나뉘어 있습니다. 꾸준한 플레이 혹은 과금으로 강력한 덱을 구성해 타인과 경쟁하는 것이 사실상 엔드 콘텐츠로 보이네요.
마지막으로, LPL를 배경으로 삼은 게임인 만큼, 실제 리그와 연동된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LPL 관련 메뉴에서는 이번 주 진행될 경기에 대해 모의 밴픽을 진행하거나, 승부 예측을 통해 소정의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활약이 좋은 선수는 보너스 능력치를 받기도 합니다.
여기에도 티어 있습니다. PVP가 핵심으로 보이네요
실제 진행되는 LPL과 연동된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 LCK 버전도 출시될 수 있길
<LoL e스포츠 매니저>의 핵심은 지속 플레이 혹은 과금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덱을 완성하고, 구성한 팀의 특성에 맞춘 전략을 선보이는 것에 있습니다.
그리고 픽밴이나 인게임 전략을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게 함으로써 시뮬레이션 게임의 재미도 놓치지 않으려 한 모습입니다. 챔피언 조합을 통해 자신의 덱 파워는 최대한 강화하고, 저격밴이나 전략 전술을 통해 상대방 덱의 특성은 최대한 낮추는 식입니다. 이런 방식을 통해 타인과의 PvP에서 승리하는 것이 핵심 재미라 할 수 있죠.
다만, <LoL e스포츠 매니저>의 중국 내 반응은 호불호가 갈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유력 앱마켓 '탭탭'에서 <LoL e스포츠 매니저>는 10점 만점에 평균 5점의 평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른 현지 모바일 게임 사이트에서도 비슷한 평점을 기록하고 있죠. 드디어 공식 e스포츠 게임이 나와 즐겁다는 의견도 있지만, 결국 전투력과 과금 그리고 PVP가 핵심인 수집형 게임이라는 점에서 평가가 갈리는 모양새입니다.
라이엇 게임즈가 <LoL e스포츠 매니저>의 타 지역 출시에 관해 확실한 언급을 한 적은 없지만, 언젠가는 LCK 버전 <LoL e스포츠 매니저>가 출시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가챠 형식의 BM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리스크지만, <롤> e스포츠 팬을 위한 게임으로써의 가능성은 분명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선수와의 호감도 시스템도 있습니다
호감도를 올리면 프로필이나 추가 선수 음성을 개방할 수 있습니다
복장도 바꿀 수 있는데, 입수 조건은 확인하지 못했네요